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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수시 합격생 인터뷰] 한양대 정책학과 이진성

“학생이 행복한 학교, 정책으로 뒷받침하고 싶어요”

이진성 | 한양대 정책학과, 경기 구리고 졸업

 

학생부 진로 희망 사항에 적힌 뚜렷한 다섯 글자, ‘교육부장관’. 이 당찬 학생은 2020학년 수시에서 학생부 종합 전형으로 한양대 정책학과에 합격했다. 수시 원서 6장을 모두 정책학과나 행정학과로 집중할 만큼 이진성씨의 목표는 분명했다. 교육 불평등과 사회적 불평등의 악순환을 어떻게 끊을 수 있을지, 진성씨가 줄곧 가져온 관심사였다. 학교는 학생들을 위한 ‘정책’을 고민하고 적용해볼 좋은 실험 공간이었다.


교과에서 접한 내용과 탐구 주제들은 정책 수립 시 갖춰야 할 시각을 생각해볼 수 있는 이론적 토대가 되어줬다. 동아리 활동을 통해 고안한 작은 아이디어가 실제 학생들의 행동 패턴과 학교 환경을 바꾸는 모습을 보면서 교육행정가의 꿈도 더 확고해졌다.

 

취재 정애선 기자 asjung@naeil.com

사진 이동웅

 

 

교육 불평등과 소외 문제 해결을 위한 소소한 실천들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불평등 문제에 대한 관심은 사회 과목 수업에서 더 깊어졌다. <윤리와 사상> 수업을 여는 ‘딜레마 토론’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빵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를 주제로 친구들과 토론하면서 분배의 기준이 사람마다 다양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전 당연히 배고픈 사람에게 더 많은 빵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친구들은 빵을 얻는 데 기여한 정도나 더 필요한 사람에게, 혹은 선착순 등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더라고요. 선착순은 운에 의해 결정되지 않느냐는 토론이 롤스의 정의론으로 넘어갔어요, 가정환경과 부모님 등 저의 우연적 조건을 생각해보니 누구나 사회적 약자로 태어날 수 있다는 걸 인식 하게 됐죠. 태어날 때부터 존재하는 불평등을 해소하려면 어떤 방법이 필요할까 고민하던 중 <사회·문화> 수업의 ‘사회 계층화 현상 탐구 프로젝트’에서 모둠별 불평등 신문을 제작 했어요. 저는 교육의 경제적 불평등 사례를 조사했는데, 우리 나라에서 고교 무상교육을 추진하는 이유와 배경이 궁금해졌죠.”

당시는 무상교육 문제를 둘러싸고 사회적 논쟁이 첨예하던 때였다. 재원이 확실하지 않으면 한정된 예산에서 오히려 교육의 질이 떨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싶던 중 읽게 된 <꼴찌도 행복한 교실>은 생각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무상교육을 확대하면 교육의 질이 떨어진다는 논리는 데이터에 기반했다기보다 속설에 의한 편견일 수 있겠더라고요.무상교육에 소요되는 예산을 잘 설명한 기사를 읽으면서는 팩트체크의 중요성을 느꼈고요. 우리도 독일처럼 공교육을 강화하고 무상교육을 시행해 교육의 경제적 제약을 없앨 필요가 있다는 입장에 동의하게 됐어요. 주변을 둘러봐도 한 달에 40만 원가량 투자해야 하는 학원에 다니는 친구들이 있는가 하면 경제적으로 어려운 친구들은 그 모습을 보며 심적으로 위축될 수 있잖아요. 불평등을 해소하는 데 기여하는 정책의 방향을 고민해본 경험이었어요.”

이 책은 진성씨가 3년 동안 주도했던 멘토-멘티 활동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독일은 성적표에 등수가 나오지 않는 데다 1등이 아닌, 꼴찌를 위한 보충 수업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교육에서 낙오자를 없애려는 독일의 교육 정책이 마음 에 와닿았기 때문이다.

“3년 동안 공부에 어려움을 겪는 친구들을 돕는 스터디 그룹 활동을 꾸준히 했어요. 수업이 끝나자마자 중요한 내용을 적어보고, 자기 주도 학습을 할 수 있는 서식도 만들어봤죠. 점심시간에도 모이고 방과 후에도 모였는데, 이 모습을 본 친구들이 자신이 아는 걸 나누겠다며 스터디 그룹을 더 만들기 시작하더라고요. 요점 정리도 나눠주고, 빈칸 채우기 문제도 나눠주며 서로 선의의 라이벌로 경쟁하는 모습을 보니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라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다들 자기 공부하기도 바쁠 텐데 고마웠죠. <질문이 있는 교실>이나 <세상을 바꾼 놀라운 정책들> 같은 책을 읽으면서 스터디 그룹의 방식을 좀 더 업그레이드해나갔어요. 3학년 때 사탐 공부를 할 때는 ‘목차 공부법’을 고안했는데, 예를 들어 <생활과 윤리>에 응용 윤리와 규범 윤리가 나오면 ‘생활은 뭐고, 윤리는 뭘까’ ‘왜 응용 윤리가 규범 윤리보다 앞서 나오는 걸까’ 같은 질문을 만들었어요. 이런 생각을 해볼 틈도 없이 암기하느라 바빴던 공부에서 벗어나 우리가 배움을 좀 더 주도하는 공부를 해보고 싶었거든요. 고교 3년 동안 해왔던 활동 중 가장 기억에 남아요.”

 

 

 

우리의 행동과 공간을 바꾸는 작지만 빛나는 아이디어

 

2학년 때 활동한 학생사회참여 동아리는 작은 아이디어 하나가 사람들의 행동과 공간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확인할 수있었던 경험이었다. 경기도교육청 학생 주도 동아리 사업 공모에 도전하기로 하면서 어떤 활동을 할지 고심하던 중 가장 가까이 있는 학교 환경부터 개선해보기로 했다. 마침 이 무렵 접한 ‘넛지 이론(부드러운 개입으로 사람들이 더 좋은 선택을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법)’에 대한 기사가 생각나 <행동을 디자인하다>를 읽고 아이디어를 얻어 전교생을 대상으로 학교 위생에 대한 설문조사에 착수했다.

“설문조사를 해보니 화장실과 급식실의 정수기 위생이 가장 문제로 꼽혔어요. 먼저 정수기 앞에 거울지를 붙여놓고 찡그린 표정의 이모티콘과 웃는 표정의 이모티콘을 붙여보기로 했어요. 아무래도 거울에 비친 모습을 보면 한 번은 자신의 행동을 돌아볼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시범 삼아 한 층만 해봤는데, 놀랍게도 그 층만 정수기 주변이 깨끗해지더라고요. 화장실 청소 노동자 아주머니께서 남학생 화장실의 소변기 밖으로 튀는 소변과 바닥에 널브러진 휴지들로 고충을 토로하시기에 소변기에 온도가 따뜻해지면 사라지는 파리 모양 스티커를 붙였어요. 또 농구대 모양을 쓰레기통 위에 설치해 남학생들의 ‘겨냥 욕구’ 를 충족시켜주기로 했죠. 하하. 한데 학생들이 재미가 있었던지 캔과 플라스틱까지 너무 많이 버린다고 하시기에 쓰레기통 전면을 투명필름으로 막아 슛 실력을 확인할 수 있는 분리수거용 쓰레기통도 추가로 만들어 봤어요. 손재주 없는 남학생들이 직접 만들었기 때문에 모양은 허술하기 짝이 없었지만, 전과 달리 소변기와 바닥이 깨끗해지더라고요. 넛지를 적용한 작은 시각적 변화가 우리를 움직이게 하고, 불편한 환경을 개선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참 신기했어요.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과 지혜가 실생 활에 직접 적용될 때 비로소 가치를 갖게 된다는 것도 깨달을수 있었고요.”

‘학교’ 라는 시공간에 대한 꾸준한 고민은 교과 세부 능력 및특기 사항 곳곳에도 엿보였다. <심화영어독해Ⅰ> 수업에서는 획일화된 교육으로 인한 창의성 결여를 해결하기 위해 학습자의 특성에 따른 다양한 교육의 필요성을 역량 기반 교육 과정으로 풀어 발표했고, 급격한 정보화 시대에 뒤처진 학교 개혁의 필요성과 개선 방안을 고민했 다. <사회·문화> 수업에서는 시대별 교육과정과 교육 관련 기사 등을 담은 사진전을 준비하고, 교육 불평등 현상을 갈등론적 관점에서 분석해 발표하는가 하면 <수학연습Ⅰ> 수업에 서는 한국과 호주의 통계 교육과정을 비교하거나 수학과를 중심으로 2009 개정 교육과정과 2015 개정 교육과 정을 비교하기도 했다. 학생 참여 수업이 늘어난 요즘의 학교 환경에서는 저마다의 관심 분야가 과목별 세특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모습을 확인할수 있는데, 진성씨의 학생부는 ‘교육 부장관’이라는 포부가 나름 진지한 꿈에서 비롯됐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19살이 지나고 나면 수능은 아무것도 아니잖아요”

 

친구들의 공부를 도우면서도 시험과 평가에 끌려 다니는 것이 아닌, 우리 스스로 왜 공부를 하는지 이유를 찾고 싶었다던 진성씨지만 막상 수능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수시에서 지원한 두 대학의 경우 1차 서류 평가는 통과했지만, 수능 최저 학력 기준 충족에는 아깝게 실패하고 말았다.

교과 평균 성적은 1등급대로 잘 마무리했고, 평소 모의고사에서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았던 영어 공부에 3학년 내내 집중한 덕분에 수능 영어에서도 1등급을 받을 수 있었지만, 예상치 못한 수학과 탐구 한 과목에 발목을 잡히고 말았다.

“변별력을 가르기 위한 문제들에 최적화된 반복 훈련이 좀 부족했던 것 같아요. 가채점 점수를 보고 최저 기준을 통과 못할 거란 건 알았지만, 경험을 쌓고 싶어 1차 서류 통과에 합격한 대학은 면접장에도 갔어요. 부담이 없어서인지, 긴장한 학생들 속에서 저만 여유만만이었어요. 하하. 면접관들이 웃으 시며 ‘교육부장관이라니, 보기 드물게 포부가 크다’면서 행정 이나 정책 관련 전공, 교육부장관의 업무에 있어 필요한 역량은 무엇이라고 보는지 질문하셨는데, 나름 제 생각을 다시 정리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됐어요. 제 경우 수능에서는 성공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사실 19살이 지나고 나면 수능은 아무것도 아니잖아요. 앞으로 고민의 영역은 상상을 초월할 테고, 늘 선택의 순간에 놓일 테니까요. 고교 생활을 끝내고 보니 우리의 교육 정책이 학생들을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이 더 커졌어요. 학생들의 시야를 넓힐수 있도록 학교 밖 교육도 접목되어야할 것 같고요. 저 역시 고등학생 때는 하교 교육이 제 관심사의 전부였는데, 지금은 행정이라는 기본 무기를 갈고 닦아 더 넓은 정책 분야에서 기여할 수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내 삶을 디자인하는 것은 곧 나의 선택에 따른 결정이란 걸 후배들에게 꼭 얘기해주고 싶어요.”

 


나를 보여준 학생부 & 자기소개서

학생부

1학년

▒ 창의적 체험 활동 

탐구·실험 동아리, 경제학 및 MOOC 진로 연계 강의 수강 자율동아리 활동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사회> 마틴 루터 킹과 맬컴 엑스의 참여 방식을 비교해 자신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사회 참여 방식 발표, <한국사> 교과 내용을 어려워하는 급우들을 배려하는 모습, ‘비판적 사고에 날개를 달아 주는 토론 수업’ 참여

 

2학년

▒ 창의적 체험 활동 

학생사회참여 동아리에서 ‘넛지 이론을 적용한 학교 문제 해결 프로젝트’ 활동, 자율동아리에서 교육 봉사활동, 학생자치회 회장으로 학교 축제 기획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확률과 통계> ‘인터넷 뉴스 기사 댓글이 청소 년의 사회적 인식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과제 연구 활동, <영어 독해와 작문> 축구부 학생의 멘토를 자청해 학습에 도움을 줌, <윤리와 사상> ‘수업을 여는 딜레마 토론’에서 두각, 윤리 사상을 이해 못하는 친구들에게 멘토 역할, <법과 정치> 직접 민주제와 간접 민주제의 장단점을 학생자치회의 의사 결정 방식과 연결

 

3학년

▒ 창의적 체험 활동 

자율동아리에서 <질문이 있는 교실>을 읽고 하브루타를 적용한 말하기 중심의 참여 수업 제안, 자율동아리에서 교육부-교육청-학교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교육 정책 제안 보고서 작성 등 교육 제도를 주제로 탐구 활동 진행, 사회탐구 과목 멘토-멘티 학습 주도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화법과 작문> 교육 정책 분야의 사설 찾아 읽으며 사교육비 증가 원인, 고교 무상교육 갈등에 대해 고민, <수학연습Ⅰ> 한국과 호주의 통계 교육과정 비교, 수학과 2015 개정 교육과정을 2009 개정 교육과정과 비교 분석, <생활과 윤리> 롤스의 정의의 원칙을 기반으로 교육은 정권의 영향을 벗어나야 하며, 소외 학생들을 위한 학습 환경 조성의 중요성 제시

 


자기소개서

▒ 1번 학습 경험 

<윤리와 사상> 수업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빵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하며 다양한 분배의 기준을 알게 됐고, 롤스의 정의론을 공부하면서 불평등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 <사회·문화> 수업에서 ‘사회 계층화 현상 탐구 프로젝트’로 교육의 경제적 불평등 사례를 조사하며 고교 무상교육과 관련, 정책의 중요성을 고민한 과정을 풀어썼다.

 

▒ 2번 교내 활동 

학생사회참여 동아리에서 ‘넛지’ 를 적용한 활동을 진행하며 학교 화장실과 정수기를 개선하기 위해 적용한 아이디어, 지역 고등학생 대표로 교육 정책 토론 회에 참가해 학교 공간을 주제로 분임토의를 진행하면서 ‘집단지성’의 힘을 느낀 일화, ‘우리 지역 살리기 프로젝트’ 에 참여해 AR을 적용한 역사 관광 앱으로 도시 전체를 살아있는 역사 교과서로 만드는 아이디어를 고안한 일화를 담았다.

▒ 4번 지원 동기

교육행정가를 꿈꾸며 정책 및 행정 관련 학과에 지원한 동기, ‘학생이 행복한 학교’를 꿈꾸며 스터디 그룹 등을 주도하면서 정책이 소외된 이들을 위해 수립되 어야 한다는 점을 느낀 과정을 전했다.


※ 한양대 학생부 종합 전형은 자기소개서를 받지 않아 타 대학 지원시 작성한 자기소개서를 정리했다.

 


교사의 시선으로 본 수시 합격생

“수업에서 소외된 학생에게 늘 관심이 많았어요” 

 

제 수업에서 진성이가 속한 모둠은 딱히 제가 도울 일이 없었을 정도로 참 이타적인 학생이었습니다. 심지어 시험이 코앞인데도 점심시간에 친구들에게 강의를 하기도 했고요. 수학뿐만 아니라 수학 교육 에도 관심이 많았고, 마침 제가 준비한 수행평가에서 그 진가를 발휘했죠. 수업 시간에 했던 제 얘기를 놓치지 않고 한국과 호주의 통계 교육과정 비교로 이어가거나, 수학과를 중심으로 2009 개정 교육과정과 2015 개정 교육과정을 비교하기도 했지 요. 진성이는 항상 공부를 조금 못하는 학생, 수업 에서 소외된 학생에게 관심이 많았는데 저도 항상 중하위권 학생들을 바라보며 수업을 준비한 터라 진성이의 문제 해결력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한 점이 조금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진성이는 저의 마음을 이해해주지 않았을까요? 진성이가 꿈꾸는 미래의 학교는 어떤 모습일지 참 궁금하고 기대됩니다.

 

_수학 담당 구리고 구본엽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