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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 따라잡기] 의류학과

인문·자연·예술 혼합된 의류학과,  신소재 개발 첨단 기술 접목으로 질적 전환 중

 

의식주는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요소다. 특히 의(衣), 의상은 기후·환경으로부터 사람을 안전·건강하게 보호하는 필수재이자, 각자의 개성을 드러내는 수단이기도 하다. 패션디자인을 다루는 의류학과에 입학하기 위해선 얼핏 미적 감각이 중요할 것 같다. 실제 의류학과에선 첨단 기술 발전에 힘입어 신소재 개발이나 웨어러블 공학 등 자연계 연구가 한창이다. 옷에 관심이 많다면 특정 계열 선호도나 미적 자질과 무관하게, 의류학과에 지원해 나와 맞는 세부 분야를 탐색해볼 만하다. 의류학과의 특징과 최근 연구 분야, 진로 등을 살펴봤다.

 


취재 이지연 리포터 judylee@naeil.com
도움말 김주연 교수(서울대학교 의류학과)·이주영 교수(서울대학교 의류학과 학과장)

             임은혁 교수(성균관대학교 의상학과)·추호정 교수(서울대학교 의류학과)
자료 각 대학 학과 홈페이지·커리어넷

 


의류학과
인문·자연·예술 영역 종합적으로 다뤄

 


의류학과는 섬유 가공과 실험을 포함한 자연 계열과 의류 기획부터 판매를 책임지는 인문 계열, 디자인과 색채 등 예술 계열을 포괄한다. 특히 최근에는 신소재 개발이나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패션 테크놀로지, 웨어러블 공학 등 첨단 기술을 기반으로 한 연구나, 패션 인플루언서·SNS 등 패션 커뮤니케이션 대응이 활발하다. 인문·자연·예술 영역이 혼합된 종합 학과로서, 스펙트럼이 더욱 넓어진 모습이다.


의류학과는 의상학과, 패션디자인학과, 의류산업학과 등 다양한 명칭으로 개설돼 있다. 패션디자인학과는 주로 디자인에 집중해 창의성을 강조하는 반면, 의류학과나 의상학과는 의류 전반을 다루며 실용성을 중시한다. 소속 단과대나 학과 운영 방침에 따라 교과 편제에는 차이가 있다.

 

서울대 의류학과 추호정 교수는 “디자인에 주력하는 학교들이 많은 편이다. 서울대나 지역 거점 국립대는 의류학 전 영역을 다룬다. 특히 착용감 등을 연구하는 의복생리학은 실험을 위한 과학 설비가 중요하다. 서울대 외에도 충남대나 부산대 같은 지역 거점 국립대에 실험실이 잘 마련돼 있다. 이런 분야에 관심 있는 학생이라면 지역 거점 국립대 지원도 적극 고민해보길 추천한다”고 강조한다.

 

성균관대 의상학과 임은혁 교수는 “성균관대는 학과 편제가 예술대학이라, 단과대학 내 영상학과나 연기예술학과 등과 교류하며 다양한 예술적 경험이나 프로젝트가 가능한 것이 장점이다. 대신 소재과학 등의 교과 비중은 낮은 편”이라고 설명한다. 

 


패션 테크놀로지, 신소재, 패션 저널리즘에 관심 높아

 

첨단 기술·소재 출현에 힘입어 의류학과에선 자연 계열 연구가 활성화되고 있다. 학부 수준에서 깊게 다루긴 어려워 관심 있는 학생들은 대학원에서 학업을 이어간다.

 

서울대 의류학과 이주영 학과장은 “학교의 교수 채용 방식도 변하고 있다. 의류 전통 분야가 아닌, 신소재 전문가나 공학 박사들을 교수로 영입했다. 특히 패션 테크놀로지 분야는 의류 생산과 소프트웨어를 결합해, 패션 소프트웨어를 개발한다. 소프트웨어 기반의 스마트 팩토리를 구현하면, 가공·봉제 작업 자동공정화로 효율이 높아지고, 버려지는 섬유를 최소화해 환경 문제에도 일조할 수 있다. 학과에서 완전히 새롭게 시작한 영역으로 학생들의 관심도 높다”고 전한다.

 

또한 “신소재 개발 분야는 일반적인 섬유 소재만 다루지 않는다. 마스크 부직포 외에도 장기이식용 소재 등 수술용 섬유 소재처럼 인체와 접하는 모든 소재를 대상으로 한다. 특히 스마트웨어의 경우 10년 넘게 논의만 되었던 분야다. 전기적 요소가 섬유로 변환되어야 하는 부분이 해결되지 못하다 보니, 의류 빨래가 불가능해 상용화되지 못했다. 이제 나노 기술 개발로 관련 연구가 본격 진행 중이다. 더불어 신소재 개발뿐 아니라 신소재 착용과 관련된 의류생리학 연구도 활발하다. 폭염·한파 같은 극한 기후 상황에서 착용감 수준이나 군복·소방복 같은 특수 의류의 기능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분야”라고 설명한다.


서울대 의류학과 김주연 교수는 “섬유공학과가 없어지면서 섬유 소재와 기능을 의류학과에서 다루고 있다. 과거에는 직물 자체의 기능에 관심을 가졌다면 지금은 환경, 웨어러블, 산업안전 관련 소재 연구가 활발하다. 발수, 안전성, 내열성 등 기능성을 중요하게 보기 때문이다. 의류뿐 아니라 세탁 세제나 샴푸 성분 등도 함께 연구한다”고 말한다.


패션 저널리즘이나 패션 커뮤니케이션의 양상도 달라지고 있다. 임 교수는 “인플루언서의 등장과 소셜미디어 확산으로 패션 메커니즘이 달라졌다. 소수가 흐름을 이끌고 변화 속도가 매우 빠르다. 더불어 팬데믹 상황으로 인해 무관중 패션쇼가 열리고 참가자들은 온라인으로 쇼 상품을 주문하기도 한다. 전시, 영상, 패션쇼 등 패션 커뮤니케이션 전반에서 새로운 흐름이 나타나 변화에 더욱 주목하고 있다”고 전한다.

 

 

디자인과 리테일 진로는 취업 분야 다양

 

디자인이나 리테일 진로 희망자들은 대부분 학부 졸업 후 바로 취업한다. 섬유나 의류 디자인에 관심이 많으면 패션 전문 업체나 섬유·의류 제품 생산 또는 수출입 업체로 진출한다. 주로 삼성, LF(LG패션), 코오롱 등 대기업 취업을 선호하나 소규모 디자이너 부티크에서 경력을 쌓거나 SNS 플랫폼 등을 활용해 창업하기도 한다.

 

상품 기획이나 판매에 관심이 많으면 백화점, 홈쇼핑 등 유통 업체로 진출한다. 이외에 전공을 살려 신문사, 방송사 또는 패션 전문 잡지사에 도전하기도 한다.

 

추 교수는 “아마존은 PB 의류 상품의 매출 비중이 높다. 이를 벤치마킹 중인 쿠팡 역시 의류 전문 인력을 강화하고 있다. 섬유나 의류 산업이 사양 산업이라는 우려의 시각도 있지만, 의류학은 지금 질적 변화가 일어나는 분야다. 대기업 채용이 줄어도 온라인 플랫폼 쪽 충원은 증가 추세다. 이런 사회적 변화는 계속될 전망이다. 또한 의류학과 출신들은 트렌드 분석 역량이나 기획력·창의력을 높게 인정받아, 리서치나 컨설팅 회사로도 진출한다”고 전한다.

 

 

옷 좋아한다면 인문·자연 계열 역량은 무관

 

의류학과는 교차지원 모집이 점차 늘고 있다. 입학생들은 다양한 강의와 실험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세부 진로를 정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이 교수는 “의류학과는 자연 계열에 속하지만, 점차 교차지원을 허용 중이다. 예전에는 일부 인문계 학생들이 입학 후 화학·생명공학이나 통계 수업에 어려움을 느끼곤 했다. 요즘 전공 필수 기준을 완화하면서, 맞지 않는 전공 필수 과목에 대한 학생들의 부담감도 덜해졌다”고 설명한다.

 

추 교수는 “의류학과는 옷을 입는 사람이 중요하다는 시각을 갖고 있다. 사람이나 환경을 중시하는 시대 정신에 부합하는 학과”라며, 이런 마인드를 가진 학생들의 지원을 추천했다.

 

 


MINI INterview 
“의류학에 매료돼 인문계 졸업자가 자연계 박사에 도전”

노상현
서울대 의류학과 박사 과정 1년 차



Q. 의류학과를 지원했던 동기는?

학창 시절, 친구들과 마찬가지로 꾸미는 것에 관심이 많았다. 소위 ‘멋있는 옷’을 입은 내 모습이 좋았고, 나라는 사람이 어떤 옷을 착용하느냐에 따라 보여지는 이미지가 달라진다는 것을 알게 됐다. TV 또는 영화에 출연하는 인물들이 어떠한 상황에서, 어떠한 옷을 입느냐에 따라 상이한 모습으로 보일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한 순간부터 의복이 지니는 사회·문화적 특성에 흥미가 생겼고 의류학과에 진학하게 되었다.

 

 

Q. 의류학과를 지원하기 위해 했던 고등학교 활동은?

학생 스스로 관심 있는 분야를 연구해 소논문을 작성하고 선생님들과 친구들 앞에서 발표하는 교내대회가 있었다. 대부분의 남학생들처럼 게임을 좋아했던 나는 당시 유행한 온라인 게임의 세계관과 캐릭터 의상을 분석해, 이런 구성 요소 간의 연결성이 유저들의 몰입도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을 분석했다. 성공적인 게임 개발을 위한 조건 중 하나로, 의상을 통해 유저에게 전달되는 캐릭터 이미지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한 활동이었다.


Q. 학과 공부를 하면서 어려웠던 점이나 보람된 부분은?

여러 전공 수업을 수강하면서, 옷을 좋아해도 학문 분야로 접근하는 것은 별개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특히 서울대 의류학과는 전공 수업 내에 상이한 세부 분야의 수업들이 개설돼 있다. 인문계 졸업자로서 과학 분야의 기초 지식이 부족하다 보니, 학부 전공 수업 중 화학, 생리학 수업이 낯설었고 자연계 학문의 접근 방식이나 관점도 생경하게 느껴졌다. 반면, 이로 인해 인문·자연계 학문 간 특성과 시각을 균형 있게 키울 수 있었던 점은 긍정적이라 생각한다.


Q. 현재 관심 있는, 또는 진로 예정인 세부 전공을 소개한다면?

인문계 고등학교를 졸업했으나, 대학 진학 후 전공 수업을 들으며 섬유·생리학 분야에 관심이 생겼다. 대학원에 진학해 석사 과정으로 공기정화 필터를 구성하는 나노섬유 개발 연구를 했고, 현재 박사 과정으로 피부를 통한 인간 온열 역치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다. 두 연구 주제 모두 인간을 위한, 인간 중심적 연구로 앞으로 현대 사회에서 더욱 필수적인 분야이다.

 

Q. 의류학과를 지원하고자 하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의류학과는 선택의 폭이 넓다. 고등학교를 인문계로, 혹은 자연계로 졸업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옷에 관심이 많은 학생이나 아직 진로를 결정하지 못한 학생 역시 폭넓은 시각으로 본인이 진정 원하는 관심사를 찾을 수 있는 학문이다. 인간 생활에서 가장 기초적이고 밀접한 영역이기에 참신한 아이디어와 열정을 바탕으로 도전해보길 바란다.

 

 


MINI INterview 
“패션에 대한 관심과 열망 있다면 의류학과에 도전”

허은별
중앙대 의류학과 98학번

골든구스(GOLDEN GOOSE) 코리아 Retail팀 근무

 

 

Q. 현재 하고 있는 일을 소개한다면?

패션 업계에 종사한 지 17년 차다. 현재 골든구스 코리아에서 리테일 헤드로 일하고 있다, 백화점 입·퇴점과 관련한 영업(Business Development)부터 매출관리(Sales), 매장운영관리(Operations), 매장직원관리(People)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Q. 의류학과를 지원했던 동기는?

어려서부터 패션 디자이너가 되겠다는 꿈이 확고했다. 막연하게, 미대 쪽 디자인 공부를 해야 하는 줄 알고 잠시 동안 미술 학원을 다녔다. 중학생 때 예고 입학을 준비하기도 했다. 생활과학대에 의류학과가 있는 것을 확인한 뒤로, 미술은 취미로 삼고 입시 공부에 집중했다.

 


Q. 졸업 후 학과에서 배운 내용과 업무가 어떻게 연결되는지?

대학에서 의류 산업 전반에 걸쳐 여러 과목을 배운다. 복식사부터 마케팅, 소재, 드로잉, 패턴 메이킹 등을 배우다 보면 다양한 진로를 찾을 수 있다. 학교에서 의류 산업의 큰 틀을 배우지만, 사실 전공과 업무의 연계성은 사회에 나와 하는 일에 따라 달라진다.

 

학과 공부가 실제 업무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있고, 완전히 새로 일을 배워야 하는 경우도 있다. 나 역시 디자이너로 일을 시작해 바잉 MD, 면세 총괄, 현재 리테일 총괄까지 다양한 경험을 쌓아왔다.


Q. 의류학과 전공에 필요한 역량과 적성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기본적으로 패션에 대한 관심이 높아야 할 것 같다. 물론 학교에서 배운 전공 지식을 현장 업무에 적용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패션에 대한 관심과 열망이 없다면 의류학과 진학을 추천하진 않는다. 의류 업무는 창의적이고 예술적인 영역과 상업적 마케팅 영역을 포괄한다. 입체적인 사고와 이해력이 뒷받침된다면 진로 역시 다양한 선택지를 가질 수 있다. 나만의 ‘감성(sensitivity)’ 역시 플러스 알파의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Q. 의류학과를 지원하고자 하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패션에 대한 관심과 열망이 있다면 의류학과 진학을 추천한다. 학과 특성을 고민하 다보면, 학과의 명확한 영역 구분이 있어 보이기도 하고 한편으론 없어 보이기도 한 다. 그만큼 다양한 분야로 도전해볼 수 있다는 의미다. 본인의 의지와 노력이 있다 면 다양한 영역으로 꿈을 펼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