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디자이너에서 사학과, 글로벌리더학부로! 도전의 연속, 자유로운 교육과정 십분 활용했죠
조율리 | 성균관대 글로벌리더학부, 청심국제고 졸업
중3 때까지 미래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미술을 좋아하니 패션디자이너가 돼도 좋겠다는 생각에서 패션디자이너를 꿈꿨다. 학교에서 역사, 세계사를 배우며 이렇게 재미있는 과목이 있나 싶을 정도로 매료됐다. 재밌으니 성적은 저절로 따라왔고, 더 깊이 있는 공부로 연결됐다. 성균관대 글로벌리더학부 1학년 조율리씨의 얘기다. 특정 분야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하자 학업에 대한 열정이 어느 때보다 커졌다. 빡빡하고 치열한 국제고 생활이었지만 자유롭게 배우고 싶은 교육과정을 선택할 수 있었던 덕분에 진로를 꿈꿀 수 있었다는 율리씨. 학생회 활동을 비롯해 하고 싶은 일은 정말 열심히 찾아 했다는 율리씨의 고교 3년의 생활을 들여다봤다.
취재 민경순 리포터 hellela@naeil.com
사진 이의종
패션디자인이 좋아 미국 대학 진학을 꿈꾸다
중1 때 부모님의 직장 때문에 1년간 카타르에서 살았다. 그곳에서 우연히 미술, 패션디자인 수업을 접하며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급상승했다. 평소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는데 미술 수업을 들으며 미술이나 디자인 관련 일을 하며 살아도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율리씨의 미술에 대한 관심은 패션디자이너, 학예사, 큐레이터로 이어진 학생부 진로 희망 사항에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미술 하면 학원, 포트폴리오가 떠올랐기에 미술 유학을 위해 국제고를 선택했다는 율리씨의 얘기가 생소하게 들렸다.
“대기업에서 패션디자이너로 근무하려면 유학을 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국제고는 유학을 준비할 수 있는 국제반이 있고, 기숙사 생활을 한다는 게 좋아 지원했지요. 국제반은 국내반과 달리 수능이나 한국 대학 입시에 얽매이지 않고 유학에 필요한 AP 과목을 중심으로, 공부하고 싶은 과목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 좋더라고요.”
기숙사 생활을 했기에 율리씨는 학기중과 방학 때로 구분해 디자인 공부 계획을 세웠다. 방학 중에는 미술 학원에서 하루에 8시간씩 집중 수업을 받았지만, 기숙사 생활을 하는 학기 중에는 학교의 다양한 행사나 활동에 참가해 디자인에 관한 관심을 드러내고, 학문적으로 미술·예술 분야에 접근하려고 노력했다.
“국제고에는 연합 형태를 비롯해 학교 행사가 많고, 동아리 활동도 다양하게 할 수 있어 디자인에 대한 관심을 끌어낼 기회가 많았어요. 무대를 디자인하거나 포스터, 리플릿을 제작하는 등 교내에서 디자인 활동을 거의 도맡아 했던 것 같아요. 그림을 그리는 것도 좋아했지만, 아이디어를 끌어내 효과적으로 디자인하는 데 관심이 많아서 시각디자인, 색채가 인간의 심리에 미치는 영향, 미술 작품 속에 담긴 여성의 미 등 관심을 다양하게 확장해나갈 수 있었어요.”
미술에 대한 관심이 역사로 연결되다
디자인에 대한 관심은 예술과 철학을 융합한 미학으로 이어졌다. 인식과 감각적 표출 양식의 학문을 미학이라고 정의했던 ‘바움가르텐’의 미학 세계를 카드뉴스로 제작해 고대 철학에서 미학으로 발전한 과정을 살폈다. 고1 때 선택한 <AP 세계사>를 배우면서는 역사, 정치철학에도 관심이 커졌다. AP란 미국의 고등학생들이 학교에서 대학 수준의 높은 교과 과정 수업을 듣고 시험 점수를 취득하는 과정이다. 미국 대학의 경우 AP 이수 상태를 중요하게 평가한다.
“고1 때 <AP 세계사> 수업을 들었는데 언뜻 보면 각각의 사건이지만 하나의 사건이 다른 사건과 연결되는 것이 흥미로웠어요. 공부라는 생각보다 스토리텔링 느낌이 강했죠. 시험 성적도 좋았고요. 세계사를 배우면서 사회, 정치, 사상, 예술 등을 두루 다루니까 진짜 재밌더라고요. 단편적인 지식이 아닌 큰 틀에서 왜 사회가 변할 수밖에 없는지를 이해할 수 있었지요. 예를 들어 한 나라의 예술 작품을 시대순으로 나열한다면 그 그림에 등장하는 여성을 통해 그 사회에서의 여성의 위치를 짐작할 수 있어요.”
율리씨의 자기 주도성은 학생부 곳곳에서 엿보였다. 궁금증이나 호기심을 대부분 독서로 확장해나갔다. <영어독해와 작문> 시간에 원서 <Joy Luck Club>`을 읽고 등장인물의 심리와 시대적 배경을 분석하는 수업을 했는데, 문화적 차이에 의한 등장인물의 갈등을 추가로 조사해 발표했다. 그 과정에서 중국의 민화, 속담 그리고 <Peony in Love>라는 책을 통해 과거 중국의 여성상을 연결했다. 율리씨는 예술이 역사적으로 또 현대 사회에서도 정치 사상을 국민에게 각인시키는 프로파간다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문화를 국제 사회에 알리는 콘퍼런스를 진행하면서 우리나라의 문화재,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와 존중을 배웠어요. 학생회 기획부 활동도 했는데 영화를 통해 세계 각국의 문화와 역사를 공유하고자 ‘무비 나이트’를 기획했지요. 단순히 영화를 상영하는 게 아니라 각 영화의 역사, 사회·문화적 배경을 미리 분석해 관전 포인트와 영화 선정 이유를 담은 리플릿을 배부하고 영화가 내고자 하는 목소리를 함께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지요.”
하고 싶은 건 일단 ‘GO!’
“AP 과목들은 커다란 단원 구분만 있지 구체적인 커리큘럼이 없어요. 유학원의 도움 없이 AP 시험 준비를 했는데 자료를 구하는 것부터 어렵더라고요. 비슷한 처지의 친구들이랑 웹사이트를 만들기로 했어요. 공부한 자료나 모의고사 파일을 업로드해 온라인에서 공유했지요. 내가 올린 자료가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줘야 하니 혼자 공부할 때보다 완성도와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게 되더라고요.”
이는 온라인 교육 동아리 PHOS를 만들어 정보 나눔을 하게 된 계기였다. 처음엔 AP 시험 자료를 중심으로 시작했지만, 수능 기출 지문을 분석하며 국내 대학 입시에 도움이 될 만한 자료도 같이 올렸다. 과목별로 담당자를 정해 웹 사이트의 내실을 기했다. 율리씨는 <한국사> <AP 세계사> <AP 유럽사> <AP 미국사> 등 자신 있는 역사 과목을 담당했다.
역사는 단편 지식보다는 전반적인 흐름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타임라인과 주요 사건들이 한눈에 들어오도록 시대별로 지도를 제작했다. 자신이 가장 자신 있는 영역에 대한 지식 기부를 한 셈이다. 율리씨의 국제고에서의 3년을 요약하면 도전과 열정이었다. 고3 때조차 사회 시사 토론 동아리, 해외 학생들과의 연합 동아리, 영어신문 동아리, 온라인 교육 동아리 등 4개의 자율 동아리를 운영했다. 여기에 학생회 활동도 빼놓지 않았다.
“일반고도 그렇겠지만 학생들이 마음만 먹으면 꿈을 펼칠 수 있는 여건이 잘 갖춰져 있는 것 같아요. 교육과정도 진로나 관심에 맞게 선택할 수 있고요. 그런 과정을 통해 진짜 뭘 좋아하는지, 뭘 배워야 즐거운지 알 수 있었어요. 진로를 정하는 데도 도움이 됐지요. 역사, 세계사 공부를 하면서 사학, 정치철학에 관심을 가진 것처럼요.”
국제고에서 힘들었던 점을 묻자, 등급 받기가 너무 어려웠다고 하소연했다. 분명 시험은 100점을 받았는데 3등급이 나오는 경우도 허다했다. 특히 자유롭게 과목 선택이 가능하다 보니 대부분 과목의 학생 수가 20~30명 정도로 적었다. 고1 때 들은 <AP 미국사>는 단 2명만 선택했다. 수시 지원 시 등급에 대한 부담은 있었지만, 교과 전형이 아닌 종합 전형이기에 깊이 있게 공부한 경험을 의미 있게 평가받을 수 있을 거라 믿었다.
“일단 하고 싶고 궁금한 건 뭐든 하는 스타일이에요. 덕분에 자기소개서를 쓸 때 학업에 대한 열정을 충분히 드러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더구나 미술, 디자인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해 역사, 세계사, 정치철학, 미국사 등의 과목을 이수하며 꿈이 변화된 과정도 의미 있게 담을 수 있었지요.”
자유와 평등이 보장된 사회는 현실에서 정말 불가능할까?
율리씨는 자기소개서 1번을 ‘이상적인 국가와 사회는 무엇인가’로 시작했다. <AP 세계사> <AP 미국정치> <AP 거시경제> <AP 미국사> 등을 배우면서 율리씨를 따라다녔던 질문 중 하나였다.
“<AP 세계사> 수업에서 정치철학을 배우면서 마르크스, 마키아벨리 등 다양한 철학가의 사상에 관심이 생겼어요. 특히 시민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정부가 존재한다는 루소의 사상에 관심이 생겨 루소의 <사회계약론>을 읽었죠. 이 책을 읽으면서 자유와 평등이 실현되는 국가는 현실적으로 정말 불가능한가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됐어요.”
자유와 평등을 실현하려면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정부가 자유를 억압하고 인류 사회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야론 브룩의 강의를 들으면서 혼란스럽기도 했다.
“유학을 준비하다가 막판에 국내 대학 입시를 같이 준비했어요. 1년에 5천만 원 정도의 유학비를 내면서 얻을 수 있는 효용가치가 국내 대학에 진학했을 때와 비교했을 때 큰 매력이 없더라고요. 사실 수시 원서 6장을 지원할 때 성균관대만 빼고 전부 사학과에 지원했지요. 역사 중에서도 서양사에 관심이 많은데 성균관대는 동양사 중심이라 사학과 대신 글로벌리더학부를 지원했어요. 현재는 졸업 후 로스쿨에 진학해 자유와 평등이 공존하는 사회, 덜 억울하고 누구에게나 공평한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는 변호사가 되고 싶어요.”
나를 보여준 학생부 & 자기소개서
학생부
1학년
▒ 창의적 체험 활동
디자인 트렌드를 분석해 교내외 다양한 디자인 활동을 도맡아 함. 일제강점기 시대 역사적 사건이 예술에 끼친 영향을 고민함. 디자인을 학문적으로 접근하고자 예술과 철학을 융합한 미학에 관심을 가짐. 사회적 문제에 관심이 많아 미술과 융합해 다양한 이슈를 창의적으로 풀어냄.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AP 세계사> ‘동서양 미술 작품으로 보는 미의 가치의 차이’라는 주제로 창의적이고 흥미롭게 접근함. 유럽 대륙이 다른 대륙을 식민지화하고 역사 발전이 빨랐던 원인에 대해 과학적 근거를 들어 설명함. <거시경제학> 영화 <인타임>을 시청한 후 소수에게 집중되는 권리, 극심한 빈부 격차, 사회적 환원의 개념을 활용하여 보고서를 제출함.
2학년
▒ 창의적 체험 활동
스승의 날 이벤트, 학교 축제, 무비 나이트, 크리스마스 파티, 전야제 등 각종 학교 행사를 기획하고 포스터를 제작함. 동아리 활동으로 영자 신문 제작에 참여했으며, 신문 표지를 디자인함. 영국·미국·홍콩 등 해외 대학의 특징과 입학 절차를 알아보고, 각 대학의 인재상을 토론함.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AP 미국정치> 미국 연방 대법원의 15가지 판결을 WEB 2.0 도구를 활용해 설명하는 이미지를 제작함. <AP 거시경제> 다큐멘터리 <복지국가를 말하다>를 시청한 후 경제 성장과 노동 그리고 복지의 관계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논리정연하게 정리해 에세이를 작성함. <일본어 회화Ⅱ> 일본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장면을 찾아 한국과 일본의 문화를 비교함.
3학년
▒ 창의적 체험 활동
창의적 사고 능력으로 계절에 따른 색채와 연관 지어 테마에 맞는 이벤트를 진행함. 창업 동아리를 개설해 <한국사> <AP 세계사> <AP 유럽사> <AP 미국사> 등 역사 과목의 내용을 정리해 웹사이트에 업로드함.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영미문화의 이해> 다양성 존중의 중요성을 인지하여 세계의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함. <미술, AP Studio art> 다양한 재료를 활용해 사회적 시선과 특정 계층에 주어지는 강박을 비판하는 내용의 작품을 제작함. 인간의 이기심이 야기한 생명의 소실을 주제로 작품을 제작해 전시회에 참여함.
자기소개서
▒ 1번 학습 경험
<AP 세계사> 수업 때 정치철학이 정부의 발전에 이바지했다는 사실에 매료돼 마르크스, 마키아벨리 등 철학가의 저서를 읽으며 고찰했다. <AP 미국정치> 수업을 통해 정부는 시민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루소의 사상에 흥미를 품고 <사회계약론>을 읽었다. 자유와 평등이 동시다발적으로 실현된 현대 정치 체제와 정치철학가의 이론을 통해 이상을 실현할 방법을 고민했던 경험을 담았다.
▒ 2번 교내 활동
세계 각국의 학생들에게 한국의 문화를 소개하는 동아리 활동으로 라운드 스퀘어 콘퍼런스를 진행했다. 콘퍼런스 참가 학생들의 국가를 사전 조사하고, 그들의 식생활과 문화에 관해 공부해 특정 음식을 먹지 못하는 외국 친구도 마음 놓고 한국 음식을 즐길 수 있도록 배려했던 내용을 적었다.
▒ 선택 문항. 지원 동기 및 진로를 위해 노력한 부분
<AP 미국정치> 수업 시간에 선생님은 자유와 평등은 양립할 수 없는 개념이라고 했지만, 만민이 자유롭고 평등한 사회가 가능하다고 믿는 이유, 국제사회에서 인권변호사로서 세계 인권 보장을 위해 노력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교사의 시선으로 본 수시 합격생
“관심 있는 분야를 깊이 있게 탐구한 야무진 학생”
율리는 주어진 환경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에 도전하는 학생이었습니다. 하고 싶은 활동이 있으면 동아리나 소모임을 만들어서 주도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어요. 특히 학생회 활동을 하면서 학교 축제에 주제별로 색깔과 디자인을 달리하여 창의적인 축제 분위기를 살리는 데 큰 역할을 했어요. 학교 댄스부에서는 여러 가지 안무를 완벽하게 외워 친구들과 멋진 무대를 만들어갔던 모습도 기억이 납니다. 국제반에서 공부를 하며 선택 수업이 다양한 학교의 특성을 잘 살렸던 친구였어요. 관심 있고 수강하고 싶은 과목을 소신껏 다양하게 수강하며 폭넓은 분야에서 지식을 쌓고, 주문형 강좌도 적극적으로 찾아서 공부하는 학생이었지요. 적극적이고 도전적인 율리의 성향은 어떤 일을 하든 빛나리라 생각합니다.
_ 3학년 담임 김대혁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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