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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수시 합격생 릴레이 인터뷰]중앙대 물리학과 유민호

실용음악→물리교육학→물리학  내 꿈의 과정, 들어보실래요?

유민호 | 중앙대 물리학과, 충남 호서고  

 

중3 때 실용음악에 관심이 생겼고, 고1 땐 서울에 음악을 배우러 다녔다. 수업은 열심히 들었지만, 그 외 시간은 기타와 음악에 몰입했다. 하루에 8시간씩 손가락 마디에 피가 날 정도로 기타를 열심히 연습했다. 공부가 싫어 음악을 선택한 게 아니었는데 현실의 시선은 그렇지 않았다. 중학교를 전교권으로 졸업했던 그에게 이런 시선들은 오기를 발동시켰다. 중앙대 다빈치 전형으로 물리학과에 입학한 유민호씨의 얘기다. 민호씨는 실용음악가, 물리 교사를 거쳐 지금은 물리학과 다른 학문을 융합·연구하는 공학자를 꿈꾼다. 차별하지 않는 교사, 학생들에게 꿈을 찾아주는 교사가 되고 싶었던 민호씨가 한국교원대 물리교육학과 최초 합격을 뒤로 하고, 중앙대 물리학과를 선택했던 이유는 뭘까? 민호씨의 역동적인 역전 스토리를 담았다. 


취재 민경순 리포터 hellela@naeil.com  

사진 이의종

 

유민호 중앙대 물리학과 (충남 호서고)

성적은 4등급, 그러나 내 분야에선 1등급!

 

“실용음악으로 진로를 정한 뒤 누구보다 열심히 기타를 배우고, 음악 공부를 했어요. 공부가 싫어서 음악을 선택한 것도 아니었고요. 음악 공부를 하기로 마음먹었기에 제대로 집중하고 싶었어요. 학교 공부를 안 한 거지 못한다고 생각해본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저를 바라보는 현실의 시선은 다르더라고요.”

 

음악에 집중하는 사이, 고1 1학기 성적은 3~5등급을 받았다. 공부하려는 학생들을 중심으로 수업이 이뤄지는 현실에서 예체능을 준비하는 친구들이 설 자리가 별로 없음을 체감했다. 

 

“학교 성적은 4등급이었지만, 내 진로 분야에선 1등급이라고 생각할 만큼 열심히 살았어요. 그런데 딱 학교 성적만큼 인정받는 느낌을 받았어요. 음악을 할 때도 수업은 열심히 들었기에 한 학기 공백이 크게 힘들진 않았던 것 같아요. 처음 반년은 공부하는 대로 성적이 오르고, 1등급을 받는 과목이 많아지니 공부가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음악보다 공부가 더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죠.”

 

민호씨의 얘기를 들으니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성적이 수직 상승했을지 그 궁금증이 해결됐다. 민호씨는 학생들의 꿈과 진로를 찾아주는 교사, 학생을 성적으로 차별하지 않는 교사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30명의 한 반 친구 중 진로가 뚜렷한 이는 5명에 불과했고, 입시 위주의 고교 생활에서 꿈을 찾는 일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음을 체감했기에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교사가 되고 싶었다는 게 민호씨의 얘기다.  

 

 

과학Ⅰ과목은 기본 소양, <지구과학Ⅰ>은 독학으로

 

고2 때 배울 과학 과목으로 <물리학Ⅰ> <화학Ⅰ> <생명과학Ⅰ>을 선택했다. 1학년 때 <통합과학>을 배우면서 지구과학 영역에 관심이 가장 적었기 때문이다. 

 

“보통 내신이나 수능에서 가장 부담 없는 과목으로 <지구과학Ⅰ>을 꼽지만, 그런 기준으로 과목을 선택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원리를 배우고, 현상을 설명하는 것보다 외울 게 많은  <지구과학Ⅰ>은 언제든지 독학할 수 있다는 말도 과목 선택에 도움이 됐지요.”

 

코로나19로 등교가 2주, 한 달씩 미뤄졌던 고3 초, 민호씨는 <지구과학Ⅰ>을 독학하기 위해 EBS <수능특강> 교재를 구입했다. 자연 계열 학생이라면 고교에서 과학Ⅰ 4과목은 기본적으로 배워야 할 소양이라고 판단했고, 개학이 미뤄지면서 시간적 여유가 생겨 공부하기로 마음먹은 것. 

 

“과학 Ⅰ과목들을 배우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과학과 어떻게 유기적으로 연결됐는지 알 수 있어요. 원자의 구성 원리, 양성자의 차이, 결합 형태 등을 배우는 <화학Ⅰ>은 물체가 어떻게 구성되는지를 알게 해주고, <물리학Ⅰ>은 역학, 전자기 등을 통해 생활에서 마주치는 다양한 현상을 과학적으로 설명해줘요. <생명과학Ⅰ>은 유전 등의 생명 활동과 생태계를 배우고, <지구과학Ⅰ>은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에 관해 공부하죠. 과학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거예요. 그게 과학의 매력이죠.”

 

고2~3학년 때 과학 과목은 고정 1등급, 그것도 전교 1등을 했다. 수업 시간에 집중은 기본, 교과서를 여러 번 정독하고, 문제집은 7~8번 들여다봤다. 교과서를 읽다가 이해가 되지 않으면 대학 서적을 비롯해 관련 자료들을 찾아 읽었고, 과학 선생님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깊이 있는 공부를 했기에 친구들 사이에서 잘 가르치는 ‘과학 쌤’으로 통했다.

 

“이해가 안 되는 걸 그냥 외우거나 넘어가면 찜찜하잖아요. 이 찜찜함을 해소하면서 알아가는 즐거움을 느꼈던 것 같아요.”

 

 

학교에서 배울 수 없다면 공동 교육과정으로

 

중학교 때부터 수학과 물리 과목을 가장 좋아했다. 물리하면 어렵다고 생각하는 친구들이 많지만, 민호씨가 느낀 물리는 떨어지는 나뭇잎, 물체의 충돌, 소리, 속도 등 일상에서 만나는 다양한 현상들을 언어로 설명할 수 있게 해주는 진짜 멋진 학문이었다. 과학을 이론으로만 접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과 연결하려고 노력했다. 

 

<물리학Ⅰ>의 물리학 이론으로 광고 만들기 수행평가에선 뉴턴의 작용-반작용의 법칙을 학교폭력과 연결해 ‘학교폭력 그것은 당신을 향한 폭력입니다’라는 카피라이팅과 함께 거울 앞에서 주먹을 휘두르는 모습을 그렸고, 전류에 의한 자기장 현상을 배울 때는 건전지와 자석을 이용해 코일 기차를 제작하는 등 이론을 다양하게 적용해나갔다. 

 

물리학에 흠뻑 빠진 이답게 <물리학Ⅰ> <물리학Ⅱ> 는 물론이고, 공동 교육과정으로 <물리학 실험>과 <고급물리학>도 이수했다. “고교에서 배우는 과정 이상의 공부를 하고 싶었어요. 그러다 주말에 운영하는 공동 교육과정을 알게 됐고, <물리학실험>은 2학년 2학기 때, <고급물리학>은 3학년 1학기 때 들었어요. <고급물리학>을 검색해보니 영재학교·과고나 대학에 가야 배울 수 있는 과목이더라고요. 배워야겠다고 생각했죠. 보통 고교 때 물리학은 물체의 운동을 1차원이나 2차원으로 배우는데, <고급물리학>은 3차원 모양이나 회전 운동까지 다루니, 지금까지 배운 물리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었던 범주까지 설명이 가능해지더라고요.”

 

민호씨는 <고급물리학>에서 3차원적인 모양이나 회전 운동을 이해하기 위해 이전 교육과정이었던 <기하와 벡터>를 찾아 공부했다. 개정된 <기하>에는 공간 벡터 부분이 빠졌기 때문이다. 민호씨는 종합 전형을 핵심으로 생각하고, 수능은 최저 학력 기준을 맞추기 위한 수단 정도로 생각했기에 지적 호기심을 충족하며 진짜 공부를 할 수 있었다. 지원 대학 중 고려대를 제외하곤 최저 기준이 없었던 것도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

 

 

진짜 하고 싶은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

 

물리학을 공부하면서 물리 과목 자체에 대한 흥미도 높아졌고, 다른 영역과의 연계성에도 관심이 생겼다. 때문에 물리교육학과와 물리학과 사이에서 고민이 시작됐다. 

 

“교사라는 직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전망 그리고 정말 하고 싶은 일인지를 많이 생각했어요. 분명 안정적이고 보람 있는 직업이지만 물리 공부를 하면서 느꼈던 희열, 매력을 맛보긴 어려울 것 같았어요. 그래서 최초 합격했던 한국교원대 물리교육학과 대신 중앙대 물리학과를 선택했죠. 물리학을 심도 있게 공부하면서 더 다양한 진로를 고민해보려고요.”

 

경희대와 중앙대 물리학과에 합격한 민호씨는 각 대학의 학과 설명과 선배들의 얘기를 꼼꼼하게 비교해본 결과 중앙대를 최종 선택했다. 경희대는 자연과학 계열 소속으로 물리학이라는 학문을 깊이 탐구하고, 대학원 과정까지 내다보며 연구자를 양성하는 성향이 크다면, 중앙대는 물리학과 다른 전공과의 연계, 취업 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점이 매력적이었고, 융합 전공이나 복수 전공의 기회가 많다는 판단이 들었다.  

 

“중학교 때 마인크래프트라는 게임을 즐기면서 독학으로 코딩을 배우고 추가 모듈을 만든 적이 있어요. 대학에서 물리학과 소프트웨어를 접목해보고 싶기도 하고, 자동차나 기계 분야와 접목해 자율주행자동차를 연구하고 싶기도 해요. 화학과 연계해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연구에도 관심이 있고요. 앞으로 어떤 분야로 확장해나갈지 구체화해야죠.”

 

민호씨는 자기소개서에 ‘공부에 관심이 있는 사람’ ‘물리학과 자연 현상을 연관 짓는 사람’ ‘학교 공부 외에 찾아가는 공부를 할 줄 아는 사람’ ‘목표를 가지면 누구보다 열심히 할 줄 아는 사람’임을 드러내고 싶었다. 왜 수능이 교육적 효과가 없다고 하는지, 입시를 위한 공부가 아닌 진짜 하고 싶은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민호씨를 만나고 다시금 생각하게 됐다. 

 


 

나를 보여준 학생부 & 선택 과목

 

선택 과목

 

▒ <생활과 윤리> 

고교 3년간 물리 교사를 꿈꾸면서 과학 소양뿐 아니라 인문 소양을 함께 키우기 위해 선택했다. 현대 사회의 특징과 구조, 특정 제도나 행위의 윤리적 문제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됐고, 해결 방안을 모색했다.

 

▒ <물리학Ⅰ> <화학Ⅰ> <생명과학Ⅰ> 

1학년 때  <통합과학>에서 물리학,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과 관련된 내용을 배웠는데 지구과학에 관심이 덜해 지구과학을 빼고 3과목을 선택했다. 가장 재밌던 과목은 <화학Ⅰ>이고, 가장 좋아했던 과목은 <물리학Ⅰ>이었다. ▒ <물리학실험> 고2 때 공동 교육과정으로 선택한 과목이다. 다양한 실험을 통해 중력가속도를 측정하는 미션을 수행하면서 진자의 질량이 주기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실제 실험을 통해 확인했다.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대학 서적과 관련 자료를 찾았다. 궁금증을 해결했을 때 쾌감을 느꼈다.

 

▒ <고급물리학> 

학교 내신이나 수능에 국한하지 않는, 깊이 있는 물리 공부를 하고 싶어 공동 교육과정으로 선택했다. 대학에서 배우는 물리학을 배울 수 있다는 것도 뿌듯했고, 수학과 물리를 접목한 수리물리학을 배울 수 있다는 점도 끌렸다. 고교 과정에서는 2차원적인 내용을 주로 다루는데, <고급물리학>에서는 3차원적 내용을 다루기 때문에 과학을 바라보는 시각을 넓힐 수 있었다.  ▒ <기하> 수능 과목이 아니었지만, 물리학 공부를 하며 개정 전의 <기하와 벡터>를 독학한 상태였기 때문에 부담없이 선택했다. 물리학과도 연관성이 높은 과목이다.

 

▒ <물리학Ⅱ> 

망설임 없이 선택했다. 학문적으로 물리학을 더 깊이 있게 공부하면서 반도체, 디스플레이, 지율주행자동차 등 다른 분야와 접목 가능한 진로에  관심이 커졌다.  

 


학생부

 

1학년

 

▒ 창의적 체험 활동  

동아리 활동으로 ‘기숙사생의 하루’라는 브이로그 제작, ‘Hand clap’이라는 제목의 뮤직비디오 촬영, 연기,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함. 월 1회 정기적으로 지역문화센터를 방문해 방과후 학습 지도 재능 기부로 수학, 음악 교육을 함.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국어> 희곡 ‘파수꾼’의 등장인물 캐릭터 그리기 활동에서 이미지와 표정, 목소리 등의 요소를 복합하여 등장인물을 포현함. <수학> 다른 영역과 연계하여 해결하는 수학 외적 문제 해결 능력이 뛰어남. <통합과학> 비활성기체인 18족 원소가 가지는 성질과 이용 분야를 조사한 후 개념적 과학 정보를 알기 쉽게 시각화하기 위해 인포그래픽을 제작했으며 동료 평가에서 긍정적 반응을 얻음. 

 

2학년

 

▒ 창의적 체험 활동  

동아리 활동으로 LED 태양광 발전기 패널을 만드는 과정에서 태양광 발전의 원리와 안전성에 대해 알아낸 내용을 전달함.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독서>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을 읽고 인간은 과학적이 되면서 기계적이 되었다는 문장을 인용하며 책의 내용을 요약 발표함. <물리학Ⅰ> 학교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뉴턴의 작용-반작용의 법칙을 이용해 ‘학교폭력 그것은 당신을 향한 폭력입니다’라는 카피라이팅을 작성하고 과학의 눈으로 사회적 현상을 재해석하는 능력을 보여줌.  <물리학실험> 진자의 운동 이론을 확인하다가 진자의 질량이 주기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사실에 호기심이 발동해 추가 실험을 하는 열정을 보여줌. 

 

3학년

 

▒ 창의적 체험 활동 

 동아리 활동으로 소형 발전 모터를 이용해 간이 풍력 발전기를 만듦. 회전 프로펠러와 LED를 이용해 운동 에너지가 전기 에너지로 전환되는 현상을 관찰하고 이를 설명함. 프로펠러의 화전 속도를 높이기 위한 방법을 고안함. 공동 교육과정 <고급물리학>을 이수하며 수학과 과학 과목을 보는 눈을 넓혔다고 밝힘.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기하> 수학 용어 말하기 주제로 오른손 법칙으로 벡터의 외적을 설명함. 도형 그리기 활동으로 줄을 이용하여 운동장에 두 초점 사이의 거리가 대략 4m, 장축의 길이가 8m인 타원을 친구와 함께 그림.  <물리학Ⅱ> 질량을 부여하는 힉스 입자로 8컷 카드뉴스를 제작해 과학 이슈를 쉽게 전달함. <고급물리학> 물체를 한 질점으로 보고 운동을 분석하던 관점에서 질량 중심의 운동 및 회전 운동을 함께 고려하는 시각을 가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