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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과목 돋보기] 심화국어

 인문 계열 진로 희망한다면 전공 분야 학습 위한 폭넓은 국어 실력 키워요 

 국어교과  선택 과목 돋보기 2  심화국어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심화국어>는 ‘학습과 연구에 필요한 고급 수준의 국어 사용 능력을 기르는 것’이 목표다. 다시 말해 대학에 진학해 자신이 선택한 전공 분야의 전문적 내용을 학습하기 위해 필요한 폭넓은 언어적 사고력과 이해·표현 능력 등을 길러 학업 수행을 원활히 할 수 있게 하는 과목이라는 의미. 주로 미디어, 어학, 철학, 교육, 문화 등 인문 계열 진로를 희망하는 학생이 많이 수강한다. 국어 교과의 진로선택 과목 중 <고전읽기>에 이어 두 번째로 편성·운영 비율이 높은 과목이다. 

취재 홍정아 리포터 jahong@naeil.com 

도움말 김용진 교사(서울 동국대학교사범대부속여자고등학교)·김태경 교사(서울 보성고등학교)

자료 <2015 개정 교육과정 선택 과목 안내서>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선택 과목 편성·운영 현황 조사> 

 


 

폭넓은 언어적 사고력, 이해·표현 능력 기르는 과목

<심화국어>는 국어국문학과를 비롯해 국어교육학과 문예창작과 신문방송학과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언어학과 광고홍보학과 문헌정보학과 등과 관련이 깊다. 교사를 대상으로 한 대학 희망 계열별 진로선택 과목 이수 필요성 조사에서도, 인문 계열에서 <심화국어>의 이수가 필요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89.8%로 높게 나타났다.


서울 보성고 김태경 교사는 “우리 학교는 2학년을 대상으로 수업하는데, 주로 언론이나 방송, 철학 등의 인문 계열로 진로를 정한 학생들이 많이 수강한다. 실제로 우리 학교에서 <심화국어>를 수강하는 학생 중 교내 도서부나 신문부, 방송부에서 활동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심화국어> 교과서는 논리적 사고와 의사소통, 비판적 사고와 문제 해결, 창의적 사고와 문화 활동, 윤리적 사고와 작문 활동 등 크게 네 단원으로 구성된다. 국어 교과의 진로선택 과목인 <고전읽기>에 비해 아직은 생소하고, 내실 있게 수업 운영하는 학교가 많지 않은 편이다.



도입 초기, 안정적 운영 위한 연구 필요 


대부분의 학교는 <심화국어> 수업을 2학년에 편성한다. 서울 동대부여고 김용진 교사는 “2학년 때 진로선택 과목으로 <기하> <심화국어> <영어권문화> 중 하나를 고르게 해 실질적인 계열 구분 목적의 ‘칸막이형’ 과목으로 인식되는 면이 있다. 원칙적으로 ‘국어의 심화 수업’이 가능하려면 2학년에 <독서> <문학> <화법과 작문> <언어와 매체> 등을 다 배운 다음, 3학년에 <심화국어>를 편성해 수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수능 과목이 아니어서 상대적으로 홀대받는 면도 있다”고 전했다.


교과서가 단 한 종류뿐인데, 교육과정의 성취 기준을 그대로 본뜬 식으로 내용을 구성한 점도 <심화국어> 수업 활성화의 걸림돌로 지적된다. 

 

김용진 교사는 “학교 여건에 따라 교과서를 쓰지 않고 교사가 교육과정을 재구성해 수업을 진행하기도 하지만 이는 쉽지 않은 일이다. <언어와 매체>가 지난 2007 개정 교육과정에서 짧게나마 등장한 <매체언어>와 유사해 경험 있는 교사들이 어느 정도 포진해 있는 데 반해, 상대적으로 수업 자료가 전무한 <심화국어>는 수업 설계를 새로 해야 하는 부담이 크다. 아직 도입 초기에 있는 만큼, <심화국어> 수업이 과목 취지에 맞게 안정적으로 자리 잡으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서관과 협력해 인포그래픽 제작 등 다양한 수업 시도


<심화국어> 수업은 주로 국어 교사가 담당하지만 서울 보성고의 사례처럼 도서관 협력 수업으로 사서 교사와 공동으로 진행하기도 한다. 

김태경 교사는 “그동안 책, 논문, 통계, 신문기사 등 다양한 콘텐츠를 활용해 필요한 정보를 추출하고 이에 근거한 수업 활동을 다채롭게 진행했다. 2019년 1학기에는 학생들이 특정 주제에 대해 조사한 정보를 시각화해 보여주는 인포그래픽 표현 활동을, 2학기에는 민주 시민 교육의 일환으로 독일의 ‘보이텔스바흐 합의(1976년 서독의 보수 및 진보 정치교육학자들이 토론 끝에 정립한 교육 지침)’를 참고해 토론하고 합의문을 작성하는 활동을 했다. 작년에는 ‘혐오 표현’을 주제로 독서와 토론, 영상 제작 활동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보성고의 <심화국어> 수업은 수행평가 80%에, 중간·기말 고사 논술형 지필 평가 20%로 평가했다. 논술형 지필 평가는 아예 평가 기준을 시험지에 제시하고, 교사가 채점 내용을 바탕으로 학생에게 1:1로 피드백해주는 시간도 가졌다. 모둠 활동 수업이 많은 만큼, 개인 평가와 모둠 평가를 병행했다. 

 

김태경 교사는 “‘보이텔스바흐 합의를 활용한 토론’ 수업을 예로 들면 토론의 주제 제안과 토론 개요서, 합의문은 모둠 평가 항목이며, 토론 준비를 위한 정보 추출지 작성, 토론 원고, 토론, 토론 후 에세이 쓰기는 개인 평가 항목이다. 평가 항목을 세분화하면 채점 내용이 많아 교사가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과정 중심 평가를 하려면 평가 항목을 세분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Mini interview <심화국어> 배워보니


“정치인 꿈꾸는 내게 의사소통의 소중함 알게 해준 수업”

조용찬

서울 보성고 졸업

 


Q. <심화국어> 수업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내용이 있다면? 


보이텔스바흐 합의에 대해 배운 수업이다. 보이텔스바흐 합의가 무엇인지 배웠고, 각 조마다 자유롭게 주제를 선정해 토론하고 합의서를 작성하면서 의견이 다른 친구와 합의점을 찾는 활동을 했다. 학교에서 일반적으로 진행하는 토론은 자기 주장을 내세우고 상대방의 주장을 반박하는 데 그치는데, <심화국어> 시간의 토론 수업은 합의점까지 모색할 수 있어서 인상 깊었다.



Q. <심화국어> 수업을 통해 느낀 점이 있다면? 


선생님이 일방적으로 이끄는 수업이 아니라 자유롭게 질문하고 친구들과도 충분한 대화를 나눌 수 있어 좋았다. 특히 내 생각을 글로 쓰고 친구들과 공유하면서 더 풍부하고 깊게 생각할 수 있었는데, 정치 분야 쪽으로 진로를 희망하는 내게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다. 수업을 통해 익힐 수 있는 논리적 사고력과 의사소통 능력은 정치인에게 꼭 필요한 자질이라고 생각해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Q. 후배들에게 <심화국어> 수업을 추천해준다면? 


내가 쓴 글을 친구들 앞에서 발표할 땐 ‘남들 앞에서 어떻게 말할까’ 고민하게 돼 소통 능력도 키울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희망 진로에 관계없이 논리적인 사고력과 말하기 능력을 키우고 싶은 친구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우리 학교의 경우 수행평가의 비중이 커서 매 수업 시간에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안 됐다. 평가와는 별개로 적극적으로 수업에 임하는 태도가 중요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