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시작부터 미래 기술까지 난도 있지만 과학 영역 넘나들고 싶다면
과학 교과 선택 과목 돋보기 | 융합과학
고1 때 공통 과목으로 배우는 <통합과학>은 실생활과 연관된 물리학,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을 단편적으로 다룬다면 <융합과학>은 우주의 시작부터 생명 진화, 미래 과학기술까지 과학의 흐름을 체계적으로 다루는 진로선택 과목이다. 과학의 흐름을 체계적인 스토리로 접할 수 있는 과학 교양서라는 평가를 받는 <융합과학>의 수업 현장을 살펴봤다.
취재 민경순 리포터 hellela@naeil.com
도움말 김종철 교사(서울 한영고등학교)·박영철 교사(충남 한일고등학교) 윤태영 교사(서울 숭문고등학교)·조윤주 교사(서울 방산고등학교)
우주의 시작부터 과학의 흐름을 배우는 교양서
고3에 주로 개설되는 <융합과학>은 ‘우주의 기원과 진화’ ‘태양계와 지구’ ‘생명의 진화’ ‘정보통신과 신소재’ ‘인류의 건강과 과학기술’ ‘에너지와 환경’ 등 6단원으로 구성돼 있다. 단원에 따라 과학 Ⅰ 또는 Ⅱ 내용을 담아 난도가 있는 편이다. 하지만 빅뱅 이론을 시작으로 우주가 만들어지고 별이 진화해 태양계가 형성되는 과정, 원시 지구에서 최초의 생명체가 탄생하고 진화한 과정 등의 내용이 연결돼 배우는 재미가 쏠쏠한 과목이기도 하다.
충남 한일고 박영철 교사는 “스토리텔링에 최적화된 과목이다. 2009 개정 교육과정 때 1학년이 <융합과학>을 배웠는데 내용이 어렵다는 평가가 많았다. 따라서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실생활과 연계된 <통합과학>을 편성하면서 <융합과학>이 고2~3 때 배우는 진로선택 과목으로 바뀌었다. Ⅱ과목은 한 영역만 깊게 배운다면 <융합과학>은 어느 정도 깊이가 있으면서 여러 영역을 함께 배우기에 융합적 사고를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융합과학>의 난도는 과학Ⅰ과 Ⅱ의 중간이거나 단원에 따라서는 Ⅱ과목 내용을 담고 있어 다양한 영역을 배운다.
서울 숭문고 윤태영 교사는 “<융합과학>을 처음 개설했을 때 Ⅱ과목보다 덜 부담스럽다고 생각해 <융합과학>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 수업을 해보니 생명 관련 단원은 <생명과학Ⅱ>와 상당 부분 겹친다. 인문 계열 진로를 희망하는 학생들이 <융합과학>을 선택한다면 많이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다양한 과학 영역, 자연 계열 전반과 관련 있어
서울 한영고 김종철 교사는 “지난해 수강 학생 중 인문 계열 진학을 고려하는 학생과 자연 계열 진학을 고려하는 학생이 절반 정도였다. 간호학과 진학을 생각하거나 과학은 좋아하는데 수학이 부담스러워 인문 계열 진학을 생각하는 학생들이 선택했다. 따라서 어려운 내용을 가르치기보다는 학생들이 관심 있어하는 주제를 중심으로 수업하거나 관심 단원과 관련된 주제를 발표하는 등의 활동을 통해 과학에 대한 흥미를 끌어올리는 데 주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유전물질이 DNA라는 사실을 밝힌 중요한 실험이었던 그리피스 실험이나 에이버리 실험을 배웠다면, ‘그리피스와 에이버리 실험을 통해 DNA가 유전물질임을 증명하라’는 수행평가를 통해 학생들의 논리적 사고력을 확장해나갔다.
서울 방산고 조윤주 교사는 “<융합과학>은 다양한 영역의 과학 지문이나 지식을 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수능 국어의 과학 관련 비문학 지문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박 교사는 “<융합과학> 수업을 하면서 간단하게 명령어만 입력하면 조립할 수 있는 아두이노 드론을 이용해 아두이노를 익히고 드론과 의학, 드론과 건축, 드론과 법률 등 학생들의 관심 분야로 연결하거나, 미래 기술을 이용해 에너지 효율에 대한 가상 시나리오를 작성하는 등 다양한 분야를 접목했다. 학생들이 관심 있는 단원은 직접 수업을 진행하게 해 진로와의 연계성을 높였다”고 전했다.
참고로 <융합과학> 중 우주와 태양계 단원은 천체·지구과학 분야에, 생명이나 건강 단원은 의료·보건 계열이나 생명공학 분야에, 정보통신과 신소재는 신소재공학·정보통신·소프트웨어 분야에, 그리고 에너지와 환경은 신재생 에너지나 에너지자원공학 분야와 관련이 있다. 이처럼 <융합과학>은 진로와 연결고리가 많은 과목이다.
과목 특징 한 눈에 정리
✚ 핵심 영역 및 개념
우주의 기원과 진화, 태양계와 지구, 생명의 진화, 정보 통신과 신소재(정보의 저장과 활용, 반도체와 신소재, 광물 자원),
인류의 건강과 과학기술(식량 자원, 첨단과학과 질병 치료), 에너지와 환경
✚ 관련 학과
대기과학과 반도체학과 소프트웨어공학과 신소재공학과 신재생에너지과 우주과학과 에너지자원공학과
정보통신공학과 지질지구물리학부 천문학과 등
✚ 관련 직업
과학교사 대기과학자 소프트웨어공학자 에너지공학자 우주과학자 정보통신공학자 지구물리학자 천문학자 등
MINI INTERVIEW
“<통합과학>보다 깊이 있게 과학 소양 키울 수 있어”
박영철 교사 충남 한일고
Q.<융합과학> 과목의 특성을 소개한다면?
과학의 전반적인 내용을 다룬다. 재밌는 점은 과학사처럼 우주의 탄생부터 지구의 형성, 생명체의 등장과 문명 기술, 그리고 환경에 대한 영향과 대책 등 시간 순으로 스토리를 통해 과학사를 배운다. 결국 우리의 시작부터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해 과학적 접근을 하는 과목이라고 생각한다.
Q. 수행평가 주제나 수업 활동을 설명한다면?
많은 분야를 심도 있게 배우지만, 수행평가 주제가 틀에 박힐 필요가 없는 과목이다. 첨단기술 부분에서는 코딩을 로봇이나 드론에 접목해 평가하거나 첨단의료기기의 원리 및 보완점을 살펴보기도 하고, 본인의 진로와 연결해 과학을 어떻게 발전시키고 싶은지 발표하는 시간도 갖는다. 과목 특성상 여러 분야에 걸쳐 자유주제 탐구를 진행하기 좋다. 간혹 학생들의 탐구가 심도 있게 진행되다 보니 교사로서 이해하기 어려운 분야를 접할 때도 있어 당혹스러울 때도 있다.
Q. 어떤 학생이 선택하면 좋을까?
물리학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 등 모든 과학 영역을 스토리 형식으로 다뤄 배경지식을 쌓기좋은 과목이다. 자신의 진로와 연결된 부분에 대해 좀 더 심도 있게 접근하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자연 계열뿐 아니라 인문 계열 학생들도 과학적 소양을 키우기에 적합한 과목이다. 1학년 때 배운 <통합과학>이 기초적 과학 과목이라면 <융합과학>은 좀 더 깊이 있는 과목이라 생각하면 좋다. 이제는 계열에 구분 없이 과학에 대한 관심과 소양은 필요하다. 따라서 모든 진로에서 어필할 수 있는 과목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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