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시러’의 반전, 주역은 수업에서 파고든 모빌리티
최선욱 | 한양대 미래자동차공학과 (서울 중동고)
한양대 미래자동차공학과에 간절히 가고 싶었다. 논술전형과 종합전형으로 수시 원서를 낼 만큼. 사실 최선욱씨는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대학에 진학하긴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다. 서울 교육특구에 위치한 지역 단위 자사고인 모교는 상위권이 두터워 좋은 성적을 확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학교 수업을 외면한 채 정시에만 매달리고 싶진 않았던 선욱씨는 학교생활에 성실하게 임했고 끝내 원하던 학교에서 합격이란 응답을 받았다.
취재 민경순 리포터 hellela@naeil.com
사진 이의종
파일럿에서 UAM 전문가로 꿈이 바뀌기까지
하늘을 날아다니며 여러 나라를 여행할 수 있는 파일럿에 매력을 느꼈던 선욱씨는 공군사관학교 진학을 고민하다가 도심항공모빌리티(UAM)를 알게 됐다.
“비행기는 이착륙을 위한 활주로가 필요하지만 UAM은 수직 이착륙하는 비행체라 활주로가 필요 없어요. 대도시의 극심한 도로 혼잡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분야라 더욱 매력적이었죠.”
군사용 드론이나 무인 항공기는 군과 민간에서 자리 잡은 지 오래고 항공우주 관련 기업뿐 아니라 물류·운송 기업, 자동차 회사 등도 UAM 연구에 힘을 쏟고 있기 때문에 자동차는 물론, UAM과 관련한 기본 역량을 키울 수 있는 학과에 진학하고 싶었다. 선욱씨의 ‘원 픽’은 역사와 전통이 깊은 한양대였다. 종합전형을 전혀 고려하지 않아서 UAM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하며 호기심을 해결해나간 점이 진학에 많은 도움이 됐다.
“UAM이 상용화되려면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아요. 배터리의 안전성과 효율성 문제를 비롯해 기체나 모터 고장 시 대처 방법, 다른 물체와의 충돌을 예측한 자동 회피 기술, 자동항법 체계 등 안정성을 확보해야 하거든요. 교통 체계나 관제 기술, 경제성 등도 해결 과제죠. 기계공학과를 고민하다 한양대에는 미래자동차공학과라는 특성화학과가 있어서 눈길이 갔어요. 역사도 오래됐고 교육과정을 살펴보니 자동차를 포함해 UAM 등 미래 모빌리티 관련 내용을 배울 수 있겠더라고요. 이런 분야를 차근차근 배워 학과 공부를 토대로 꿈을 펼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설레요.”
‘정시러’였지만 최선 다했던 학교 수업
목표는 정해졌지만 과정은 쉽지 않았다. 교육특구의 고교답게 대다수 학생은 정시에 주력했고 선욱씨도 내신 3~4등급으론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기 힘들다고 판단해 착실하게 정시를 준비했다.
“고3이 되면 수능을 준비한다고 수업을 등한시하고 개별 공부를 하는 친구가 많아요. 그렇게까지 하고 싶진 않더라고요. 수시 지원 여부를 떠나 학교 수업은 열심히 들었어요. 상위권이 두터운 학교에서 3등급 초반으로 마무리했는데 합격하지 못하더라도 원하는 대학과 학과에 종합전형으로 지원해보기로 했어요. 논술전형과 종합전형으로 지원했을 정도로 꼭 가고 싶은 학교였는데 종합전형으로 합격한 거예요. 믿기지 않았죠.”
선욱씨는 종합전형을 염두에 두지 않았지만, 학교 수업을 소홀히 하진 않았다. 수업 중 UAM 이나 미래 교통수단, 항공 관련 이슈를 눈여겨보고 관심 분야와 관련된 탐구 보고서나 발표가 있을 때면 성실하게 준비했다.
“<사회문제탐구> 시간에 코로나19 때 등장했던 항공사의 무착륙 관광 상품에 대해 발표한 적이 있어요. 고객은 그렇게나마 여행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어서 갈증을 해결하고 항공사는 살아남기 위한 자구책이었다고 생각해요.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비행기를 계속 운행하는 게 기후위기 대응에 역행하는 건 아닐까’ 하는 고민도 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기억에 남는 수업이에요.”
수능 선택 과목을 <물리학Ⅱ>로 바꾼 이유
관심 분야가 명확했던 선욱씨는 미래에 필요한 과목을 배우려고 노력했다. 과학은 고2 때 <물리학Ⅰ> <생명과학Ⅰ> <지구과학Ⅰ>, 고3 때는 <물리학Ⅱ> <지구과학Ⅱ>를 택했다. 화학은 미시적인 세계를 다룬다는 생각에 흥미가 없었고, <통합과학>도 화학 단원이 힘들었기에 제외했다. 수능에서는 <지구과학Ⅰ> <물리학Ⅱ>에 응시했다.
“사실 <물리학Ⅰ>을 준비했어요. 한데 고3 6월 모의고사 때까지 <물리학Ⅰ> 성적이 안정적으로 나오지 않아서 고민이었죠. 지난해 모의고사는 과학 Ⅱ과목의 표준점수가 굉장히 높게 나왔어요. 제 경우 <물리학Ⅱ>가 <물리학Ⅰ>보다 재밌기도 했고, 학교 교육과정과 수능 선택 과목을 병행하는 것이 유리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학교 공부를 소홀히 하지 않았기에 어렵지 않게 과목을 변경할 수 있었어요. 결과적으로 성공이었죠. 수능 과목으로 <물리학Ⅱ>를 공부하니 학교 내신 시험도 훨씬 수월해져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셈이에요.”
대학 종합평가 요소와 맞아떨어진 학생부
고2 때 갑작스럽게 건강이 악화되어 힘든 시기도 있었지만 선욱씨는 학교 임원을 비롯해 코로나19 때 체온을 측정하는 방역 안전요원, 전교학생회장 선거관리위원회 위원, 오케스트라 동아리 부장 등 학교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돌아보면 친구들이나 선생님과의 관계가 좋았어요. 자연스레 학교 행사나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단합과 소통을 잘 이끌어낼 수 있었죠. 월드컵 기간에 교내에서 콘셉트 사진 찍기 프로그램으로 한국 선수의 선전을 응원하며 KOREA를 몸으로 표현하기 위해 우당탕탕 사진을 찍었던 추억은 아직도 생생해요.”
학생부 곳곳에 선욱씨의 배려, 협업, 소통, 리더십 역량이 잘 드러나 있다. 거창하거나 특별하진 않지만 최선을 다해 도전했던 모습은 한양대의 종합평가 요소인 종합 성취도와 4대 역량(자기 주도, 비판적 사고, 창의적 사고, 소통 및 협업)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종합전형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이유요?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웃음) 3학년까지 학교생활에 충실했고 협업이나 소통 역량이 잘 드러났던 점이 유효하지 않았을까요? 그동안 종합전형은 뭔가 특별한 학생부여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거든요. 합격하고 나서 보니 그게 큰 오해라는 걸 알겠더라고요. 성실한 학교생활에 관심 분야를 찾아가는 노력만 더해진다면 내신 성적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종합전형에 도전해볼 만한 것 같아요. 수시를 너무 일찍 포기하진 마세요!”
나를 보여준 학생부 & 선택 과목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1학년
<수학> 이차방정식과 이차부등식의 해를 이차함수 그래프를 통해 알아보는 실생활 문제 풀이 활동에 참여함. 기계적인 문제 풀이가 아닌 시각적으로 그래프를 탐구해 해의 의미를 스스로 발견함 <통합사회> ‘나만의 세계 갈등 지도’를 제작하여 관련 내용을 지도 한 장에 시각화하고 해결책을 제안함
2학년
<확률과 통계> 확률 및 통계 개념에 대한 이해력과 수학적 능력이 좋음. 문제를 다양한 풀이법을 적용해 해결하려고 노력해 좋은 성취도를 보임 <영어Ⅰ> 영어 기사를 찬반 의견에 관한 글로 구성하는 과정에서 문어적 의견 표현 역량이 신장됨 <지구과학Ⅰ> 다양한 물리량을 지닌 항성을 비교해 정확한 수학적 결론을 도출하는 데 강점이 있음
3학년
<독서> ‘진로 연계 독서 활동’에서 ‘케플러의 법칙’에 대한 글을 읽고 인공위성과 우주 정거장의 타원 궤도에 대해 심화 탐구함 <기하> 문제 해결 과정을 논리적으로 표현할 수 있으며 주어진 정보와 조건을 분석하여 다양한 관점의 해결 방법이나 전략을 제시할 수 있음 <융합과학> 다양한 재생 에너지의 특징, 장단점, 한계점을 비교해 설명함
의미 있었던 선택 과목
▒ <물리학Ⅰ·Ⅱ> <지구과학Ⅰ·Ⅱ> <생명과학Ⅰ> 모빌리티 관련 공학 계열로 진학을 고려하면서 <물리학Ⅱ>를 가장 재미있게 배워 의미 있었다.
▒ <기하> <심화수학Ⅰ> <기하>는 수능 선택 과목이 아니었고 학교 수업을 통해 처음 접했던 과목이라 수업 시간에 집중했다. <미적분>을 비롯해 지금까지 배웠던 수학과 달랐다. 쌍곡선, 이차곡선 등을 배웠는데 대학 공부에 도움이 된다. <심화수학Ⅰ>은 고교 교육과정의 수학을 빠르게 다시 정리할 수 있어서 수능 준비에 도움이 됐다.
▒ <사회문제탐구> 사회의 관심 분야를 연계할 수 있다. 많은 사람의 여행 욕구, 비행기 관리와 직업 교육, 작동 원리와 문제점 등 여러 관점에서 탐구할 수 있었다.
교사의 눈으로 본 수시 합격생
아파도 학교생활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 기특했어요
“적극적인 태도를 갖춘 분위기 메이커로 눈에 띄었던 학생이었어요. 학급 부회장 역할을 하며 솔선해 궂은일도 하는 등 남다른 리더십이 돋보였죠. 건강이 갑자기 안 좋아졌는데 아프다는 기색도 안 내고 학업도 포기하지 않아서 너무 기특했죠. 선욱이의 꿈은 엔지니어이고 그동안 꿈꿔온 학과에 입학한 만큼 미래의 주역이 될 거라고 믿어요. 좋은 인성과 포기하지 않는 끈기는 어디에서든 귀감이 될 거예요. 선욱이의 미래를 힘껏 응원합니다!” _ 서울 중동고 정해준 교사(고2 담임, 생명과학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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