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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수시 합격생 릴레이 인터뷰] 성균관대 의예과 유준수

환자들에게 희망이 되는 소아 심장 전문의 꿈꿔요

유준수 | 성균관대 의예과, 광주 대동고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환자가 느끼는 현실 속 병원과 많이 다르다는 비판이 있었다. 환자의 사연에 공감해 앞서 해결책을 내놓고 보호자의 답답함이 풀릴 때까지 설명하는 의사는 드물다는 것이다. 성균관대 의예과 유준수씨는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올바른 인간관계를 보여주는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의사가 환자, 인턴, 다른 의사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드라마이기에, 이상적이지만 감동적이라는 생각이다. 준수씨는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본 따뜻함에 자신이 환자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희망을 더해 ‘올바른 의사 생활’을 꿈꾸고 있다. 


취재 손희승 리포터 sonti1970@naeil.com  
사진 이의종

 

 



수술 후 후유증으로 손상된 성대


준수씨는 목소리가 매우 허스키했다. 고등학교 음악 시간에 가창 시험으로 <오 솔레미오>를 부끄럼 없이 부르다가 고음 부분에서 목소리가 갈라져 몇몇 친구들의 놀림거리가 된 적도 있었다. 준수씨의 목소리가 이렇게 된  것은 한쪽 성대가 마비됐기 때문이다. 준수씨는 어렸을 때 심장병으로 수술을 받았는데, 인공호흡기 때문에 성대가 손상된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생후 2개월, 그리고 네 살 때 심장 수술을 받았어요. 선천성 심장병이었죠. 심장과 연결된 대동맥과 폐동맥의 위치가 뒤바뀐 채 태어났거든요. 수술 후 지금까지 건강해요. 운동도 좋아해서 친구들과 축구랑 농구도 정말 많이 하고요. 덕분에 반 친구들과 두루 다 친했어요.”



완치된 자신을 보고  희망의 눈물을 흘린 어느 어머니


준수씨는 소아 심장 전문의를 꿈꾸고 있다. 다른 진료과는 생각해본 적이 없고 오로지 소화 순환기만을 생각한다. 어렸을 때 받은 수술 때문이 아니라, 2년마다 다닌 정기 검진 때문이었다. 


“그만큼 많이 아픈 어린이들은 대형 병원이 아니면 흔히 보지 못해요. 직접 보지 않으면 몰라요. 어린 아이들이 머리를 민 채 창백한 얼굴로 링거 폴을 밀고 다니는 모습을 보면 정말 가슴이 아파요. 고1 때 진료를 기다리고 있는데 한 어머니께서 이렇게 큰 학생이 왜 소아과에 왔냐고 물으셨어요. 어렸을 때 수술을 받았는데 지금은 완치됐고 정기 검진을 받으러 왔다고 대답했더니, 눈물을 흘리시더라고요. 건강한 모습을 보여줘서 고맙다고, 희망이 되어줘서 고맙다고요.”


준수씨는 의사 외에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있어 여러 가지로 진로를 고민했다. 


“제가 무슨 일을 하는 것이 가장 의미 있을까 하는 생각이 저의 진로를 결정지었어요. 저의 존재만으로 희망이 되는 일이 있다면 그 일을 하는 것으로요. 의사는 환자를 만나는 게 일이잖아요. 완치된 저를 보고 환자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어요. 저는 환자들의 희망이 되는 의사가 되고 싶어요.”



모든 인간은 시인이다


준수씨는 한 가지에 빠지면 그것만 파는 버릇이 있다. 요즘은 영화에 빠져서 하루에 한 편씩 본다. 어렸을 때는 연필에 빠져 연필 수집하느라 시간을 다 썼던 적도 있었다. 고등학교 때 가장 빠졌던 것은 시 읽기였다. 


“도서관 도우미가 고등학교 3년 동안 가장 의미 있는 활동이었어요. 제 담당 시간은 수요일 점심이었지만, 거의 매일 도서관에 가서 책을 정리하고 제가 좋아하는 시집을 읽었죠. 좋아하는 시는 써보기도 하고 외우기도 했고요. 정호승 시인을 좋아해서 정호승 시인의 시집만 해도 여러 번 읽었어요.”


성균관대 의대 MMI 면접 중 학생부와 자기소개서에 대해 묻는 면접에서 시를 암송할 수 있냐는 질문을 받았다. 준수씨는 조지훈 시인의 <낙화>를 끝까지 암송했다. 한 가지에 꽂히는 습관은 <화학Ⅰ>에서도 발휘됐다. 준수씨에게 <화학Ⅰ>은 계산을 빨리 해야 하는 수학 창의력 문제와 비슷하게 느껴졌다. 고2 때 <화학Ⅰ> 공부를 많이 해놓아서 고3 때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높은 점수를 유지할 수 있었다. 

 

“수능과 가장 연관성이 높은 학년은 고2라고 생각해요. 고3 때 공부량을 더 늘려야 하지만, 많은 수능 과목들을 고2 때 배우거든요. 수시파인지 정시파인지 결정되는 것도 고2 시기인 것 같아요.”



<내일교육>을 읽으며 후배들을 위해 생각했던 말


준수씨는 수시는 학교를 열심히 다니는 것, 정시는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학교 다니면서 공부를 열심히 하면 수시와 정시가 둘 다 준비되는데 어느 한쪽만 생각하고 입시를 준비하면 본인에게 큰 도움이 안 될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준수씨는 고등학교 때 교실에 비치된 <내일교육>을 보면서 마음을 다잡았다. 기회가 된다면 후배들을 위해 말하고 싶었다며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수시와 정시 둘 다 준비하는 저를 의아하게 여기는 친구들도 있었어요. 둘 다 충분히 할 수 있어요. 학교에서 야간자율학습이 끝나면 집에서 2시간 더 공부했어요. 담임 선생님은 방학을 잘 활용하라고 늘 말씀하셨죠.  1학년 여름방학이 큰 기회라고 하시더니, 2학년 여름방학이 되자 정말 중요한 시기라고 또 강조하시더라고요. 2학년 겨울방학은 마지막 기회라고 하시더니, 3학년 여름방학은 진짜 마지막 기회라고 또 말씀하시는 거예요. 하하. 진로 고민도 너무 많이 할 필요는 없는 듯해요. 고등학교에서 대학을 바라보며 진로를 고민하는 것과 대학을 다니면서 진로를 고민하는 것은 많이 다르더라고요. 저도 진로에 대한 고민을 깊이 해봤지만, 고민할 시간에 공부를 좀 더 했을 걸 싶어요.”



자신만의 보석 같은 스토리는 누구에게나


입시에서는 운도 필요한 것 같다고 준수씨는 덧붙였다.


“고3 때 좋은 담임 선생님을 만나 도움을 정말 많이 받았어요. 자기소개서를 거짓말 안 하고 100번 넘게 고쳐 썼는데, 담임 선생님이 진심을 다해 봐주셨어요. 제가 수술을 받고 정기 검진을 다닌 병원이 삼성서울병원이라서 성균관대 의대를 가장 가고 싶었는데, 성균관대 의대는 입학 정원이 많지 않아 합격이 쉽지 않다고들 했어요. 그런데 성균관대 의대 면접을 제일 잘 봤고 최초 합격했어요.”


준수씨는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스토리가 있음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애인들이 모인 노인 요양원에 봉사 활동을 가서 환풍기 조립하는 일거리를 도운 적이 있어요. 선천적인 질병으로 장애가 생긴 분이 많으시더라고요. 저처럼 태어나서 얼마 되지 않아 수술 받고 치료 받았더라면 평생 정상적으로 건강하게 살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에 소아과 외과 의사로 마음을 더 굳혔어요. 저는 의대를 지원하기에 남다른 스토리를 갖고 있었는데 이것도 입시에서의 운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나 누구에게든 갈고닦으면 보석이 되는 스토리가 있을 거예요. 몰입해서 빠져든 일이 있다면, 그 일을 원하는 이유가 있다면 누구나 자신만의 스토리를 만들 수 있으리라 믿어요.”  

 



나를 보여준 학생부 & 선택 과목

 

 



 학생부 


 1학년 


▒ 창의적 체험 활동  어려서부터 지역 병원에서 지속적으로 봉사 활동을 함. 환자의 회복에는 의사의 역량뿐만 아니라 병원 각 부서 간의 효율적인 시스템이 필수라고 느낌.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수학> 이야기하며 공부하는 하브루타식 교육 방법을 활용, 친구들에게 문제를 풀어주며 자신도 공부의 깊이를 더함. <통합과학> ‘관성의 법칙’과 ‘등가속도 운동’을 배운 후 관성이란 ‘운동 상태를 유지하지만 힘이 합쳐져 운동을 유지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라고 친구들과 스터디함. 



 2학년 


▒ 창의적 체험 활동  우리나라 의료보험에 대해 조사, 발표함. 의료 민영화가 시행되면 영리병원의 이익이 중시되어 의료보험 체계를 무너뜨릴 것이라고 반대함. 사서 도우미로 점심시간을 이용해 도서관에서 봉사함.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문학> ‘시를 쓰십시다’를 주제로 문학 작품을 읽다가 감명 받은 부분에서 출발한 자작시를 소개함. <화학Ⅰ> 아레니우스 산염기 정의를 브뢴스테드-로리 산염기 정의가 극복한 것을 암모늄 이온의 반응식을 이용해 설명함.



 3학년 


▒ 창의적 체험 활동  ‘박목월 시 전집’을 필사하며 <나그네>가 조지훈의 <완화삼>에 대한 답시임을 알게 됨. 박목월의 <청노루> <윤사월> <나그네> 외에도 정호승의 <수선화에게> 등의 시를 외우며 시심을 드러냄.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언어와 매체> <숨결이 바람 될 때>를 읽고 의사를 지망하며 문학에 관심이 많은 저자와 공통점을 느낌. <생명과학Ⅱ> 장대익 교수의 <다윈> 시리즈를 읽으며 주제별 진화론자들의 의견을 모아 비교함. 

 


 선택 과목 


▒ <화학Ⅰ> 수능에서 선택 과목으로 <화학Ⅰ>과 <생명과학Ⅱ>를 했다. 과탐 Ⅰ과목을 선택하는 기준은 가장 자신 있고 좋아하는 과목을 선택하는 것. 그다음 나머지 세 과목 가운데 학교 내신에서 안 배웠거나 자신 없는 과목을 피하고 과탐 Ⅱ과목을 고르는 것을 추천한다.

 

▒ <생명과학Ⅱ> 3학년 때 배우는 과탐 Ⅱ과목은 2학년 때 배운 과탐 Ⅰ과목만큼 학교 내신에서 집중적으로 다루지 않는다. 탐구 위주의 수행평가는 수능과 연관성이 적어 수능에서 선택하는 과탐 Ⅱ과목은 공부 시간을 많이 투자해야 난도 높은 문제를 풀 수 있다.

 

▒ <동아시아사> 의예과 1학년 때 ‘일본어’를 수강했는데, <동아시아사>에서 배운 내용이 많이 도움이 됐다. 수능이나 계열과 연관이 없더라도 고등학교에서 배운 모든 것은 삶을 풍부하게 만들어준다. 

 

▒ <철학> 이념 대립을 다룬 소설 <태백산맥>을 읽은 덕에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었다. 8개월 동안 10권의 전집을 읽으면서 다양한 인물을 통해 당시의 사상을 배웠다. 소설을 통해 개념을 익힌 과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