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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평가로 알아보는 선택 과목] 언어와 매체

문법에 지레 겁먹지 말 것! 

디지털 친화적 N세대의 재기발랄 매체 활용기

 

수행평가로 알아보는 선택 과목 1  |  언어와 매체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말하기, 듣기, 쓰기로 끊임없이 언어 활동을 하고, 쏟아지는 정보를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접한다. 올바른 언어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고 다양한 매체 언어를 배우는 과목이 <언어와 매체>다. 그러나 과목 자체의 관심과 필요성보다는 대입에서의 선택 과목 관점 중심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과목 선택 시 수능 과목과의 연계를 고려해야 하지만, 과목 자체로 보면 즐길 게 많고 디지털 시대인 요즘 꼭 필요한 과목이라는 게 교사들의 설명이다. ‘수행평가로 알아보는 선택 과목’ 시리즈, 첫 번째로 만나는 <언어와 매체>를 교사와 학생들이 만들어낸 결과물로 살펴본다. 


취재 민경순 리포터 hellela@naeil.com

도움말 이귀영 교사(전북 양현고등학교) 최진규 교사(충남 서령고등학교) 이영발 교사(서울 문영여자고등학교)


의사소통은 물론 정보를 습득하고 창작하는 과목


<언어와 매체>는 국어의 문법 영역과 매체가 결합한 과목이다. 문법과 매체의 결합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의사소통에 있어 중요한 요소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충남  서령고 최진규 교사는 “언어는 문법을 통해 국어 능력을 높여정확한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한다. 예전에는 의사소통을 위해 음성 언어, 문자 언어를 주로 사용했지만 현재는 소리, 음성, 이미지, 문자, 동영상 등 여러 양식이 복합적으로 확장된 매체 언어가 중요한 의사소통 수단이 됐다”고 설명했다. 


<언어와 매체>는 음성 언어, 문자 언어, 매체 언어를 통해 언어의 본질을 배우고, 의사소통에 활용하는 역량을 배우는 과목이다(표 1). 

 

<언어와 매체> 하면 복잡하고 어려운 문법을 먼저 떠올리는데, 이는 잘못된 인식이다. 수준 높고 정확한 의사소통을 위해 언어(문법)를 배우는 만큼, 올바른 의사소통 수단으로서의 언어에 접근하는 과목이라고 봐야 한다. 

 

전북 양현고 이귀영 교사는 “<언어와 매체>는 다양한 상황이나 자료, 글을 여러 관점에서 해석하고 평가해 새롭게 의미를 부여하거나 창조하는 과정을 통해 비판적·창의적 사고 역량을 키운다. 의사소통 역량, 자료와 정보의 활용 역량, 대인 관계 역량을 키우기에도 좋은 과목”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문영여고 이영발 교사는 “<언어와 매체>는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문화콘텐츠학과, 언론홍보학과 등의 진로를 희망하거나 매체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주로 선택한다. 현대 사회에서 매체 사용과 활용은 중요하지만 고3에 개설된 학교가 많고, 수능을 고려해 문법에 초점을 둬 수업을 진행하는 고교가 많아 안타깝다”고 전했다.

 



 수행평가 사례로 <언어와 매체> 엿보기 


Case 1 매체를 활용해 창작물 제작, 발표하기

 

최진규 교사’s Comment 


<언어와 매체>의 활용 분야는 다양하다. 수업 시간에 매체를 통해 진로 관련 주제를 정한 뒤 이를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매체 형태를 제작, 발표하는 수행평가를 했다. 모둠에 따라 <메밀꽃 필 무렵>의 결말을 재구성하기도 하고, 영화 <매트릭스>에 나타난 과학 원리를 설명하는 매체를 만들기도 했다. 매체 수단이나 표현 방식을 자유롭게 사용하도록 했는데, 학생들의 진로가 다양한 만큼 다양한 주제의 창작물을 여러 형태로 구체화, 확장해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소개할 수행평가 결과물은 영화 속에서 물리 현상적 오류를 찾아내 근거를 밝힌 것이다. 공학 계열 진로를 생각하는 학생의 결과물이다. 

 

 학생’s Comment 


마블 영화에서는 재미와 현실성을 높이기 위해 여러 과학적 근거를 이용한다. 마블 영화 속 과학적 오류를 찾아 히어로 퀵실버를 중심으로 동영상을 만들었다. 퀵실버는 빠른 속도로 달리기 때문에 영화에서 여러 오류들이 나타난다. 

 

일단, 퀵실버의 속도! 영화의 한 장면을 통해 퀵실버의 속도를 유추했다. 영화 속 총알의 속도는 430m/s, 총알이 퀵실버를 2.25초 동안 지나갔으므로, 퀵실버의 얼굴 길이를 25cm라고 하면 퀵실버 기준 총알 속도는 0.1m/s이다. 원래 총알 속도는 430m/s이므로, 퀵실버는 4천300배 정도 빠른 셈이다. 

 

퀵실버의 속도가 약 4천300m/s라고 한다면, 마하 13의 속도로 현재 가장 빠른 비행기보다 더 빠른 셈. 문제는 짧은 시간 동안 속도를 높여 달리기 때문에 가속도가 증가한다는 것이다. 가속도가 증가하면 뛸 때 땅을 아주 큰 힘으로 차게 되는데, 이때 작용·반작용에 의해 몸 역시 같은 힘을 받아 버틸 수 없을 만큼 무리한 힘을 받게 된다. 

 

따라서 달리거나 맨손으로 로봇을 부수는 장면은 불가능하다. 또한 음속을 돌파하는 빠르기로 달릴 때는 높은 압력의 공기가 빠져나가기 위해 폭발음인 소닉붐이 발생한다. 즉, 퀵실버가 달릴 때마다 엄청난 굉음이 발생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평상시와 같이 활동하기란 불가능하다. 


Case 2 매체를 활용한 진로 이슈 리포트 

 

이귀영 교사’s Comment 


NIE 방식을 수업 시간에 활용해 수행평가를 진행했다. 매체를 통해 사회 현상에 관심을 갖게 하고, 특히 관심이 있거나 이슈가 됐던 주제를 선정해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형식은 표지, 개요, 이슈 소개, 시사점 등으로 통일시켜 수행평가의 부담을 줄였다. 
같은 기간이지만 학생들이 선정한 이슈는 다양했다. 2019년 8월 학생들이 선정한 주제는 ‘새벽 배송의 편리함과 이면의 문제점’ ‘홍콩 범죄인 인도법 반대 시위’ ‘초등 교과서 한자어 병기’ ‘디지털 혁명과 출판의 미래’ ‘일본 불매 운동의 양상과 경제적 영향’ ‘CSV 공유 가치 창출’ ‘자사고 폐지’ 등 다양했다. 매체를 활용해 학생들은 사회 현상이나 진로에 대한 관심을 확장했고, 한 주제와 관련한 여러 매체의 시각을 비판적으로 사고했다. 국어 교육의 목적인 비판적·논리적 사고를 향상하는 데 도움이 되는 시간이었다. 

 


Case 3 매체를 활용한 나의 자서전 <오나미> 

 

이귀영 교사’s Comment 


<오나미>는 오늘의 나를 만든 미디어라는 뜻으로, 학생들과 고민 끝에 붙인 이름이다. 오나미는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고 공유하고픈 미디어를 소개하는 자서전 형태의 잡지다. 수행평가를 통해 학생들은 자신의 모습을 성찰하고, 어떤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은지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오나미>를 만들고 발표하는 시간을 통해 친구들의 생각, 진로를 공유했고, 미디어 추천을 통해 매체 활용의 폭도 넓혀나갔다. 학생들의 진로에 따라 추천하는 미디어의 종류나 성격이 다른 것도 인상적이었다. ‘미디어란 세상을 보는 눈이다’ ‘미디어란 나를 찾는 새로운 길이다’ ‘미디어란 랜덤박스다’ ‘미디어란 동기다’ ‘미디어란 방향 지시등이다’ 등 학생들이 정의한 미디어의 의미를 통해 현대 사회에서 매체, 미디어의 영향, 활용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엿볼 수 있었다.

 


Case 4 비판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을 갖게 한 ‘뉴스 일기’

 

이귀영 교사’s Comment 


매달 학생들이 화제의 이슈를 선정하고 모둠별로 가장 공감되는 이슈를 정해 잡지 표지와 내지를 구성했다. 실제 잡지 표지처럼 사진과 제목을 배치하고, 그달의 잡지 콘셉트를 설명하는 표지 이야기를 싣는 등 매체를 활용하고 제작하는 시간을 가졌다. 또한 학생들이 뉴스에서 뽑은 이슈 용어를 설명하고 관련 기사를 QR코드로 표기해 편하게 읽을 수 있는 페이지도 마련했다. 수행평가를 통해 학생들이 같은 뉴스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배우고, 해결 방안을 고민하는 등 현대 사회에서의 매체의 영향력, 매체 언어의 가치를 이해해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