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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수시 합격생 인터뷰] 서울여대 자율전공학부 전예린

인문·자연 넘나든 넘치는 흥미  자율전공학부가 내게는 딱! 

전예린  |  서울여대 자율전공학부 서울 동대부여고 졸업

 

생명과학 분야에서 일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어릴 때부터 보고 자라며 막연히 매력을 느꼈다. 뇌과학과 돌연변이에 대한 이야기를 접할수록 흥미가 생겼고, 미국 과학수사대의 활약을 다룬 드라마를 보며 범죄심리 쪽에도 관심이 갔다. 한데 문학도 너무 좋았다. 글쓰고, 말하는 일을 즐겼고 국어, 사회 과목도 재미있었다. 여고에 다니다 보니 자연 계열 선택자가 적어 성적 관리가 쉽지 않다는 것도 알았지만, 생명과학에 대한 생각이 커지면서 망설임 없이 자연 계열을 선택했다. <기하와 벡터> 같은 어려운 수학도 공부해보고 싶었다. 공부하는 과정은 역시 만만치 않았고, 성적도 기대만큼 나오지 않았지만 뇌과학의 기초 개념을 생명과학 수업 시간에 이해하고 이를 토대로 참여한 토론대회 준비 과정 등은 그 자체로 성장의 시간이었다. 무전공으로 입학한 뒤 전공 탐색 과정을 거쳐 2학년부터 희망 전공을 선택하는 서울여대 자율전공학부는 자신의 성향과 딱 맞는 곳이었다. 생명 윤리의식을 갖춘 뇌과학자를 꿈꾸는 전예린씨를 만났다. 

 

취재 정애선 기자 asjung@naeil.com

사진 이의종 

 

 

 

사이코패스를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하는 것이 옳은가? 

 

자기소개서 1번 키워드를 ‘뇌과학’으로 잡을 만큼 고등학교 내내 이 분야에 푹 빠졌다. 시작은 1학년 때 진행된 학급 토론 활동이었다. ‘사이코패스를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해야 하는가’를 논제로 진행된 토론에서 예린씨는 반대 측 입장에 섰다.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했지만 찬성 측 토론자의 “사이코패스의 뇌 구조는 선천적으로 정상인과 다르며 이는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주장에 제대로 반박하지 못했다. 뇌 구조에 대해선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청소년 범죄 처벌 강화를 다룬 독서토론대회에 참여하면서 선천적이고 치료 불가능한 뇌 구조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봤다. 폭력성의 원인인 뇌 손상을 야기하는 외부적 요소는 개인이 선택할 수 없고, 사람의 뇌는 25세 전까지는 기능적으로 미완성 상태이기 때문에 기질이 충분히 바뀔 수 있어 처벌을 강화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사이코패스의 선천적인 뇌 구조가 폭력성을 합리화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답을 내리지 못했다.  2학년 <생명과학> 수업에서 뇌의 부위별 역할과 기능 정보를 주고받는 방법, 뇌 손상이 가져오는 결과를 배울 기회가 있었다. 뇌의 각 부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질병과 원인에 대한 발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접한 것이 양전자 단층촬영(PET) 스캔 영상이었다. 이 기술로 사이코패스와 일반인의 차이를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았다. 

 

“3학년 때 <법정에 선 뇌>를 정말 재미있게 읽었어요. 고대 그리스에서부터 현대까지 뇌 이상 이후 범죄를 저질렀던 사람들의 사례를 분석한 책인데요. PET 스캔 영상으로 뇌의 활동성을 측정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손상된 부위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죠. 즉 특정 부위의 뇌 손상과 이상행동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는 의미인데요. 예를 들어 뇌에 생긴 종양이 특정 부위를 압박하면서 소아성애가 생긴 범죄자가 수술로 종양을 제거하면서 그 성향이 사라졌는데, 어느 순간부터 다시 시작돼 알아보니 재발했기 때문이었어요. 개인의 의지로 통제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죠. 이를 바탕으로 ‘생물학적 특징의 법적 증거 채택 가능 여부’에 대해 토론문을 작성했어요. 한 주제를 꾸준히, 깊이 생각하면서 나름의 결론을 내려볼 수 있었던 뜻깊은 경험이었어요.” 

 

 

답답한 석고붕대 깁스를 그물로 만들 수 있다니! 

 

과학도로서 갖춰야 할 탐구 역량을 키우는 계기가 된 또 다른 경험은 ‘오픈캐스트’를 주제로 참여한 ‘융합영재산출물대회’였다. 생활에 많은 제약이 따르는 석고붕대 깁스를 대체할 그물형 캐스트로 배 등 과일에 쓰이는 포장재를 생각하면 쉽다. 

 

신문기사에서 처음 접하며 통풍이 되지 않는 기존 석고붕대 깁스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쓰인 마름모꼴의 구멍을 뚫어놓은 독특한 형태가 눈길을 끌었다. 

 

“깁스에 구멍을 뚫었는데도 어떻게 안정성이 유지되는지, 왜 하필 마름모 형태를 적용했는지 궁금하더라고요. 친구들과 이 주제로 대회에 참여하기로 하고, 캐스트에 어떤 도형을 뚫으면 최소한의 비용과 재료를 투자하면서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 실험해보기로 했어요. 가장 기본적인 정다각형, 미술 시간에 활용했던 테셀레이션(도형을 이용해 틈이나 겹침 없이 평면 또는 공간을 완전히 메우는 것), 인터넷 등에서 자료를 찾은 보로노이 다각형을 선정했어요.” 

 

평면 도안을 철사와 3D 펜을 이용해 제작한 뒤 추를 이용해 수직안정성과 수평안정성을 측정했다. 한데 생각지 못한 결함이 있었다. 

 

“선생님께서 깁스는 평면이 아닌 입체적인 형태이기에 이 실험을 입체 형상에 적용하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하시더라고요. 평면 실험에서 이용했던 동일한 도안을 3D 펜을 활용해 입체 형상으로 다시 제작했어요. 입체라는 점을 고려해 추의 위치를 조절하면서 결과값도 다시 측정했고요. 실험을 진행하면서 생명과학 연구의 핵심인 변인 통제를 직접 해보고, 수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를 어떻게 수정해야 하는지 배울 수 있었던 인상적인 경험이었죠.” 

 

 

 

수학이 발목 잡았지만, 융합·공동체 정신 강점으로 

 

과학적 탐구 역량은 교사들도 인정할 만큼 우수했지만, 수학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문학>에서는 1등급을 받을 만큼 재미있게 공부했고, <생명과학Ⅰ·Ⅱ> 과목에서도 이수자 수가 80여 명으로 적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위권 성적을 잘 유지했지만, 수학 중에서도 <확률과 통계>가 발목을 잡았다. 

 

“이상하게 <확률과 통계> 과목이 공부할 때는 이해가 잘되는데, 심화 과정으로 가면 문제에 적용이 잘 안 되더라고요. 초등학생 때부터 저와 잘 맞지 않는 과목이었던 것 같아요. 하하. 어렵다고 해서 피하는 성격은 아니지만, 자연 계열 진학에 중요한 수학 과목 성적이 좀처럼 오르지 않으니 3학년 때 결국 슬럼프가 왔어요. 학생부 종합 전형으로 대학에 진학한 언니를 보면서 저도 3년 동안 나의 노력의 과정이 담긴 학생부를 통해 입시를 치르겠다고 생각해왔는데, 성적 때문에 심리적으로 위축되더라고요. 그래도 가족들과 선생님들이 위로해주고, 입시 정보도 열심히 알아봐주신 덕분에 다시 힘을 내 수시를 준비하기로 했죠.”

 

예린씨가 고교 3년 동안 꾸준히 해왔던 활동 중에는 ‘학급 SNS 관리’가 있었다. 평소 꼼꼼히 메모하는 습관이 배어 있었기에 친구들이 자칫 잊기 쉬운 수행평가 일정과 학교 행사 등을 모두 정리해 학급 SNS에 올리기 시작했는데, 반응이 폭발적이었다고. 정리하는 과정이 자신에게도 필요하고, 친구들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데 보람을 느껴 시간 투자가 꽤 필요한 일이었지만 3학년 때까지 꾸준히 도맡았다.

 

“서울여대는 학생부 종합 전형에서 지원자의 인성과 공동체 정신, 리더십을 중시한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이런 사소하지만 일상적인 모습들이 학생부에도 기록되어 있었는데, 합격하는 데도 분명 도움이 됐을 것 같아요. 인문, 자연으로 구분하지 않고 수업 시간에 배운 생명공학 기술 속 사회 현상과, 기술에 수반되는 윤리적·법적 문제들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모습도 자율전공학부의 인재상과 맞아떨어진 면이 있었을 테고요.” 

 

그 성향 그대로 예린씨는 대학에 입학해서도 ‘끌리는’ 과목이라면 주저 없이 수강해 배우는 중이다. 그런 면에서 후배들은 학생 선택형 교육과정을 적극 활용했으면 좋겠다고 조언한다. 

 

“대학에 와서 오래전부터 관심 있던 <심리학> 수업은 당연히 수강했고요. <세계의 정원>이라는 수업도 재미있을 것 같아 신청해 들었어요. 하하. 제가 고등학교에 다닐 때는 인문, 자연으로 교육과정이 분리되어 있었잖아요. 만약 지금 고등학생이었다면 생명과학 분야로 진로를 정했더라도 <심리학> <법과 정치> 같은 과목은 바로 선택해 배웠을 거예요. 하지만 사회 과목으로 3학년 때 들을 수 있는 건 <동아시아사>가 유일했어요. 어느 한 길로 자신의 방향이 정해지는 데 만족할 수 없는 학생이라면 지금의 선택형 교육과정을 적극 활용하길 바라요. 대학 공부에는 더 큰 도움이 될 테니까요.” 


나를 보여준 학생부 & 자기소개서

 

 

학생부

1학년

▒ 창의적 체험 활동 

학습부장을 맡아 학급 SNS에 수행평가 등 과제나 학교 행사 등을 정리해 관리, 학급 특색 활동으로 진행한 주제별 탐구 활동에서 ‘사이코패스를 범죄자로 간주해야 하는가’에 대해 반대 입장에서 토론, 과학탐구심화반에서 생명과학·화학 관련 실험 진행, 과학·공학 소통을 위한 팟캐스트에서 바이오 에너지와 바이오 의료 기술 등에 대해 방송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국어Ⅰ> 뇌의 역할과 중요성을 주제로 뇌 관련 희귀 질환을 제시하는 설명문 작성, <사회> 인간과 자연 환경의 공존을 위한 방안으로 친환경적 개발 제시, <과학> <생명공학, 판도라 상자의 열쇠인가>를 읽고 뇌와 컴퓨터의 관계 발표, ‘인문학 아카데미 특강’에서 ‘건축과 인문학의 융복합’ 강연 등에 참가 

 

<2학년>

▒ 창의적 체험 활동  

학급 SNS 관리, 과학탐구심화반에서 생명과학 조장으로 돼지 내장기관 해부 실험을 과학사와 연결해 발표하고, 생명공학의 윤리적 문제에 대해 발표, 과학토론동아리에서 생명과학·화학 관련 논제에 대해 토론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지구과학Ⅰ> ‘환경뉴스 제작’ 창의융합 프로젝트에서 수질오염의 원인과 대책에 대해 뉴스 제작, <생명과학Ⅰ> 뇌과학에 관심이 많아 ‘뇌의 구조 및 기능’에 대해 발표, 생명과학 분야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아직 밝혀지지 않은 세포 신호 전달계를 연구하고 싶다는 포부 발표 

 

<3학년>

▒ 창의적 체험 활동 

수업 과제와 준비물, 수행평가 관련 사항을 학급 SNS에 정리, 과학탐구심화반과 자율동아리에서 환경생물학 분야의 주제 탐구, 독서 활동 진행, 오픈캐스트의 원리를 분석하고 다양한 수학적 도형을 실험으로 제시, 뇌 기능과 구조를 연구하고 범죄 심리와의 관련성 조사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화법과 작문> <법정에 선 뇌>를 읽고 ‘생물학적 특징을 재판 증거로 채택하는 것이 합리적인가’를 주제로 발표, <영어Ⅱ> 두개골 결합 쌍둥이의 분리 수술 과정을 설명한 영어 기사를 발췌해 발표, <동아시아사> ‘인류의 기원과 진화의 역사’를 주제로 동물생물학과 유전학, 빅데이터 기술 등을 연계해 유전자 조작에 대해 연구하고 싶다는 의지 발표, <생명과학Ⅱ> ‘생명공학 기술의 응용, 미세먼지’를 주제로 발표 


자기소개서

▒ 1번 학습 경험 

1학년 때 ‘사이코패스를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해야 하는가’를 주제로 한 토론대회에서 시작해 2학년 <생명과학> 수업, 3학년 때 읽은 <법정에 선 뇌>에 이르기까지 나름의 결론을 내린 과정을 토론문으로 작성한 경험을 정리했다. 자신이 가장 관심을 갖고 몰두해온 주제였기에 1번 질문에 대한 키워드는 ‘뇌과학’으로 잡았다. 

 

▒ 2번 교내 활동 

신문기사에서 ‘오픈캐스트’를 접한 뒤 흥미가 생겨 다양한 도형을 선정해 안정성을 주제로 실험한 과정, 생명공학 기술의 윤리적 문제에 대한 관심을 토대로 자율동아리에서 진행한 GMO식품 등에 대해 찬반토론을 준비하면서 느낀 점을 적었다.  


교사의 시선으로 본 수시 합격생

생명 현상의 메커니즘 탐구를 즐기는 학생 

 

<생명과학Ⅰ·Ⅱ> 수업을 비롯해 융합영재학급, 과학탐구심화동아리 담당 교사로 예린 학생의 2, 3학년을 지켜본 결과 기본에 충실해 날마다 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어요.  생명 현상에 대한 문제를 풍부하고 창의적으로 표현하는 등 발표 능력이 뛰어난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예린 학생의 진면목은 팀으로 활동하는 탐구대회에서 특히 돋보였어요. 모둠의 일원으로서 맡은 역할을 명확히 해내면서도 자신만 돋보이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뛰어난 협동 능력으로 다른 모둠원들과 시너지 효과를 이끌어내는 모습이 인상 깊었죠.  발표를 마치고 질의응답하는 과정에서 모둠으로 활동하다 보면 준비했던 것들을 다 보여주지 못하거나, 전달하려는 내용에서 벗어나 중심을 잃을 수도 있는데 예린 학생은 그때마다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방법으로 중심을 잡는 모습을 보여줬어요. 예린 학생이 탐구, 토론 발표 대회에 참가할 때마다 오늘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어떤 창의적인 의견을 낼지 기대감을 갖게 했지요.  생명과학뿐 아니라 사회 문제에도 관심이 많았기에 국내외 생명 윤리 문제를 논리적으로 이해하고 분석할 수 있는 능력과 생명과학 분야의 전문 지식을 토대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인재로 성장할 거라 기대해요. 

_ <생명과학> 담당 서은영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