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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수시 합격생 인터뷰] 서울대 경영대학 안효준

 대학 위해 포기하지 않은 전공,공부를 대하는 남다른 자세 통했다 

안효준 | 서울대 경영대학,  충남 논산대건고 졸업

 

경제학을 좋아했기에 일찌감치 상경 계열 진학을 생각했다. 세계금융위기와 대우조선해양 사태 등을 탐구하면서 경제 이론 모델의 한계를 느꼈다. 실제 고용과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 경영에 매력을 느끼면서 경영학을 전공하기로 했다. 베개 삼아도 좋을 두께의 <스티브 잡스> 전기를 가방에 넣고 다니며 틈 날 때마다 여러 번 읽었다. 경제학 이론의 기본은 미적분임을 알게 되면서 인문 과정 학생들은 배우기 어려웠던 <미적분Ⅱ> 수업을 상경 계열로 진학하려는 친구들을 모아 요구형 교육과정으로 선택해 공부했다. IT 벤처 쪽에 관심이 생기면서 과학 분야에 대한 지식이 필요할 것 같아 <화학실험>을, 경영에 필요한 인간의 행동기제들을 배우고 싶어 <심리학>을 선택 이수했다. 학생회장을 하면서 2학년 2학기에는 성적이 떨어지기도 했고, 서술형 문제에 골몰하느라 OMR 카드에 답을 옮기는 것을 깜빡해 <한국사> 6등급이라는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폭넓은 독서와 깊이 있는 탐구 경험은 서울대 일반 전형을 뚫는 힘이 되었다. 충남 논산대건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경영대학에 진학한 안효준씨의 얘기다. 

 

취재 정애선 기자 asjung@naeil.com

 

 

탐구 활동의 시작, 교과서 


효준씨가 고교 3년 동안 해온 탐구 활동의 시작은 교과서였다. 분야에 상관없이 교과 수업에서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심화 개념과 응용 사례를 탐구하며 새로운 분야에 대한 지식을 넓혀갔다. 

 

<미적분Ⅰ> 교과서에서 한계효용을 순간변화율로 설명하는 그림을 보고 경제학을 수리적으로 표현하는 것에 흥미를 느꼈다. <미시경제학>을 통해 효용극댓값을 구하는 라그랑지안 승수법의 존재를 접하며 식의 수학적 의미와 쓰임새를 이해하는 것을 목표로 탐구를 진행하면서 대학 공개 강의 서비스인 KOCW의 경영수학 강의를 찾아 들었다. 하지만 다변수함수의 미분법을 배우지 않았기에 완전히 이해하는 데 한계를 느꼈다. 

 

“미분법뿐 아니라 지수함수와 로그함수 등 경제 이론에 쓰이는 함수들을 공부하려면 <미적분Ⅱ>는 무조건 배워야겠더라고요. 수학 선생님께서 7명 이상이면 수업 개설이 가능하다고 해 상경 계열로 진학할 친구들을 모아 수업을 부탁드렸어요. 흔쾌히 수업을 열어주신 덕분에 경제학에 필요한 수학을 깊이 있게 공부할 수 있었죠. 지금도 참 감사해요.” 

 

이때 발표한 보고서는 ‘수학 교과서 심층 탐구 발표회’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며 인문 과정 학생들 중에선 처음으로 교내 수학신문에 기재되는 기회도 얻을 수 있었다. 교과서에서 출발한 탐구는 이뿐만이 아니다. <화학Ⅰ>의 고분자물질의 성질을 탐구하며 고분자 기체분리막의 원리 탐구로 이어갔고, <한국지리>의 전력생산 비대칭 구조를 배우면서 초고전압 직류송전 공부로 확장해갔다. 

 

효준씨의 3학년 담임인 황해인 교사는 이를 두고 추천서에 “교과 학습을 할 때도 바탕이 되는 개념서 등을 찾아 깊이 있는 공부를 하는 학생이다. 단순히 성적을 올리기 위한 공부가 아니라 그야말로 ‘지적 호기심’을 해결하기 위해 책을 찾아 읽는 등 공부를 대하는 자세가 남다른 학생”이라고 표현했다.  경제학에서 경영학으로, IT 벤처에 꽂히다 


경제학자를 꿈꾸던 효준씨의 시선이 IT 벤처 경영 쪽으로 옮겨간 계기는 한 편의 영화에서 비롯됐다. 세계금융위기를 다룬 영화 <빅쇼트>에 나타난 경제위기의 이미지가 강렬하게 남았기 때문이다. 

 

“영화를 네 번 연달아 보면서 금융위기를 예견하지 못한 이유가 궁금해지더라고요. 책 <2008 글로벌 금융위기>와 서브프라임모기지 관련 논문을 읽으면서 현대 금융공학에 감탄하기도 했지만, 경제학에 대한 과학적 맹신이 금융위기의 반복적이고 근본적인 원인이었다는 사실은 사회과학으로서 경제학의 한계를 깨닫게 해줬어요. 당시 교내 학습 동아리에서 신문스크랩 주제로 대우조선의 구제금융을 다뤘는데, 기업의 부도로 구제금융 신청까지 전개된 과정이 모기지 사태와 굉장히 유사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비교 연구를 주제로 탐구 보고서를 준비하면서 현지 답사의 필요성을 느꼈는데, 마침 테마여행 공모전이 열려 거제조선소 견학을 제안했죠. 실제 멈춰 있는 크레인을 보니 느낌이 확 오더라고요. 주변 식당 사장님들께 여쭤보니 사람들의 발길이 줄어들면서 가게 매출은 물론 인근 집값도 크게 떨어졌다고 했어요. 경제위기가 서민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을 실감했죠.”  보고서를 준비하며 기업 경영자의 판단이 미치는 영향력을 돌아보게 됐고, 경영학 중에서도 사회를 움직이는 힘이라고 생각해왔던 IT벤처 기업의 투자·재무 분야에 기여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이를 계기로 시작한 것이 자율주행차 연구였다. 

 

2학년 <영어Ⅰ>의 수업 수행평가를 위해 원서 <Driverless>를 읽으며 교통사고 90% 감소, 장애인 이동의 자유 부여 등 자율주행차의 사회적 파급 효과를 접했다. 그러나 기술 발전에 비해 기존 판례의 적용이 어려운 사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현재 택시 회사들과 갈등을 겪고 있는 대표적인 공유 경제 서비스 ‘타다’만 해도 기술 기반은 갖춰져 있지만, 법령이 못 따라가는 문제라고 생각해요. 기술 발전을 문화가 받쳐주지 않으면 우리 사회에 기술이 이식될 수 없잖아요. 이런 문제의식으로 자율주행차 교통사고의 윤리적 딜레마와 배상 책임에 대한 문제를 깊이 파고들면서 민형법상 책임 소재를 따져봤어요. 법제처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대법원 판례와 법리를 찾아 공부하면서 법적 개선안을 제시하기도 했고요. IT 기술에 대한 법과 윤리의식 등 문화지체 현상은 필연적이라는 걸 느끼면서 IT 기업의 경영자가 갖춰야 할 사회적 역할과 책임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어요.” 

 

우여곡절 성적에도 배울 것은 배워야 했던 뚝심 


교과 수업을 넘나들며 적극적으로 탐구 경험을 쌓아온 효준씨에게도 위기는 있었다. 2학년 때 학생회장에 당선되면서 늘어난 학교 활동으로 본인의 표현에 의하면 교과 성적이 ‘직하락’하기도 했고, 급기야 <한국사> 시험에서 서술형 문제에 골몰하느라 답안을 OMR 카드에 옮겨 적는 것을 깜박하고 말았다. 

 

“눈앞이 캄캄해지더라고요. 하하. 27점을 받았는데, 그나마 기말고사와 수행평가 점수를 합하니 6등급이 됐어요. 이제 서울대를 수시로 지원하는 것은 포기해야 할 것 같아 정시에 집중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선생님들께서 선배들도 그런 실수를 한 적 있으니 좌절하지 말고 해오던 대로 열심히 노력하라고 위로해주셨어요. 그렇다고 해도 3학년 때 원서를 쓸 무렵에는 부담이 되더라고요. 경영대학이 워낙 경쟁이 치열한 전공이기도 해서 학과를 바꿔야 하나 잠시 생각하기도 했는데, 어차피 저는 대학 자체에 크게 의미를 부여하진 않았기 때문에 전공을 포기하지는 말자고 마음을 굳혔어요.” 그 선택은 결과적으로 옳았던 셈이다. 

 

효준씨가 보기에 서울대는 학생부 종합 전형에서 평소 ‘생각을 많이 하는 학생’을 선발하려는 것 같단다. 실제 신입생들을 만나보니 관심 분야의 독서 경험이 풍부하고, 스스로 사회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지 고민의 과정이 있었던 학생들이 대부분이라고. 그런 면에서 효준씨는 후배들에게 정규 교과 수업을 제대로 활용해 기본기를 쌓으라는 조언을 꼭 하고 싶다고 했다. 

 

“모든 탐구 활동은 교과서에서 시작돼요. 언뜻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대학 교재를 봐도 지식의 체계가 고등학교 교과서와 이어져 있기 때문에 교육과정이 이렇게 설계된 데는 다 이유가 있더라고요. 제가 인문 과정임에도 경제학을 공부하려면 꼭 필요할 것 같아 <미적분Ⅱ> 수업을 적극 배웠던 것처럼, 선택형 교육과정하에서 공부하는 후배들에게는 더 중요한 문제가 될 거예요. 상경 계열로 진학하려는데 <미적분> 공부를 안 하거나, 공대에 진학하려는데 <물리Ⅱ>를 안 배운다는 건 ‘끔찍한’ 일이거든요. 입시를 고려해 성적의 유불리만 따지면 대학 공부에 적응하는 것은 물론, 종합 전형에서는 서류나 면접 관문을 통과하기도 어려울 것 같아요. 책을 폭넓게 읽었다는 것만큼은 자신 있는 편인데, 그래서인지 수능 국어를 풀 때도 모르는 제재가 나온 적이 거의 없었어요. 다들 알고 있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게 독서이기도 한데, ‘지적 허영심’ 때문이어도 좋으니 책을 좀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는 얘기도 꼭 하고 싶어요.” 


나를 보여준 학생부 & 자기소개서

 

 

 

학생부

1학년

▒ 창의적 체험 활동 

커피를 좋아해 3년 내내 활동한 바리스타 동아리, 진로 탐색을 위한 학습 동아리에서 꾸준히 경제·경영 신문 스크랩을 하며 미국의 서브프라임 위기와 국내 조선업의 위기를 비교 분석해 보고서 발표 등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사회> 세계화 관련 내용을 학습 동아리 활동과 연계해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국내 조선업 위기를 비교 분석, <과학> 교과서에 바탕을 두고 여러 자료와 책을 찾아보며 수학적 측면과 실생활에 응용하는 통합적 사고 능력 언급 등    <2학년>

 

2학년

▒ 창의적 체험 활동

‘효용함수와 무차별곡선’을 주제로 소비자 이론에 적용되는 미분을 교내 매점의 예를 들어 재미있게 설명한 기사가 인문 동아리로는 드물게 수학신문에 게재, 경제경영 동아리에서 맥킨지의 <기업가치란 무엇인가>를 읽고 요약 발표, 이를 통해 1학년 연구 주제를 확장해 이해하는 등 기업의 재무관리와 최고재무관리자의 역할에 흥미, 철학 동아리에서 활동하며 과학적 사고가 철학에 미친 영향 발표, 자율주행차의 파급력을 테슬라의 사례를 통해 발표, 관련 연구에 반영 등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독서와 문법> 책 소개하기 수행평가에서 탐구 주제였던 ‘자율주행차의 법적 쟁점’을 경제학적 관점에서 발전시키기 위해 찾은 <법, 경제학을 만나다>를 소개하며 법경제학의 존재 이유를 설득력 있게 발표, <확률과 통계> 자율주행차의 법적 쟁점을 게임 이론의 관점에서 해석, <미적분Ⅰ> 경제 시간에 배운 사회적 잉여를 수리적으로 도출, 경제학에 대한 수학적 응용을 즐기는 모습, <미적분Ⅱ> KOCW의 경영수학 강의를 수강하며 수업의 필요성을 느껴 경제경영 분야에 필요한 수학을 적극 학습, <영어Ⅰ> 말하기 수행평가 주제로 기술 발전에 따라 기존 판례의 적용이 어려운 경우를 자율주행차를 예로 들어 발표, 관련 원서를 읽고 자율주행차의 윤리적 딜레마와 사회 합의의 어려움을 사회·문화의 개념인 기술 발전에 따른 문화지체 현상으로 해석, <사회·문화> 정보사회 단원과 관련, 자율주행차의 법적 쟁점 주제로 관련 문헌 연구 및 타당성 검증해 개선안에 대한 글 작성 등   

 


자기소개서

▒ 1번 학습 경험 

<미적분Ⅰ> 교과서를 통해 경제학을 수리적으로 표현하는 것에 흥미를 느끼고, 대학 공개 강의 서비스인 KOCW의 경영수학 강의와 <미적분Ⅱ> 수업의 도움을 받아 탐구 보고서를 완성한 일과 비슷한 과정을 거친 <화학Ⅰ>과 <한국지리>의 탐구 경험을 풀어썼다.

 

▒ 2번 교내 활동 

영화 <빅쇼트>와 책, 논문 등을 읽으며 경제학에서 경영학으로 관심 분야가 확장된 계기, 세계금융위기와 대우조선해양 사태 비교 연구, 자율주행차 연구 등을 통해 IT 벤처 경영인이 갖춰야 할 소양을 배운 점을 담았다. 

 

▒ 43번 독서 세 권 

가방 안에 넣어두고 여러 번 반복해 읽은 <스티브 잡스>와 원서로 읽은 <The Adventures of Huckleberry Finn>, <장하석의 과학, 철학을 만나다> 세 권을 선정했다.  


교사의 시선으로 본 수시 합격생

 

전공에 필요한 <미적분Ⅱ>  도전 인상적  
“<미적분Ⅱ>는 2학년 2학기 방과 후에 요구형 교육과정으로 개설, 상경 계열로 진학하려는 학생 11명과 함께했던 수업입니다. 효준이가 적극적으로 친구들을 모아와서 수업 개설 최저 인원을 채울 수 있었죠. 서울대 제시문 기반 면접 수학 방과 후 수업을 자연 과정 학생들과 함께 수강했는데, 여기서도 수학적으로 밀리지 않는 걸 보면서 역량을 알아봤답니다.” 

_ 수학 담당 박진근 교사 

 

진짜 하고 싶은 걸 하자! 

 “효준이가 중학생 때 읽었던 철학책의 서평을 엮어 만든 문집을 선물한 적 있었는데, 중학생의 필력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수준의 글과 생각에 놀랐던 기억이 있어요. <한국사> 시험 때 있었던 일은 추천서에 해명해주긴 했지만, 불안했던 게 사실이에요. 경영학과를 피해보려고 학과를 조정하고, 스토리도 다시 짜봤지만 ‘서울대에 합격하려고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속이지 말자. 자신감을 갖고 진짜 하고 싶은 걸 하자’고 결론을 내렸죠. 무엇보다 저는 다른 지원자들과 분명 차별화되는 지점이 있다고 확신했거든요.  단순히 공부만 잘하는 학생이 아니라, 인문학적 소양을 바탕으로 진리를 탐구하는 학생이라고 생각했고, 서울대 인재상에 맞다고 봤는데, 다행히 그 판단이 틀리지 않았네요.”

_ 3학년 담임 황인해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