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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수시 합격생 릴레이 인터뷰] 강윤지 한국뉴욕주립대 FIT 패션경영학과

 외국어→국제 사회→패션 지속가능한 패션 꿈꿔요  

강윤지 | 한국뉴욕주립대 FIT 패션경영학과  (서울 이화외고)

 

윤지씨는 어릴 적부터 엄마가 골라준 옷 대신 스스로 고른 옷을 입었다. 초등학교 땐 세계 각국에서 열리는 국제상표협회(INTA) 회의에 참석하는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글로벌 패션 브랜드가 로고와 디자인을 법적으로 보호하는 과정을 직접 보았다. 자연스레 패션 특허와 상표권의 세계에 대한 흥미로 이어졌다.  고교 3년 동안 국제 사회·경제·법에 대한 관심을 다양한 탐구 활동으로 풀어내며 진짜 원하는 진로를 고민했다. 그 과정은 느리지만 신중했고, 마침내 자신만의 패션 브랜드라는 최종 목표에 닿았다. ‘패션은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수단’이라고 말하는 윤지씨. 자신에게 꼭 맞는 옷을 찾기까지의 과정을 들어봤다. 

 

취재 이도연 리포터 ldy@naeil.com  

사진 배지은

 

 

강윤지 ❘ 한국뉴욕주립대 FIT 패션경영학과  (서울 이화외고)


 

 

국제 사회에 대한 관심,  패션 산업으로 시야 넓혀

 

언어를 배우는 데 흥미가 많았고 중국어와 영어에 능숙했던 윤지씨는 고풍스러운 교정과 탄탄한 커리큘럼에 매료돼 이화외고를 선택했다. 

 

“입학 당시 패션에 관심은 많았지만, 그 관심을 어떤 방향으로 이어갈지는 명확하지 않았어요. 국제 사회의 법·경제에 대한 관심도 컸기에 어떤 일을 하든 국제무대에서 꿈을 펼치고 싶었어요. 원하던 학교에 입학한 만큼, 후회 없이 뭐든 해보고 싶은 것들은 다 하면서 그 방법을 찾아보기로 했어요.”

 

윤지씨는 1~2학년 때 ‘영어 토론반’을 선택했다. 원하는 주제를 부원들과 선정해 다양한 방식으로 토론하는 점에 가장 끌렸다고. ‘광고에 제품의 상세 설명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가?’에 대한 토론에서 소비자주권시민회의가 자율주행차 ‘오토파일럿’의 광고 중지를 요청한 사례를 들어, 제품 정보를 명확히 알리지 않는 광고가 소비자 안전을 위협할 수 있음을 강조해 찬성 측을 이끌었다. 

 

“논리로 상대를 꺾기보다는 가치 중심 토론 방식인 링컨-더글러스식 토론을 했어요. 처음으로 소비자 권리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개념을 깊이 고민하게 됐어요. 패션과 관련해서도 단순히 트렌드나 디자인을 넘어 신뢰, 투명성, 지속가능성 같은 패션 산업의 본질적 가치에 관심을 두는 계기가 됐죠.”

 

패션 산업에 대한 관심을 구체적으로 풀어낸 건 2학년 자율동아리 ‘국제사회심화탐구반’이었다. SPA 브랜드가 주도하는 패스트패션과 기존 브랜드 간의 갈등을 둘러싼 법적 문제를 비교 분석하고, 타협을 이끌 정책을 도출하는 탐구를 했다. 

 

“우리에게 익숙한 대표적인 SPA 브랜드들은 한 달 안에 디자인부터 제작·판매·회수까지 해요. 빨라도 너무 빠르죠. 디자인 보호 조항의 한계와 무역 의장권(디자인권) 분쟁 사례를 탐구하며, 미등록 디자인 보호 정책을 제안했어요. 패션의 가치를 지키려면 법적 이해와 전략이 함께 가야 한다는 점을 깊이 깨달았어요.”

 

패션 산업으로 시야를 넓힐수록 복잡하고 거대한 국제 세계가 보였다. 학교 모의유엔(EMUN)에서 EU 대표단으로 참여해, 글로벌 패션 산업의 세 가지 핵심 의제인 지속가능한 공급망 구축, 윤리적 노동 기준과 투명성 확보, 지식재산권 보호 및 문화 전유 방지에 대해 발표했다. 

 

“패션 산업이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약 10%, 연간 물 소비의 930억㎥를 차지한다는 통계와 글로벌 브랜드의 평균 공급망 투명성 점수가 14%에 불과하다는 자료를 근거로 들었어요. 패션 산업이 생산 중심을 넘어 공정하고 투명한 국제 협력을 통해 지속가능하게 성장해야 한다는 점을 알게 됐고, 이것이 내가 하고 싶은 길이라는 것을 명확히 느꼈어요.”

 

 

학교 후드티 디자인 공모전 통해 자신감 얻어

 

윤지씨는 동아리 부장, 학급 회장은 물론 학교홍보대사단원으로 활동하며 학교 행사에 적극 참여했다. 2학년 땐 학생회가 주관한 ‘학교 후드티 디자인 공모전’에 도전했다. 모교인 이화외고는 전통을 중시하는 특성이 있어 생활복인 후드티가 없었다. 윤지씨는 학생들의 ‘니즈’를 파악하기 위해 발로 뛰며 설문조사부터 시작했다.

 

불편한 교복을 대체할 만한 편안함과 학교의 정체성을 동시에 담은 후드티를 목표로 몇 날 며칠 디자인에 힘을 쏟았다. 누가 시키는 일이 아닌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하니 열정과 힘이 솟았다.

 

“로고 제작과 패션 디자인에 쓰이는 어도비(Adobe) 그래픽 프로그램 ‘일러스트레이터’를 활용했어요. 정말 제대로 만들고 싶었거든요. 그 순간만큼은 유명 브랜드의 수석 디자이너가 된 기분이었죠. 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검정에, 등판에는 학교의 상징인 배꽃을 흰색으로 그려 넣었어요. 디자인에 민감한 또래의 특성을 고려해 팔목 부분의 디테일도 신경 썼죠. 제 작품이 학교 공식 후드티로 최종 선정돼서 학생들이 입고 다니게 됐을 때의 뿌듯함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어요.”

 

이후 윤지씨는 남수단 아동의 빈곤 문제 해결을 위한 모금 활동에서 친환경 병을 직접 디자인·제작해 레모네이드를 담아 판매했다. 

 

“환경과 나눔의 메시지를 담은 디자인을 통해 사람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냈어요. 목표 판매량을 크게 초과하면서 ‘작은 디자인의 변화가 선한 행동을 유도할 수 있다’는 넛지 효과의 힘을 실감했죠. 디자인이 단순한 미적 표현을 넘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심리적·행동적 도구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어요.”

 

 

열정 학생부 + 자기소개서로 최선의 선택

 

윤지씨는 하고 싶은 분야가 명확해질수록 고민이 깊어졌다. 

 

“국내 대학은 아직 패션 산업 관련 전공이 극소수였어요. 패션 관련 학과 홈페이지에 들어가 4년간 배우는 전공과목과 커리큘럼을 모두 살펴봤죠. 대부분의 학교가 의류 제작이나 패션 디자인 중심의 ‘의류학과’ 체계로 운영되고 있어, 브랜드 기획·유통·마케팅의 세계적 흐름을 종합적으로 배우기엔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어요. 이런 고민을 친구들, 학교 선생님과 나누며 알게 된 곳이 한국뉴욕주립대 FIT 패션경영학과였죠. 경영학과 소비자심리, 패션 상품화, 디지털 마케팅 등 패션 산업 전반을 융합적으로 다루는 커리큘럼이 마음에 들어서 마음을 굳혔어요. 유학을 생각하지 않았기에 1·2학년은 한국에서, 3·4학년은 뉴욕이나 밀라노에서 공부할 수 있는 것도 중요한 선택 이유였고요.”

 

한국뉴욕주립대 FIT 패션경영학과는 지원 기간에 원서를 접수하는 대로 심사하고 결과를 발표하는 롤링 어드미션(Rolling Admission) 방식을 운영한다. 공과대학인 스토니브룩과는 달리 1년에 한 번 가을학기에만 신입생을 선발한다. 수능 성적 없이 학생부와 공인 영어 성적, 자기소개서, 포트폴리오만 평가한다.  윤지씨는 겨울부터 여름까지 총 세 번의 지원 마감일이 있지만, 일찍 지원할수록 결과를 빨리 받을 수 있고 약간의 이점도 있는 편이라 겨울에 지원했다. 

 

“자기소개서에 담을 패션 관련 경험, 비즈니스 감각을 보여주는 포트폴리오가 없는 건 분명 약점이었어요. 대신 고교 3년 동안 패션경영이라는 목표를 찾기까지의 과정이 진심이었기에 그대로 담았고,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아요. 지금까지 어떤 성과를 이뤄냈는지가 아니라 내가 어떤 가능성을 지닌 사람인지가 더 중요하니까요.”

 


 

 

 

 의미 있었던 선택 과목 

 

▒ <심화영어독해> 뉴스, 에세이, TOEFL 지문 등 다양한 출처의 글을 읽으며 영어 사고력을 확장할 수 있어서 선택했다. 패스트패션이 환경과 노동에 미치는 영향을 다루며, 패션이 사회 구조와 밀접한 산업임을 깨닫게 됐다. 이 경험을 계기로 패션을 경제적·사회적 시각에서 바라보는 진로를 구체화했다.

 

▒ <사회문제탐구> 국내 사회 문제를 역사적 맥락 속에서 분석하며 신자유주의, 불평등, 시민의식 등 사회 구조가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했다. 각국의 사회 정책과 복지제도를 비교하며 불평등 해소에는 제도뿐 아니라 인식 변화가 중요함을 깨달았다. 이를 계기로 패션을 사회적 메시지를 전하는 도구로 바라보게 됐다.

 

▒ <수학과제탐구> 지니계수와 로렌츠 곡선 등 불평등 지표를 활용해 사회 문제를 수학적으로 분석했다. 수학이 단순한 계산이 아니라 데이터를 통해 사회 현상을 설명하는 도구임을 깨달았다. 이후 패션 산업에서 시장 데이터와 매출 구조를 분석하는 감각으로 이어졌다.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1학년 

<국어>  조지 플로이드와 영화 <인어공주>의 캐스팅 사례를 엮어 인종차별 양상에 대해 발표해 짜임새 있는 구성으로 좋은 평가를 받음. 내용을 연결해 2학기에 조지 플로이드 사건의 정치적 법적 해결을 주제로 삼아 미국 대통령의 반응과 시위대 탄압, 주범의 형량 등에 대해 시각 자료를 활용해 발표함

 

 2학년 

<사회·문화> ‘동물 실험을 계속 허용해야 하는가?’라는 학급토론에서 찬성 측 패널을 맡아 육식과 동물 실험 간에는 본질적인 차이가 없으며, 동물을 도축해 가공하는 과정이 더 잔인할 수 있음을 지적하는 한편, 동물 실험 윤리위원회, 실험 동물에 관한 법률, 3R 원칙 등을 소개하면서 동물 실험이 과학적 법적 철학적 측면에서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음을 역설함

 

 3학년 

<정치와 법> 국제적으로 심각해지는 빈곤 문제에 대한 유엔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의 한국적 적용에 대해 발표함. SDGs의 17개 목표 중 한국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SDG1(빈곤 퇴치), SDG5(성평등), SDG10(불평등 감소)에 대해 살펴봄. 세 영역에서 한국이 OECD 국가들에 비해 얼마나 목표치에서 떨어져 있는지 그래프를 만들어 비교하고 쉽게 제시한 점이 돋보임

 

 

 주요 창의적 체험 활동 

 

▒ 동아리 활동(1학년)  국제적 인권 문제, 사회·윤리적 문제 등 다양한 주제의 토론을 통해 국제 사회적 감각과 지식을 넓힘. 영자신문과 외국 사이트를 통한 자료조사 과정에서 영어 독해력과 어휘력 향상을 도모함. 일반적인 토론 방식이 아닌 영국과 아시아 의회식, 링컨-더글라스식 등 다양한 토론 방식을 적용해 토론을 진행함

 

▒ 자율 활동(2학년)  독서 토론 활동에서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을 읽고 ‘시장의 효용을 위해 도덕성을 잠식시키는 시장 관행은 감내해야 하는가’를 주제로 토론하며 시장지상주의 시대에 금융이 초래한 도덕적 혼란과 불평등 심화에 대한 딜레마를 탐색하는 시간을 가짐

 

▒ 진로 활동(3학년)  빈곤의 굴레를 끊어내는 정책을 제안하고자 ‘국제 사회의 빈곤으로 인한 불평등 심층 분석 및 유엔의 정책 접목’을 주제로 탐구 활동을 진행함.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에 대한 인물 탐구를 통해 미시적 실험 기반 접근을 한 맞춤형 해법이 단기간에 개발경제학을 변화시켜 사회 전체의 형평성과 효율성을 높인다는 사실을 파악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