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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과목 돋보기] 논술

 비판적 사고력 키우는 <논술> 

 개설 학교 늘면서 내실 있는 수업 사례 증가 

 

 교양교과    선택 과목 돋보기 16  논술


많은 사람이 ‘논술’ 하면 대학의 ‘논술고사’만을 생각하기 쉽지만, ‘논술’의 본래 의미와는  큰 차이가 있다. 고등학교 교양 과목 중 하나인 <논술>은 ‘문제를 파악하고 그 원인을 다각도로 분석해 대안을 제시하는 복합적 사고 과정을 익히는’ 과목이다. 


취재 홍정아 리포터 jahong@naeil.com 

도움말 김태영 교사(경남 진영고등학교)·김현정 교사(서울 불암고등학교)·윤상철 교사(서울 경희여자고등학교) 

자료 <고등학교 교양 교과 교육과정>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고등학교 교양 교과 평가 기준 개발 연구> 


‘글쓰기’라는 틀에서 탈피, 비판적 사고력 키우는 <논술>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논술> 과목은 비판적 사고력 향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학 입시 논술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대학 입시 논술만 고려한 과목은 아니다. 서울 경희여고 윤상철 교사는 “<논술> 수업 본연의 목표와 관계없이 많은 교사와 학생이 대입 논술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해 과목 개설과 수강을 염두에 두기도 한다. 고등학교 <논술>은 원론적으로 분석적 글쓰기, 비판적 글쓰기, 문제 해결적 글쓰기 등 세 가지 영역을 다룬다”고 설명했다. 


교양 과목이기 때문에 석차나 등급 산출이 없어, 수업 구성이나 운영 면에서 학생들의 의견 개진이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학교 간 공동 교육과정이나 온라인 공동 교육과정 수업이 더 활발한 편이지만 최근 <논술> 수업을 개설하는 학교가 느는 추세다.

 

 

평가 부담 없이 학생 의견 반영해 다양한 수업 구현


고등학교 <논술> 수업은 교사에 따라 교재를 활용하기도 하고, 교재 없이 교사가 개별적으로 마련한 수업 계획서 안에서 진행하기도 한다. 

서울 불암고 김현정 교사는 “2019년에 3학년 3개 반에서 <논술> 수업을 했는데, 반별로 수업 내용이 달랐다. 두 개 반은 자신의 진로와 관련한 자료 조사와 글쓰기·발표 중심으로, 한 개 반은 특정한 논제를 정하고 그 안에서 자유롭게 구술하는 토의·토론 중심으로 수업했다.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해 시중 논술 교재를 출력해 수업하는 학교나 교사들도 있어 수업 내용의 편차가 큰 편”이라고 설명했다.


<논술> 수업에서 다루는 토론 주제는 무궁무진하다. 김 교사는 “1884년 영국의 식인 사건을 다룬 더들리와 스티븐스 재판을 통해 생존을 위해 살인이나 식인을 한다면 죄가 성립되는지 생각해보는 수업도 있었다. 통일이나 병역 문제, 성 소수자와 성 차별 등 사회적 이슈가 되는  주제로 토론한 뒤 논리적 글쓰기도 진행했다. 신문이나 뉴스 자료는 물론 TV 개그 프로그램 영상까지 활용한 수업에 학생들의 호응이 높았다”고 전했다.

 


구글·MS 등 클라우드 시스템 적극 활용 

교사·학생 쌍방향 소통하는 온라인 공동 수업도 활발


단위 학교에 개설이 안 된 경우 공동 교육과정을 통해 수업을 받는 학생도 늘고 있다. 경남교육청의 온라인 공동 교육과정 ‘교실온닷’에서 <논술> 수업을 맡았던 경남 진영고 김태영 교사는 “온라인 수업의 특성상 소수 학생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이런 장점을 최대한 살려 중간 중간에 토론 수업도 활발히 진행했다. 교사의 간단한 개념 설명 후, 학생들끼리 토론하는 과정 안에서 사고를 확장시킬 수 있다. 토론은 주로 예시 문제 해결, 문제 분석, 찬반 토론으로 진행했는데, 궁극적으로는 사고의 폭을 넓혀 폭넓은 시각에서 글을 쓰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토론을 거쳐 글쓰기 활동까지 이르게 되면 학생들의 생각이 구체화되면서 진로 계획이 명확해지는 경우도 있다고.

 

김 교사는 “글쓰기 평가는 구글이나 MS 등 클라우드 시스템을 활용한 온라인 협업 도구로 가능하다. 이 시스템을 활용하면 학생들이 글을 쓰는 과정을 관찰할 수 있고, 교실 수업에서는 구현하기 힘든 과정 평가를 제대로 할 수 있다. 말이 글쓰기 과정 평가이지, 학생의 요청이 있을 때 모니터 채팅창을 활용해 조언해주는 정도다. 글쓰기가 다 끝나면 교사에게 결과물을 메일로 제출하고, 교사는 부족한 부분에 대해 딱 3개만 조언한다. 다음 시간에 더 좋은 글을 쓰는 것이 목적인 만큼 평가 내용이 과도하지 않게 유의한다”고 덧붙였다. 

 



Mini interview  <논술> 배워보니


“학생인권조례 주제의 기사문 분석 수업이 기억에 남아요” 

 

채혜정

경남 진영고 3학년

 


Q. <논술> 수업을 어떻게 수강하게 됐나?

 

1학년 여름방학 때 경남교육청의 온라인 공동 교육과정 ‘교실온닷’을 통해 수강했다. 지금까지 배워보지 못한 새로운 과목을 심도 있게 공부하고 싶었는데, 평소 글쓰기에 관심이 많아 논리적·비판적 사고력을 기를 수 있는 <논술> 수업에 더욱 끌린 것 같다. 

 

Q. 온라인 수업 수강 방법과 과정을 설명해준다면?

 

3시간씩 주 3회, 3주 동안 총 36시간의 <논술> 수업을 수강했다. 학교 담당 선생님이 주신 카메라와 마이크 달린 헤드셋을 내 컴퓨터에 연결해 수업을 준비했다. 강의실 접속은 별도의 프로그램 설치 없이 크롬에서 ‘교실온닷’을 검색해 들어가면 돼 편했다.

 

Q. 가장 인상 깊은 수업 내용을 꼽는다면?

 

학생인권조례를 주제로 한 수업이 인상 깊었다. 다양한 시각에서 문제를 바라보는 기사와 영상을 보면서 어렵다고 생각했던 기사문에 대해 흥미를 느꼈다. 각각의 장단점을 고려하며 찬반을 결정하는 과정에서는 주관적 사고력을 기를 수 있었다. 

 

Q. 논술 수업을 하며 느낀 것과 좋았던 점은?

 

수업이 끝나면 선생님께서 항상 그날의 피드백을 메일로 보내주셨다. 수정하면 할수록 완성도가 높아지는 글을 보며 뿌듯했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