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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과목 돋보기] 심리학

 진로 스펙트럼 넓은 심리학 

 다양한 영역에 접목 가능한 ‘인간’에 대한 이해 

 

 교양교과   선택 과목 돋보기 17  |  심리학

고등학교에서 <심리학>을 배운다? 생소할 수 있지만 <심리학>은 엄연히 교양 교과군에 있는 정규 과목이다. <철학> <논리학> <교육학> <논술> 등과 함께 일반선택 과목에 속해 있다.  흔히 ‘인간의 마음과 행동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 정도로만 가볍게 생각하기 쉽지만, 학생들의 진로 측면에서도 <심리학>은 매우 중요한 과목이다. ‘교육’이나 ‘심리치료’ 관련 전공을 희망하는 학생뿐 아니라 의료 심리치료 마케팅 정치 경영 사회복지 인공지능 등 넓은 스펙트럼으로 각광받고 있는 <심리학> 수업을 들여다보자.


취재 홍정아 리포터 jahong@naeil.com 

도움말 김새로나 교사(경남 김해제일고등학교)

자료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선택 과목 안내서> 



<심리학>, 청소년기에 꼭 필요한 실용 학문


고등학교의 <심리학>은 교양 교과 일반선택 과목으로 편성돼 있어 주로 2학년 때 접하는 경우가 많다. ‘심리학에 대한 이해’를 비롯해 ‘나 알기’ ‘사회적 정체성’ ‘삶과 적응’ 등의 영역 안에서 과학과 생활, 심리학과 진로, 지각 기억과 학습, 성격과 자아정체성, 사회적 관계, 적응과 부적응 등의 내용을 다룬다.


경남 김해제일고 김새로나 교사는 “각 학교마다 심리학 전공 교사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심리학>이 교양 과목이기 때문에 전공에 관계없이 가르치겠다는 교사가 있을 수 있지만, 실제로 수업을 진행하려면 많은 배경지식이 필요하다. 어쩔 수 없이 수업을 개설하지 못하거나 교육과정상 시수가 부족하게 편성된 교과군의 교사가 가르치는 경우도 있지만, 단위 학교 차원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외부 강사를 초빙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전했다.


<심리학>은 특정 진로를 희망하는 학생뿐 아니라 모든 학생에게 도움이 되는 과목이다. 인간의 동기와 행동·학습은 다양한 맥락에 적용 가능한 주제이고, 성격 형성과 정체성이라는 주제 역시 사춘기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내용이다. 

 

김 교사는 “우리 학교는 2019년 2학년 전체 8개 반 학생을 대상으로 일주일에 2시간씩 수업했다. 대부분의 학생이 재미있어 하는 과목이지만, 현실적으로 수업에서 다루는 주제의 깊이가 얕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온라인·오프라인 공동 교육과정에서도 수업 활발해 


<심리학>은 공동 교육과정 형태의 운영이 더 활발한 편이다. 대부분 일주일에 한 번 온·오프라인에서 3~4시간씩 진행되는데, 단위 학교에서 일주일에 1~2시간 수업하는 것보다 오히려 심도 있고 유기적으로 할 수 있다고.   


김 교사는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동기 수준이 매우 높아 교사와 학생 모두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다만 온라인으로 수업하는 선생님 중 상당수가 ‘상담심리’ 전공에 국한돼 있어 수업 내용이 ‘성격심리’에 집중되는 단점이 있긴 하다. 경남 지역의 경우 온라인 공동 교육과정상의 <심리학> 수업 과목명이 아예 <성격심리학>이다. 교육과정 전반을 다루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원래 심리학은 인문학의 근간인 철학에서 출발했지만, 지금은 그 범위가 확대돼 계열을 나누기 어렵다. 계열에 관계없이 선택하는 학생이 많아 학교 지정 과목으로 운영되기도 한다. 

 


토론과 실험 중심 수업으로 학생 선호도 높아


수업의 형식과 방법은 다양하지만 강의식보다는 실험과 토론을 포함한 활동 중심의 형태가 많다. 학생들에게 각자 흥미 있는 심리학 주제나 영화를 선택해 심리학의 관점에서 분석한 다음 발표하게 하는 형식의 수업도 가능하다. 
경남 김해제일고의 <심리학> 수업은 주로 교육부가 제시하는 성취 기준에 맞춰 심리학의 역사를 비롯해 과학적 특성, 지각, 인지, 학습, 동기, 정서, 사회심리, 성격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김 교사는 “학생들이 심리학이라는 학문이 개개인의 삶과 정체성을 이해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깨달을 수 있게 수업을 구성한다. 주로 토론과 실험 중심의 활동 수업이 많다”고 전했다. 예를 들면 특정 영상을 보고 난 뒤 기억에 남는 단어의 성격과 글자 수를 기록하고 왜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 분석하는 ‘인지심리 기억 자기참조효과 실험’ 수업이 대표적이다. 

또 청소년기에 겪는 부정적 정서를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에 관해 학급별로 ‘걱정 설문조사’를 하고 그 데이터를 분석하는 ‘부정적 정서에의 대처’ 수업까지 다채롭다. <심리학>은 교양 과목이기 때문에 석차나 등급 산출 없이 Pass/Fail로만 평가한다. 

 

 

 


Mini interview <심리학> 배워보니


“심리학 수업에서 관심 분야인 행동경제학’을 찾았어요”

 

이도현

경남 김해제일고 졸업

 


Q. <심리학> 수업을 듣게 된 계기는?

 

2학년 때 학교에서 교양 과목을 한 개 정해 주 3회 수업을 듣게 됐는데, 그때 <심리학> 수업이 개설됐다. 대인 관계에 신경이 쓰이고 한창 사람에 대해 궁금한 시기였던 터라 일단 ‘심리’라는 이름에 흥미를 느꼈다. 내신 등급을 산출하지 않으면서 자유롭게 진행하는 수업 방식에 기대와 관심을 갖고 참여할 수 있었다.

 

Q. 가장 인상 깊은 수업과 내용이 있다면?

 

심리학의 한 분야인 ‘학습심리학’을 다루며 ‘학습’이라는 주제로 진행한 수업이 기억에 남는다. 각자 자기 삶을 되돌아보며 내게 가장 중요했던 학습 경험을 떠올려보는 활동이었는데, “부모님 말씀을 잘 들어야겠다는 것을 알았다”부터 “내가 말하는 것은 나에게로 돌아온다는 것을 알았다” 등등 친구들끼리 자기 얘기를 솔직하게 꺼낼 수 있어 좋았다. 

 

Q. <심리학> 수업을 통해 느낀 점은?

 

우리 학교의 <심리학> 수업은 공부하는 학생이라면 반드시 지녀야 할 사고와 지식의 소통, 토의와 같은 자세를 익힐 수 있어 더욱 특별하다고 생각한다. 입시가 중요한 고교 시절, 쉽게 접하기 어려운 학문을 짧은 기간이나마 경험할 수 있어 좋았다. 

 

Q. 후배들에게 <심리학> 수업을 소개하고 추천한다면?

 

공부와 진로·진학 측면에서 많은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심리학은 정치 경제 사회 교육 심지어 스포츠에도 접목되는 학문이다. 친구들과 생각을 나누고 공부한 내용을 활용할 수 있으니 즐겁게 배워볼 만한 과목이다.

 

Q. 본인의 진로와 <심리학>의 연결고리는?

 

경제학에 관심이 많았다. 어렵게 느껴지는 경제학 이론도 있지만 수업을 통해 경제학과 심리학을 접목해 보다 일상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행동경제학’을 알게 됐다. 이를 계기로 관련 내용을 담은 책 <넛지(Nudge)>를 시작으로 심리학과 경제가 결합된 책을 탐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