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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대학별 논술·면접 집중 분석 ② 인문 논술 출제 경향 분석

인문 논술, 공공연하지만 몰랐던 사실

연재순서 
①교과서로 살펴본 논술·면접 출제 경향
②인문 논술 출제 경향 분석
③자연 논술 출제 경향 분석 
④제시문 면접 출제 경향 분석 
⑤서류 기반 면접 출제 경향 분석 

분석팀 

 


논술 고사 ‘논제’ VS 국어과 교과서 ‘학습 활동’

국어과에는 공공연한 비밀 하나가 있다. <독서>와 <화법과 작문> 수업에서 교과서가 ‘실종’되었다는 사실이다. 불편한 진실이긴 하지만, 상당수 고교 현장에서는 이 수업에서 교과서 대신 EBS 수능 연계 교재 등 수능 대비 수험서를 교재로 활용한다. 교과서로 진행하면 학생들이 반발하거나 불만을 갖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수능 준비에 교과서는 최적화되어 있지 않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이 자리에서 이런 학교 현장의 실태를 두고 옳고 그른지 논쟁을 하고 싶지는 않다. 대신 이것 하나만큼은 반드시 기억할 필요가 있다. 대입 논술 고사를 준비하는 데 최적화된 교재는 사설 학원의 논술 교재가 아니라 교과서라는 사실이다.

 

논술 고사를 공교육만으로 대비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말들을 참 많이 한다. 학교 교육과정과는 별도로 논술을 준비해야 한다는 부담감, 오롯이 논술 고사에만 초점을 둔 별도의 교육과정이 없는 데 따른 두려움이 사교육으로 발걸음을 향하게 만든다.

 

하지만 실상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1편에서 강조했다. 교과서만 적절하게 활용해도 논술 고사에 충분히 대비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울 수 있다는 점, 특히 인문 논술을 준비하는 데는 사회과, 도덕과 과목의 교과서를 학습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바 있다. 사회과, 도덕과 과목 교과서에는 인문 논술 제시문에서 활용하는 주요 제재에 대한 내용이 수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인문 논술에서 다루는 논제에 주목한다면 어떤 교재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을까? 실제로 학생들이 논술 고사의 글을 써내려가는 과정에서 요구되는 성취 기준을 가장 직접적으로 반영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국어과 교과서다. 우리는 국어과 <독서> 과목, 특히 이 교과서의 학습 활동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보통 인문 논술의 논제는 요약형, 비교·분석형, 비판·평가형, 관점 쓰기형, 자료 분석형 등 다섯 가지 유형으로 분류한다. 논술 고사 대비 수업에서도 일반적으로 이 다섯 가지 유형에 따라 학생들이 논제를 분석하고 제시문을 독해할 수 있도록 교육한다. 이 방법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이번 분석에서는 이 분류 체계를 일부 변형해보려고 한다. 국어과 교과서를 어떻게 활용해야 논술 고사에 효과적으로 대비할 수 있을지 살펴보자.

 

 

(표 1) 국어 교과서 단원별 논제 유형

 

‘표 1’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키워드는 두 가지다. 먼저 <독서>다. 인문 논술을 대비할 때는 <독서> 교과서를 중점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논술 고사뿐 아니라 일반적인 독서 상황에서도 <독서> 교과서에서 다루는 사실적, 추론적, 비판적, 감상적, 창의적 읽기 방법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논술 고사에서는 이런 독서 방법에 따라 층위를 나눠 논제를 구성한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다수 대학에서 ‘논제 1’에서는 사실적 읽기와 추론적 읽기를 요구하는 내용을 다루고, ‘논제 2’에서는 비판적 읽기, 창의적 읽기 능력을 요구하는 식의 구조로 논술 고사를 출제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 표에서 주목해야 할 또 다른 키워드는 ‘주제 통합적 독서’다. <독서> 교과서의 ‘주제 통합적 독서’에서는 ‘동일한 화제의 글이라도 서로 다른 관점과 형식으로 표현됨을 이해하고 다양한 글을 주제 통합적으로 읽는다’는 성취 기준에 맞춰 내용을 구성하고 있다. 즉 논술 고사의 성격과 가장 부합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는 것이다. 또 ‘주제 통합적 독서’는 2015 국어과 개정 교육과정에서 특히 강조하고 있는 내용 요소다. 최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공개한 2022학년 수능 국어 영역 예시 문항에서도 그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키워드를 토대로 <독서> 교과서를 활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은 무엇일까? 그 답은 바로 교과서의 학습 활동에 있다. 예시를 토대로 살펴보자.

 

2020학년 가톨릭대 논술 고사의 논제

[논제 1] (가)의 사례를 읽고, 경제적 인간과 공익에 대한 (나)의 관점을 비판하시오. 
[논제 2] (가), (나)는 인간의 성장과 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대립적 관점에서 서술하고 있다. 이 대립적 관점을 요약·제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의 쌍둥이 사례를 설명하시오.
[논제 3] (가), (나), (다)는 각각 다른 관점에서 문명(과학기술)을 비판하고 있다. 문명(과학기술) 비판에 대한 (가), (나), (다)의 차이점을 비교·서술하시오.

<독서> 교과서 학습 활동

1. 이 글의 내용을 자신의 표현으로 바꾸어 200자 내외로 요약해보자.
2. 다음 〈보기〉는 일망 감시 감옥의 원리를 바탕으로 한 다른 글이다. 〈보기〉의 글쓴이가 미셸 푸코에게 어떤 말을 할 수 있을지 말해보자. (미래엔 <독서> 교과서)
3. <군주론>과 <목민심서>의 주장이 서로 다른 이유를, 필자가 백성을 바라보는 관점을 중심으로 비교하여 정리해보자.
4. ‘지도력’이라는 주제와 관련하여 다양한 책들을 더 찾아서 읽어본 다음, 현재 우리 사회에 필요한 지도자상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발표해보자. (지학사 <독서> 교과서)

가톨릭대 논술 고사의 ‘논제 2’에서는 ‘요약’ ‘비교·분석’ ‘관점 쓰기’ 등의 요구 사항을 반영하고 있다. <독서> 교과서 학습 활동 내용의 ‘1·2·3’ 또한 동일하게 반영하고 있다. 가톨릭대 ‘논제 3’의 경우 앞서 언급한 ‘주제 통합적 독서’의 성격을 강하게 드러내는데, <독서> 교과서 학습 활동 ‘4’도 마찬가지로 ‘지도력’이라는 주제와 관련한 다양한 글들을 통합적으로 읽으라는 지침을 직접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논술 고사의 논제에서 요구하는 사항들이 <독서> 교과서의 학습 활동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형태라는 사실을 직관적으로 확인했을 것이다. 최근 논술 고사에서는 교과서 지문을 직접 인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고, 교과서에서 다루는 글은 여러 차례 검증 단계를 거쳐 신뢰할 만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독서> 교과서가 시중에 출간된 어떤 논술 교재보다 논술 고사 대비에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는 사실은 더 분명해진다.

 


같은 듯 다른 대학의 '출제 의도'

논술 고사뿐 아니라 학교 내신 시험, 수능의 공통점은 고교 교육과정을 다룬다는 데 있다. 이것이 각 시험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본질적 요소다. 논술 고사를 대비할 때 교과서를 제대로 학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은 결국 논술 고사의 본질에 주목하자는 말과 같다. 교과서는 교육과정을 가장 적극적으로 반영한 출판물이기에 논술 고사의 본질을 다룬다고 볼 수 있다.

논술 고사의 또 다른 본질적 측면에 주목하기 위해서는 교과서 외에 다른 자료를 하나 더 참고할 필요가 있다. 논술 고사가 교육과정에 기반해 출제되고는 있지만, 엄연히 대학별 고사의 한 유형이기 때문에 각 대학에서 선발하려는 인재상과 무관할 수 없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논술 고사의 ‘출제 의도’를 찾아 읽어봐야 한다. 다음 자료를 살펴보자.

 


2020학년 한양대 논술 고사의 출제 의도


1. 2020학년 인문 논술 문제는 여러 수준의 기억이 구성되는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제시문으로부터 추론하여 이를 바탕으로 서로 충돌하는 집단기억 사이에서 객관적인 평가 기준을 제시할 것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었다. 예년의 논술 문제와 달리 수험생이 제시문의 내용을 그대로 가져와 답안을 작성할 수 없도록, 제시문에서는 기억의 여러 특징에 대한 최근 과학적 연구 결과와 일본에서 2차 세계대전 후에 집단기억이 형성되는 과정을 자세하게 설명한 내용을 제시하고 수험생으로 하여금 ‘기억이란 무엇인가?’라는 보다 일반적 수준의 질문에 답하게 함으로써 변별력을 높였다. 문제의 전반부에서는 각각 자전적 기억과 집단기억의 특징을 읽어낼 수 있는 두 제시문 (가)와 (나)의 내용을 종합하여 ‘기억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통찰력 있는 글을 작성할 수 있는지 여부를 평가하고자 했다. 문제의 후반부에서는 제시문 (나)에서 부분적으로 소개된 서로 충돌하는 집단기억의 차이를 합리적이고 타당한 방식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준 제시를 요구함으로써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과 종합적 사고 능력을 평가하고자 했다.

2. (전략) 이를 토대로 하여 ‘기억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통찰력 있는 답변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내용을 종합하여 재구성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서로 충돌하는 집단기억을 타당하게 평가할 수 있는 방안’을 서술하기 위해서는 추론적·비판적·창의적 독해 과정을 거쳐야 한다. 제시문 (가)와 (나)의 내용을 바탕으로 충돌하는 집단기억들을 타당하게 평가할 수 있는 설득력 있는 방안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앞의 내용을 근거로 한 정확한 분석뿐만 아니라 확장적 사고를 통한 창의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3.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정상적으로 이수한 학생이라면 누구나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고등학교 교과 과정의 범위에서 출제했다. 특히 수학의 기본 개념과 원리 및 중요한 정리들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가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요구되는 수학적 사고력과 추론 능력을 바탕으로 논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가를 측정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출제했다.

 

 

한양대 논술 고사의 출제 의도를 살펴보면, 다른 대학의 논술 고사와 차별화되는 점이 부각된다. 바로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이다. 최근 논술 고사는 주어진 제시문에 대한 사실적 독해를 바탕으로 한 추론적, 비판적 사고 역량을 측정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그런데 한양대 논술 고사에서는 이에 더해 창의적 사고 역량을 측정하고자 한다. 즉 제시문의 내용을 단순히 요약하거나, 제시문 간의 내용을 비교·대조하는 수준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바탕으로 창의적인 문제 해결 능력을 발휘하도록 요구하는 것이다. 이는 한양대가 논술 고사를 통해 선발하려는 인재상과 직결된다. 따라서 한양대 논술 고사에 임할 때는 이런 출제 의도를 적극 고려해 답안을 작성해야 한다.


2020학년 성균관대 논술 고사의 출제 의도

 

1. 본 논술 문제의 출제 의도는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정상적으로 이수한 학생들이 주어진 주제에 대해 논리적으로 분석, 사고하고 본인의 생각을 글로 논술하는 능력을 어느 정도 함양했는지를 파악하기 위한 것이다. 주제는 특정 거주 지역에 다양한 사회계층을 혼합시켜 배치하는 주거혼합정책으로, 그 정책의 취지와 장점을 이해하고 그 정책이 지닌 한계 혹은 문제점을 이해, 비판할 수 있는 능력을 평가한다.

2. [문제 2]는 자료 해석과 설명형 문항으로, 수험생들이 [문제 1]에서 제시된 두 입장을 지지하는 자료들을 보여주고 각 자료들을 [문제 1]과 연계시켜 정확하게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을 평가한다. 즉, [자료 1]이 왜 주거혼합정책에 반대하는 입장이며 [자료 2]가 왜 주거혼합정책에 찬성하는 입장인가를, 자료에 제시된 근거를 토대로 정확히 분석, 설명하는 능력을 평가한다.

3. 본 논술 문제의 출제 의도는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정상적으로 이수한 학생들이 주어진 주제에 대해 논리적으로 분석, 사고하고 본인의 생각을 글로 논술하는 능력을 어느 정도 함양했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것이다. 주제는 ‘시장 및 시장의 확대’이며, 그것의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에 대한 심층적 이해 정도를 평가한다. [문제 1]은 학생들이 시장의 확대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제시문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제시문을 제대로 구분하고 각 제시문의 내용을 잘 요약하여 정리하는지를 자세히 평가한다.

 

 

한편 성균관대 논술 고사의 출제 의도를 살펴보면 한양대 논술 고사의 출제 의도와 사뭇 다르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한양대 논술 고사의 핵심을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이라 한다면, 성균관대 논술 고사의 핵심은 ‘논리적 분석 능력’이라 할 수 있다. 한양대와 달리 성균관대는 주어진 데이터를 논리적으로 분석하는 능력을 강조함으로써 자신들이 요구하는 인재상이 무엇인지 간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즉 성균관대 논술 고사에서 학생들이 답안을 작성할 때는 자신의 견해를 밝히는 대목에서도 제시문이나 자료의 내용을 근거로 논리적인 구조가 명확하게 드러날 수 있도록 서술할 필요가 있다.

이 같은 논술 고사의 출제 의도는 각 대학의 입학처 홈페이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입학처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논술 고사 기출문제 파일, 논술 고사 가이드북, 선행학습 영향 평가 보고서 등의 자료가 탑재되어 있다. 논술 고사를 준비하는 학생이라면 반드시 이 자료들을 토대로 해당 대학의 논술 고사가 어떤 출제 의도 아래 학생들을 선발하는지 먼저 숙지할 필요가 있다.

 


2021 대학별 인문 논술 전형의 특징은?

수능 위주의 정시 모집 인원이 증가하면서 논술 전형의 선발 인원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이번 분석 대상 대학들이 2021학년에 논술 전형으로 학생을 모집하는 비율은 전체의 5~10% 내외에 불과하다. 게다가 2020학년 논술 전형에서 지원 대비 합격률은 평균 4% 내외로 다른 전형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논술 실력 자체도 중요하지만 대부분의 논술 실시 대학에서는 수능 최저 학력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논술 전형에 지원하려는 수험생은 이를 충족할 수 있는지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수능까지 꾸준히 공부해야 한다. 논술 전형으로 대학에 합격하는 길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이나 험난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주로 서울 소재 대학에서 논술 고사를 실시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교과 등급이 낮거나 비교과 활동에 부담을 느끼는 학생들에게 논술 전형은 여전히 매력적이라 할 수 있다. 또 성신여대(인문 14.68%, 자연 12.59%), 숙명여대(인문 6.89%, 자연 9.67%), 이화여대(인문 8.23%, 자연 6.84%) 등 여대의 논술 전형은 상대적으로 높은 지원 대비 합격률을 보인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표 2’는 대학별 인문 논술 전형의 특징을 정리한 것이다. 이를 참고해 어느 대학의 논술 전형에 지원하는 것이 유리할지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 다만 현재는 코로나19로 인해 각 대학의 전형 방법이 조정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대학별 수능 최저 기준은 따로 제시하지 않았다. 자신이 지원을 고민하고 있는 대학의 입학처 홈페이지에서 공지사항을 꼭 확인해 변경 사항을 숙지해야 한다.

 

(표 2) 2021학년 대학별 인문 논술 전형의 특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