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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수시 합격생 릴레이 인터뷰] 강수민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경제학+심리학으로 인간에 대한 이해 바탕 둔  경제 정책 만들고 싶어요 

강수민  |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경기 소명여고) 

 

중학교 때까지 책 읽기를 즐긴 수민씨는 고교 진학 후 본격적으로 공부에 몰입했다. 학생부 곳곳의 ‘수업 집중력이 뛰어난’이라는 표현에서 알려주듯 배우는 모든 것에 집중하다 보니 갈수록 궁금한 점이 많아졌다. 알게 될 때까지 붙잡고 있는 근성은 성적 향상으로 이어졌다. 공부를 하면서 하고 싶은 것도 더 많아졌다. 경제학과 심리학을 함께 배우면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로 더 좋은 경제 정책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자유전공학부 진학으로 이어졌다. 

 

취재 김민정 리포터 mjkim@naeil.com  
사진 이의종

 


 

꾸준히 지속된 책 읽기

 

중학교 때까지 수민씨는 한국 소설을 좋아했다. 

 

“특히 박완서의 <나목>이 기억납니다. 소설 속 묘사가 아니라면 알 수 없었을 한국의 1960~70년대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것도 좋았어요.” 

 

고교 진학 후에는 많이 읽지는 못했지만 독서를 이어나갔다. 

 

“헤르만 헤세의 <수레바퀴 아래서>를 읽으며 한스가 자신을 억누르던 환경으로부터 처음 해방감을 맛볼 때 나 또한 세상의 권위에 굴복하지 않고, 나만의 가치관을 정립해야겠다고 마음먹었죠. <도덕감정론>을 통해 애덤 스미스가 이윤 극대화만을 추구하진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사람의 이기심이 아닌 타인과 공감하는 능력을 강조하고 있더라고요. 소수 기득권자에게만 주어진 독점을 타파하고 모두가 자신의 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새로운 사회를 제시했죠. 애덤 스미스가 오해를 받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후 <생활과 윤리> 시간에 <도덕감정론>에서 알게 된 내용을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공통점으로 녹여 발표하기도 했어요. <공정하다는 착각>을 통해서는 과도한 능력주의 사회를 경계해야 함을 깨달았습니다. 성공은 개인의 능력뿐만 아니라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의 영향도 큰 만큼 성공의 결과는 기꺼이 공동체와 나누어야 한다는 마이클 샌델의 견해에 깊이 공감했어요.”

 

 

궁금한 점은 끊임없이 질문

 

고교에 진학하면 열심히 공부하려고 마음먹었지만 코로나19 상황으로 학교에 가지 않는 날이 많았다. 규칙적인 생활을 위해 독서실에서의 공부를 선택했다. 

 

“집에서 규칙적으로 공부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니 저를 믿을 수 없더라고요. 독서실에서 오전 9시부터 밤 10시까지 공부를 했고 공부 시간이 많아지니 중학교 때보다 오히려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집중해 공부하는 만큼 끊임없이 궁금한 점이 생겼다. 친구들은 당연히 받아들이는 개념을 몇 시간씩 붙잡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때도 많았다. 선생님들로부터는 “왜 그런 게 궁금할까? 그건 주어진 개념이란다”라는 말을 들었고, 또 친구들로부터는 “수학 문제를 풀어야지 왜 철학을 하니?”라는 말을 종종 들었다. 하지만 깊이 생각하고 질문을 던진 덕분에, 답을 찾으면 희열을 느꼈고 종종 공부하는 즐거움이 되었다. 

 

“정적분의 결과가 곡선으로 둘러싸인 도형의 넓이가 되는 이유에 대해 의문을 가졌어요. 정의를 받아들이지 못해 고민하다가 선생님께 질문드렸어요. 현 수학Ⅱ 교육과정에서는 빠진 구분구적법을 공부하니 이해가 되더라고요.” 

 

고 2때 배우는 수학은 인문·자연 계열을 통합해 성적을 산출했음에도 시험마다 전교 1, 2등을 다퉜다. 수학의 원리와 개념을 이해하려는 노력은 학생부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다양한 학문의 융합 가능한 자유전공학부 선택

 

<경제학은 배워서 어디에 쓰나요?>를 읽고 제로섬 현상에 대해 발표했다. 최저 임금 인상으로 어려워진 자영업자의 사례 등을 접하면서 누군가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만든 경제 정책이 누군가에게는 손해를 입힐 수 있다는 점이 안타까웠다고.

 

“좋은 경제 정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경제학 이론에 더해 경제 소외자들의 입장을 깊이 이해함으로써 인도적 접근법을 함양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심리학을 함께 배워보고 싶었어요. 경제학에 심리학이 더해진 행동경제학을 활용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이로운 경제 정책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었죠.”

 

공부를 할수록 머릿속에서 알고 있는 사실들이 그물망처럼 연결되면서 더 궁금한 점이 생겼다. 

 

“정적분을 활용해 대한민국의 3년간의 지니계수를 구하면서 소득 불평등이 점차 감소되는 추세라는 것을 확인했지만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여전히 소득 불평등이 높은 편이더라고요. <생활과 윤리> 시간에 롤스의 사상을 접하면서 공교육의 질적 향상, 사회 복지 대상의 기준 완화 등의 해결책을 롤스의 정의의 원칙에 따라 고안해보기도 했습니다. 롤스의 사상이 사회 불평등을 인정하면서도 최소 수혜자를 고려하는 현실적 이상주의 성격을 띠고 있다고 느꼈거든요. 수학과 윤리학을 활용해 고민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사회 문제를 여러 학문적 관점에서 바라보면 해결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행동경제학에 관심이 있는 데다 사회 문제 해결에 다원적 접근이 효과적임을 깨달은 수민씨는 다양한 학문의 융합이 가능한 자유전공학부에 진학해야겠다고 결심했다. 

 

“특히 서울대 자유전공학부는 주제 탐구 세미나 등을 통해 한 가지 주제에 대해 다양한 분야의 교수님들과 심도 있는 토론을 할 수 있고, 기초·응용 수학을 필수로 이수해야 하는 등 융합적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프로그램이 매우 잘 짜여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한 가지 전문 분야만 공부하는 것보다는 학제적 접근에 능통해지면 현대 사회에서 더욱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생각한 제게, 자유전공학부는 꽤 매력적으로 느껴졌어요.”

 

 

봉사 동아리에서도 문제 해결력 발휘, 

캠페인에 사용한 피켓 학급 게시판으로 활용

 

수민씨의 학생부 세특은 곳곳에 ‘호기심이 많고’ ‘질문이 끊이지 않으며’ ‘문제 해결력이 뛰어난’이라는 평가와 함께 ‘나눔과 배려심이 돋보이는’ ‘희생정신을 느낄 수 있는’ 등의 표현이 많았다. 사실 관계에 충실한 태도를 유지하면서도 수민씨가 특별히 좋은 인성의 소유자임을 보여주고 싶은 선생님들의 모습이 보였고, 뛰어난 성적을 더욱 빛나게 했다. 

 

수민씨의 문제 해결력은 친구들과 함께한 봉사 동아리에서도 드러났다. 정부의 환경 정책과 친환경 기업의 실천 사례를 조사하고 저탄소 인증 제품 구매를 장려하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피켓에는 저탄소 제품 인증 마크와 함께 ‘저탄소 소비 문화 함께해요’라는 문구를 제시했고, 제품 구매의 효과를 구호로 외쳤다. 

 

“간과한 것이 있었어요. 저탄소 인증 제품을 구매하도록 설득하는 캠페인을 하면서 스티로폼 재질의 피켓을 사용했더라고요. 고민하던 중 다행히 학급에 게시판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피켓을 리폼해 학급 게시판으로 만들었죠. 처음부터 피켓의 재질을 고심하지 않은 것을 반성했습니다. 목적을 위해 사용하는 도구 역시 목적에 맞게 일관돼야 함을 깨달았습니다.”

 


 

 나를 보여준 학생부 & 선택 과목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1학년 

<수학> 관심 분야인 경제와 연계해 ‘이차함수의 최대최소를 이용한 최대 이익금 구하기’ 주제로 보고서 작성, <통합사회> 자유방임주의와 수정자본주의 관련 글을 읽고 보이지 않는 손을 통해 국부가 증진될 것이라 생각한 이유와 수정자본주의와 관련해 시장에서 유효수요를 늘릴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논리적인 글로 작성함, <통합과학> 중화반응 양적관계에서 개념을 적용해 혼합 용액의 액성과 이온수를 도출하는 능력이 뛰어남 

 

  2학년 

<독서> 학습력·집중력·열의가 학년에서 단연 으뜸이며 예리하게 포착해야 할 쟁점을 놓치는 법이 없음. 게임이론, 스태그플레이션과 뉴딜 정책, 공유지의 비극, 제로섬의 원칙과 무역 등을 잘 정리해 경제 현상에 대한 통찰과 문제의식에 자신의 고민을 함께 담음, <문학> ‘1970년대의 시대 현실’이라는 제목으로 전태일 분신 사건, 부마항쟁을 통한 민주화운동을 제시하며 단순히 지식 소개를 넘어 발표자의 문제 의식을 공유해 급우들의 공감을 이끌어냄, <정치와 법> 신자유주의 경제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어떻게 촉발시켰는지를 설명하면서 케인즈 사상에 기반한 수정자본주의가 사회권, 사회법 등의 맥락을 가지고 있음을 잘 지적함 

 

  3학년 

<화법과 작문> <양자경제>를 읽고 지속가능한 질적 경제 성장을 이룰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을 탐구하는 글을 작성함. 경제 발전 방향에 대해 경제학과 과학적 지식뿐만 아니라 인문학적 성찰이 필요한 이유를 <생활과 윤리> 시간에 배운 요나스의 사상을 예로 들어 설명함, <확률과 통계> 수학적 논리력과 문제 해결력이 단연 독보적임. 사고가 논리적이고 유연하며 문제를 다각도로 분석하는 능력이 탁월함. 교내 고3 학생들을 표본으로 사교육비 통계와 설문을 실시해 이를 바탕으로 계산한 표준편차의 유의미한 해석과 통계적 추정을 실제 통계청 자료와 비교해 발표함, <영어독해와 작문> 경제학에 심리학을 접목해 사람들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경제 정책을 만들고 싶다는 진로 희망을 영어로 발표함 

 

 

 선택 과목 

 

▒ <생활과 윤리>  생명 윤리, 자연과 윤리 등 실생활에서 꼭 필요한 도덕 기준에 대해 배우는 과목이라 선택했다. 기술 발전과 인문학이 양립할 수밖에 없는지 깨닫게 됐다. 

 

▒ <정치와 법>  수업 활동 중 주민참여예산 제안서 작성도 좋은 경험이었다. 또한 이슈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신자유주의와 수정자본주의의 입장에 대해 공부하며 두 사상 간 쟁점을 정리해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 <사회·문화>  수능 선택 과목으로 염두에 두고 있어 선택했다. 수업 활동을 통해 가계 소득이 고등학생의 학업성취도에 끼치는 영향을 연구 주제로 선정해 보고서를 작성했다. 수업 시간에 배운 개념들을 이해하고 적용할 수 있는 과정이었다. 질문지법을 위한 문항 작성도 사안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