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수행평가로 알아보는 선택 과목] 기하

자연과학·건축·의학·사회과학 속 <기하>를 찾아라!

수행평가로 알아보는 선택 과목 7 | 기하


2009 개정 교육과정에서 <기하와 벡터>는 수능 최고난도의 단골 과목이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기하>는 공간 벡터 내용이 빠진 데다 진로선택 과목으로 등급을 산출하지 않아 문제 풀이에서 벗어나 생활 속에서 다양한 기하 현상을 찾는 과목으로 이미지 변신 중이다. 특히 자연과학, 공학, 의학을 비롯해 경제, 사회학 등 사회과학 분야 곳곳에 기하가 활용되기 때문에 인문, 자연 계열의 경계를 넘나드는 과목이기도 하다. 입시에 대한 부담 대신 기하 본연의 개념을 배우고, 도구로서의 기하, 실생활 속 기하를 알아가는 수행평가 현장을 담았다. 


취재 민경순 리포터 hellela@naeil.com

도움말 김형식 교사(경기 영생고등학교)·강성준 교사(충남 논산대건고등학교) 전일수 교사(서울 한영고등학교)·조만기 교사(경기 남양주다산고등학교)

자료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선택 과목 안내서> 


학습 부담 줄고, 2학년에 편성한 고교 늘어 


진로선택 과목인 <기하>는 고1 <수학>을 학습한 후 배워야 하는 과목으로, 학교 상황에 따라 고2 또는 고3에 개설된다. 2021 수능과 달리 2022 수능에서 수학 선택 과목으로 포함됐지만, 수능 선택 과목으로 <기하>를 선택하는 비율이 <미적분>과 비교해 많지 않다.


충남 논산대건고 강성준 교사는 “이전 교육과정이었던 <기하와 벡터>는 수능에서 최고난도 단골 문항이었다. 그러나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공간 벡터가 빠지면서 <기하>는 학습량과 난도가 줄었다. 수능 선택 과목이 되면서 입시에 대한 부담이 줄어 자연이나 건축물, 생활 속에서 기하를 찾는 등 기하 본연의 개념을 공부하는 데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서울 한영고 전일수 교사는 “기하의 개념을 실생활이나 역사 속에서 친근하게 찾아보려고 노력한다. 흔히 피라미드 하면 이집트를 떠올리지만, 고구려의 영토였던 중국에 이집트보다 훨씬 더 이른 시기에 이집트보다 수도 많고, 규모도 큰 피라미드가 만들어졌다는 이야기와 함께 건축과 기하를 연계해 설명하면 학생들이 더 관심을 보인다. 수업에 활용했던 다양한 내용을 확장해 학생들이 탐구 발표하는 수행평가에 접목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수행평가 사례로 <기하> 엿보기 

<기하>는 크게 이차곡선, 평면벡터, 공간도형과 공간좌표로 구성돼 있으며, 이차곡선에서는 포물선과 타원, 쌍곡선 등을, 평면벡터에서는 벡터의 연산과 평면벡터의 성질을, 공간도형과 공간좌표에서는 직선과 평면, 정사영, 공간좌표 등을 통해 도형의 성질을 탐구한다(표 1).


대부분 <기하> 수행평가로 서논술형 문제 풀기와 문제 출제하기, <기하>와 관련한 주제 탐구 보고서 작성 및 발표하기, <기하>와 관련한 독서 활동 등을 진행한다. 학생들은 수업을 통해 이차곡선 단원에서 포물선을 배우면서 파라볼라 안테나, 자동차 전조등, 손전등, 태양열 조리기, 태양열 발전 등의 예를 찾아보고 포물선의 성질을 이해한다.


전 교사는 “한영고는 모둠 주제 탐구, 개별 주제 탐구, 독서로 수행평가를 하는데, 온라인 수업이 병행되기 때문에 모둠 주제 탐구 준비는 온라인에서, 실제 발표는 등교 때 한다. 모둠 주제 탐구 수행평가의 주제는 <기하>와 관련한 실생활 주제를 중심으로 다양하게 정한다면, 개별 주제 탐구는 진로와 관련된 내용이나 <기하>의 킬러 문항을 어떻게 풀어갈지 발상하는 과정을 발표하는 것 중 선택할 수 있다”고 전했다. 


생활 속 기하 활용 사례나 진로 분야에서 도구로서의 기하 그리고 독서와 연계한 활동 등을 통해 생활과 밀접한 기하, 도구적 수단으로서의 기하를 접하며, 문제 풀이식 수학에서 벗어나 확장된 시야를 키울 수 있다.  경기 영생고 김형식 교사는 “생활 속에서 <기하>의 개념을 찾아보거나 탐구하는 시간을 주고 싶지만, 과제형 수행평가가 금지되면서 수행평가에 많은 제한이 따른다. 대신 수행평가와 별도로 보고서를 작성하고 발표하는 등의 시간을 통해 <기하> 과목을 진로나 실생활과 연계하는 시간을 가진다”고 전했다. 


 Case 1   과정형 수행평가, 지오지브라 활용해 탐구하기

 

경기 남양주다산고 조만기 교사’s Comment


<기하>는 3학년 1~2학기에 각각 3단위로 편성돼 있다. 학기초에 3학년에 개설됐지만, 수능 준비나 문제 풀이 중심의 수업이 아닌 본연의 수업에 충실하겠다고 학생들에게 설명했다. 평가 항목은 기말고사 40%와 수행평가 60%로, 수행평가의 비율이 높다.


수행평가는 서술형 문제 풀이 25%, 과정형 평가 15%, 주제 탐구 활동 20%다. 서술형 문제 풀이는 1단원 이차곡선과 관련된 4문제로 진행했다. 과정형 활동지 평가는 수업 시간에 배부한 프린트물을 평가하는 것으로, 수업에 얼마나 성실하게 참여했는지 확인하는 과정 평가의 일종이다. 주제 탐구 활동은 중간고사 이후 진행할 예정인데 진로와 관련된 주제로 유도할 계획이다. 교사가 특정 주제를 제안할지, <기하>의 세 단원 중 학생들이 자유롭게 주제 선정을 하게 할지 고민 중이다.


수행평가와 별도로 <기하> 시간에 지오지브라 프로그램을 활용해 이차곡선이나 벡터 등을 작도해보고, 이를 주제 탐구와 연계해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참고로 지오지브라는 함수를 비롯해 공간도형, 공간좌표, 평면, 구 등을 컴퓨터 화면에 시각적 그래프로 나타내는 프로그램이다.  

 

* 이 수업은 조 교사가 이전 재직한 경기 판곡고에서 진행됐다.


 Case 2  기본에 충실한 수업으로, 생활 속 기하 찾기

 

경기 영생고 김형식 교사’s Comment


2020년에 고2 수업으로 <기하> 과목이 편성됐다. 수능까지는 시간적 여유가 있었고, 진로선택 과목이라 평가에 대한 부담이 없어 수행평가 50%와 지필평가 50%로 운영했다. 1학기에는 수학 문제 만들기 20%, 제시된 수학 문제 풀기 20%, 수학 문제 설명하고 질문에 답변하기 10%로 진행했고, 온라인 수업이 많았던 2학기에는 수학 문제 만들기 대신 영상 수업에서 돌발퀴즈 과제를 20%로 대체했다. 아무래도 온라인 수업의 참여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어 수업 영상 중간에 돌발퀴즈를 제시해 수업 참여를 유도한 것이다. 


수학 문제 만들기와 수학 문제 풀기는 기본 문제와 발전 문제로 문제 난도에 차등을 둬 모든 학생이 자신에게 맞는 문제를 고르고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등급을 산출하는 과목이 아니므로 줄 세우기식 평가보다는 수업에 참여한 모든 학생이 특정 문항이나 개념은 꼭 알아가자는 차원에서 기본에 충실한 수업을 해나갔다. 다만, 문제 난도에 따라 배점 차이는 뒀다. 성취도 비율은 A 30%, B 30%, C 40%의 분포로 나타났다. 

 


MINI INTERVIEW _ <기하> 수행평가 해보니

 

“진로와 연계해 <기하>를 들여다봤던 시간” 

 

황다원 경기 영생고 졸업

기억에 남았던 수행평가는? 


문제 출제하기 수행평가였다. 처음엔 막막했지만, 단원의 로드맵 역할을 하는 학습 목표에서 강조한 개념을 중심으로 문제를 만들면서 해당 개념을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출제 후에는 오류가 없는지, 문제 해결에 빠진 조건은 없는지, 난도는 적절한지 등을 통해 수학적 사고력을 높일 수 있었다. 출제자의 관점에서 수학을 바라보며, 공부 방법을 터득한 유익한 시간이었다.

 


진로와 <기하> 수업과의 연결고리를 찾는다면? 


수업 시간에 포물선은 천체 망원경, 쌍곡선 모양은 원자력 발전소의 냉각탑 등 여러 분야에서 찾을 수 있고, 그 원리가 생활 곳곳에 이용된다는 것을 배웠다. 그런 과정에서 타원의 원리나 특징, 활용 분야 등이 궁금했는데 의학 분야에서 타원이 다양하게 사용된다는 것을 알았다. 한 예로 ‘신장결석 파쇄기’는 타원의 성질을 이용해 수술 없이 신장결석을 제거할 수 있다. 의·약학 계열의 진로를 생각하기에 다른 의료기기에도 쌍곡선, 포물선 등 도형의 원리가 적용되는 사례에 관심이 생겼다. 벡터의 정의를 바탕으로 ‘방향’과 관련된 예를 발표하면서 벡터가 일기도, 이정표부터 GPS 수신기와 위성의 RLC 회로, 백신 등의 약물을 개발할 때 사용하는 원심분리기에도 이용된다는 것을 알았다. 

 


<기하> 과목을 설명한다면? 


도형의 방정식을 통해 성질을 확인하고, 그래프를 예측하는, 여러 사고를 요구하는 과목이다. 처음엔 <기하>가 낯설고 어렵다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우리 일상에서 활용되는 분야를 탐구하면서 진로에 관한 관심으로 연결할 수 있는 흥미로운 과목이다. 


 Case 3  진로와 독서 연계하기

 

충남 논산대건고 강성준 교사’s Comment


고2 학생들이 1학기 동안 4단위로 배운다. 주로 이공 계열을 진학하려는 학생들이 선택했다.  <기하> 수업을 선택한 학생 중에 수능에서 <기하> 선택을 고려하는 인원이 많지 않아서 전반적으로 부담은 줄어든 상황이다. 평가 비율은 지필평가 40%, 수행평가 60%로, 수행평가의 비율이 더 높다. 실생활 속 의료 분야, 건축물, 사회·자연 현상에서 기하의 예를 찾아보는 수행평가를 25% 반영하고, 진로와 연계해 탐구하는 수행평가를 25% 반영했다.


이런 수업을 통해 학생들은 타원형의 성질이 요로결석 치료기의 원리로, 포물선의 성질이 파라볼라 안테나에 사용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안정적 구조인 쌍곡선 구조가 건축물에 사용된다는 것을 배우면서 생활과 밀접한 도형, 기하를 접한다. 독서 관련 수행평가도 10% 반영하는데, 수업과 독서를 연계하고, 다른 수행평가를 준비하면서 생기는 궁금증을 찾아 연계하는 형태로 유도하고 있다. 그런 과정을 통해 학생부에서 <기하>에 대한 관심은 물론 진로와의 연계성과 독서 역량을 함께 보여줄 수 있다. 

 

 

MINI INTERVIEW _ <기하> 수행평가 해보니

 

다양한 학문과의 뜻밖의 조우, <기하>

 

안성찬 충남 논산대건고 졸업

기억에 남았던 수행평가는? 


진로와 관련해 탐구했던 수행평가가 기억에 남는다. 의학 계열, 의료 인공지능 분야에 관심이 많아서 의료기기, 생체 분자에 활용된 기하를 탐구했다. 체외 충격파 쇄석술에 타원형의 성질을, 효소 동역학 곡선에서 쌍곡선형이 활용된다는 것을 알았다. 특히 효소의 반응 속도 그래프를 통해 약을 먹었을 때 효능 지속 시간 등을 <기하>에서 배우는 쌍곡선 그래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는 것도 흥미로웠다.

 


컴퓨터 활용 능력도 <기하> 수업에서 중요한가? 


주제 탐구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지오지브라’나 ‘매트랩’ 같은 공학용 소프트웨어를 사용했다. 수치를 대입하면 프로그램을 통해 도형이나 함수의 그래프를 그릴 수 있다. 이런 프로그램은 수학적 내용을 그래프화해 시각적으로 개념을 이해하고, 이론을 증명하는 데 도움이 된다. 논산대건고가 소프트웨어 중심학교라 이런 프로그램에 대해 알고 있었는데 <기하> 수업에 많은 도움이 됐다.

 


<기하>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기하>는 공간지각을 다루는 학문이고, 생활과 연관성이 높다. 사실 문제 풀이 위주의 수학 과목과는 달리 여러 학문과의 연계성이 높은 과목이라 흥미롭고, 활용도가 높다. 컴퓨터, 의학, 건축, 자연 현상 등 다양한 분야에 사용된 기하 개념을 찾아보는 것도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