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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수시 합격생 릴레이 인터뷰] 이미래 서울대 약학 계열

호기심 우선했던 ‘비효율적’ 활동   약학대학 문 연 디딤돌 됐죠
이미래 | 서울대 약학 계열 (충남 온양여고)

 

고1, 우연히 말기 암환자의 브이로그를 봤다. 뼈까지 암세포가 전이된 유튜버의 투병 생활은 약물 치료의 중요성을 피부에 와닿게 했다. 화장품과 같은 일상 속 화학 화합물에 흥미를 키워가던 때라 자연스럽게 약에 주목했고, 약학 전공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희망 전공을 찾은 후 과학중점과정 이수를 결정해야 했다. 과학Ⅰ·Ⅱ 여덟 과목에 <확률과 통계> <미적분> <기하> 등의 수학 과목을 모두 들어야 해 다소 고민이 됐다. 하지만 수학 과학에 대한 호기심이 컸고, 공부해두면 어떻게든 도움이 될 거란 생각에 도전을 결심했다. 적극적인 태도는 학교생활 내내 이어졌다. 학교 수업과 프로그램은 가리지 않고 일단 참여했고, 수업 프로젝트 조장부터 학급 회장, 동아리 부장 등 리더십 활동에도 앞장섰다. 스스로 ‘비효율적’이라 평한, 학생부에 다 담지 못할 정도의 다양한 활동은 결과적으로 교우 관계나 학습, 대입까지 큰 도움이 됐다. 서울대 약학 계열 이미래씨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취재 정나래 기자 lena@naeil.com  

사진 배지은

 

 

이미래 ❘ 서울대 약학 계열 (충남 온양여고)

 


 

 

과목 간 벽 허물어준 과학중점과정   

 

미래씨의 모교인 충남 온양여고는 과학중점학교다. 입학 후 2학년 진급 시 과학중점과정 이수 여부를 결정한다. 부담이 있었지만, 약학 분야에 진출할 때 필요한 기초 과목들이라는 생각에 마음을 정했다.  

 

“고3이 되고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했어요. 수학 과학을 폭넓게 접하면서 각각의 특성은 물론, 서로 연결되는 지점도 발견했거든요. 예를 들어 지구과학에서 광물의약품이나 약용 식물과 관련된 내용을 확인했어요. 어려웠던 물리학은 약물의 확산·저장 과정을 이해하는 데 유용했고요. 고교 기초 과목의 의미를 체감했고, 사고의 폭도 넓어졌어요. 무엇보다 뭐든 배워두면 쓸모가 있다는 믿음이 커졌어요. (웃음)”

 

 

“알약은 생수와 먹어야 한다” 뻔한 답이 알려준 과학의 힘

 

고1, 약에 관심이 생기면서 다양한 자료를 찾아봤다. 그중 음료의 종류에 따라 약물이 녹는 속도를 비교한 논문이 흥미로웠다. 주변에서 생수가 아닌 곡물차, 주스 등 음료와 함께 약을 복용하는 경우를 종종 목격했기 때문. 논문 내용을 직접 알아보고 싶어 <통합과학>에서 주제 탐구 활동으로 우선 캡슐약의 성질과 물의 온도에 따른 녹는 정도를 분석했다. 캡슐의 종류, 약이 녹는 신체 위치 등으로 종류를 나누고, 온도도 변인으로 추가했다. 실험 과정에서 여러 번의 실패를 겪으며, 의문을 과학적으로 풀어가는 법과 실험을 설계하는 법을 체득했다. 

 

수학 수업에서 배운 개념들은 약물에 대한 궁금증을 파고드는 도구가 됐다. <수학Ⅰ>의 지수·로그 개념을 활용해 시간의 변화에 따른 약물 혈중 농도를 구할 함수식을 만들고, <수학Ⅱ>의 구분구적법(특정 구간에서 함수의 면적을 계산하는 것, 정적분)을 활용해 각각 다른 5종류의 음료에 진통제를 녹여 시간에 따른 넓이 변화를 확인했다. 이때 <물리학Ⅰ>의 픽의 확산 1법칙과 엔트로피 법칙, <화학Ⅰ>의 탄소화합물과 분자 개념이 약물 전달 속도나 약의 성질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 수학에서의 탐구 활동에 도움을 줬다. 

 

“<수학Ⅰ·Ⅱ> 탐구 활동으로 약은 물과 함께 먹어야 효과적이라는 결론을 내렸어요. 뻔하지만, 교과 개념으로 직접 검증해 의미가 남달랐죠. 수학과 과학의 밀접한 관계도 체감했고요. 덕분에 <생명과학Ⅰ>에서 최소 살균 농도 실험법을 활용해 소독약의 내성을 파악하는 실험을 진행했고, <미적분>에선 약물 혈중 농도의 변화 누적량을 함수와 미분, 구분구적법을 바탕으로 계산해 역으로 약학에서의 수학의 활용을 살피기도 했어요. 개념을 암기해 문제 풀이를 연습하는 것보다 시간은 좀 걸려도 훨씬 깊게 이해하고 오래 기억에 남더라고요.”

 

자신의 학습 성향을 알게 된 것은 고3 실험 위주의 <화학실험>, 다른 학교에 개설된 공동 교육과정 <고 급화학> 이수에 영향을 미쳤다. 단, 미래씨는 다양한 탐구 활동의 기반이 교과 개념이었다고 강조했다. 약에 관심이 있어 관련 궁금증이 많았을 뿐, 친환경에너지나 키오스크, 제비뽑기 등 일상 속 흥미로웠던 요소를 벡터, 조건부 확률, 딥러닝 등과 연계한 탐구도 적지 않게 했다고. 

 

“동아리나 자율 활동, 학기말 수업량 유연화 활동 기간에 진행하는 탐구 활동에서 관심 분야나 희망 전공·진로에 집중할 기회가 충분히 주어져요. 교과 수업에서까지 전공 관련 주제만 파고들면 학생부 속 제 모습이 한정적일 것 같아, 각 과목의 특성과 내용을 우선해 그때그때 이슈나 주변에서 찾은 궁금증을 연결해 주제를 찾으려고 했어요. 탐구 활동에 전공·진로를 무조건 연결해야 한다는 강박을 내려놓으면, 개성 있는 주제를 찾기도 쉽고 자신을 더 잘 보여줄 수 있을 거예요.” 

 

 

수능 최저 변수 고려해 수시 지원 분산 

 

미래씨는 수시에서 학생부종합전형과 학생부교과전형을 중심으로 지원했다. 학교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학생부 내용과 교과 성적에도 자신이 있었지만, 수능이 관건이었다. 국어와 수학, 영어는 수능 기출문제로 꾸준히 준비했기에 안정적이었지만, 탐구가 문제였다. 고3 때 과학 Ⅱ과목 4개에 심화 수학 과목을 배우다 보니 수능 과학탐구를 학습할 시간이 부족했다. 

 

“서울 상위권 대학 추천형 교과전형은 수능 최저 학력 기준이 3개 영역 합 5 이내로 꽤 높은 편이에요. 탐구는 대개 2과목 평균 성적을 내는데, 자연 계열은 과탐 비중이 수학만큼 커요. 학습 시간도 부족했지만, 문제당 1분 내외로 여러 개념을 정확하게 적용해 문제를 풀어야 높은 등급을 받을 수 있어 제 공부 성향과 안 맞았어요. 결국 최저 기준이 적당한 교과전형과 종합전형을 섞어 지원했죠.”

 

주변에선 의학 계열 지원도 많이 권유했지만, 흔들리지 않고 목표한 약대에 지원했다. 종합전형으로 서울대 지역균형전형과 덕성여대 덕성인재Ⅰ(서류형), 원광대 학생부종합전형에, 교과전형으로 연세대 추천형, 동국대 학교장추천인재에 도전했다. 한양대(서울)는 화학과에 지역균형전형으로 응시했다. 연세대 외에 모두 합격했다. 

 

“연세대 제시문 면접은 <화학Ⅱ> <물리학Ⅱ>를 깊게 다뤘어요. 물리가 상대적으로 취약했고, 수능 전 시행된 면접 일정으로 교과 복습 시간이 부족해 제대로 답하지 못했어요. 반면 서울대 서류 확인 면접은 <고급화학>의 착화합물, 동아리에서의 이성질체 실험 내용과 개념 설명, 관련 사례 등 학교에서 한 탐구 활동에 관한 질문이 많았어요. 대학·전형에 따라 면접 방식이나 출제 경향이 달라요. 자신에게 적합한 면접을 찾는 것도 중요하겠다 싶었어요.” 

 

약학 전공은 졸업 후 진로가 폭넓은 만큼, 대학에서는 약에 대한 전문성과 함께 어학 공부, 외국 대학 교환학생 등 다양한 경험을 쌓아 진로를 모색할 계획이다. 특히 새로운 화합물이나 인공지능 등 첨단 기술과 융합한 약물 개발 관련 기초 지식을 탄탄히 쌓고 싶다고. 후배들에게는 일단 최선을 다하길 당부했다.   

 

“고등학교 때 리더십 활동부터 수업 프로젝트까지 일단 하고 봤어요. 학생부에 분량 문제로 활동 내용의 절반은 담지 못할 정도였죠. 수행평가나 자율 활동은 특정 시기에 집중돼 버겁기도 했고요. 하지만 친구들과 돈독해져 모둠 활동을 진행하기 수월했고, 수업 안팎의 프로젝트는 다른 탐구 활동의 주제로 이어지거나 내신 대비에 도움이 되는 등 다 의미가 있었어요. 후배들도 학교에서 해볼 수 있는 건 최대한 해보면 좋겠어요. 단 그냥 하지 말고, 자신의 역할이나 배운 점, 어려웠던 점, 추가로 궁금한 점들을 생각하고 정리해둬야 해요. 또 수능을 별개로 생각하지 않길 바라요. 지금 입시 체제에선 수능 성적을 어느 정도 확보해야 수시에서 기회가 많아져요. 어차피 출제 범위가 겹치니, 방학 등으로 여유가 있을 때 기출문제를 접하며 수능을 대비한다면 내신에도 도움이 될 거예요.”    

 

 


나를 보여준 학생부 & 선택 과목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1학년 

 

<수학> 연령에 따른 혈압 자료를 바탕으로 나이와 혈압 사이의 관계식을 이차 함수로 표현, 이를 활용해 수출기 혈압을 분석 <한국사> 조선 시대의 역병과 천연두, 종두법을 중심으로 ‘백신의 시초’를 주제로 탐구·발표 활동을 진행 <통합사회> 청장년층 일자리 부족과 노인 의료 불평등 문제를 함께 해결할 방법으로 ‘노인 의료 정보 활용 도우미’ 고용 활성화를 주장  

 

 2학년 

 

<독서> <종의 기원> 및 해당 분야 전문 잡지를 읽고 진화론에 대해 조사, ‘모든 종이 지구상 하나의 지점에서 창조된 것인가’에 대한 논제를 고민, 보조 자료를 더해 발표 <물리학Ⅰ> 열역학 단원과 관련해 나노 구조 기반 약물 확산 속도 조절을 탐구  <지구과학Ⅰ> 이산화탄소와 미세먼지 등으로 달라지는 식물 성장 속도를 선행 연구로 분석 후, 미세먼지가 약용 식물 재배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탐구 

 

 3학년 

 

<언어와 매체> 형태가 동일한 어미와 접사 구분법이 모호함에 문제의식을 갖고, 이론서와 학술자료를 바탕으로 탐구 <심화수학> 금리 관련 뉴스를 보고, 거치 기간이 길수록 금리를 낮춰 단리와 복리의 차이가 상쇄된다는 특징을 발견, 다양한 저축 방법을 탐구 <화학Ⅱ> 화학 반응에서 촉매·작용 기전을 알아보고자 활성 원리, 개발 사례를 조사·발표함. 특히 현대 산업에서 유기촉매와 광촉매가 상용화돼 기존 금속촉매의 잔류 금속 독성, 고가 등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음을 설명  

 

 의미 있었던 선택 과목 

 

▒ <물리학Ⅰ·Ⅱ> <화학Ⅰ·Ⅱ> <생명과학Ⅰ·Ⅱ> <지구과학Ⅰ·Ⅱ> 과학중점과정을 이수해 의무적으로 공부해야 했지만, 결과적으로 과학 전반에 대해 깊게 이해할 수 있었다. 특히 학문 간 연계된 점을 발견해 다른 과목 공부나 탐구 활동에 도움이 됐다. 

 

▒ <확률과 통계> <미적분> <심화수학> 과학과 연계해 중요 개념을 활용해보면서, 실생활은 물론 과학기술 연구에 매우 유용한 과목임을 알게 됐다. 학습 면에서 특히 함수는 그래프를 그리면 한눈에 이해할 수 있어 다양하게 활용했다.   

 

▒ <고급화학> <화학 실험> 고교에서 배운 화학을 더 심화된 이론, 실험을 통해 깊게 다뤄볼 수 있었다.

 

 

 교사의 눈으로 본 수시 합격생 

 

후배들에게 새로운 길을 보여준 학생 

 

미래는 폭넓은 시야와 깊이 있는 접근, 성실함이 돋보인 학생입니다. 1학년 때 약학 분야로 진로를 결정한 후, 약 하나만 파고드는 게 아니라 학교의 다양한 수업·활동에서 익힌 내용을 연계해 약물의 다양한 측면을 살폈습니다. 생명과학·화학을 넘어 인공지능, 수학, 물리학 등과 연계한 ‘온라인 약국’ ‘약물 전달 시스템’등을 고민한 것이 대표적이죠. 스스로 고민하고 행했기에, 면접을 연습할 때 동기부터 결과까지 실전과 다름없는 답변을 했고요. 무엇보다 이해득실을 따지기보다 더 깊이 공부하고 싶어 과학중점과정을 이수하고, 학교 활동과 수능까지 최선을 다하는 태도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지역 일반고에서 약학 계열 진학이라는 쉽지 않은 결과를 이뤄내 후배들에게도 새로운 길을 보여줬고요. 미래가 대학에서도 마음껏 도전하고 배우며 성장하길 응원합니다. 

_ 충남 온양여고 서종화 교사(진로 진학 상담 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