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속에서 스스로 생각하는 힘 키우고 싶다면?
수행평가로 알아보는 선택 과목 8 | 고전과 윤리
<고전과 윤리>는 <사회문제탐구> <여행지리>와 함께 사회 교과의 진로선택 과목에 속한다. 이들 두 과목에 비해 수업을 개설한 학교가 적은 편이긴 하지만, 고전을 통해 우리 자신을 성찰하고 현대 사회의 다양한 윤리적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지혜를 얻는 과목이다. 주로 2~3학년 때 배우는데, 이이 공자 아리스토텔레스 칸트 석가모니 정약용 롤스 노자 예수 마호메트 등 동서양 사상가들의 다양한 시각을 접할 수 있다. 수행평가는 서술형과 논술형, 탐구 보고서, 성찰 에세이, 내러티브, 자기 보고, 구술 평가, 토론 과정과 발표에 대한 관찰 평가, 학생 상호 평가, 면접법, 포트폴리오 발표, 토론, 프로젝트 평가 등 다양하게 진행한다.
취재 홍정아 리포터 jahong@naeil.com
도움말 송욱빈 교사(서울 영동고등학교)·이병천 교사(강원 강릉여자고등학교)·주미림 교사(강원 속초여자고등학교)
자료 <2015 개정 교육과정 선택 과목 안내서>·국가 교육과정 정보 센터
스스로 생각하는 힘, 타인과 생각 나누는 데 가치 있어
<고전과 윤리>는 고전에 대한 탐구와 성찰을 통해 인문학적 소양과 바람직한 인성을 기르는 과목이다. 학생들은 고전의 원문을 읽고 그 의미를 탐구하는 과정에서 도덕적 주체인 나에 대해 성찰할 수 있다. 타인과의 관계 맺기는 물론 사회·공동체 안에서 정의를 지향하는 성숙한 도덕적 시민의 자질, 자연·초월과의 관계 속에서 인간 삶의 의미와 생명의 가치 등을 배운다. 강원 강릉여고 이병천 교사는 “윤리학 수업의 진정한 가치는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고 타인과 생각을 나누는 데 있다. 이 점에서 <고전과 윤리>는 매력적이고 가치 있는 과목이다. 수업이 개설된 학교가 많지 않은데 교육과정에 이 과목이 편제되어 있다면 학생들에게 수강하기를 권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수행평가 사례로 <고전과 윤리> 엿보기
강원 속초여고의 경우 기초 과목과 탐구 과목을 합쳐 총 9과목을 선택할 수 있게 고3 교육과정 편제표를 개방적으로 구성한 덕분에 윤리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더 쉽게 과목을 선택할 수 있는 분위기다.
이 학교 주미림 교사는 “처음에는 텍스트 위주의 교과서 구성과 과목에 대한 선입견 때문에 지루하고 어려운 학문이라고 오해하는 학생이 적지 않았다. <윤리와 사상>이나 <생활과 윤리>를 잘하지 못하면 버거울 것이라며 부담을 갖는 학생도 많다. 하지만 이는 이들 과목의 심화 과목이 <고전과 윤리>라는 오해 때문에 그런 것으로,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고전과 윤리>를 선택한 학생은 대부분 <윤리와 사상>에도 흥미가 있으며, 평소 사상이나 이론의 심화 학습에 대한 갈증이 크다”고 전했다.
서울 영동고는 지난해 2학기부터 2학년 인문 계열 진로 희망 학생을 대상으로 <고전과 윤리> 수업을 진행했다. 수업을 맡은 송욱빈 교사는 “사회 교과의 메이저 과목이라 할 수 있는 <생활과 윤리>가 ‘고전’보다는 ‘윤리’ 특히 ‘현대윤리’에 치우쳐 있다 보니, 상대적으로 ‘고전’의 영역이 소홀해진 측면이 있다. <고전과 윤리>는 단순히 학생들이 인문학적 소양을 갖추는 데 그치지 않고, 본인 삶의 가치관에 어떤 내용을 담을지까지 두루 다루는 과목”이라고 설명했다.
수업 방식은 고전 강독 후 자신의 생각을 발표하는 세미나 형식으로, 지필과 수행평가를 병행했다. 송 교사는 “최근에는 비주얼 씽킹이나 마인드 맵 등 시각화 중심의 수행평가 활동을 많이 활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강원 강릉여고의 경우 2020년에 <고전과 윤리> 수업을 개설했다. 지난해에는 3학년 1개 학급에서 수업을 운영했다.
이 교사는 “<고전과 윤리>를 포함한 14개 과목을 선택 과목 그룹으로 묶어 학생들이 그중 2개 과목을 선택하게 했다. 인문 계열 진로 희망 학생들이 많이 선택할 것 같았으나, 실제로 수강 신청한 학생들은 사회과학 계열에 진학하려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Case 1 고전 읽고 주제 발표·소감문 쓰기로 생각 넓히기
강원 강릉여고 이병천 교사’s Comment
2020년에는 코로나19 때문에 불가피하게 원격 수업을 했는데, 다행히 지난해부터는 대면 수업이 가능해 철학 원전 발췌독, 생각 나누기, 토론 등을 진행하고 있다. 딱딱한 교과서를 재구성하고 활동 위주의 수업을 계획하기가 힘들었지만, 윤리 과목의 본질에 다가가는 수업을 통해 윤리 교사로서 많이 성장할 수 있었다. 학생 평가는 100% 수행평가로 진행했다. 평가 비중은 ‘온고지신 생각 쓰기’ 20%, ‘원전 발췌독 후 모둠별 독서 토론’ 30%, ‘서술형 평가’ 50%다.
‘온고지신 생각 쓰기’는 플라톤의 <국가>,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피터 싱어의 <동물해방>, 칸트의 <윤리형이상학 정초>를 발췌독하고 이를 사회 문제나 자신의 삶과 연관 지어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논술 활동이다. ‘모둠별 독서 토론’은 책을 지정해 수업 시간마다 20분씩 모둠별로 윤독하게 한 뒤, 서로 생각을 나누고 책 속의 주제를 선정해 스스로 토론 준비를 하게 하는 활동이다. 특히 다른 윤리 과목에서 단편적으로 접한 지식들이 보다 확장되는 계기가 됐다는 게 수강 학생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고전과 윤리> 수업 시간이 철학자와 카페에서 지적 대화를 나누는 시간처럼 느껴진다”는 학생의 소감이 인상적이었다.
Case 2 ‘꼬리에 꼬리를 무는 토론’으로 고전 파헤치기
강원 속초여고 주미림 교사’s Comment
코로나19로 비대면 원격 수업을 진행한 당시에는 수업 내용이 교과서에 집중된 것 같아 걱정이 됐다. 하지만 수업에 필요한 온라인 영상을 만들면서 고전의 내용을 재구성해 의외로 효과적인 수업이 가능했다.
원전의 번역을 보다 쉽게 하고, 여기에 부연 설명을 넣은 영상을 학생들에게 제공했더니, 고전에 대해 깊이 탐구할 수 있어 좋았다는 반응이 꽤 많았다. 대면 수업을 통해 소통의 기회가 많아지면서 학생들이 고전 안에서 다양한 토론 주제를 직접 추출하고 활동에 임했다.
고전의 핵심을 알아야 다양한 측면에서 토론하고 의견을 나누기 수월할 것이라고 판단해 지필평가 40%를 배분하고, 수행평가를 60%로 진행했다.
‘꼬꼬무(꼬리에 꼬리를 무는) 원전 토론’이나 ‘꼬꼬무 생각 토론’을 통해 함께하는 고전 분석, 다양한 현실 문제에 대한 토론을 진행했다. 처음 수업을 개설할 때만 해도 심화 사상을 궁금해하는 학생들이 많아 너무 학문적으로 치우치는 것 아닌가 염려가 됐다.
하지만 학생들이 과목의 목표와 수업 취지를 충분히 이해해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활동형 수업을 할 수 있었다. 소규모 인원으로 진행한 수업이었기에 학생들의 요구를 최대한 반영하고 충분한 대화를 나눌 수 있어 만족도가 높았던 것 같다.
Case 3 ‘뜻 세움 실천 카드’ ‘통찰 마인드 맵’ 등 수행평가 예시와 학생 평가 방향
① 1단원 ‘나와의 관계’ ‘뜻 세움 실천 카드’ ‘실천 체크리스트’ 만들기
<고전과 윤리> 1단원 ‘나와의 관계’에서는 입지(立志) ‘뜻 세움’의 의미를 삶의 전체적인 과정과 관련해 생각해본다. 고전 <격몽요결>을 활용해 자신의 삶에서 가치 서열 매기기 활동을 할 수 있다. 이후 학생들이 이를 구체적인 삶의 자세로 구현할 수 있는 ‘뜻 세움 실천 카드’와 실천을 위한 체크리스트를 제작하게 한다. 모둠 토론 시간에는 완성한 뜻 세움 실천 카드를 활용하면서 각자 세운 뜻을 이루기 위한 다짐과 격려로 마무리한다.
② 2단원 ‘타인과의 관계’ ‘통찰 마인드 맵’ ‘시·음악 활용한 성찰’ 활동
2단원에 등장하는 <금강경>은 ‘관계 속에서 존재하는 나와 베푸는 삶’이라는 내용 요소를 담고 있다. 관련 수행평가로 <금강경>을 강독하고 핵심 내용을 이해한 후, 이를 바탕으로 모든 존재하는 것들은 상호작용을 통해 연결된 그물망임을 깨달을 수 있는 통찰 마인드 맵 활동을 할 수 있다. 시나 음악을 활용한 성찰 활동과 연계해 진행하면 효과적이다. 마무리 활동으로 지금의 자신이 존재하도록 도움을 준 모든 대상을 떠올리며 고요하고 진지한 감사 명상을 한다. 그 외에도 현재 자신의 봉사 활동을 돌아보고 아무 조건 없이 베푼다는 의미의 ‘무주상보시로서의 자비’를 일주일 동안 실천하고 일기를 쓰면서 생활 속 자비 실천 자세를 기르게 할 수도 있다.
<고전과 윤리> 수업과 학생 평가 방향은? 교과서의 단편적인 지식을 전달하는 수업이 아니라 화두적 질문을 매개로 고전의 원문을 사유하고 공감·소통할 수 있는 수업이 이상적이다. 예를 들어 고전 원문의 강독 방법으로 소리 내어 읽기를 비롯해 속으로 읽는 묵독, 훑어 읽는 통독(通讀), 여러 사람이 같은 책을 돌려 읽는 윤독(輪讀) 등을 적절히 적용할 수 있다. 고전의 원문에 제시된 내용을 매개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내러티브 접근을 활용해 다양한 글쓰기 수업도 가능하다. 학생들의 능동적인 참여를 유도하려면 토론 학습, 협동 학습, 프로젝트 학습, 교과 융합 수업 등의 방법으로 도덕적 탐구와 윤리적 성찰을 이끌어내는 것도 좋다. ① 선다형 위주의 평가 방식을 지양하고 다양한 수행평가를 통해 과정과 결과가 모두 평가되어 학생들의 역량과 성장에 중점을 두는 평가를 한다. ② 수행평가 중심의 과정 평가와 논술형 지필평가 등을 종합해 ‘우수’ ‘보통’ ‘미흡’의 3단계 평가를 실시. 특기 사항이 있는 경우 학생부에 서술형으로 기록한다. ③ 고교 진로선택 과목으로서 <고전과 윤리> 수업에서 함양한 학생들의 인문학적 소양과 지식, 태도, 역량 등을 학생부 ‘진로 관련 특기 사항’과 ‘독서 활동’에 기록할 수 있다. ④ 인지적 측면뿐만 아니라 공감 능력, 배려, 실천 의지 등 정서적 측면 및 실천 성향과 자세까지 통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한다. ⑤ 학생들의 학습 과정과 결과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바람직하므로, 교사는 평가 방법에 있어서도 가급적 여러 가지 방법을 적용한다. |
MINI INTERVIEW <고전과 윤리> 수행평가 해보니
“고전 읽고 사유하는 힘, 사서 교사의 꿈에 한발”
김하현
강릉여고 졸업
<고전과 윤리> 과목을 수강하게 된 계기는?
3학년 때 두 학기에 걸쳐 배웠다. 일반선택 과목 중 윤리 교과목을 전혀 신청하지 않았던 터라, 균형 갖춘 공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에 신청했다. 수강 신청 시기에 <고전과 윤리>를 선택하는 친구들이 적었는데 소수의 친구들, 선생님과 직접적으로 소통하며 수업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감이 컸다.
의미 있었던 수업 내용이나 활동이 있었다면?
피터 싱어의 <실천 윤리학>을 읽고 진행한 토론 활동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선생님께서 진로가 비슷한 친구들끼리 한 조로 묶어주셨는데 그 친구들과 책의 한 부분을 읽고 토론하는 활동이었다. 1시간 만에 끝내지 않고 여러 수업에 걸쳐 이어진 활동이라 친구들과 수업 시간 외에도 수시로 책에 대해 얘기할 수 있어 좋았다. 덕분에 책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독후 활동을 소개해준다면?
책을 다 읽은 다음 마무리 활동으로 자기가 읽은 부분에서 토론 주제를 한 가지 정해 찬반 토론을 진행했다. 토론을 준비하면서 책 내용에서 더 나아가 관련 정보까지 조사하는 시간도 매우 유익했다. 토론에 필요한 정보를 스스로 탐구하면서 내 생각을 확장시킬 수 있었다. 수업 시간에 피터 싱어의 책 <동물해방>을 배운 다음 <실천 윤리학>을 읽었기 때문에 작가가 책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배운 내용을 활용해 생각해볼 수도 있었다.
<고전과 윤리> 수업을 통해 배우고 느낀 점은?
교과서 진도를 따라가기 급급한 다른 과목과 달리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을 활용해 책을 읽고 내 생각을 친구들과 공유하는, 내가 주체가 돼 활동한 수업이었다. 수강 인원이 적어 조별 활동도 많이 하고 수업 시간에 친구들의 생각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많아 좋았다. 친구들의 의견을 통해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다시 고민해볼 수 있었다. 강의식 수업을 통해 얻는 점도 많겠지만, 학생 참여 중심의 <고전과 윤리> 수업을 통해 스스로 생각하는 시간을 갖고 친구들과 직접 소통하며 내 생각을 키울 수 있어 더욱 뜻깊었다.
본인의 희망 진로와 <고전과 윤리> 수업의 연관성은?
현재 사서 교사를 희망하고 있다. 이를 위해 평소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고 인문학적 사고를 하려고 노력하는데, <고전과 윤리> 수업을 들으며 다양한 책을 접할 수 있었다. 특히 책을 통해 선생님, 친구들과 이야기하며 시야를 넓힐 수 있었다.
선택 과목 결정을 앞둔 후배들에게 조언 한다면?
내가 그랬듯이 <고전과 윤리> 수업을 통해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를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고전을 활용해 스스로 생각하며 사고의 폭을 넓히고자 하는 후배들에게 이 과목을 추천하고 싶다. 특히 수업 시간에 다른 사람의 다양한 생각을 접할 수 있기 때문에 혹 자신의 진로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더라도 친구들과 소통하고 싶은 후배들이라면 <고전과 윤리> 과목을 선택하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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