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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과목 돋보기] 융합과학

 우주의 시작부터 미래 기술까지 난도 있지만 과학 영역 넘나들고 싶다면 

 과학교과  선택 과목 돋보기 12  융합과학


고1 때 공통 과목으로 배우는 <통합과학>은 실생활과 연관된 물리학,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을 단편적으로 다룬다면 <융합과학>은 우주의 시작부터 생명 진화, 미래 과학기술까지 과학의 흐름을 체계적으로 다루는 진로선택 과목이다. 과학의 흐름을 체계적인 스토리로 접할 수 있는 과학 교양서라는 평가를 받는 <융합과학>의 수업 현장을 살펴봤다. 


취재 민경순 리포터 hellela@naeil.com

도움말 김종철 교사(서울 한영고등학교)·박영철 교사(충남 한일고등학교)

윤태영 교사(서울 숭문고등학교)·조윤주 교사(서울 방산고등학교)

 



우주의 시작부터 과학의 흐름을 배우는 교양서

 

고3에 주로 개설되는 <융합과학>은  ‘우주의 기원과 진화’ ‘태양계와 지구’ ‘생명의 진화’ ‘정보통신과 신소재’ ‘인류의 건강과 과학기술’ ‘에너지와 환경’ 등 6단원으로 구성돼 있다. 단원에 따라 과학 Ⅰ 또는 Ⅱ 내용을 담아 난도가 있는 편이다. 하지만 빅뱅 이론을 시작으로 우주가 만들어지고 별이 진화해 태양계가 형성되는 과정, 원시 지구에서 최초의 생명체가 탄생하고 진화한 과정 등의 내용이 연결돼 배우는 재미가 쏠쏠한 과목이기도 하다. 


충남 한일고 박영철 교사는 “스토리텔링에 최적화된 과목이다. 2009 개정 교육과정 때 1학년이 <융합과학>을 배웠는데 내용이 어렵다는 평가가 많았다. 따라서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실생활과 연계된 <통합과학>을 편성하면서 <융합과학>이 고2~3 때 배우는 진로선택 과목으로 바뀌었다. Ⅱ과목은 한 영역만 깊게 배운다면 <융합과학>은 어느 정도 깊이가 있으면서 여러 영역을 함께 배우기에 융합적 사고를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융합과학>의 난도는 과학Ⅰ과 Ⅱ의 중간이거나 단원에 따라서는 Ⅱ과목 내용을 담고 있어 다양한 영역을 배운다. 서울 숭문고 윤태영 교사는 “<융합과학>을 처음 개설했을 때 Ⅱ과목보다 덜 부담스럽다고 생각해 <융합과학>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 수업을 해보니 생명 관련 단원은 <생명과학Ⅱ>와 상당 부분 겹친다. 인문 계열 진로를 희망하는 학생들이 <융합과학>을 선택한다면 많이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다양한 과학 영역, 자연 계열 전반과 관련 있어


서울 한영고 김종철 교사는 “지난해 수강 학생 중 인문 계열 진학을 고려하는 학생과 자연 계열 진학을 고려하는 학생이 절반 정도였다. 간호학과 진학을 생각하거나 과학은 좋아하는데 수학이 부담스러워 인문 계열 진학을 생각하는 학생들이 선택했다. 따라서 어려운 내용을 가르치기보다는 학생들이 관심 있어하는 주제를 중심으로 수업하거나 관심 단원과 관련된 주제를 발표하는 등의 활동을 통해 과학에 대한 흥미를 끌어올리는 데 주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유전물질이 DNA라는 사실을 밝힌 중요한 실험이었던 그리피스 실험이나 에이버리 실험을 배웠다면, ‘그리피스와 에이버리 실험을 통해 DNA가 유전물질임을 증명하라’는 수행평가를 통해 학생들의 논리적 사고력을 확장해나갔다. 

 

서울 방산고 조윤주 교사는 “<융합과학>은 다양한 영역의 과학 지문이나 지식을 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수능 국어의 과학 관련 비문학 지문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박 교사는 “<융합과학> 수업을 하면서 간단하게 명령어만 입력하면 조립할 수 있는 아두이노 드론을 이용해 아두이노를 익히고 드론과 의학, 드론과 건축, 드론과 법률 등 학생들의 관심 분야로 연결하거나, 미래 기술을 이용해 에너지 효율에 대한 가상 시나리오를 작성하는 등 다양한 분야를 접목했다. 학생들이 관심 있는 단원은 직접 수업을 진행하게 해 진로와의 연계성을 높였다”고 전했다. 


참고로 <융합과학> 중 우주와 태양계 단원은 천체·지구과학 분야에, 생명이나 건강 단원은 의료·보건 계열이나 생명공학 분야에, 정보통신과 신소재는 신소재공학·정보통신·소프트웨어 분야에, 그리고 에너지와 환경은 신재생 에너지나 에너지자원공학 분야와 관련이 있다. 이처럼 <융합과학>은 진로와 연결고리가 많은 과목이다. 



 



Mini interview <융합과학> 배워보니

“넓고 깊게 배우기딱 좋은 과목”

 

김하민, 어재혁, 한재우

충남 한일고 졸업(왼쪽부터)

 

Q. <융합과학> 과목을 듣게 된 계기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즉 특정 분야의 관심이나 전문성도 중요하지만 다른 분야에 관한 관심이나 이해도가 높은 인재를 필요로 한다고 생각했다. <융합과학>은 과학 영역을 모두 다루면서도 좀 더 심화한 지식을 익히고 다른 과목이나 진로와의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게 해준다. 우리 학교에는 <융합과학>이 개설돼 있지 않아 온라인 공동 교육과정으로 2학년 때 선택했다. 

 

Q. 수업 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내용은?

 

화상을 통한 원거리 온라인 방식의 수업을 넘어 대면 수업으로 진행한 로봇과 드론 제작 활동이 기억에 남는다. 반도체와 회로를 이용해 드론과 로봇을 만드는 작업을 했는데 아두이노와 마인드 스톰을 활용했다. 아두이노가 다양한 스위치와 센서를 통해 모터나 LED를 가동하는 원리를 학습하고 실제로 적용해본 것이 인상 깊었다. 로봇의 움직임을 간단하게 프로그래밍해 실제 공을 옮기는 활동을 했던 것도 기억에 남는다.

 

Q. 진로와 연계해 탐구한 내용을 소개한다면?

 

의예과 진로를 생각 중이라 생명 진화나 건강, 과학기술 단원에 관심이 많았다. ‘인류의 건강과 과학기술’ 단원에서 전자의 가속 운동으로 발생하는 X선의 유해성을 인식해 전자선을 이용한 디지털 엑스레이를 조사했다. 나아가 X선을 통과시키지 않는 아이오딘의 화학적 특성을 이용해 혈관 조영술을 조사해 발표했다(하민). 자기장에 의한 유도 전류를 이용한 비침습적 자극술인 반복적 경두개 자기자극술(rTMS)과 전류를 이용한 경두개 직류자술(tDCS)의 원리를 조사해 발표하면서 관련된 의학 지식을 키울 수 있었다. 첨단 의료 기기와 함께 원격 의료 시스템의 발전 가능성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재우).

 

Q. <융합과학>을 후배들에게 소개한다면?

 

수업 시간에 배운 교과 지식이 실생활과 어떤 연관성을 갖는지 과학 영역을 넘나들며 융합적으로 배울 수 있어 과학에 대한 시야를 넓히는 데 도움이 된다. 응용과학 분야에 관심이 많거나 자연 계열 진로를 희망하는 학생, 과학의 여러 영역에 두루 관심이 많은 학생이 선택하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