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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선택 과목 결정기] 소프트웨어 진로

“소프트웨어 진로 희망하는데, 정보 과목 배우기가 쉽지 않아요”

나의 선택 과목 결정기 1 소프트웨어 진로


첫 사례의 주인공은 서울 지역 일반고에 재학 중인, 스마트 앱 개발자를 희망하는 1학년 학생이다.  학교에서 안내한 교육과정 편성표에 따라 2학년과 3학년 과목 선택을 했지만, 진로에 맞게 선택을 잘했는지 확신이 없는 상태. 게다가 3학년에 편성됐던 <정보과학>이 최종 폐강됐다는 소식에 거점형 교육과정까지 알아봤지만 이 역시 쉽지 않아 난항을 겪고 있다. 불가피하게 진로에 필요한 선택 과목을 배울 수 없는 상황이라면, 이를 대체할 차선은 무엇인지 궁금하다는 학생을 위해 서울 배재고 장지환 교사가 상담에 나섰다. 

 

취재 홍정아 리포터 jahong@naeil.com  

자료 서울시교육청 교육연구정보원


START!

소프트웨어를 다루는 직업을 희망하면서 <수학> 과목을 좋아한다는 건 아주 좋은 장점이네. 자 그럼, 선택 과목을 잘 결정했는지, 앞으로 보완할 점은 무엇인지 본격적으로 살펴볼까.

 


학생이 희망하는 전공과 그 이유는?


어릴 때부터 컴퓨터를 좋아해 소프트웨어학과에 진학하고 싶습니다. 중학교 때 방과 후 수업에서 앱 인벤터(App Inventor)를 접했는데, 그때부터 앱 개발자의 꿈을 구체적으로 키웠습니다.

 


아, MIT가 관리하는 웹 앱 ‘앱 인벤터’를 써본 적 있다면 어느 정도 감을 갖고 있겠구나?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 안드로이드 운영 체제용 응용 소프트웨어를 만들 때 유용한 프로그램이지. 어느 분야의 앱 개발에 관심이 있니?


우리 일상생활을 편리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되는 스마트 앱을 개발하고 싶습니다. 예를 들면 스마트폰으로 냉장고나 에어컨, 세탁기, 오븐, 로봇청소기를 작동하거나 위험 방지 시스템을 접목한 앱 개발 같은 거요. 

 


아주 보람 있는 일을 꿈꾸고 있구나. 그동안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궁금한데?


유튜브에서 앱 개발자 인터뷰를 찾아본 적은 있지만, 아직은 막연해서 구체적으로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다행히 제가 <수학>을 좋아해서, 우선은 <수학>과 <과학> <정보> 관련 공부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선생님 ADVICE_ “앱 개발 꿈이라면 수학 깊이 있게, 과학은 넓게”

 

 CHECK POINT 01   재학 중인 A고의 교육과정 분석하기

 

“과목 선택권 넓은 반면, 소인수 과목 폐강 가능성도 높아”


서울 지역의 일반고인 A고는 2, 3학년에 걸쳐 국어 영어 수학 체육 예술 교과에서 11개 과목을 학교 지정 과목으로 정했다. 
교육과정을 분석한 서울 배재고 장지환 교사는 “학생들의 과목 선택권을 최대한 보장하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하지만 다양한 과목을 제시하다 보니 오히려 선택이 분산돼 소인수 과목이 늘고, 이에 따라 폐강되는 과목이 생길 수밖에 없는 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각 고교는 학교의 교육 방향과 교육 목표를 설정하고, 이에 맞춰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과정을 편성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장 교사는 “A고의 경우 학교 지정 과목을 최소화해 학생의 선택권을 확대한 점, 2~3학년 탐구 과목 중 사회 1과목, 과학 1과목을 반드시 선택하도록 한 점, 3학년 예체능 전공 과목 선택 시 2개 혹은 3개 과목을 세트로 선택하게 한 점 등을 보면 혁신적이고 짜임새 있는 교육과정을 갖췄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총평했다.

 


 CHECK POINT 02  수강 신청한 선택 과목 진단하기

 

“소프트웨어 진로에 맞는 과목 선택 구성으로 적합”


제2외국어와 교양 교과 과목은 본인의 흥미와 관심을 반영해 <중국어Ⅰ>과 <철학>으로 결정했다. 개별 선택 과목 중 국어 수학 영어 교과군에서는 2, 3학년을 통틀어 최대 4과목까지 선택할 수 있는 구조다. 소프트웨어학과 진학을 위해서는 수학 교과가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해, <기하> <미적분> <확률과 통계>를 우선 선택했다. 

국어 교과 중 한 과목을 정하기로 하고 ‘문법’에 취약한 반면 긴 지문을 빨리 읽는 본인의 특성을 고려해 <화법과 작문>을 선택했다. 과학 교과에서는 <물리학>과 <생명과학>을 Ⅱ과목까지 신청했다. 일반선택 과목인 <정보>와 진로선택 과목인 <정보과학>을 신청하려 했지만, 학교로부터 <정보과학>은 최종 폐강이라는 안내를 받았다. 

인근 학교를 찾아가 수강하는 공유캠퍼스형 교육과정도 알아봤다. 아쉽게도 A고는 공유캠퍼스 구성 학교가 아니어서 수업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불가피하게 학생이 대체 선택한 과목은 <경제>다. 일반선택 과목이어서 9등급으로 산출해 내신 확보의 부담은 있지만, 최근 모의고사 국어 영역에서 접한 경제 관련 지문에 흥미를 느껴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을 것 같아 선택했다. <사회문제탐구>는 어려운 문제 풀이에 도전하는 것을 즐기고, 창의적으로 생각하는 것을 좋아해 주저할 이유가 없었다.   

 

 ADVICE  소프트웨어 진로에 필요한 과목을 대체로 잘 선택한 편이다. <물리학>은 Ⅱ과목까지 이수해 학업 우수성을 드러내는 것이 바람직하므로 좋은 선택이다. 다만 수학 교과에 대한 학업 부담이 큰데, <생명과학Ⅱ>까지 이수하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 있다. 일단 2학년 때 <생명과학Ⅰ>을 배운 다음, Ⅱ과목까지 수강할지 결정해도 늦지 않다. A고가 수학 중점학교여서 3학년 진로선택 과목으로 <고급수학>을 수강할 수 있을지 모르니, 이 부분도 고려하면 좋겠다. <고급수학>을 수강할 수 있다면 <수학과제탐구> 수업을 신청하지 못한 아쉬움을 덜 수도 있다. 다만 수업 난도가 높다는 점은 고려해야 한다. 


 CHECK POINT 03  선택 과목 보완하기

 

“<경제> 선택 재고하고, <고급수학> 수강 고려하길”


학생은 소프트웨어학과 진학을 희망하기에 수학과 과학 교과에 무게를 두고, <정보>와 <정보과학> 수업을 필수로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예기치 않은 변수로 원하는 과목을 다 수강할 수는 없게 됐지만 학생이 희망하는 앱 개발을 위해서는 소프트웨어뿐 아니라 하드웨어 분야까지 폭넓은 공부가 필요하다.  장 교사는 “생활의 편리를 돕는 스마트 앱을 개발하고 싶다면, 깊이 파고드는 과학 공부보다는 다양하고 넓게 과학 관련 지식을 쌓는 방향으로 과목을 이수하는 것도 방법이다”라고 조언했다.    

 

 ADVICE  학생이 선택한 과목들을 보면 우려되는 점이 있다. 2학년에 <수학Ⅰ> <수학Ⅱ> <기하>를, 3학년에 <미적분>과 <확률과 통계>를 공부해야 하는 등 수학 교과의 학업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물론 소프트웨어 진로에서 수학 교과 역량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그만큼 본인의 선택에 책임질 각오도 해야 한다.

 

A고의 교육과정을 다시 확인한 결과, 2학년 때 배우는 일반선택 과목인 <정보>가 폐강되고, 3학년 진로선택 과목인 <정보과학>은 개설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정보과학>의 대체 과목으로 선택한 <경제>를 취소하고, 계획대로 3단계 성취도로 평가하는 진로선택 과목 <정보과학>을 신청한다면 학업 부담을 덜 수 있다.

 

2학년 <정보> 수업을 수강하지 못할 경우, 선택지 안에서는 <지구과학Ⅰ>을 대체 수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과학 과목을 넓게 공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수능 과목까지 고려했을 때 생각해볼 만하다.


 CHECK POINT 04  선택 과목 외의 진로 탐색 방법 알아보기

 

“K-MOOC, 교과서 <정보과제연구> <실용통계> 활용 추천”


수능 영어 영역이 절대평가로 바뀌면서 교육과정 안에서도 영어 교과 편성에 변화가 엿보인다. 영어 교과는 A고의 경우처럼 지정 과목으로 고정해놓은 학교가 늘어나는 추세다. 


장 교사는 “하지만 소프트웨어 진로 희망 학생이라면 영어 공부를 절대 소홀히 해선 안된다. 코딩에서 오류를 찾으려면 영어로 돼 있는 에러 메시지를 읽어야 하는 데다 서버나 네트워크 관련 업무에서도 영어 매뉴얼 해석은 기본이다”라고 설명했다.


학생부에 적을 수 없게 되자, 학생들의 외부 활동이 현저히 줄어든 것도 최근의 경향이다. 하지만 외부 활동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수업 시간 발표나 탐구 활동 주제로 활용하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장 교사는 “어떤 과목을 선택해 이수하든, 깊게 공부하고 관련 활동을 기록으로 남기는 게 중요하다. 배운 것을 실제로 적용할 수 있어야 진정한 공부다”라고 강조했다.   

 

 ADVICE  영어와 친해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겨울방학 때 자막 없이 영화나 미드를 보면 좋겠다. 관련 교재나 유튜브 등을 활용해 코딩 언어를 아예 영어로 공부해보는 것도 좋다. 국내 대학의 강의 영상을 무료로 제공하는 K-MOOC도 시청해볼 것을 추천한다. 앱 개발은 데이터를 다루는 일인 만큼, 통계청이나 통계교육원 인터넷 사이트를 활용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통계기초’ 강의를 찾아보거나, 학교에 수업이 개설되지 않았더라도 <정보과제연구>나 <실용통계> 과목의 교과서를 구입해 훑어보면 감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CHECK POINT 05  진로에 맞는 학교생활 설계하기


“선택 과목 결정 고민 줄이고, 심화 활동에 더 집중할 것”


학생은 국어 교과군에서 <화법과 작문> <언어와 매체> 중 <화법과 작문>을 선택했다. 하지만 수능 영역에 따른 구분에 의해 편의상 나눠놓은 것일 뿐, 이 두 과목을 딱 잘라 분리하긴 어렵다. 소프트웨어 진로 쪽으로 보면 <언어와 매체>의 중요성도 무시하기 어렵기 때문. 장 교사는 “<화법과 작문> 수업 시간 안에서 ‘매체’에 대한 관심을 접목해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에 기록으로 남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각 학과나 계열에 적합한 선택 과목이 있긴 하지만 이는 참고자료일 뿐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과목 선택을 할 때 지나친 스트레스나 고민을 줄이고, 자신의 전공 관련 심화 활동에 집중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다”라고 조언했다.

 

 ADVICE  과목 선택을 어떻게 해야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을까, 수능 영역과 출제 범위를 고려한다면 어떤 과목이 유리할까 등등 고민이 많아 보인다. 하지만 과목 선택에 있어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대학에서 어떤 공부를 하고 싶은지, 대학 졸업 이후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를 고민하고 주어진 환경 안에서 필요한 과목을 선택해 이수하는 것이다. 일정한 틀에 갇혀 ‘이 학과에 가려면 이 과목을 꼭 들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말기 바란다. 보다 중요한 것은 관심 분야에 대한 역량과 열정을 드러내는 심화 학습 활동이다. 



상담을 마치고 나서 


선택 과목을 결정하고 보완하는 것뿐 아니라, 진로 탐색에 도움이 되는 조언을 많이 해주셔서 더욱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수학을 좋아하긴 하지만 학습량이 만만치 않을 것 같아 정말 ‘빡세게’ 공부해야 할 것 같아요. 하하. 하지만 ‘본인의 선택에 책임져야 한다’는 선생님 말씀에도 깊이 공감합니다. 상담을 통해 제 강점과 약점이 무엇인지도 잘 알 수 있었어요. 앞으로 남은 시간 동안 교과 공부와 깊이 있는 진로 탐색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애정 어린 조언을 아끼지 않은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