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생활 곳곳에 숨은 과학 원리 찾기
어떤 진로와도 연결고리 찾을 수 있는 과목
수행평가로 알아보는 선택 과목 5 | 생활과 과학
과학 공부가 어렵다고 느끼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현상을 이론으로 배우기 때문이다. 자연 계열 진로를 생각하는 학생이라면 원자나 분자의 성질, 파동이나 에너지 역학 등 어려운 과학 개념을 꼭 배워야겠지만, 사실 이런 과학 개념을 몰라도 살아가는 데 어려움은 없다. 그러나 우리는 입고 먹고 자는 의식주를 비롯해 실생활 곳곳에서 과학을 만나게 되며, 이런 현상이 왜 생기는지 궁금해하기도 한다. 이런 소소한 궁금증을 과학과 연결해 공부하는 과목이 <생활과 과학>이다. 건축, 교통수단, 스마트폰이나 영상, 화장품, 염색, 먹을거리 등과 관련해 과학 이야기를 다루기 때문에 생활 속 과학 상식을 쌓고 싶은 학생들에게 추천하는 과목이다.
취재 민경순 리포터 hellela@naeil.com
도움말 고민성 교사(경기 저현고등학교)·김승현 교사(서울 숭의여자고등학교) 박세근 교사(충남 호서고등학교)
과학은 어렵다? 편견을 깨보자!
<생활과 과학>은 1학년 때 <통합과학>과 <과학탐구실험>을 이수한 후 선택할 수 있는 과목으로, 실생활 속에서 사용되는 과학을 폭넓게 배운다. 학교에 따라 2학년 또는 3학년에 개설된다. <생활과 과학>은 건강한 생활, 아름다운 생활, 편리한 생활, 문화 생활로 구성돼 있다. 배우는 영역이 다양해 <생활과 과학>과 연결 지을 수 있는 학과도 건강관리학과 건축학과 디자인학과 섬유공학과 식품공학과 안전공학과 예술학과 임상병리학과 의상학과 화장품과학과 화학과 등 다양하다.
경기 저현고 고민성 교사는 “사실 <생활과 과학>을 선택한 대다수 학생이 과학을 부담스러워하고 어려워하기 때문에 생활 속에서 만나는 과학을 다양하고 재미있게 접근하려고 노력했다. <생활과 과학>은 다루는 내용은 깊지 않지만, 워낙 다양한 분야를 다루기에 어떤 진로와도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는 과목”이라고 전했다.
<생활과 과학> 수업을 들었던 경기 저현고를 졸업한 손예림씨는 “과학 필수 이수 단위 때문에 선택했던 과목이었다. 과학이 싫어서 인문 계열 진학을 고려했는데, <생활과 과학> 수업과 수행평가를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을 더 잘 이해하게 됐고, 무심코 지나쳤던 현상이나 사물들이 과학적으로 설명되는 것을 보고 과학이 재밌어지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고 밝혔다.
수행평가 사례로 <생활과 과학> 엿보기
평가는 보통 지필평가와 수행평가로 진행된다. 수행평가는 교사가 제시한 주제 또는 관심 진로에 맞는 보고서와 발표 형태, 생활 속 현상이나 물건에 과학 원리를 접목해 설명하는 서·논술형, 교과서에서 배운 과학 원리를 설계하거나 제작하는 활동 중심형 등 다양하다. 다만 3학년에 개설되는 경우가 많고, 수업 방법과 평가 방식이 학교에 따라 큰 차이가 있었다.
<생활과 과학>이 실생활 곳곳에 사용되는 과학 원리를 생각해보는 과목인 만큼 교과서에서 다루는 내용을 토대로 현상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수행평가를 하는 고교가 많았다. 예를 들어 건강을 점검하는 수단인 혈압기의 원리 설명하기, 화장품에서 사용되는 과학 현상 조사하기, 미래 교통수단 예측하기 또는 본인이 관심 있는 주제를 선정해 과학적으로 설명하기 등 다양한 주제로 진행됐다.
Case 1 진로 관련 에세이와 서·논술형으로 설명하기
서울 숭의여고 김승현 교사’s Comment
지필평가와 수행평가로 평가 기준을 설정했다가 2019년엔 코로나19로 온라인 수업이 많아지면서 수행평가나 지필고사 중 하나만 골라 실시할 수 있었다. 현실적으로 온라인 상황에서 수행평가를 하는 것이 녹록지 않아서 지필고사로만 평가했다. 보고서 작성 형태의 수행평가를 대신할 수 있도록 지필평가에서 단순 지식을 묻는 문제만 내지 않고 ‘황열병이 역사적으로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서술하라’ 같은 방식으로 서·논술형을 병행했다.
<생활과 과학> 교과서는 단순히 전염병이 왜 생기고 치료제가 무엇인지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그 시대의 사회상을 설명하고 전염병으로 인해 사회가 어떻게 변했는지 다양한 시각으로 서술하기 때문에 이를 토대로 통합적 사고력을 평가하기 위한 문제였다.
수행평가와는 별도로 <생활과 과학> 단원 중 관심 있는 주제를 선택해 보고서를 제출하면 학생부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에 기재하기도 했다. 교과서에 등장한 감염병의 역사와 영향 등에서 나아가 감염병 모델이 무엇이고 예방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한 학생도 있었고, 식품의 영양성분을 토대로 건강에 미치는 영향 등을 연결 짓는 등 다루는 영역이 넓은 만큼 다양한 주제의 결과물이 도출됐다.
Case 2 교과서에서 관심 주제 선정해 3분 발표하기
충남 호서고 박세근 교사’s Comment
<생활과 과학>이 다양한 분야를 다루기 때문에 진로와 연결해 보고서를 제출하고 3분 발표하기 및 평상시 수업 내용을 정리하거나 관련 영상과 독서 활동을 기록하는 포트폴리오 두 가지로 수행평가를 진행했다. 지필평가 60%, 두 가지의 수행평가를 각 20%씩 40% 반영했다.
주제를 정해 A4 두 장으로 내용을 정리하고, 3분 제한 시간 내에 발표의 완성도, 미리 준비한 보고서의 완성도 등을 평가했다. 수능 과목도 아니고 학업 부담이 큰 과목은 아니지만, 학생들에게 수시 면접 준비라 생각하고 열심히 하라고 독려했다. 또 교과서와 관련된 유튜브 영상이나 건축공학, 감염병과 관련해 읽을 만한 책을 추천해주고 소감문을 적는 포트폴리오 평가를 통해 생활 속 과학에 대한 흥미를 유도했다.
<생활과 과학>은 융합적인 성격이 강한 과목으로, 건축 관련 내용도 건축의 역사, 여러 나라의 건축 양식, 물리학적인 건축 구조 등 다양한 관점에서 다루고, 감염병 역시 감염병의 역사와 소작농의 몰락, 자본주의 등 사회적 분위기와 경제 구조 변화까지 소개하고 있어 통합적 사고를 하기 좋은 과목이다.
Mini interview _ <생활과 과학> 수행평가 해보니
“보건 계열과 관련한 관심을 보여주기 좋았어요”
장예령
충남 호서고 졸업
3분 발표 수행평가 때 어떤 내용을 발표했나?
교과서에서 관심 주제를 자유롭게 정해 3분 제한 시간 동안 자신이 준비한 내용을 발표하는 페임랩 형태로 진행됐다. 교과서에 페스트에 관해 소개된 것을 보고, 전염병의 역사와 전염병이 당시 사회에 미친 영향을 소개했다. 보통 의학적으로만 생각하기 쉽지만, 17~18세기에 유행했던 전염병이 사회 구조를 변화시키고 자본주의를 앞당기는 등 사회 변화에 큰 영향을 줬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고 유익했다. 특히 각자 관심 주제를 발표하는 수행평가라 그런지 같은 주제를 발표한 친구들이 없다는 점도 신기했다.
<생활과 과학>이 진로에 도움이 됐다고 생각하나?
인문 계열 과목 중심으로 수업을 들었는데 수시 때 간호학과와 물리치료학과 등 보건 계열로만 지원했다. <생활과 과학> 건강한 생활 단원에서 질병, 의약품, 위생, 예방 접종, 진단, 치료 등과 관련된 과학 원리, 과학과 인류 건강과의 관계 등을 다양하게 다루기 때문에 수업을 통해 관심도를 드러낼 수 있었다. 관련 영상이나 책을 보고 소감문을 작성했던 경험도 도움이 됐던 것 같다. <생활과 과학> 수업을 통해 자연 계열 학생보다는 부족하지만 보건 계열에 관한 관심과 이해도를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수행평가나 수업을 하며 느낀 점은?
무엇보다 생활 속 과학을 다뤄서 좋았다. 예를 들어 수업 시간에 강아지와 고양이에 서식하는 기생충이 톡소플라스마증을 유발할 수 있고, 임산부나 신생아가 감염되면 신경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내용을 배웠다. 보통 임신을 하거나 아기가 태어나면 키우던 강아지나 고양이를 입양 보내거나 친척 집에 보내는 이유를 수업을 통해 알게 된 셈이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과학에 대한 편견을 깨준 시간이기도 했다.
Case 3 다빈치 다리 제작, 과자 영양성분 분석 등 과학 즐기기
경기 저현고 고민성 교사’s Comment
<생활과 과학> 평가 기준을 처음 설정할 때 과자봉지에 쓰여 있는 영양 정보를 토대로 칼로리 계산하기, 올바른 생활습관 가지는 방법 서술하기, 다빈치 다리 만들기, 비누와 폼 클렌징 차이 설명하기 등 다섯 가지 수행평가를 구상했는데 당시 코로나19 상황으로 두 가지만 진행할 수 있었다.
수행평가와 지필평가의 비율은 6:4였다. 다리의 종류와 모양에 따른 장단점을 배우고 수행평가로 아이스크림 막대를 이용해 아치형의 다리를 만들었다. 제한 시간 안에 만들었는지, 나무 막대를 넣었던 통을 아치형 다리에 올려놓아 구조가 안정적인지를 평가했다. 물체를 올려놓았을 때 무너질까봐 긴장하고 탄성을 지르던 아이들의 모습도 떠오른다.
다른 수행평가는 과자를 하나씩 나눠주고 과자봉지에 쓰여 있는 영양성분을 분석한 뒤 과자의 영양 성분이 건강에 도움이 되는지 서술하도록 했다. 3학년 수업이라 학업에 대한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 수행평가를 진행하면서 과학을 친숙하게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거창한 과학이 아니라 생활 곳곳에서 과학의 활용을 느낄 수 있도록 수업과 평가를 진행했다.
Mini interview _ <생활과 과학> 수행평가 해보니
“나무 막대 쌓기로 터널의 아치 구조 이해했죠”
최지안
경기 저현고 졸업
<생활과 과학> 때 수행평가를 하며 느낀 점은?
수행평가 때 다빈치 다리를 만들었다. 아이스크림 바 같은 나무 막대를 서로 포개 아치형 다리를 만드는 것인데 간단한 재료로 일정 이상의 무게를 지탱하는 다리를 만들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나무 막대를 서로 포개면 아치 구조에 하중이 실리면서 중력 방향으로 가해진 힘과 다리의 무게가 분산되는 원리로, 고속도로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아치형의 터널 구조를 이해할 수 있었다. 선생님께서 다리가 튼튼한지 확인하기 위해 일정 이상의 무게가 나가는 물건을 올려놓았는데 무너질 때마다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수업을 들으며 느낀 점은?
다른 수행평가는 과자봉지 뒷면의 영양 정보를 토대로 영양소 기준치를 구한 뒤 과자 한 봉지를 먹었을 때 1일 대사량의 몇 %를 섭취하는지 계산하고, 해당 과자를 섭취하는 것이 건강에 도움이 되는지 자신의 생각을 적는 형태였다. 종류가 다른 두 식빵의 영양성분표를 토대로 당뇨 환자가 섭취하면 더 좋을 식빵을 찾고 근거를 적는 문항도 있었다. 암기하거나 복잡한 식을 세우는 수업이 아니고, 수행평가도 직접 체험하는 내용이라 쉽고 재미있게 느껴졌다. 과자는 수업 후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수업 후에 다빈치 다리를 만들었던 나무 막대로 쉬는 시간마다 친구들과 협심해 기다란 아치 구조의 다리를 만들기도 했다. 고3 생활 중 기다려지는 시간이 될 만큼 기억에 많이 남는 수업이었다.
<생활과 과학> 선택을 고민하는 후배들에게 한마디.
과학에 대한 관심이 높진 않지만, 생활 속 과학 교양을 쌓고 싶다면 적극 추천한다. 일단 수업이 어렵지 않다. 무심코 지나쳤던 과학 원리를 <생활과 과학> 수업을 통해 재미있게 배울 수 있으니 꼭 들어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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