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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수시 합격생 릴레이 인터뷰] 한국뉴욕주립대 컴퓨터과학과 이경국

독학하면서 느꼈던 갈망과 아쉬움, 대학에서 체계적으로 공부해  꿈을 펼치려 해요

이경국 | 한국뉴욕주립대 컴퓨터과학과, 인천 송도고 

 

초등학생 아이에게 부모는  한국수학올림피아드(KMO) 수상을 하고 영재고에 진학하는 코스를 기대했다. 할머니는 공들여 터를 닦아놓은 약국을 손자가 물려받기를 원했다. 그러나 이경국씨는 코딩에 빠져들었고 오랫동안 스스로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익혔다. 컴퓨터 앞에 오래 앉아 있는 아이를 보며 부모는 갈등도 많았지만, 결국 아이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하도록 밀어주기로 했다. 경국씨는 독학하면서 아쉬운 부분이 많았던 만큼 정식으로 컴퓨터과학을 배우고 싶은 갈망이 컸으며, 미국 대학에서 컴퓨터과학을 공부하고 싶다는 꿈을 한국뉴욕주립대에 입학하면서 이루게 됐다. 

 

취재 손희승 리포터 sonti1970@naeil.com

사진 이의종

 


독학으로 코딩의 매력에 빠진 초등학생 

 

경국씨는 초등학교 저학년 때 학원을 많이 다녔다. 국어 영어 수학 과학 피아노 바이올린 플루트 등 매일 밤 10시까지 학원 수업이 이어졌다. KMO까지 바라보고 수학 진도 나가기에 바빴는데, 초5 때 학원을 줄이고 싶다고 부모님께 말씀드렸다. 

 

“학원을 덜 다니니 자유 시간이 생기더라고요. C언어, 자바, 파이선 등 컴퓨터 언어에 관심이 생겨 혼자 알아보기 시작했어요. 온라인 게임에서 손으로 때리는 것과 칼로 찌르는 것은 점수가 다르잖아요. 피해량이 계산되어 제 컴퓨터와 상대방의 컴퓨터에 동시에 점수로 뜨는 원리가 궁금했어요. 컴퓨터 안에서 일어나는 연산과 법칙의 매력에 빠져든 거예요.”

 

가르쳐주는 사람 없이 독학으로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공부했다. 온라인 강의를 연달아 찾아 듣고 화상으로 진행하는 소규모 스터디 모임을 찾아보기도 했다. 

 

“제가 열심히 코딩을 해놨는데 오류가 나면 주변에 물어보고 가르쳐줄 사람이 없었어요. 100줄짜리 코딩을 20줄짜리로 단축시키는 실력을 기르고 싶은데 처음부터 체계적으로 배우고 공부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욕심이 났어요.”

 

컴퓨터 학원을 다녀보고 싶었지만 부모님이 허락하지 않았다. 서울시교육청 영재교육원에서 컴퓨터 관련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알아낸 경국씨는 시험을 보고 합격했다. 고등학교는 선린인터넷고나 한국디지털미디어고로 가고 싶었지만 부모님이 반대했다. 

 

 

의대나 약대를 원한 부모님 VS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하고 싶은 아이 

 

경국씨가 다닌 인천 송도고는 과학중점학교다. 경국씨는 과학중점반은 아니었지만 과학중점반 못지않게 수학과 과학을 많이 배우는 창의융합반이었다.  

 

“할머니가 오랫동안 약국을 운영하셨는데 제가 약대에 진학해 할머니의 약국을 물려받아야 한다는 것이 집안 어른들의 뜻이었어요. 부모님은 제가 의사가 되기를 원하셨죠. 어른들의 뜻은 의대 아니면 약대로 정해져 있었지만 저는 컴퓨터과학을 하고 싶었어요.” 

 

경국씨는 어른들의 뜻에 따라 수학과 화학, 생명과학을 시간을 들여 공부했다. 컴퓨터과학처럼 상호작용이 확실하며 논리 구조가 탄탄한 화학에 흥미를 가져보려 애쓰기도 했지만, 그 어떤 과목도 컴퓨터 프로그래밍만큼 흥미롭지는 못했다.  원하지 않는 진로를 정해놓고 원하지 않는 공부를 하려니 성적이 부모님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지니 부모님과 갈등도 많았다.

 

“고3이 되어서야 부모님께서 정 그렇게 하고 싶으면 하고 싶은 대로 해보라고 허락하셨어요. 저는 수시와 정시 원서를 하나도 쓰지 않았어요. 한국뉴욕주립대로 마음을 굳혔는데 국내 대학에 원서를 넣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어른이 시킨 일이니 하고 싶지 않아도 하는 것은 더 이상 나를 위해서도, 남을 위해서도 좋지 않을 것 같았거든요. 제가 컴퓨터과학을 가장 잘 배울 수 있는 곳, 앞으로 크게 성장할 수 있는 무대를 찾아가고 싶었고, 그곳이 한국뉴욕주립대 컴퓨터과학과였어요.” 

 

 

미국에서 공부하고 일할 기회를 찾아

 

경국씨는 IT 산업을 선도하고 있는 미국에서 유학하고 미국 기업에서 일하고 싶었지만 코로나19 때문에 출국이 주저됐다. 인천글로벌캠퍼스에 있는 한국뉴욕주립대에 입학하면 미국에 있는 뉴욕 캠퍼스와 같은 교육을 영어로 받으며 나중에 뉴욕 캠퍼스에서 두 학기를 공부할 수 있으니 유학보다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했다. 뉴욕 캠퍼스에서 졸업하면 미국에서 취업할 기회가 주어지며, 그렇게 졸업한 선배들이 구글, 아마존 등에 취업하거나 버클리, 컬럼비아대 대학원 등으로 진학했다는 것도 희망적이었다. 

 

“혼자 컴퓨터 언어를 공부하면서 체계적으로 제대로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어요. ‘AR알GO’라는, 가상현실을 만드는 자율동아리를 이끌면서 코딩에 대해 전혀 모르던 친구들을 가르쳐 중급 수준까지 끌어올렸는데요. 고급 수준의 능력을 갖추었다면 더 할 수 있는 것이 많을 텐데 하는 욕심이 났어요. 또 친구들과 인하대에서 열린 드론 해커톤 대회에 참가한 적이 있어요. 코딩을 이용해 드론을 활용하는 아이디어를 겨루는 대회였는데, 오류가 나서 6시간 동안 끙끙거려도 어느 지점에서 잘못된 것인지조차 찾지 못했죠. 그런데 멘토가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자마자 바로 풀리는 거예요. 전문가는 확실히 다르구나 감탄했고 동시에 저도 전문가가 되고 싶다는 갈망이 더 커졌어요. 저희 팀은 화재 현장에서 쓸 수 있는 드론에 대해 발표했는데요. 드론에 장착하려는 여러 센서가 고열에 견딜 수 있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등 심사위원들이 질문을 쏟아내셨어요. 바깥 경험을 많이 하면 할수록 제가 제대로 익혀야 할 것이 많음을 절감했어요.”  

 

경국씨는 한국뉴욕주립대 컴퓨터과학과에 현업 출신의 교수들이 많다는 점에 주목했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10년 가까이 근무한 교수, 삼성종합기술원에서 자연어 처리와 의료 영상 분석을 했던 교수, 애플에서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던 교수 등에게서 현장과 가까운 실무 교육을 받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또한 학부생이어도 교수 연구실에 들어가 대학원생들과 함께 연구할 수 있어 최첨단 기술을 접할 기회가 많다는 것도 끌렸다.   

 

방역 시스템이 잘 갖춰진 한국에서 공부하다가 전 세계가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해질 무렵 미국 뉴욕 캠퍼스에서 공부하면 될 것이라는 계산도 있었다. 한국에서도 미국에서도 공부할 수 있다는 이점이 코로나19 위기에 맞아떨어진 것이다.    

 

 

국내 대학과 다른 입시 전형에서 기회 얻어

 

경국씨는 프로그래밍에 진심을 다했지만 교내 활동은 거의 없었다. 고1 때 전교생이 다 같이 <정보> 과목을 수강했지만 초등학생 때 이미 익혔던 내용이라서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교내 활동은 부모님의 뜻에 따라 화학에 집중돼 있었으며 학생부의 진로 희망은 약사였다. 인하대 드론 해커톤 대회 참가는 교외 활동이라 학생부에 기록되지 않았다. 

 

“컴퓨터과학에 저의 모든 것을 걸었지만 학생부 종합 전형으로 합격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매우 많았어요. 엄청나게 많은 시간을 들여 프로그래밍을 연습하고 다양한 시도를 해봤지만, 모두 그냥 혼자 한 것이기 때문에 학생부에 기록될 수 없었어요. 한국뉴욕주립대는 자기소개서와 활동 이력서, 추천서 등을 형식의 제약 없이 받기 때문에 저에게는 국내 대학 입시를 벗어난 행운이었어요. 제가 어떤 컴퓨터 언어를 얼마나 능숙하게 다룰 수 있는지, 초등학생 때부터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에 이르렀는지, 어떤 고민을 거쳐 컴퓨터과학에 의지를 갖게 되었으며, 지금 얼마나 간절한지 등 저의 본모습과 열정을 담았어요.”

 

수능을 마치고 나서 공인영어성적을 준비하고, 영문으로 자기소개서와 활동 이력서를 작성하고, 자신을 잘 아는 선생님께 추천서를 부탁하는 등 온라인으로 원서를 접수해서 가을학기로 입학했다. 

 

“개발자는 실력만 증명할 수 있다면 학벌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그러나 저는 지금까지 혼자 닥치는 대로 공부했기 때문에 훌륭한 교육 기관에서 짜임새 있는 교육을 받아 학문적 바탕을 다진 전공자가 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그 누구보다 절실하게 깨닫고 있어요.”

 


나를 보여준  학생부 & 선택 과목

 

 학생부 

 

 1학년 

 

▒ 창의적 체험 활동  ‘화학탐구반’에서 컵라면과 봉지라면이 동일한 질량으로 뜨거운 물에서 풀어지는 속도를 측정, 실험 결과를 통해 라면 성분에 대한 물리·화학적 성질을 비교하고 설명함. 폴리우레탄의 물리적 특성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하고 폴리우레탄으로 메모꽂이를 만들어 제출함.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수학> 약의 혈중 농도와 약의 효과가 나오는 최소 농도를 구해 적절한 약의 복용 횟수와 복용량을 결정할 때 필요한 공식을 설명함. <과학탐구실험> ‘온도와 pH에 따른 효소의 반응 확인 실험’에 관한 보고서를 제출함. <과학교양> 기능 가능한 장기의 종류와 인공장기의 발명에 대해 발표함.  

 

 

 2학년 

 

▒ 창의적 체험 활동  AR알GO 자율동아리 부장으로 컴퓨터 언어인 유니티를 익히고 증강현실을 일상생활과 연계한 프로그래밍을 시연함. 드론 동아리인 SHDL에서 드론을 분해하고 재조립해 날려봄.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영어Ⅰ> ‘이상적인 영어 수업’이라는 주제로 영문 글을 작성하고 외국인 친구에게 미륵사지석탑을 소개하는 글을 작성함. <화학Ⅰ> 1몰 부피의 정육면체 상자를 만들어 질량과 몰 수, 부피와 몰 수, 분수 수와 몰 수 등의 문제를 수록함. <생명과학Ⅰ> DNA 이중나선구조에 관한 영문 논문을 번역함.  

 

 

 3학년 

 

▒ 창의적 체험 활동  진로 설계와 자기 이해 활동에서 희망 직업을 탐색, 본인에게 맞는 직종인지 진지하게 고민함. 구체적인 직업 정보와 계열 및 전공을 찾으며 실질적인 목표를 갖고 자신의 미래를 적극적으로 꿈꾸어봄.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화학Ⅱ> 고체 결정의 종류에 따른 모형을 스티로폼 구를 이용해 제작하고 단위격자 속 원자 수와 공간채움비율의 특성을 설명함. <생명과학Ⅱ> 잎의 광합성 색소를 분리해 전개율을 측정하는 실험을 함. 색소별 전개율이 다른 이유를 크로마토그래피의 원리와 관련지어 설명함. 

 

 

 선택 과목 

 

▒ <물리Ⅰ>  실험 위주로 수업한 과목이다. 교과서에 나온 주제 중 탐구하고 싶은 것을 조별로 선정해 실험을 설계하고 발표하는 과제가 반복됐다. 운동량 보존을 확인하기 위해 수레 실험을 하는 등 직접 실험 설계를 하면서 과목에 대한 흥미가 커졌다.

 

▒ <과학사>  분야별로 과학이 발전해온 역사를 배웠다. 알파고가 나왔을 때 사람들의 인식이 달라졌던 것처럼, 역사적으로 중요한 발견 혹은 발명이 나옴에 따라 과학이 한 단계 크게 성장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 <생명과학Ⅱ>  유튜브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인공적으로 만들어졌다는 주장을 본 적이 있다. 염기 서열이 몇 천만 분의 일의 확률로 특정 위치에 자리 잡으면서 독성이 심해졌다는 주장을 이 과목에서 배웠던 내용에 기반해 이해할 수 있었다. 교과서에서 배운 내용이 현실 생활과 이어지면서 궁금증을 해소했고 더 알고 싶다는 호기심도 커진 과목이다. 

 

▒ <논리학>  교과서가 없는 과목은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활동을 할 수 있고 각자 다른 것을 새롭게 시도하고 표현해볼 수 있다. 공통점을 찾아 유추하는 등 논리적인 사고방식을 배웠으며 이는 프로그래밍에도 큰 도움이 됐다. 

 

▒ <미술창작>  프로그래밍을 할 때 배운 대로, 있는 대로 하게 될 때가 있지만 새로운 것을 시도해볼 때 이 과목에서 배운 것이 도움이 된다. 고등학교 때 배운 과목은 어느 하나 의미 없는 것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