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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수시 합격생 인터뷰]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이지윤

"조세 정의 실현과 사회적 약자 돕는 세무학의 재발견"

이지윤 |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서울 성덕고 졸업

 

중학교 <도덕> 시간에 ‘비례세와 누진세 중 어느 쪽이 공평할까’를 주제로 토론하며 딱딱할 것만 같은 세금 문제에 흥미가 생겼다. 친구들은 대부분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누구나 같은 비율로 징수되는 세금이 공평하다고 생각했지만, 소득 재분배의 역할을 위해 소득이 커질수록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누진세가 더 공평하게 느껴졌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다양한 교과 수업과 진로 활동을 통해 법과 경제, 경영 분야를 두루 배우며 탐구할수록 국가의 세금 정책과 사회적 기업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경제·사회적 이슈를 세금 문제의 관점에서 꾸준히 들여다보면서 세무학 전공은 자연스러운 선택지가 됐다. 기업의 부조리를 파헤쳐 조세 정의를 실현하고, 사회적 약자를 돕는 데 세무학이 기여할 수 있다고 믿는 열혈 청년,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이지윤씨다.

 

취재 정애선 기자 asjung@naeil.com

사진 이의종

 

 

기업 윤리와 사회 약자를 향한 시선

 

경제에 대한 관심이 법으로 확장된 것은 1학년 때 활동한 모의국회의 영향이 컸다. 인턴 직원들에게 고강도의 노동을 수행하게 했는데도 불구하고 정규직 전환에서 전원 탈락시켰다가 논란이 불거지자 합격 처리한 사건을 접하며 노동자의 권익 보장을 생각해보게 됐다. 모의국회에서 근로기준법 개정을 건의한 계기였다.

“조원들과 함께 법률안 전문을 살펴보면서 기업이 윤리적 책임을 다하지 못해 파문을 일으킨 사건들과 법 조항을 연결해봤어요. 산업재해를 입은 노동자에 대한 보상 기준이 학생인 우리의 눈에도 불합리해 보이는 게 많더라고요. 평생 장애로 남거나 다시 일하는 데 무리가 될 정도의 산업재해에도 1천 일 정도의 급여만 지급하고 추가 조치를 취하지 않아도 됐으니까요. 최소한 장애 치료나 재활을 지원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의 필요성을 느껴 사용자의 중대 과실로 산업재해를 입은 노동자에게 일정 금액만 보상하면 모든 책임을 면하게 하는 조항 개정을 건의했죠. 법을 비판적으로 바라볼 필요성을 느낀 경험이었어요.”

기업의 윤리와 소득 재분배 문제에 대한 지윤씨의 시선은 교과 수업의 연결과 확장을 통해 깊이를 더해갔다. 2학년 <경제> 수업에서 세율 적용 방식에 따른 조세 분류를 배우며 기업의 조세 포탈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른 배경이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관련 기사를 스크랩하면서 3학년 때 기업의 역외 탈세를 주제로 TED 방송을 제작해봤어요. 국내와 해외의 법인세를 비교해보니 경제 강대국들은 기업의 투자 유치를 위해 법인세를 인하하는 추세지만, 우리나라는 높은 법인세를 고수하고 있더라고요. 그러나 법인세 인하는 기업의 윤리경영을 근거로 하기에 세계의 흐름에 맞는 조세 정책을 펼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업의 높은 윤리의식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을 느꼈어요.”

3학년 <생활과 윤리> 수업에서 윤리적 소비를 접하며 이는 개인이 사회적 약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복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들은 윤리적 소비의 가치에는 공감하면서도 실제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많더라고요. 이 문제의식을 3학년 <논술> 수업으로 이어갔어요. ‘청소년의 윤리적 소비 인식과 사회적 기업 소개’를 주제로 친구들을 인터뷰하고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학생들이 윤리적 소비를 실천하지 않는 이유는 소비가 기부로 연결되는 과정이 불투명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어요. 기부 내역과 영업 이익 대비 기부액 공개를 통해 이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사회적 가치 실현뿐 아니라 소비자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사회적 기업 경영에 관심이 가더라고요.”

 

 

3D 프린팅 의수 기부, 기업가 정신 프로그램에서 배운 것

 

경제에 대한 관심이 법과 함께 사회적 기업으로 확장되면서 2학년 때 학교에서 열린 ‘3D 프린팅 의수 제작과 기부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3D 프린팅 전자의수 전문가와 함께 실제 의수를 제작해보고 기부까지 이어가는 과정은 새로운 경험이었다. 그에 앞서 코딩 교육 특강에도 참여해 알고리즘에 대한 기본 지식도 배웠다.

“요즘 초등학생들은 코딩을 기본으로 배운다는데, 제 또래는 한 번도 그런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었거든요. 시대 흐름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접해볼 필요가 있겠더라고요. 하하. 상경 계열에만 국한되지 않도록 과학기술 분야를 접해보고 싶은 욕심도 있었고요. 실제 의수를 제작하기까지 과정은 좀 어렵긴 했어요. 여러 부품을 만들어 연결해야 하고, 팔에 직접 끼워야 하니 마감 부분도 거칠면 안 되거든요. 거미줄 같은 지저분한 실이 만들어지지 않도록 리트랙션을 비롯해 온도, 출력 속도 등 조건을 다르게 해 성공적인 출력물이 나올 때까지 계속 시도하면서 조정해갔어요. 희망 전공이 다양한 학생들이 모인 만큼 제작 과정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었어요. 기술적으로 막히면 이공 계열 희망 친구들이 다시 차분하게 이끌어주고, 부품을 연결하는 과정이나 협업하는 부분에선 인문 계열 희망 친구들이 강점을 발휘하더라고요.”

경제·경영 분야 독서와 사회 이슈 탐구 자율동아리 활동에서 쌓은 지식을 적용하며 구체화해보고 싶은 생각에 3학년때는 기업가 정신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가방을 제작하는 기업의 입장에서 청소년들이 겪는 생활 속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시제품 구상을 과제로 받았다.

“조원들과 얘기하는 과정에서 저소득층 학생들이 과제 수행 시 겪을 수 있는 컴퓨터 사용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사회적 기업을 세워보기로 했어요. 한데 이걸 가방과 연결하려니 아이디어가 잘 안 나오더라고요. 이 학생들을 가방을 통해 직접적으로 돕는다는 틀을 벗어나 가방 판매에 따른 수익금을 학생들의 컴퓨터 기기 지원에 기부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어보기로 했어요. IT 기업과의 협력을 통한 가방 제작으로 기획하되 기부금에 제한이 없는 크라우드 펀딩의 특징을 이용한 후원으로 구상했고요. 모의 투자자로부터 참신하다는 호응을 받았는데, 사회적 약자들이 겪는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창의적 아이디어를 고민해본 경험이었어요.”

 

 

경제·경영·법, 세 가지 키워드를 잇다

 

서울시립대는 입학처 홈페이지에 학생부 종합 전형을 위한 모집 단위별 인재상을 명시하고 있다. ‘통합적 사고 능력을 바탕으로 한 융합 학문에 대한 이해를 통해 새로운 가치 창출을 추구하는 학생’ ‘높은 윤리의식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발전과 혁신을 추구하는 리더십이 있는 학생’이라는 인재상에 비춰보면 지윤씨의 고교 생활은 여러 면에서 연결고리가 많았다. 실제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때도 이를 고려했다고.

“고교 3년 동안 경제와 경영, 법 세분야를 두루 탐구하고 참여하면서 재미를 많이 느꼈어요. 실제 세무학과 밀접하게 연관된 분야이기도 하고, 학과 인재상에 ‘융합’이라는 키워드가 제시되어 있어서 자기소개서를 쓸 때도 이 분야와 관련된 경험과 생각을 연결하려고 노력했어요. 조세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세무공무원과 사회적 약자를 돕는 사회적 기업 경영인이라는 두 축의 진로를 고민하기까지 바탕이 된 수업과 학교 활동에서 느낀 점을 녹여내는 데 중점을 두기도 했고요. 1단계 서류 평가를 통과하고 면접을 보러 갔는데, 순서가 1조 1번이더라고요. 하하. 얼마나 긴장을 했는지 몰라요. 면접 질문은 학생부 기록에서 많이 나온 것 같아요. 세무학에 특화된 학과이다 보니 질문도 그만큼 세밀했는데, 고3 때 조사했던 역외탈세에 대해 얘기해보라거나, 롤모델로 삼는 사회적 기업이 있는지, 어떤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기업을 만들고 싶은지 등의 질문이 기억나요. 수업 때마다 제가 관심 있게 다뤘던 주제 중 하나가 노인과 청년이 상생할 수 있는 사회였거든요. 폐지를 수거하는 어르신들의 노동 환경과 처우 개선을 위해 폐지를 10배 가격으로 구매해 캔버스를 만들고, 젊은 예술가들이 재능기부로 그림을 그려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든 뒤이 판매 수익을 다시 폐지 수거 어르신들께 기부하는 사회적 기업의 사례를 예로 들었죠.”

학생들에겐 자칫 고루하게 느껴질지 모를 세무학의 재발견. 지윤씨와의 인터뷰 끝에 떠오른 생각이다.

 


나를 보여준 학생부 & 자기소개서

2학년 때 참여한 ‘3D 프린팅 의수 제작과 기부 프로그램’에서 만들어본 의수와 모델링 교육.

 

 

3학년 <논술> 수업에서 발표한 ‘청소년의 윤리적 소비 인식과 사회적 기업’ 자료.

 

학생부

1학년

▒ 창의적 체험 활동 

모의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참여해 ‘근로기준법 일부 개정안’ 발의, 공유경제 특강에 참여해 관심 있던 사회적 기업과 연계해 생각, 발명·특허·지식재산권을 주제로 한 전공 아이디어 캠프 참여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수학Ⅱ> 회계 분야에 대한 관심을 토대로 ‘원리합계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금융 지식’ 발표, <사회·문화> 세계화 문제를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 상황과 연결, 경제학·법학 특강 참여

 

2학년
▒ 창의적 체험 활동

사회적 기업에 관심이 많아 3D 프린팅 의수 제작 및 기부 프로그램 참여, 코딩 교육 특강에 참여해 알고리즘에 대한 기본 지식학습, 사회 이슈 탐구 자율동아리에서 노동 인권, 최저 임금 등과 관련한 법률적 해결 방안 조사, ‘사회적 경제의 의미와 기업 사례’ 주제로 한 인문학 토론 교실 참여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 독서와 문법> ‘사회적 복지 혜택의 대상이 되는 노인 기준 연령 상향’ 주제로 토론, ‘세금 부과가 시장 경제에 미치는 영향’ ‘모바일 결제 수단을 통한 자영업자의 탈세 현상’ 조사 발표, <미적분Ⅰ> 로렌츠곡선과 소득분배의 연결성 발표, <경제> 브렉시트의 원인과 과정, 미국의 금리 인상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 방안 조사 발표, <한국지리> 노인과 청년의 상생 추구를 목표로 한 사회적 기업인의 하루 묘사한 글 발표

3학년
▒ 창의적 체험 활동

‘경제와 기업 탈세’를 주제로 조세 포탈과 기업의 역외탈세에 대해 조사하고 관련 사례 정리해 영상으로 제작, 자율동아리에서 경제 정의와 기업 윤리에 대해 토론하며 사회적 기업의 변질을 막기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 조사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화법과 작문> 기업의 사회적 약자 고용 의무화 정책의 정당성 및 실효성 주제로 토론, <동아시아사> ‘동아시아 속 농민에게 도움이 된 세금 제도’ 발표, <생활과 윤리> ‘상속세 절세를 위한 행위의 윤리적 정당성’ 주제로 토론, 청년 실업의 변화 양상에 따른 과세 형태 변화조사, <논술> ‘청소년의 윤리적 소비 인식과 사회적 기업’으로 주제 탐구

 


자기소개서

▒ 1번 학습 경험 

2학년 <경제> 시간에 세율 적용 방식에 따른 조세 분류를 배우며 ‘기업의 조세 포탈이 사회 문제로 떠오른 배경’에 대해 궁금증이 생겨 3학년 때역 ‘외탈세’를 주제로 TED 방송을 제작한 경험, 3학년 <생활과 윤리> 시간에 윤리적 소비를 학습한 뒤 <논술> 과목에서 진행한 진로 주제 발표로 ‘청소년의 윤리적 소비 인식 실태조사’를 이어간 과정을 풀어썼다.

▒ 2번 교내 활동
1학년 때 모의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속해 기업이 윤리적 책임을 다하지 못해 문제가 된 사건과 근로기준법을 연결, 법 취지에 어긋나는 조항을 개정하는 활동을 하며 법의 역할에 대해 고민한 경험, 독서와 자율동아리 활동으로 쌓은 경영 지식을 적용해보기 위해 3학년 때기업가 정신 프로그램에 참여, ‘저소득층 학생들이 과제 수행 시 겪을 수 있는 컴퓨터 사용의 어려움’을 주제로 아이디어를 낸 경험

▒ 4번 지원 동기
불법 납세자의 세무조사를 진행하는 세무공무원이 되어 조세 정의를 실현하고 싶은 꿈을 위해 지원했다는 포부와 함께 탈세 수단과 방법이 고도화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술과 제도, 법적 보완 방안을 탐구하고 싶은 계획을 전했다.

 


교사의 시선으로 본 수시 합격생

“세무학 전공 목표로 3학년까지 집중”

 

교사에게 가르치는 즐거움을 알려준, 순수하고 열정적인 학생이었습니다. 3학년 때 독서를 비롯해교과 연계 활동을 좀 더 보강했으면 좋겠다는 조언을 했는데, 지윤이는 세무학 전공이라는 목표를 위해 그 일들을 잘해냈어요. 면접을 대비하고, 자기소개서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거의 도와줄 게 없을 정도로 똑 부러지게 준비했죠.

여러 대학 중에서 지윤이가 가장 원하는 학교이자 학과는 서울시립대 세무학과였는데, 본인뿐 아니라 담임인 저도 합격을 확신하기는 쉽지 않았어요. 하지만 사회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세무공무원이 되고 싶다는 확고한 마음과 함께 자신이 해온 활동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었지요. 또 세무학을 전공하기 위한 자격증 취득이나 독서 등을 계획하는 걸 보면서 대학에서 반드시 이 학생을 알아볼 거라 생각했습니다.


_3학년 담임 이은정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