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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수시 합격생 인터뷰] 가톨릭대 국사학과 장은희

"현재와 마주하는 우리의 역사, 그 매력에 흠뻑"

장은희 | 가톨릭대 국사학과, 경기 한민고 졸업

 

초등학생 시절 역사의 현장인 독도를 방문했을 때의 감동이 생생하다. 책에서만 보던 독도가 눈앞에 펼쳐졌던 그 순간, 역사는 추상적인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는 사실이 놀라웠다. 이후 독도에 대해 알리고자 다큐멘터리, UCC 등 역사 콘텐츠를 찾아보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역사 콘텐츠에 관심이 생겼다. 시간이 지날수록 역사는 우리 생활과 동떨어진 과거가 아니라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이야기라는 것을 체감했다. 드라마나 영화로 접한 역사 콘텐츠는 때론 신선했고, 때론 왜곡된 사실로 인해 안타까웠다. 가톨릭대 국사학과 장은희씨의 얘기다. 지금껏 우리가 놓치고 있거나 잘못 알고 있었던 역사 속 얘기를 다양한 콘텐츠로 만들고 싶다는 은희씨를 만났다.

 

취재 민경순 리포터 hellela@naeil.com

사진 이의종

 

 

좋아하는 역사, 첫 시험에 좌절을 맛보다

 

역사를 좋아하지만, 고1 때 처음 본 한국사 시험 성적이 좋지 않았다. 사실 ‘멘붕’이었다. 열심히 공부했지만 시험 문제는 교과서에서 공부한 순서대로 나오지 않았고, 한 시대 안에서만 출제되지도 않았다. 단편적인 공부가 아닌 체계적인 공부가 필요했다.

“그때 깨달았죠. 역사를 교과서에 나온 순서대로 단편적으로 외우는 방식으로 공부하면 안 된다는 것을요. 공부 방법을 바꾸기 시작했어요. 한국사 스터디 그룹을 조직해 동영상 강의를 촬영하고, 학급 SNS에 업로드하면서 한국사에 어려움을 겪는 친구들과 해결책을 찾아나갔어요. 역사적 사건의 연대기를 꿰뚫기 위해서 지역이나 시대별로 구분해 공부한 뒤 한 페이지에 모아 동시대의 인물과 사건을 정리했죠. 그랬더니 주변 지역의 상황이 한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신기했어요.”

고교 때 기숙사 생활을 했기에 모든 것을 학교에서 해결해야 했다. 학원에 의지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서 주어진 공부를 수동적으로 하는 습관에서 벗어나 진짜 하고 싶은 공부를 시작할 수 있었다. 특히 초등학교 때의 강렬했던 독도의 느낌을 친구들과 함께하고자 자율동아리를 개설했고, 독도 탐방 계획을 세워 실행에 옮겼다.

 

 

역사에 관한 관심, 모든 과목으로 뻗어나가

 

<한문>에서 조선 시대 다산 정약용 선생과 추사 김정희 선생의 시를 배우면서 이들이 유배지에서 학문을 집대성했다는 사실을 접하고 <한국지리> 시간에 지역별로 유배지를 표시하며 지역적 특징을 찾아냈다. 또 유배지에서의 활동, 성과를 연결해 ‘유배 지도 만들기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 당시 왜 제주도를 유배지로 사용했는지 의문이 들었어요. 유배형은 사형 다음의 무거운 형벌로 공동체 사회와의 격리를 의미한다는 걸 알았지요. 그 당시 수도인 한양과 지리적 접근성이 떨어지는 데다, 해로를 통해야만 이동이 가능한 제주도는 최적의 격리 장소였죠.”

<법과 정치>에서는 형법을 공부하던 중 정약용의 <흠흠신서>에 나오는 사례와 유사한 판례를 찾아 조선 시대와 달라진 형법의 변화를 탐구했다. <문학> 시간에 <누항사>를 공부하면서는 조선 후기 신분제의 붕괴 원인을 찾았으며, 신분제 붕괴로 인한 노비 수 감소 등의 사회적 변화를 연결했다. <영어> 시간에 ‘날씨로 바뀐 역사’라는 주제의 지문을 다룰 때는 실제 날씨로 인해 바뀐 역사적 사건을 조사했다.

“더운 날씨로 인한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 폭우 때문에 패배한 나폴레옹의 워털루 전투 등을 조사했어요. 일부러 역사와 관련된 내용을 찾겠다는 생각을 했다기보다 관심 분야가 역사다 보니 자연스레 연결고리를 찾았던 것 같아요. 거기서도 알 수 있었죠. 역사는 단순히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는 것, 우리 생활 곳곳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사실을요.”

역사 콘텐츠 제작자를 꿈꾸는 은희씨는 <법과 정치> <한국지리> 뿐만 아니라 인문 계열 학생들과는 거리가 먼 듯한 <물리학Ⅰ> <생명과학Ⅰ> <화학Ⅰ>을 모두 이수했다. 한민고는 계열 구분 없이 대학처럼 자유롭게 과목을 선택할 수 있었는데 은희씨는 영역을 넘나드는 공부를 하고 싶었다.

“물리는 꼭 배우고 싶은 과목이었어요. 중학교 때 박물관과 유적지를 돌아다니며 문화재를 많이 관람했는데 그때 문화재 복원 기법에 엑스선, 감마선이 사용된다고 들었거든요. 물리에서 빛에 관해 공부하면 그 원리를 알 수 있을 거란 생각에 망설임 없이 선택했죠.”

다양한 교과로의 확장, 역사에 대한 열정은 부족한 교과 성적을 충분히 보완해줬고, 실제 대학은 다양한 경험과 사고를 했던 은희씨를 높이 평가했다.

 

 

 

일제강점기 때 의도적으로 왜곡된 역사, 바로잡아야

 

기생 하면 보통 천한 이미지를 떠올린다. 그러나 우리 역사 속 기생은 시조, 춤, 노래 등 다양한 예술 분야에 능통할 뿐 아니라 진주나 수원 지역에서 독립만세운동의 필두에 설 만큼 사회적 인식도 갖춘 사람이었다.

“우린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다양한 역사 콘텐츠를 만나요. 그런데 역사 장르는 역사에 관한 관심을 높여주기도 하지만, 자칫 편견을 갖게 해요. 기생 역시 마찬가지예요. 현재 우리가 생각하는 기생은 일제강점기 때 만들어진 인위적인 이미지예요. 일본인들은 기생을 상품화해 엽서를 판매하면서 진한 화장, 원색의 옷차림 등으로 왜곡했지요. 그런데 우린 그런 사실을 모른 채 받아들인 거죠.”

그래서 <그것이 알고 싶다>의 형식을 빌려 잘못된 기생에 대한 이미지를 바로잡는 UCC를 제작했고, 친구들이 신기해했다. ‘<군함도>에 수용된 조선인의 모습은 사실일까?’ ‘선덕여왕은 어떤 인물일까?’ ‘영화 <밀정>의 모티브가 된 항옥은 어떤 인물일까?’ 등 미디어 속 역사적 사실에 관해서도 관심을 가졌다.

“최근에는 정통 사극보다 작가의 상상력을 많이 가미한 퓨전 사극을 쉽게 접할 수 있어요. 역사적 왜곡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가져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죠. 역사적 오류에 대한 청소년 인식 조사를 진행했는데 그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할 뿐 아니라 정정의 필요성을 인지하는 비율도 매우 낮더라고요. 안타깝죠.”

 

 

흥미와 역사적 사실 제대로 담은 역사 콘텐츠 기획자 꿈꿔

 

고교 3년간 항상 작은 디지털카메라를 가지고 다녔다. 특히 고3 때는 학급 특색 활동으로 소소하지만 재미있는 일상을 남기고 싶어 사진사 역할을 맡았다. 입시로 여유가 없는 고3 생활이지만 쉬는 시간, 점심시간이면 친구들의 사진을 찍었고, 사진을 게시판에 공지해 잠시나마 친구들이 웃을 수 있는 시간을 제공했다. 학급 게시판에 매일 해당 날짜의 역사적 사건을 적는 것도 빼놓지 않았다.

“처음엔 친구들이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더라고요. 그런데 언젠가부터 제가 게시판에 역사적 사건을 적고 있으면 친구들이 와서 먼저 읊는 거예요. 저의 작은 행동이 친구들에게 역사에 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게 한 것 같아 뿌듯했죠.”

친구들의 변화를 보며 은희씨는 역사 교사 또는 역사 콘텐츠 기획자를 꿈꿨다. 예전에는 예능과 역사는 별개의 영역 같았지만 최근에는 예능의 소재로 역사가 등장하기도 하고, 다양한 퓨전 사극으로 역사에 대한 친밀도가 높아졌다. 다만 미디어를 접하는 시청자가 예능인지, 퓨전 사극인지, 전통사극인지 이해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특정 인물의 신격화, 허구 인물에 대한 오해 등으로 인해 미디어 속 역사가 자칫 왜곡된 시선을 갖게 할 수도 있어요. 퓨전 사극이나 예능은 역사라는 소재에 흥미 위주의 허구를 가미하는데 아무런 비판 없이 사실인 양 받아들일 때도 많거든요. 다양한 미디어에 소개됐던 왜곡된 역사적 사실을 사람들에게 제대로 알리고 싶어요. 우리가 잘 몰랐던 역사적 인물이나 사건들도 재미난 콘텐츠로 만들어 알리고 싶고요.”

은희씨는 역사는 관점과 시대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어 다양한 각도에서 역사적 사실을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역사야말로 종합적 사고, 종합적 학문의 ‘끝판왕’이라는 은희씨는 “성적도 중요하지만 좋아하는 분야를 끝까지 파고드는 경험을 꼭 해봤으면 좋겠다”고 후배들에게 전했다.

 


나를 보여준 학생부 & 자기소개서

 

학생부

1학년

▒ 창의적 체험 활동 

자율동아리에서 독도 탐방을 계획하고 실행. 독도 용수비대의 활동과 독도가 우리나라의 영토로 자리매김하게 된 과정 등을 보고서로 작성. 효율적인 역사 전달을 위해 역사 콘텐츠 제작에 관심을 보임, 해외 유출 문화재인 ‘왕오천축국전’ ‘수월관음도’ ‘몽유도원도’ 등의 반환을 촉구하는 신문을 제작해 알림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국어> UCC 제작 과정에서 영상 편집을 담당, 효과적인 장면 연출을 위해 인터넷 논문을 찾는 열의를 보임. <영어Ⅱ> ‘날씨로 인해 바뀐 역사’라는 지문과 연계해 워털루 전투, 위화도 회군 등 역사 속 사건을 찾음

 

2학년

▒ 창의적 체험 활동 

교과서에서 다루지 않은 ‘민중의 삶’에 관심을 갖고, 조선 시대의 신문고, 격쟁, 상언, 한글 소설을 현대의 미디어, SNS와 비교 분석함. 영화 <밀정>을 보고 영화와 역사와의 차이점에 대한 문제의식을 느낌. ‘역사 콘텐츠에 나타난 역사적 오류에 대한 청소년의 인식’ 주제로 발표. 일제강점기에 왜곡됐던 기생에 대한 자료를 조사해 우리 역사 속 기생의 모습을 재조명함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문학> 임진왜란 직후 신분제 붕괴 현상이 경제의 발달에서 시작됐음을 증명함. <심화영어> 영어로 자서전을 써보는 활동으로 역사 다큐멘터리 PD의 삶을 작성. <한국지리> 제주도가 조선 시대에 유배지로 기능했던 까닭 분석. <과제연구> 선호하는 역사 콘텐츠와 장르, 역사적 오류에 대한 자각과 심각성 인지에 대한 설문조사 진행

 

3학년

▒ 창의적 체험 활동 

추억을 만드는 사진사 역할을 맡아 학급 친구들의 소소하지만 재미있는 일상을 남겨 즐거움을 선사함. 오늘의 뉴스 게시판에 매일 아침 사회, 경제, 정치, 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선정해 게시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사회문화> 우리 역사 속 여론 수렴 방법에 관해 탐구하면서 대중매체가 조선 시대에도 활발하게 활용됐음을 알아감. 민란의 사례를 통해 현대 사회에서 대중매체의 영향력 조사

 


자기소개서

▒ 1번 학습 경험 

고1 때 좋지 않은 첫 한국사 시험 결과를 만회하기 위해 단순 암기식 공부에서 벗어나 친구들과 함께 스터디했던 경험을 풀어썼다. 남에게 설명하기 위해 완벽하게 이해해야 했으며, 친구들의 질문에 답하기 위해 온전히 자기 것으로 소화했어야 했던 과정, 친구들의 강의를 들으며 놓쳤던 부분을 점검할 수 있었던 시간을 담았다. 역사적 사건을 연대기로 정리해 시대를 종합적으로 사고할 수 있었던 학습 경험을 적었다.

▒ 2번 교내 활동 

여름방학 때 인문학 캠프 스태프로 참여하면서 사실과 허구의 합성어인 팩션을 주제로 부스를 운영했다. 광해군이 재평가되는 이유가 미디어의 영향 때문으로 보고, 미디어의 역사적 오류를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냐는 질문에 해답을 찾아나간 과정을 담았다.

▒ 4번 지원 동기 등 

역사가 추상적 과거의 기록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게 된 계기, 여러 미디어를 통해 접한 역사 콘텐츠 왜곡에 대한 고민, 다양한 역사 콘텐츠에 대한 필요성 인식 등 역사 공부를 해온 과정을 소개했다. 또 제대로 된 역사 공부를 통해 올바른 역사를 알리고 싶다는 의지를 밝혔다.

 


교사의 시선으로 본 수시 합격생

“한문·역사·지리를 연계한 프로젝트 신선했죠”

 

한민고는 역사가 7년밖에 되지 않은 신설 고교이기에 학생의 삶과 역사가 담겼다고 할 만한 활동이 많지 않았어요, 이런 상황에서 학교의 역사, 기록물을 만드는 데 앞장 선 학생이 은희였어요. 역사에 대한 다양한 지식을 여러 교과와 연관시키려는 노력도 뛰어났죠. <한문> 시간에 조선 시대 다산 정약용 선생과 추사 김정희 선생의 시를 배우면서 이들이 유배지에서 학문을 집대성했다는 사실을 접하고는 <한국지리> 수업 시간에 ‘유배 지도 만들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학생이었어요. 지역별로 유배지를 표시하고, 유배지에서의 활동, 성과를 연결했는데, 교직 생활을 하며 한문, 역사, 지리를 이렇게 연계, 활용한 학생은 본 적이 없어서 인상적이었어요.

어떤 한 가지 색으로 표현하기 힘든, 보색을 지닌 학생이란 느낌이 강했어요. 차분하고 조용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와 책임져야 할 영역에서는 뛰어난 역량을 보였거든요. 특히 은희가 찍은 학급 친구들 사진을 보면 한 명 한 명 모두 자신의 참모습이 오롯이 드러나 있어요. 다른 이들이 자신의 색을 제대로 드러낼 수 있었던 것은 은희의 성품 때문이었을 거예요. 제왕과 영웅의 역사를 강조하는 우리나라의 역사 풍토에서 은희의 성품은 우리가 보려고 하지 않았던 사람들과 사건들을 선명하게 드러내줄 거라 생각합니다.


_ 2학년 담임 안기종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