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공정 다루는 화학공학 이해하는 독서
취재 정나래 기자 lena@naeil.com
화학공학은 화학에서 연구한 물질을 상업화하는 과정을 배우는 학과로 볼 수 있다. 새로운 이론을 탐구하기보다 이미 존재하는 화학 이론을 바탕으로 기계화·자동화시켜 대량 생산할 인재 양성이 목표다. 화학 반응기나 공정 설계가 중요한 만큼 미적분을 기본으로 한 수학적 지식과 에너지 관련 물리학 지식이 매우 중요하다. 때문에 교육과정은 화학 관련 지식보다는 수학과 물리 관련 역량을 높일 수 있도록 짜여 있다. 대부분의 산업 현장에서 화학이 공업적으로 쓰이는 만큼, 취업처도 다양하다. 대개 에너지, 석유, 조선, 중공업 분야로 진출한다.
ONE PICK! 전공 적합書
<수소 혁명>
지은이 제레미 리프킨
옮긴이 이진수
펴낸곳 민음사
“왜 수소에 대한 책을 가져왔을까요? 화학공학은 화학 물질을 다루는 것뿐만 아니라 에너지, 환경, 생명 등 다양한 분야와 연결될 수 있는 학문이기 때문이죠. 특히 최근 기후변화와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미래학자인 제레미 리프킨은 이미 20년 전인 2003년에 석유 시대의 종말과 세계 경제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수소와 산소로 이루어진 물은 언젠가 연료가 될 것’ ‘수소와 산소는 석탄에 비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하고 고갈되지 않는 에너지원이 될 것’이라고 말입니다. 책을 읽으며 근현대 인류 문명을 좌우해온 석유, 이 석유 시대의 종말과 새로운 에너지 체계의 부상을 짐작하며 미래 화학공학자들의 역할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길 바랍니다.”
_ 자문 교사단
ONE PICK! 책 속으로
더 많은 사람을 윤택하게 만들 ‘수소 경제’로 나아갈 방법은?
화학공학은 학생들이 오해하기 쉬운 전공 중 하나다. 대학에서는 물리학, 그중에서도 열역학을 중심으로 에너지와 플랜트, 공정에 대해 배운다. ‘공학’이 붙은 만큼 화학 이론을 기반으로 인류에게 필요한 물질을 상업적으로 대량 생산하는 데 목적을 둔 전공이라는 점부터 알아야 한다.
이 점을 알면, <수소 혁명>이 달리 읽힌다. 전기처럼 ‘만들어내야’ 하는 수소의 공급·활용을 고민하며 미래 화학공학자로서 나아갈 방향을 모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학자 제레미 리프킨은 20년 전에 쓴 이 책에서 에너지원에 초점을 맞춰 근대 화학공학의 발전이 인류를 어떻게 바꾸어놨는지부터, 수소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와 향후 활용 방향까지 쉽게 풀어나간다.
근대의 석탄에서 시작해 현대의 석유 혹은 천연가스까지, 화석 연료에 화학적 공정을 적용해 에너지를 대규모로 생산하면서 철도, 자동차 등 이동 수단 혁명이 일어났다. 화합물의 대량 생산도 가능해졌다. 특히 인공 비료의 대중화로 농산물 생산량이 획기적으로 증가했다. 그 결과 농촌의 잉여 인력은 대도시로 이동했고 노동자가 돼 현대 시장 경제의 주축이 됐다. 물론 발전의 이면도 있다.
지은이는 지구온난화, 자원 무기화, 석유의 정치화 등을 짚어주고, 그로 인한 세계 각국의 갈등과 경제 시스템의 붕괴 가능성을 예상한다. 이어 더 친환경적이고 평등한 에너지원을 찾아야 한다며 수소 중심의 새로운 에너지 체계를 내세운다.
화학공학자를 포함해 공학도를 꿈꾸는 이들은 물론, 경제·사회에 관심 있는 학생들도 읽어볼 만하다. 그리 어렵지 않고, 세계 경제·정치·환경적 이슈와 논쟁, 윤리적 문제까지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수소 경제가 현실화되고 있는 지금과 비교해 읽으면 더 흥미로울 것이다.
현재 세계 인구 가운데 1/3이 전력을 전혀 접하지 못하고 있다. <중략> 재생 가능 에너지와 기술을 사용하며 수소 에너지 체계로 전환하고 세계 전역의 지역사회를 한데 잇는 분산전원 에너지망까지 구축하는 것이야말로 수십억 인구가 빈곤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_ <수소 혁명> 305~306쪽
선배의 독서와 진로
흥미로운 과목, 독서로 깊이 더했죠
강민호
고려대 화공생명공학과 1학년
화공생명공학 전공을 결심한 계기는?
과목에 대한 흥미 때문입니다. 과학을 꾸준히 좋아했는데, 고2 때부터 세부 과목을 따로 배우면서 <화학> <생명과학>에 마음이 가더라고요. 문제를 풀 때 과정과 정답이 명확하고, 답을 찾기 위해 여러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는 점이 재미있었어요. 고등학생 때 진로가 명확하지 않아서 학과 선택에 고민이 많았는데요. 좋아하는 과목을 배우면서, 가능성이 열려 있는 학과를 찾으려고 했어요. 화학공학에 생명공학까지 합쳐진 학과라 선택했죠. 입학하고 보니 물리와 수학을 정말 많이 배워요. 공학의 기초 과목이고, 최근 모든 학문에서 인공지능이나 빅데이터가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어서 인 것 같아요. 미리 대학 교육과정을 훑어본다면 입학 후 적응이 한결 수월할 겁니다.
대입 준비 과정에서 독서 활동을 어떻게 했나요?
책을 좋아했다기보다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찾아봤어요. 특히 제 학업 역량이나 전공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려고 했어요. 고1~2 때는 배우는 내용을 좀 더 깊게 다루는 책을, 고3 때는 <일반 물리> <일반 화학> 등 희망 전공 분야의 전문성을 높여줄 책을 찾아봤습니다. 당연히 책의 전체 내용을 소화하기는 어려웠어요. 필요한 부분 혹은 정말 관심 있는 부분만 발췌독했죠. 후배들에게 무작정 어려운 책을 선택하진 말라고 조언하고 싶어요. 학생부 기록이나 대입을 의식한다면 더요. 수업 내용을 좀 더 넓게 혹은 깊게 파고들거나, 희망 전공이나 진로와 연결해보는 ‘맥락’이 없다면 무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물리 성적은 낮은데 <대학 물리>나 양자역학과 관련된 수준 높은 이론서를 읽었다는 기록이 있으면 오히려 대입에서 면접관에게 검증용 질문을 받고 헤매기 쉽죠. 본인이 소화할 수 있는 수준의 책부터 시작해 깊이를 더해갔으면 좋겠습니다.
선배의 강추 전공 적합書
<화학으로 이루어진 세상>
지은이 K. 메데페셀헤르만 외
옮긴이 권세훈
펴낸곳 에코리브르
화학이 좋아서 화학공학과 진학을 결심한 학생들도, 정작 화학이 실생활에서 어떻게 쓰이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책은 과학저널리스트와 실용화학자가 하루 중 일어나는 화학적 사건, 예를 들어 아침의 샤워와 병원 진료, 데이트 등 일상의 사건들을 시간별로 추적합니다. 그러면서 목욕용품과 주방용품, 화장품과 옷, 음식, 자동차, 약 등에 숨은 화학을 짚어줍니다. 읽다 보면 화학이 특정 산업이 아니라 현대 문명 전반에 역할을 하고 있으며, 사회 발전을 이끌고 있음을 알게 돼요. 또 약과 마약 같은 화학의 양면성도 이해하게 돼죠. 화학이 문제 풀이의 대상이 아닌 세상을 바꾸는 실용 학문이라는 ‘감’을 잡게 되는 셈이에요. ‘흥미를 전공으로 바꿔주는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는 책이라 강추해요.
<최신 에너지공학 개론>
지은이 하백현 외
펴낸곳 교문사
제목에 겁먹지 마세요. (웃음) 어렵지만 흥미롭습니다! 특히 ‘화학공학과’에 관심이 있다면 꼭 한 번 읽길 권해요. 대학에 와보니 화학이라는 학문보다 ‘공정’에 대해 배워요. 산업에서 공정은 여럿 있지만 전반적으로 ‘에너지’가 중요합니다. 에너지 자체의 이동·활용은 물론, 다양한 제품 공정에서도 에너지 손실을 줄이고, 효율을 높이는 게 비용이나 품질에 영향을 미쳐요. 이런 공정을 책에서 개괄적으로 설명해줘요. 화학공학과에서 무엇을 배우는지, 졸업 후 어떤 일을 하는지 미리 접할 수 있죠. 뿐만 아니라 지금 배우는 학문의 필요성도 깨닫게 해요. 예를 들어 <물리학>에서 배우는 열역학의 실제 쓰임을 알게 되고, 이는 공부에 대한 흥미로 이어질 수 있죠. 화학공학과에서 왜 물리를 열심히 배워야 하는지도 알게 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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