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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수시 합격생 릴레이 인터뷰] 겐트대 글로벌캠퍼스 정해조

“아무리 생각해도 미래의 내가 너무 멋져 보여서 선택했어요”

정해조 | 겐트대 글로벌캠퍼스, 인천여고

 

정해조씨는 ‘입덕 부정기’라고 표현했다. 누군가에게 빠졌음을 인정하지 않은 기간이 있었다는 뜻이다. 고3 여름방학에 겐트대 글로벌캠퍼스에 대해 알게 됐지만 ‘난 아니야, 난 한국에서 살 거야’라며 국내 대학 입시를 준비했다.

그러나 겐트대 글로벌캠퍼스에 대해 알아보면 알아볼수록 ‘입덕’하며 푹 빠졌다. 영어로 자신이 좋아하는 학문을 자유롭게 말하고 졸업 후 유럽으로 가는 모습을 그려봤다. 해조씨는 자신의 미래를 상상해보면서 ‘미래의 내가 너무 멋진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취재 손희승 리포터 sonti1970@naeil.com 

사진 이의종

 

 

정해조

겐트대 글로벌캠퍼스 1학년·인천여고 졸업

 

과학과 수학이 즐거운 ‘미친 화학자’

 

해조씨가 다닌 인천여고는 과학중점학교다. 과학중점학교는 과탐Ⅰ 네 과목과 과탐Ⅱ 네 과목을 모두 이수한다. 수학·과학 교과 비중이 45%라서 선택 과목 없이 <미적분>과 <기하>도 모두 배운다.

 

“과학중점학교에서 <물리학>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을 각각 Ⅰ과 Ⅱ, 여덟 과목을 배운 것은 정말 잘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과학 네 과목을 모두 배우니 지식이 크게 늘어나고 새롭게 알게 되는 부분도 많아요. 물론 공부량이 매우 많아 힘들죠. 하하.”

 

해조씨는 과학중점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는 <화학>에 ‘꽂힌’ 학생이었다. 중1 때 처음 본 주기율표가 신기해서 대학 수준의 <일반화학> 책을 중학생 때 찾아 읽어보기도 했다. <화학>이 좋아서 과학중점학교로 진학했으며 화학과 관련된 활동이라면 집요하게 파고들어 친구들 사이에서 ‘미친 화학자’라는 애칭을 얻었다.

 

특히 화학 실험에서 남다른 모습을 보였다. 지역 공동영재학급의 화학반에서 에탄올-나프탈렌 용액에 피톤치드를 넣었을 때 예상과 달리 완전 용해되지 않고 흰 앙금이 생겼다. 친구들은 원하는 결론이 안 나올 것 같으니 주제를 바꾸는 것이 어떻겠냐고 했지만 해조씨는 흰 앙금이 무엇이고 왜 생기는지 궁금했다. 비율을 여러 가지로 바꿔 추가 실험을 해보자고 제안했고 결국 흰 앙금은 나프탈렌이 덜 녹아서 생긴 것임을 밝혀냈다. 계획에 없었던 추가 실험이었지만 꼬리에 꼬리를 무는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는 화학 실험에서 큰 성취감을 느꼈다.

 

또 다른 지역 공동 영재학급의 실험에서 볼타 전지로 전류를 만드는 실험을 할 때 수소기체 때문에 전압이 떨어지는 것을 배우고 나서 수소 기체를 제거해 대조군과 비교해보는 실험을 해보자고 제안했다. 친구들은 쉬운 방법이 아니라고 했으며 지도 교사도 이례적인 실험이라고 했다. 해조씨는 열가소성 플라스틱 프로펠러를 모터에 고정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안했고 결국 수소 기체를 제거하는 실험에 성공했다.

 

궁금증이 생기면 실현 가능한 방법을 찾아 끊임없이 도전하는 자세는 좋은 과학자의 자질을 보여준다.

 

 

과학에서 공학으로 발전하고 확장돼

 

고등학교 3년 내내 화학과 관련된 활동을 깊게 했지만 과학중점학교에서 과학 네 과목을 배우고 나니 <화학>보다 <물리학>에 흥미가 있음을 발견했다.

 

“제가 <물리학>을 더 좋아하게 될 줄 몰랐어요. <물리학>이 딱딱하고 지루한 과목이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재미있는 학문이더라고요. <물리학>은 자연현상을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어서 참 매력적이에요. <화학>과 관련된 것으로 고등학교 활동을 대부분 채웠지만 물리의 매력을 발견하면서 화학공학에도 관심이 가게 됐어요.”

 

다만 좋아하는 것과 성적은 별개라며, 성적은 <화학>보다 <물리학>과 <지구과학>이 더 좋았다고 웃으며 말했다.

 

 

고3 압박감 속 탈출구 되어준 시

 

전교 다섯손가락 안에 드는 등수를 유지하기 위해 치열하게 지냈다. 내신 공부에 비교과 활동까지 바쁘게 하려니 긴장을 풀 수 없었다.

각성 상태가 지속돼 불을 끄고 누워도 잠이 잘 안 오는 밤이 이어졌다. 고1까지만 하더라도 일찍 잠에 곯아떨어지는 바람에 친구들 사이에서 12시가 넘으면 연락 안 되는 ‘신데렐라’로 통했는데 말이다.

힘겹게 공부하던 와중에 코로나19 로 인해 고3 3월 등교가 기약 없이 미뤄졌다.

 

“집 근처에서 건물 공사가 있었어요. 공사장 소음도 컸지만 더 큰 문제는 매일 공사장 앞에 모여드는 시위대였어요. 시위대가 엄청난 데시벨로 노래를 하루 종일 크게 틀어놓으니 집 안에 있을 수가 없었어요. 코로나19 때문에 달리 공부하러 갈 곳은 없는데 그렇다고 공부를 안 할 수도 없잖아요. 밖으로 나가서 적당한 곳에 어머니 차를 세워놓고 차 안에서 공부했어요. 평소처럼 학교를 갔다면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면서 즐겁게 시간을 보냈겠지만 그렇게 혼자 외롭게 차 안에서 공부하려니 정말 힘들더라고요. 상황이 어떻든 좋은 점수를 받고 봐야 한다는 고3 입시가 정말 부담스러웠어요.”

 

0.1점 차이로 등급이 달라지는 상대평가에서 스트레스는 감당할 수 없는 크기로 밀려왔고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렸다. 잠이 부족했지만 배가 부르면 수업 중에 졸까 봐 음식 양을 줄였다. 체력이 떨어져 여러 질병이 찾아왔고 영양제로 버텼다.

 

탈출구로 찾은 것이 시와 글이었다. 공사장과 시위대 소음으로 괴로울 때 “아름답던 소리가 소음이 될 때까지 그 얼마나 많은 두려움을 겪었던가. 다시 웃으려 얼마나 많은 애를 썼던가”라고 시를 썼다.

 

“나의 행복이 무엇이든, 또 당신의 행복이 무엇이든, 그것을 사랑하는 나와 당신이 지금 이 순간 행복하길 바라요”라는 싯귀에는 힘든 순간에도 행복을 찾으려는 마음을 담았다. “당신의 밤을 응원합니다. 누군가 나에게 그랬듯이”는 힘들 때를 떠올리며 쓴 응원의 글이다.

 

해조씨의 글과 시를 본 국어 선생님과 친구들은 책으로 출판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권유했다. ‘혼란 그리움 사색 고난 성장’의 다섯 가지 주제로 정리해서 제본했다.

 

 

할렐루야, 이건 혁명이야

 

고3 여름방학 때 어머니가 겐트대 글로벌캠퍼스에 대해 알려줬다. 겐트대 글로벌캠퍼스는 응용생명과학에 특화된 대학으로 3학년 때 환경공학과·식품공학과·분자생명공학과, 세 전공 중 하나로 진입한다.

 

“겐트대 글로벌캠퍼스는 모든 과목이 상대평가가 아니라 절대평가라는 말에 ‘할렐루야, 이건 혁명이야’라고 외쳤어요. 겐트대 글로벌캠퍼스로 상담을 갔는데 합격 가능하다고, 환영한다고 하더라고요. 입학의 주도권이 나에게 넘어왔구나 싶었어요. 이 대학으로 갈지 말지는 제가 시간을 가지고 알아본 후 결정하면 되는 거잖아요. 평가받은 후 결과를 기다려야 하는 국내 대학의 수시와 다르다는 점에 마음이 확 끌렸어요.”

부지런히 수소문을 해서 겐트대 글로벌캠퍼스에 대한 평가를 들어봤다. 주변 이야기를 모으면 모을수록 확신이 생겼다.

 

“저에게는 새로운 도전이잖아요. 많이 알아보고 신중하게 결정해야죠. 그런데 ‘어, 왜 나만 몰랐지?’ 싶을 정도로 주변 사람들은 이미 많이 알고 있더라고요. 생명과학 관련 업계에 있는 분은 겐트대 글로벌캠퍼스를 아주 높게 평가하셨어요. 용기 있는 사람만, 정확한 정보를 가진 사람만 얻을 수 있는 기회라고 확신했어요.”

 

겐트대 글로벌캠퍼스는 1817년 설립된 벨기에의 겐트대 홈캠퍼스와 똑같은 교육과정을 제공한다. 200년 이상 검증을 거친 교육과정에 신뢰가 간다고 해조씨는 말했다. 모든 수업이 영어로 이뤄지는 것도, 1, 2학년 때 기초 교육을 받고 3학년 때 전공을 선택하는 것도, 글로벌 기업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도, 대학원을 유럽으로 갈 수 있는 것도 마음에 들었단다.

 

“제 성적이면 서울 상위권 대학에 충분히 갈 수 있었는데 왜 방향을 틀었냐며 담임 선생님은 지금도 아쉬워하세요. 제가 많이 알아보고 원해서 선택한 학교니 아쉬움은 전혀 없어요. 제 선택이 탁월했음을 꼭 보여주려 해요. 겐트대 글로벌캠퍼스에서 뛰어난 학생이 되어 인천여고 후배들에게 좋은 선례로 남을 거예요. 미래를 많이 상상해봤는데요. 유럽에서 손꼽히는 명문 대학원으로 진학해 학문적으로 훌륭한 성과를 내는 미래의 제 모습이 그려져요. 너무 매력적이에요.”

 

해조씨는 자신을 알아주고 환영해주는 곳에 있고 싶단다. 이를 위해 어떤 일을 하고 어떤 곳에 있든 먼저 초대받고 먼저 찾아주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나를 보여준 학생부 & 자기소개서

 

 

 

 

학생부

1학년

▒ 창의적 체험 활동 

학급 특색 활동인 ‘시로 여는 아침 시간’에 자작시를 소개함. 화학 동아리에서 비타민C 항산화 실험·아스피린 합성 실험·황산구리를 이용한 고체 용해도 측정과 포화점 찾기 등 다양한 실험을 진행함. 지역 아동센터의 초등학생들에게 과학 실험을 지도함.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국어> <소유냐 존재냐>를 읽고 소유 중심의 삶을 벗어날 수 없다면 현실에 적응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며 생물이 산소에 적응한 것에 비유함. <과학탐구실험> 소화제의 효과와 터치스크린의 원리 등에 대해 탐구 활동을 함.

 

 

2학년

 

▒ 창의적 체험 활동 

융합창의 페스티벌 아이디어로 커피 찌꺼기를 이용한 비료와 식물재배 키트를 제안함. 멘델레예프 150주년을 기념해 나만의 주기율표를 만듦. 생명화학 관련 자율동아리 활동을 함.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수학Ⅰ> 지수함수와 로그함수를 이용해 약품이 혈액에 남아 있는 양을 구해봄. <과학과제연구> 식물 추출물의 벌레 퇴치 효과를 비교하는 실험에서 벌레의 생장 자체를 지연시키는 님나무에 대해 연구함.

 

 

3학년

 

▒ 창의적 체험 활동 

친환경 자원에 관심을 가져 버려지는 플라스틱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강연을 들음. 화학공학 관련 분야에서 플라스틱 재활용 방법을 고민함.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물리학Ⅱ> 금속공 전자기 유도 실험에서 끌려 오지 말아야 할 공이 끌려 나오는 이유를 고민함. <지구과학Ⅱ> 해파가 발생할 때 물 입자의 궤도 운동 특징에 대해 설명함.

 

 

과학 교과

 

▒ <물리학Ⅰ> 실생활과 연결되는 부분이 많다. 공식이 많지 않지만 눈으로 보이는 현상을 설명하는 학문의 근본이 된다.

 

▒ <물리학Ⅱ> <물리학Ⅰ>은 X축으로 움직인다면 <물리학Ⅱ>는 <물리학Ⅰ>의 연장선으로 X축과 Y축으로 움직인다. 이때 Y축은 중력을 받아 가속도가 붙는다.

 

▒ <화학Ⅰ> 겉으로 보이는 것을 설명하는 과목이 <물리학>이라면 <화학>은 보이지 않는 미지의 세계로 들어간다. 화학자들과 화학의 역사, 원자를 세는 단위인 몰(mole)을 소개하는 것은 <화학Ⅱ>를 공부하기 위한 준비 과정이다.

 

▒ <화학Ⅱ> 눈에 염화칼슘을 뿌리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그려내기 때문에 상상력이 필요하다.

 

▒ <생명과학Ⅰ> 머리의 세포와 손톱의 세포는 유전자는 같은데 발현되는 것이 다르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졌던 선입견을 깨야 하는 과목이다.

 

▒ <생명과학Ⅱ> 유전 때문에 애먹는 일이 없다. <생명과학Ⅰ>에서 힘들었던 가계도가 없고 염색체와 DNA, RNA 등을 배운다.

 

▒ <지구과학Ⅰ> 현상을 재미있게 설명해주는 선생님이 없다면 암기 과목이 될 수 있다. 천체에서 태양의 수소 핵융합 반응을 배우면 <화학>과 연결됨을 알게 된다.

 

▒ <지구과학Ⅱ> <지구과학Ⅰ>에서 배운 내용을 좀 더 어렵고 섬세하게 배우므로 <지구과학Ⅰ>을 배우면 좀 더 수월하게 공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