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으로 설계하는 대입과 진로
‘학생 선택 중심 교육과정’이라 불리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이 들어오면서 고등학교 수업은 과거와는 다른 모습이 됐습니다. 학교가 제시한 시간표대로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이 스스로 공부할 과목을 찾아 자신만의 시간표를 만드는 셈이죠. 특히 대학 수시 모집 학생부 종합 전형에서는 고교 교육과정의 변화에 따라 지원 전공에 필요한 과목을 충실히 배우는 것이 중요해졌다는 점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요즘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결정을 돕기 위한 ‘선택 과목’ 안내가 한창입니다. 고교에서 배울 수 있는 선택 과목은 예전과 달리 굉장히 다양해졌습니다. 1학년 때 모두 함께 배우는 ‘공통 과목’에 <통합사회> <통합과학> <과학탐구실험>이 새로 들어왔고, 선택 과목에 해당하는 ‘일반선택 과목’은 51개, ‘진로선택 과목’은 42개 등 총 93개에 달합니다. 특히 진로선택 과목은 같은 교과 안에서 <실용○○> <진로○○> 등 단어 하나로 이름이 달라지거나, <지식재산일반> <공학일반> <고전읽기> 등 기존 학교 수업에서 접하지 못한 과목도 적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선택 과목 결정을 너무 막막하게 느낄 필요는 없습니다. 선택 과목은 쉽게 말해 자신의 진로를 구체화해나가는 과정의 하나니까요. 자신의 흥미나 진로를 고민해보고, 그와 연결해 배워야 하거나 배우고 싶은 과목을 찾으면 됩니다. 자, 이제 선택 과목 결정을 위한 기본적인 체크포인트부터 짚어볼까요?
취재 정애선 기자 asjung@naeil.com·정나래 기자 lena@naeil.com·박민아 리포터 minapark@naeil.com
도움말 김용진 교사(서울 동국대사범대학부설여자고등학교)·박진근 교사(충남 논산대건고등학교)·정유훈 교사(제주 대정고등학교)
오창민 장학사(충북도교육청)
참고 <2015 개정 교육과정 선택 안내서> <학생 진로·진학과 연계한 과목 선택 가이드북> <고등학교 진로선택 과목의 대입 전형 활용 방안 연구>
아직 진로 못 정했다면, 관심·흥미 분야로 접근해도 OK!
선택 과목을 수월하게 고를 수 있는 첫 번째 조건은 ‘꿈’이다. 하지만 대학에서 배우고 싶은 전공이나 진로를 아직 정하지 못했다며 걱정하는 학생들이 많다. 이때 ‘꿈’이 특정 직업이나 전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생각해보자.
충남 논산대건고 박진근 교사는 “학생들은 꿈을 특정한 직업 혹은 전공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꿈은 본인이 이루고 싶은 목표다. 목표에 다다를 수 있는 대학 전공, 고교 과목을 찾는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외교관이나 정치외교학은 하나의 직업·전공으로, 학생들은 이를 통해 하고 싶은 일을 생각해봐야 한다. 외국과의 무역 분쟁 해결에 이바지하고 싶다거나, 위안부나 강제 노역자 등 전쟁 피해자를 찾아 배상과 재발 방치 조치를 이끌어내거나, 무단 반출된 문화재나 산업 기술을 회수하겠다는 등의 꿈이나 목표를 그려보라는 것. 그에 따라 전공도 정치외교학만이 아니라 경제학이나 무역학 역사학 문화재학 사회학 등 다양하게 골라볼 수 있고, 같은 맥락으로 고등학교에서 언어 관련 교과와 <경제> <경제수학> <세계사> <동아시아사> <사회문제탐구> <미술감상과 비평> <지식재산일반> 등을 선택할 수 있다.
꿈이나 목표가 거창하고 무겁게 여겨진다면, 지금까지 수업에서 좀 더 공부하고 싶거나 확장해보고 싶은 내용을 중심으로 생각해봐도 좋다. 실제 과목 선택은 진로 탐색을 전제로 하지만 관심·흥미 분야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선택도 권장한다. 올해 서강대 서울시립대 이화여대 중앙대 한양대의 학생부 종합 전형 서류 평가 요소에 ‘전공 적합성’이라는 표현이 없고, 일부는 학교생활 중 학업과 교내외 다양한 활동에서 보인 융합이나 통합 역량을 살펴보겠다고 밝힌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선택 과목을 좀 더 넓게 보고 유연한 사고로 판단하라는 얘기다
CHECK 01 선택 과목 잘 모른다면?
과목 체계와 과목별 특성부터 살펴보자
선택 과목을 잘 찾으려면, 과목의 특성부터 알아야 한다. 현재 고등학생은 1학년 때 공통 과목을, 2학년부터는 일반선택 과목과 진로선택 과목을 배운다. 일반선택은 고등학교에서 필요한 각 교과의 학문적 바탕을 쌓는 과목, 진로선택은 적성을 발휘하거나 학문·진로의 깊이를 더할 수 있는 과목이다. 전문 교과는 특목고에서 고교-대학 과정의 중간 난도의 심화 과목인 Ⅰ, 특성화고에서 취업·실무 능력을 키워주기 위한 Ⅱ로 구분된다(표 2).
개별 과목의 특징, 같은 교과군 내 과목의 차이도 살펴야 한다. 과목 이름으로 미루어 짐작했다가 예상과 다른 수업을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국어 일반선택 과목 <언어와 매체>는 1학년 때 배운 <국어>의 문법 영역과 다양한 매체의 종류·특성을 배우고, 활용까지 공부할 수 있다. 진로선택 과목 중 <고전읽기>는 동서양의 인문 과학 예술 등 다양한 영역에서 오랫동안 다뤄져온 서적을 읽고 토론·논술 등의 활동을 하는 과목이고, <실용국어>는 취업이 목표인 학생들이 실무에서 의사소통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과목이다.
수학은 ‘위계’ 따른 선이수 과목 확인
또 수학은 과목 간 위계를 꼼꼼히 봐야 한다(표 3). <미적분>은 같은 일반선택 과목에 속하는 <수학> <수학Ⅰ·Ⅱ>를 모두 공부한 후 배울 수 있다. 이와 달리 진로선택 과목인 <기하> <수학과제탐구>는 일반선택 과목인 <확률과 통계>와 같이 1학년 공통 과목인 <수학>만 배우고 바로 학습해도 괜찮다. 영어는 위계가 뚜렷한 과목은 아니지만, 과목별 어휘 수가 1천500자(영어회화)부터 3천 자(영미문학읽기)까지 차이가 커 이를 통해 난도를 짐작할 수 있다.
박 교사는 “선택 과목과 관련해 일선 학교에서 안내서나 박람회 등의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관련한 상담도 많이 진행한다. 이를 적극 활용하길 바란다. 교육청의 선택과목 가이드북이나 대학에서 배포하는 전공별 안내 자료를 참고해도 좋다”고 말한다.
CHECK 02 진로·전공 결정 못했다면?
관심 분야를 계열로 넓게 접근
특정 전공이나 진로 탐색을 마쳤다면 필요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면 된다. 이와 달리 전공과 진로에 대한 확신은 없지만 관심 분야는 있는 학생이라면, 계열로 접근해볼 수 있다. 인문·사회, 자연·공학, 보건·의학, 예술·체육 등으로 넓게 구분해 흥미가 가거나 적성에 맞는 계열에서 공통적으로 요구하는 과목을 확인하면 된다.
대체로 인문·사회 계열은 <생활과 윤리> <세계사> <고전읽기> <사회문제탐구> <영어권문화> <경제수학> 등을 선택하길 권장한다. 자연·공학 계열은 <기하> <미적분> <확률과 통계> <수학과제탐구>와 과학 Ⅰ과목을 추천하되, 공학 계열은 학과와 맞는 과학 Ⅱ과목도 이수해야 한다. 보건·의학 계열은 <확률과 통계> <생활과 윤리> <윤리와 사상> <화학Ⅱ> <생명과학Ⅱ> 등의 선택을 추천한다.
제주 대정고 정유훈 교사는 “일반고에서도 예술·체육 전공 희망자가 20% 이내로 꽤 많은 편인데, 이전에는 학교에서 이들 학생이 진로와 관련된 수업을 듣기 어려웠다. 새 교육과정에서는 <스포츠생활> <미술창작> <체육탐구> <미술감상과 비평> 등 이론·실기 과목이 다채로워져 학교에서 공부할 기회가 생겼다. 예술·체육 계열에 흥미가 있다면 눈여겨볼 지점”이라고 설명한다.
관심 계열을 모르겠다면, 수학을 중심으로 선택하는 방법이 있다. 수학 과목 중 어디까지 공부할 수 있을지를 정해 다른 교과를 붙여나가는 식이다. 논리력이나 사고력과 관련이 깊어 다른 교과 학습에도 도움이 되고, 같은 이유로 대학에서도 지원 전공이 무엇이든 수학 역량을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
혹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로 마인드맵을 그리며 연관 과목을 추려볼 수도 있다. 박 교사는 “축구가 좋다면 축구를 중심에 두고 스포츠 에이전트, 마케터, 경기분석가, 관련 제품 개발·생산자, 전문 기자, 재활치료사, 관련 사업 창업 등 알려진 직업을 써보고, 그 중 자신이 하고 싶거나 흥미가 가는 분야를 찾아보라. 그에 맞는 전공이나 계열에서 추천하는 과목을 매칭해보면 틀을 잡을 수 있다. 자신의 ‘취향’만 제대로 파악하고 있어도 과목 선택 방향을 세울 수 있는 셈”이라고 조언한다.
CHECK 03 계열에 따른 특징은?
자연·공학 계열, <미적분> <기하> 꼭 들어야
2015 개정 교육과정의 대입 평가와 관련해 학교 현장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질문 중 하나는 전공별로 이수해야 할 진로선택 과목이 무엇인지다. 대학 역시 전공 중심으로 지나치게 좁게 보기보다는 계열 중심으로 넓게 바라보기를 권한다. 이때 계열에 따른 특징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
박 교사는 “대학에서 선택 과목을 바라보는 시각은 모집 단위에 따라 차이가 크다. 대학 공부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공학 계열 모집 단위는 전기공학·기계공학 등 어떤 전공도 고등학교에서 <미적분> <기하> <물리학>을 배우지 않으면 수업을 따라가기 어렵다. 반면 인문·사회 계열은 특정 과목이 전공 학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편은 아니다. 이런 상황이 평가에 반영된다”고 설명한다.
실제 상당수 대학이 공학 계열은 <기하> <미적분> <물리학> 과목 이수 여부를 중시하는 반면, 인문 계열은 관심 분야를 드러내고 학업 역량을 간접 확인하는 지표로 쓰거나 과목을 배우게 한 문제의식과 탐구 태도를 집중적으로 평가한다. 결국 계열이나 모집 단위를 기준으로 우선순위를 정할 필요가 있다.
서울 동대부여고 김용진 교사는 “3학년과 수시 상담을 해보면 공학 계열로 진학하고 싶다면서 <물리Ⅰ> <화학Ⅰ>을 하나도 공부하지 않은 학생이 꽤 있었다. 두 과목은 일반선택 과목이자 수능 범위에 속해 대부분의 학교에서 개설한다. 학생이 선택하지 않은 경우인데, 평균 성적이 아무리 뛰어나도 주요 대학의 공대에 종합 전형으로 원서를 내기 어렵다”고 당부한다.
나만의 특성 드러낼 과목 더해볼까
나만의 특성을 드러낼 과목을 더해볼 수도 있다. 특히 인문·사회 계열 지망 학생들은 2015 개정 교육과정의 또 다른 특징인 ‘문·이과 통합 교육과정’을 적극 활용하길 권한다. 종전의 문·이과 칸막이를 없애면서 수학·과학을 더 배우고 싶은 인문·사회 계열 희망 학생, 사회 교과에 흥미가 있는 자연 계열 희망 학생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줬기 때문이다.
충북도교육청 오창민 장학사는 “어문 계열 전공에서 어학 쪽에 관심이 있다면 과학 수업을 들어보는 식이다. 음성학 공부에 물리적 지식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인문 계열 성향 학생들은 수학·과학 성적이 자연 계열 성향 학생과 통합 산출돼 부담을 느끼는데, 이는 전국 공통의 상황이다. 객관적인 수치는 하락할 수 있지만, 대입은 같은 성향의 학생끼리 경쟁하는 만큼 큰 장애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희망 분야에 수학이나 과학 과목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과감하게 도전해보라. 대입은 물론 진로 설계 면에서도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조언한다.
수학·과학 역량이 있으면 도움이 되는 인문·사회 계열 전공으로는 문화재보존학·심리학·지리학 등이 대표적이다(표 4). 통계학처럼 계열 구분이 명확하지 않은 학과나 최근 대학이 신설하는 융합 학과에 관심이 있는 학생도 비슷한 맥락에서 접근할 수 있다. 단, 자신의 학업 역량이나 다른 과목과의 학습 균형을 고려해 선택해야 한다.
학교에 필요한 과목이 개설돼 있지 않다면 거점학교나 교육청 단위로 제공하는 공동 교육과정에서 해당 과목을 배울 수 있다. 특히 <기하> <물리학> 등 수강생이 적고 난도가 높은 과목이나 <정보> <심리학> <교육학> 등 진로와 관련 높은 교양 영역 과목이 많으니 참고하자.
Mini Interview 열린 진로 속 ‘나’를 찾아간 시간!
선택 과목을 결정해야 하는 시기, 아직 진로가 명확하지 않거나 이후 진로가 바뀔 경우 대입에서 불리해지지 않을까 걱정된다면? 여기 대학생 선배 세 명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고등학생 시기는 언제든 꿈이 바뀔 수 있습니다. 대학 역시 복수 전공, 융합 전공, 계열 모집 등 전공 간 장벽을 낮추는 다양한 변화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진로가 매번 바뀌었지만, 충실한 학교생활과 다양한 경험을 쌓으며 원하는 학과에 진학한 선배들의 이야기가 여러분에게 힘이 돼줄 거예요.
CASE 1 진로 희망, 동아리 매번 바뀌어도 합격!
이승주
서울대 에너지자원공학과 1학년
대전 대성고 졸업
Q 에너지자원공학, 기계공학, 건축공학, 공학 계열 등 다양한 학과에 지원했다. 그 이유는?
관심 분야가 다양했다. 딱 하나의 진로로 한정하기 어려웠기에 진로 희망을 쓸 때도 항상 고민스러웠다. 1학년과 2학년 때는 의공학 연구원이라고 적었다. 의공학은 기계, 전자, 화학, 생명과학 등 다양한 요소를 융합한 전공이어서 한 분야로 진로를 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가장 포괄적인 진로 희망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 의료기기에 호기심을 갖고 탐구하며 자연스럽게 생긴 관심 분야이기도 했다. 3학년 때는 선생님의 권유로 공학자라고 적었다. 꿈이 명확하지 않으니 어디든 지원할 수 있게 ‘공학자’로 쓰자고 하셨다. (웃음) 독서, 자율, 진로, 동아리 활동도 하나의 전공으로 나아갔다기보다는 다양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오히려 학생부에 더 폭넓은 활동과 탐구가 담길 수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학과에 지원할 수 있었다.
Q 동아리 활동도 다양하게 했다고 들었다. 소개해준다면?
그때그때 관심사에 따라 가입한 동아리가 매년 달랐다. 1학년 때는 ‘꿈틀과학’이라는, 과학 연구소, 박물관, 전시회 등을 다양하게 둘러보는 동아리에서 활동했다. 2학년 때는 화학 실험을 국립중앙과학관 등에서 할 수 있는 ‘아톰’이라는 동아리에 가입했고, 수업 시간에 배운 물리 이론을 직접 실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물리학 개론’이라는 자율동아리를 만들었다. 3학년 때는 ‘물리와 공학’이라는 정규 동아리에서 조원들과 관심 분야를 발표하고 공유하는 기회를 가졌다. 또 2학년 <확률과 통계> 수업에서 엑셀 함수를 이용한 통계 실험을 했는데, 나중에 수학적 결함을 발견해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자율동아리를 만들었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하려는 친구와 함께 컴퓨터언어 R, 시뮬레이션 등을 활용해 조금 더 신뢰성 높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었고, 이를 통해 직접 실험을 설계하고 분석하며 오류를 고쳐나갔다.
Q 목표 학과가 정해지지 않아 불안했을 것 같다. 비슷한 상황의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1, 2학년 때 진로 희망을 하나로 고정해 전공 관련 활동을 하는 친구들을 보면 부러움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돌아보면 열린 진로는 나중에 원서를 쓸 때 경쟁력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폭넓게 탐구 활동을 하다가 나중에 원하는 하나의 전공으로 좁히기는 수월하지만 반대의 상황은 힘들기 때문이다. 사실상 고등학생 때 진로를 하나로 좁히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한다. 또, 진로를 하나로 좁히지 못했다고 해서 종합 전형에서 요구하는 인재상을 갖추지 못할 이유도 없다. 진로 희망이 없다고 해서 무작정 손을 놓고 있기보다는 일단 다양한 분야에 대한 관심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CASE 2 다양한 활동, 갑작스러운 진로 변경에도 도움 돼
김성호
서강대 경영학부 1학년
서울 동북고 졸업
Q 진로가 학년마다 바뀌었다고 들었다. 진로 희망과 바뀐 계기가 궁금하다.
1학년 때는 막연히 글을 쓰는 것이 재미있었고 영상을 만드는 것을 좋아했다. 그래서 그 분야의 대표적인 직업인 기자와 드라마 PD를 진로 희망으로 썼다. 2학년이 되자 유튜브에 관심이 생겼다. 주변에 유튜브를 비롯한 넷플릭스, 왓챠 같은 새로운 플랫폼을 이용하는 친구들이 많아졌다. 영상을 만들고 기획하는 것을 좋아한다면 방송국 PD뿐만 아니라 다양한 길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미디어 콘텐츠 제작자’라는 꿈을 꾸게 됐다. 3학년 진학할 때만 해도 미디어학과나 언론홍보영상학부 등에 진학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런데 외국에는 유튜브나 넷플릭스 같은 공룡 기업들이 존재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경쟁력을 갖춘 플랫폼 기업이 없는데 내가 이들 기업에 대항할 만한 미디어 플랫폼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고 경영학과에 진학해야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Q 나를 합격으로 이끌었다고 생각되는 활동을 소개해준다면?
아이러니한 것은 미디어 관련 학과에 진학을 원했지만 1학년 때부터 활동한 ‘동북경제자율동아리’가 뒤늦게 바뀐 진로에 도움이 됐다는 거다. 부장으로 활동하기도 해서 20여 명의 부원들을 통솔하는 과정에서 갈등관리와 리더십을 배운 부분을 자기소개서에 썼다. 또 전통시장의 점포를 일일이 돌면서 상인 분과 인터뷰를 하고 판매 품목, 인기 메뉴 등을 조사해 온라인 지도를 만든 커뮤니티 매핑을 통해 전통시장 침체 상황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한 경험도 담았다.
Q 서강대는 경험의 다양성이라는 평가 요소가 있다. 이를 보여준 활동이 있다면?
3년 동안 쭉 교지편집부에서 활동했다. 보수적이고 밋밋한 교지의 틀을 깨부수고 재미있는 교지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당시 유행하던 웹드라마, 예능 등의 콘셉트를 모방해 수학여행 에피소드 톱 5를 ‘김성호의 짤방공작소’라는 제목으로 소개하고, ‘제주? 트리바고!’를 통해 조별로 다른 숙소를 비교해보는 후기를 작성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 UCC 대회에 참가해 수학 교과에서 배운 ‘이항분포’를 세종대왕의 한글 반포와 당시 지배층의 반발이라는 역사적 사실과 엮어서 3분짜리 애니메이션을 제작해보기도 했다. 이런 활동들을 통해 서강대의 평가 요소인 성장 가능성 안의 경험의 다양성, 창의적 문제 해결력 등을 보여줄 수 있었다.
Q 일반적으로 종합 전형은 전공 적합성의 비중이 높아 진로가 정해지지 않았거나 갑자기 바뀌면 포기하기도 한다.
이런 고민을 하는 후배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내 주위에도 이런 친구들이 굉장히 많았다. 1학년 때 꿈은 이거였는데 3학년 때 갑자기 다른 것으로 바뀌어서 종합 전형을 포기해야 하는 거냐며 슬퍼했다. 학생부 종합 전형에는 학업 능력, 인성, 전공 적합성 등 다양한 평가 항목이 존재하고 그중 전공 적합성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전공과 관련된 활동이나 탐구 내용이 있으면 물론 좋다. 그러나 고등학교 시절은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통해 자신이 누구인지, 관심 있는 것은 무엇인지 서서히 알아가는 단계라고 생각한다. 이런 상황을 입학사정관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진로가 바뀌었다면 바뀐 이유에 대해 지원 서류를 통해 설명하고 남은 시간 동안 열심히 탐구하길 바란다. 또 저학년 때부터 전공 관련 특정 활동에만 매달리지 말고 관심 있는 다양한 분야의 활동에 적극적으로 임하면 좋겠다.
CASE 3 종횡무진 학교생활이 나의 합격 비법!
신재원
성균관대 자연과학 계열 1학년
충남 공주사대부고 졸업
Q 학과 모집이 아닌 계열 모집에 지원한 이유는?
전공 선택은 대학에서의 4년뿐 아니라 사회에 나가서 종사하게 될 분야를 결정하는 일이다. 그런데 고등학교 때까지의 경험만으로 선택하는 것에 불안감을 느꼈다. 대학에 와서 좀 더 깊이 공부하면서 꿈이 바뀔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래서 1년 동안 다양한 분야를 배워보고 전공을 선택할 수 있는 무학과 제도나 계열 모집이 매력적으로 다가와 지원하게 됐다. 실제로도 대학 지원 당시에는 화장품 연구원이라는 희망 진로와 가장 가깝다고 생각해 융합생명공학을 염두에 뒀었는데 지금은 화학 쪽에 더 관심이 가 어느 전공을 택해야 할지 고민 중이다.
Q 성균관대는 전공 적합성과 활동 다양성을 동일 비중으로 평가한다. 이런 평가 요소를 보여준 활동이 있다면?
고1 <통합과학> 시간에 처음으로 <미세플라스틱의 원인과 해결 방안>이라는 주제로 과학 보고서를 쓰게 됐다. 선생님께서 공통으로 제시해주신 주제였지만 보고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미세플라스틱이 피부 각질제거제에 사용된다는 것을 알고 천연화장품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이후 <생명과학Ⅱ>에서 배운 리포솜이 화장품의 유효 성분 변질을 방지하고 효율적으로 피부에 전달하는 시스템으로 활용된다는 것을 알고 자유 주제로 발표했다. 이처럼 관심 분야의 탐구를 심화하고 확장해나가는 모습이 학생부에 잘 나타나 전공 적합성 측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
또 1학년 때 사회 쟁점 토론대회에서 수상한 경험이 이후 여러 토론을 준비하는 데 밑거름이 됐다. 토론 활동이 있을 때마다 주저 없이 참여했고 3년 내내 사회 분야 혹은 과학 분야에서의 토론 활동이 모두 기재돼 학생부가 좀 더 풍성해질 수 있었다.
Q 합격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코스메슈티컬(화장품과 의약품의 합성어)에 관심이 많고 그쪽 진로를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전달하면서도, 동시에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하게 학교 활동을 한 것이 아닐까.
전공 관련 활동만 열심히 한 게 아니라 밴드부, 합창부, 학교 행사 진행 등의 내가 좋아하는 일들을 망설이지 않고 했다. 학업에 방해되고 학생부에 별 도움이 안 된다는 소리를 듣긴 했지만, 오히려 이런 활동을 통해 성실성과 인성, 활동의 다양성 등을 드러낼 수 있었다.
Q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대학에 입학하고 나니 고등학교 때 한 다양한 경험들이 정말 도움이 된다고 느낀다. 고1 때 깊이 고민해 과학 보고서를 작성해본 경험 덕분에 실험 과목 보고서를 다른 친구들보다 비교적 수월하게 쓸 수 있고, 학교에서 참가했던 여러 토론 활동은 의사소통 분야의 필수 교양을 선택해야 할 때 망설임 없이 ‘스피치와 토론’을 신청할 수 있게 했다. 학교에서 배우는 교과목과 활동 중 우리에게 유익하지 않은 건 없다. 분명 어딘가에 쓰이고 또 생각지 못한 부분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도 있을 것이다. 입시에 매몰돼 전공 관련 활동에만 치우치지 말고 다양하게 활동하기를 바란다. 다양한 활동 역시 입시에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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