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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선택 과목 결정기] 스포츠 계열 진로

 문·이과 경계 없는 스포츠 계열, 인문학·과학·수리 역량 쌓을 과목은?

나의 선택 과목 결정기 3 | 스포츠 계열 진로 


하고 싶은 공부는 많은데, 선택 과목에 대한 사전 정보가 없다며 도움을 요청한 학생은 경기 지역 일반고 1학년 남학생이다.  스포츠 매니지먼트부터 스포츠 마케팅, 축구 심판에 이르기까지 스포츠 관련 산업에 종사하는 게 장래희망이다.  자연 계열보다는 인문 계열이 더 잘 맞는다는 이 학생은 기초 교과 등 학교 지정 과목 외에 <정치와 법> <생활과 윤리> <사회문제탐구> <영미문학읽기> <중국어Ⅰ>을 2학년 수강 과목으로 신청했다. 스포츠 관련 학과에 진학하기 위해 꼭 이수해야 할 과목은 무엇인지, 실기 연습은 필요한지, 진로에 맞춘 효과적인 교과 연계 활동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궁금한 게 많다. 이에 서울 동대부여고 김용진 교사와 서울 배명고 천항욱 교사가 사례 학생의 과목 결정 방향과 진로·진학에 관해 조언했다. 


취재 홍정아 리포터 jahong@naeil.com 

자료 서울시교육청 교육연구정보원



START!


어릴 때부터 축구를 좋아해 스포츠 관련 학과에 진학하고 싶은 거구나. 체육 계열 학과는 비슷한 듯 조금씩 다른 학과가 워낙 많기 때문에 희망하는 진로 방향을 정확히 설정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해. 고등학교 2, 3학년에는 어떤 과목을 이수해야 하고, 과목 선택과 함께 어떤 대입 전략이 필요할지, 하나씩 살펴볼까. 

학생이 희망하는 직업 분야와 이유는?


중학교 축구부 활동도 하고 축구선수의 꿈을 꾼 적도 있어요. 선수로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는 걸 깨닫고 스포츠 행정직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스포츠 에이전트나 스포츠 매니지먼트 분야에서 일하고 싶어요. 대학에 진학해 스포츠 산업학이나 스포츠 경영학을 배우고 싶습니다. 

그렇구나. 2학년 선택 과목을 결정할 때 궁금하거나 어려운 점은 없었니?


선택 과목에 대해 아는 내용이 거의 없어요. 제 성향이 인문 계열이라고 판단하고 막연히 그 기준으로 사회탐구 과목을 정했습니다. 제 진로에 맞는 과목이 뭔지 모르니까 갈피를 잡지 못하겠더라고요.   

스포츠 에이전트가 되기 위해 그동안 기울인 노력이 있다면 소개해줄래? 

 
에이전트라는 직업상 많은 사람과 만나 대화할 일이 많을 것 같아서 1학년 때 독서 토론 동아리에 가입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축구 관련 책이나 선수들의 자서전을 찾아 읽거나, 글쓰기 취미를 살려 축구 칼럼을 쓰는 연습도 꾸준히 하고 있어요.  



선생님 ADVICE_ “교과 성적 향상 중요한 시기, 과학 교과도 관심 가져야”

 CHECK POINT 01   재학 중인 A고의 교육과정 분석하기

“선택 폭 좁아도 제시된 과목 안에서 최대한 고민해야”


경기 지역 일반고인 A고의 교육과정은 대체로 학생의 선택권이 제한적인 편이다. 서울 동대부여고 김용진 교사는 “학교마다 선택 과목 편성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현재 학교가 제시한 과목 안에서 최대한 본인의 진로에 도움되는 과목을 정확히 판단해 적극적으로 수강하는 것이 답”이라고 전했다.


학생이 진로 희망하는 스포츠 분야는 대학 입시에서 체육 계열로 분류된다. 체육·스포츠 분야는 문·이과 구분이 없는 학문이다. 실기 전형이 없는 일반 스포츠 관련 학과에 지원하는 경우까지 확장하면 사회와 과학 교과 공부를 고르게 할 필요가 있다. 김 교사는 “교육과정 편제 특성상 A고는 인문 계열 학생들은 사회만, 자연 계열 학생은 과학 교과만 고르도록 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2학년 탐구 과목 선택이 3개로 제한돼 있는 것도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김 교사는 “스포츠 분야를 진로 희망한다면 <생명과학Ⅰ>이나 <물리학Ⅰ>의 수강도 도움이 될 수 있는데, 실제로 학생이 선택하기엔 제약이 있었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CHECK POINT 02  수강 신청한 선택 과목 진단하기

“인문·사회·외국어 관심 반영한 과목 구성 무난”


스포츠 에이전트 분야를 진로 희망하는 사례 학생은 현재 2학년에 배우는 탐구 교과에서 <생활과 윤리> <정치와 법> <사회문제탐구> 세 과목을, 제2외국어에서 <중국어Ⅰ>을 선택했다. 교과 영역 간 선택 과목에서는 <영미문학읽기>를 선택해 배우고 있다. <세계사>에 대한 흥미와 관심이 있긴 했지만 일명 ‘덕후’가 많은 소인수 과목이라는 부담을 떨치지 못해 포기하고 담임 선생님과 상의 끝에 <정치와 법>으로 결정했다. <생활과 윤리>와 <사회문제탐구>를 고른 것은 1학년 때 참여한 사회 이슈 동아리 활동과 교내 특강을 통해 인문학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크게 작용했다. 

 

 ADVICE   김 교사는 “현재 상황에서 학생의 선택은 적절해 보인다. 다만 대입 과정과는 별개로 대학에 진학해 스포츠 산업이나 스포츠 경영 전공을 생각한다면 수리적인 측면의 학업 역량을 쌓을 것을 권한다”고 조언했다. 본인의 관심과 흥미에 맞춰 제2외국어에서 <중국어Ⅰ>을, 교과 연계 간 선택 과목에서 <영미문학읽기>를 고른 것도 무난한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국내 스포츠 산업 분야의 해외 진출 등 글로벌화 추세를 고려해 외국어 공부를 소홀히 해선 안되기 때문. 김 교사는 “대학에서 공부할 전공의 성격 등을 고려해 2학년 때 <생명과학Ⅰ>이나 <물리학Ⅰ>을 수강하는 것도 도움이 됐을 것 같다”고 말했다.

 


 CHECK POINT 03  3학년 선택 과목 결정하기

“수리·과학적 역량 필요한  스포츠 매니지먼트 산업, <확률과 통계> <생명과학Ⅰ> 수강 추천” 


A고에서 사례 학생이 3학년 때 선택할 수 있는 과목은 탐구 교과에서 3과목, 생활·교양 교과에서 1과목, 교과 영역 간 선택 과목에서 3과목이다.  사례 학생이 각 과목에 대한 사전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과목의 이름만 듣고 고른 과목은 탐구 교과에서 <고전윤리> <윤리와 사상> <사회·문화>, 생활·교양 교과에서는 <심리학>, 교과 영역 간 선택 과목에서는 <고전읽기>다.      

 

 ADVICE   A고는 3학년 탐구 교과에서 전체 해당 과목 중 3과목을 고르는 구조가 아니다. <여행지리> <고전과 윤리> <생활과 과학> <융합과학>을 그루핑해 그 중 택 1, <윤리와 사상> <사회·문화> <동아시아사> <세계지리> <경제> <물리학Ⅱ> <화학Ⅱ> <생명과학Ⅱ> <지구과학Ⅱ> 중 택 2로 교과 간 벽을 두고 있어 학생들의 선택이 쉽지 않다. 


다만 사례 학생의 진로에 비춰보면, 과목 선택에 있어 치명적 불리함이 작용할 것 같진 않다는 게 두 교사의 공통된 의견이다. 과학 관련 교과 중 <융합과학>과 <생활과 과학>을 견줘볼 때 스포츠 과학 원리를 다루는 단원을 포함한 <생활과 과학>이 학생의 진로와 더 맞는 과목이라고. 


서울 배명고 천항욱 교사는 “<여행지리>와 <고전과 윤리> 중 한 과목을, <윤리와 사상> <사회·문화> <세계지리> 안에서 두 과목을 택하면 좋을 것 같다. <여행지리>는 세계 스포츠 산업의 흐름을 읽는 안목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고, <고전과 윤리> <윤리와 사상>은 대표적인 인문학 과목으로 학생의 사고력을 키우는 데 효과적일 것이다. 스포츠 산업은 결국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산업이어서 얼마나 풍부한 상상력을 지녔는지가 매우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인문학적 역량을 쌓는 공부를 추천한다”고 조언했다. 


더불어 <세계지리> 교과에 대한 관심도 당부했다. 국내 스포츠 마케팅과 에이전트 사업 분야가 매우 한정적인 점을 감안해 전 세계를 무대로 해외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글로벌 소양을 쌓는 데 유용한 과목이라는 게 천 교사의 설명이다. 


 CHECK POINT 04   선택 과목 외 진로 탐색 방법

“스포츠 산업 종사 위해 체육 실기 필수 아냐, 전공 학과 선택도 유연하게”


일반 경영학을 전공해도 스포츠 에이전트가 되는 데 문제가 없다는 걸 알게 된 이후부터는 진로 설계의 폭을 더 넓힐 수 있었다. 대한축구협회(KFA)와 같은 기관이나 단체 등 축구와 관련 있는 직종과 직업 정보에 관심이 많아졌다고. 가능하다면 나중에 축구 심판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도 꼭 이루고 싶은 버킷 리스트라고 전했다. 대학 진학을 위해 실기를 병행해야 하는지도 사례 학생의 고민이다.

 
참고로 축구 심판 자격은 만 18세의 최소 연령을 충족하면 선수 출신이 아니어도 취득 가능하다. 다만 심판에게 요구되는 엄청난 체력과 실제 경기 경험 등을 고려하면 비선수 출신 심판은 불리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천 교사는 “각 시·도 축구협회에서 5급 심판 자격 과정을 운영하는데, 이론 교육과 실기(체력 테스트 포함)를 병행한다. 5급 심판 자격 취득 이후 실제 심판 활동을 하면서 자격의 등급을 올릴 수 있다. 다만 축구 심판과 스포츠 에이전트는 전혀 다른 진로로 전임 심판이 되려면 대학생 때부터 매우 많은 경험과 경력을 쌓아야 한다”고 전했다.  

 

 ADVICE   체육 특기생 전형이 모두 수시에 있어서 흔히 체육 계열로 진학하는 일반 학생들은 정시에 올인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꼭 그렇진 않다. 천 교사는 “서울·수도권 대학의 체육 계열 일반 학생 수시 모집 비중은 전체의 약 30%를 차지한다. 따라서 스포츠 산업 종사자를 꿈꾼다면 수시와 정시 모두 지원 준비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실기 준비에 대해서는 두 교사의 의견이 비슷했다. 천 교사는 “체육 계열 진학을 위해 실기고사를 대비해야 하긴 하지만, 필수사항은 아니다. 학생의 실기 능력과 목표로 하는 대학에 따라 실기 준비 여부를 결정하면 된다. 사례 학생이 스포츠 선수를 꿈꾸는 게 아니라, 선수들을 관리하고 지원하는 매니지먼트 분야를 희망하고 있으므로 월등한 실기 실력보다는 기초 체력 함양에 중점을 두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다. 다만 실기를 준비하기로 결정했다면 3학년 때는 학업과 실기를 병행하기가 더욱 어렵기 때문에, 늦어도 2학년 말에 실기 준비 여부를 결정하고 시작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김 교사도 실기 준비와 학과 결정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진로 목표 달성을 위해 반드시 실기 학원에 다녀야 한다거나, 스포츠산업학과 등 특정 학과에 진학해야 한다는 강박을 가질 필요는 없다는 것.  김 교사는 “지금 당장 학생이 해야 할 우선순위는 교과와 수능 성적을 올리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실기 실력보다 수능 성적이 부족해 원하는 체육 계열 학과에 진학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고 강조했다. 



 CHECK POINT 05   진로에 맞는 학교생활 설계하기

“과학 관심 갖고, 인문·사회·글로벌 역량 쌓아야”

 

사례 학생이 구체적으로 진로 희망하는 분야는 스포츠 산업을 기반으로 하는 직업이다. 1학년 때 교과 성적을 효과적으로 관리하지 못해 주요 과목의 평균 내신 성적은 3.5~4등급 초반 정도다.  좋아하는 축구에 대한 지식 확장을 위해 다양한 독서를 꾸준히 하고 있으며, 교내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편이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진 못했다.  

 

 ADVICE   스포츠 산업을 특정해 학과가 개설된 모집 단위는 연세대 스포츠응용산업학과, 한국외대 글로벌스포츠산업학부, 경기대 스포츠과학부 스포츠레저산업 전공, 고려대(세종) 국제스포츠학부(스포츠 비즈니스 전공) 등이 대표적이다. 천 교사는 “학과가 개설돼 있지 않더라도 대학에 스포츠 산업, 스포츠 경영, 스포츠 마케팅을 전공한 교수들이 많다. 각 대학 홈페이지에서 자신의 미래와 관련 있는 과목의 개설 여부를 확인한다면 진로·진학 설계를 구체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두 교사는 사례 학생에게 균형 잡힌 학교생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교사는 “교과 성적이 어느 정도 확보됐다면 스포츠 분야의 각종 통계나 과학적 분석 기법을 이해하는 스포츠 이론 공부를 추천한다. 스포츠 분야에서 선수를 어떻게 평가하고, 분석하는지 등을 간접 경험하는 것도 좋은 활동”이라고 말했다.


전공 관련 독서 활동도 중요한데, 서울대 최의창 교수 연구팀의 추천 도서 리스트인 <읽는 스포츠의 매혹>을 참고하라고 권했다. 공동체 안에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봉사 활동이나, 전공 관련 동아리 활동도 염두에 둬야 한다. 


구체적인 전형 설계에 대해 천 교사는 “체육 실기가 수반된 전형보다는 학생부 종합 전형, 학생부 교과 전형 등을 위주로 2학년 과정을 충실히 수행하는 게 우선이다. 이후 학생의 교과와 수능 성적, 학생부 등의 준비 상황을 고려해 3학년 초에 진학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덧붙였다. 


상담을 마치고 나서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할 수 있는 고2 초반에 제 진로를 구체화하는 기회를 갖게 돼 무엇보다 기뻐요. 앞으로도 스포츠 분야 진로에 대해 끊임없이 탐색하고 노력해야겠다는 열정이 생겼습니다. 교과 성적을 올리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인문 계열 공부만 필요할 줄 알았는데, 선생님들 조언대로 과학 교과에 관심을 더욱 기울여야겠습니다. 끝으로 제 진로에 대해 애정 어린 조언을 주신 김용진 선생님과 천항욱 선생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