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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수시 합격생 인터뷰] 유니스트 기초과정부 권기범

“수학과 생활의 만남 쓸모 알면 더 재미있어요”

권기범 | 유니스트 기초과정부, 대전 대신고 졸업

 

일찌감치 수학 분야로 진로를 결정했기 때문에 수업과 연계한 학교 활동이나 동아리 활동 모두 수학 이론을 증명하고 활용하는 쪽에 끌렸다. 3학년 때 접한 <고급수학>을 통해 수학에 대한 호기심과 문제 해결의 즐거움을 더 진하게 만끽했다. 유니스트 신입생 권기범씨는 수학 분야의 우수성을 바탕으로 종합대학 3곳과 과학기술원 3곳에 합격했다. 대학은 달랐지만 모두 수학과에 지원했고, 긴 고민 없이 유니스트로 최종 입학을 결정했다. 다양한 분야에서 수학을 응용하는 공부를 하기엔 유니스트의 다중 전공, 투 트랙 제도가 최적의 시스템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수학이 좋은 진짜 이유를 묻자 “반드시 답이 존재하되, 수학의 유용성을 알면 알수록 더 재미있어서”라고 말하는 기범씨, 그가 꿈꾸는 ‘수학이 쓸모 있는 세상’을 만나보자.

 

취재 홍정아 리포터 jahong@naeil.com

사진 이의종

 

 

학생부 곳곳에 드러난 수학적 직관력, 과제 집착력, 지적 호기심

 

어릴 때부터 수학이 그냥 좋았다. 친구들이 정답 맞히기에 열중할 때, 기범씨는 정답을 찾아가는 길, 특히 선생님이 제시한 방법 외의 다른 길을 탐험하길 즐겼다.

“제가 수학을 좋아하는 이유는 반드시 답이 존재하기 때문이에요. 주어진 상황만 가지고 퍼즐 맞추듯 답을 찾는 것도 물론 재미있죠. 하지만 답을 찾기엔 부족한 조건을 스스로 깨달아 조건을 완성하고 이를 토대로 끝까지 답을 찾는 일련의 과정이 훨씬 흥미로워요.”

이런 성향 때문인지 물리 시간에 생긴 궁금증을 수학 시간에 배운 내용으로 해결하거나, 수학 시간에 배운 이론을 활용해 한 단계 높은 수학 원리를 증명하는 일에 빠져들었다.

“1학년 수학 시간에 수열의 점화식을 n차 다항식으로 잡는 특성 방정식을 통해 일반항을 쉽게 구할 수 있다는 걸 배웠어요. 선생님께 배운 방법으로 수열의 일반항을 구해봤지만, 그 원리가 전부 다 이해되진 않더라고요. 나중에 <고급수학Ⅰ>을 수강하면서 궁금했던 고유치와 행렬의 대각화를 통해 수열의 일반항을 구하는 원리를 비로소 이해하게 됐죠. 자신감이 붙으니 선생님이 제시한 방법 외에 ‘특성 방정식을 통해 수열의 일반항을 구하는 원리’를 증명하는 것도 도전해보고 싶더라고요.”

수포자(수학포기자)들은 쉽게 이해하기조차 힘든 수학적 용어와 이론이지만, 기범씨는 도전을 이어나갔고 끝내 원하는 답을 찾았다. 고등학생 수준에서는 쉽지 않은 수학적 직관력과 과제 집착력, 지적 호기심까지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가 지닌 수학적 역량은 담당 교사의 ‘오일러 공식을 대입해 실제 행성이 타원 궤도를 이루는 과정을 A4 용지 12장 분량으로 논리적 비약 없이 증명해 교사에게 큰 감동을 줌’ 등의 표현으로 학생부 곳곳에 남아 있다.

 

 

실생활 안에서 수학 원리 찾으며 응용수학의 가치 깨달아

 

“중학교 때는 반에서 7, 8등 정도로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어요. 원하는 고등학교에 진학한 후부터 제대로 공부하는 법을 배운 것 같아요. 주요 과목 평균 성적을 1등급대로 마무리했으니 나름 선방한 셈 아닌가요 하하. 학교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선생님들의 도움을 받으며 학년을 거듭할수록 심화 탐구의 방법이나 요령을 차차 터득해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학생부 종합 전형 지원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보다 적극적으로 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특히 대전 대신고의 간판 프로그램인 ‘오량학술한마당’은 기범씨가 자신의 관심 분야인 수학을 심화 탐구하는 데 큰 동력이 됐다. 개인 혹은 두 명 이상의 학생이 조를 이뤄 관심 주제를 정한 다음, 담당 교사를 찾아가 멘토를 청하고 자기 주도적으로 깊이 있는 탐구 활동을 지속하는 프로그램이다.

“학급 특색 활동으로 진행한 ‘나만의 피젯 스피너 만들기’ 역시 수학 연계 내용으로 기획했어요. 가중적분을 활용해 피젯 스피너의 무게중심 좌표의 일반화식을 유도했죠. 함수를 활용한 설계도만 있으면 흔히 알고 있는 원형 외에도 하트나 토끼모양 등 다각형의 피젯 스피너에서 무게중심을 구하는 방법을 증명할 수 있었어요. 단순히 손가락에 끼고 돌리는 장난감에도 수학적 원리를 담을 수 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죠.”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지적 확장의 연쇄 작용 경험

 

3학년 때는 남자 화장실의 입식 소변기를 사용할 때 주변에 이물질이 튀는 것에 대한 불편함을 개선하는 방안을 연구하기도 했다.

“입사광과 포물선의 초점에 관한 성질을 적용해, 물이 튀어 한 곳으로 모이게 유도하는 탐구를 진행했어요. 실제 모형을 만들고 주변에 모눈종이를 깐 다음, 물감을 푼 물을 물총에 넣고 쏘면서 물이 튀어 색이 변한 부분의 넓이를 구하는 방식이었죠. 포물선 형태와 직선 형태일 때 물이 튀는 차이를 분석했는데, 이때도 어떻게 하면 내가 알고 있는 수학적 지식을 활용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과정이 더 즐겁더라고요.”

기범씨는 본인의 합격 비결을 “즐겁게 탐구하는 과정 안에서 얻은 지적 확장의 연쇄 작용을 학생부와 자기소개서에 잘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자기소개서를 쓸 때도 공부하며 얻은 지적 확장의 경험, 공부한 사실 간의 연결성을 부각하는 데 중점을 뒀어요. <물리가 쉬워지는 미적분>이라는 책을 읽었는데, 책의 내용을 이해하려면 미분방정식을 공부해야 했거든요. 미분방정식을 풀 수 있게 된 뒤 책을 다시 보니 처음엔 몰랐던 내용들도 이해할 수 있었죠. 책을 읽으면서 의문을 갖고 해결하는 연쇄 과정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깨달았습니다.”

 

 

이공 계열도 인문 소양 갖춰야 유리

 

유니스트는 2단계에서 종합 다면 면접 평가를 실시한다. 제출한 서류의 내용 확인과 함께 제시문 면접을 통해 지원 계열에 대한 지원자의 관심과 발전 가능성, 인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자리다.

“평소 다른 사람들 앞에서 떨지 않고 말을 잘하는 편이고, 학교 선생님들과 모의 면접 등을 통해 준비를 충실히 했는데도 막상 면접 자리에 가니 긴장이 많이 되더라고요. 면접실에 들어가기 전 10분 동안 제시문 답변을 준비해야 했는데, 큰 문항에 속한 작은 문항 한 개에서 막혀 많이 당황했어요. 대회에 참가한 여러 팀 중 A와 B 두 팀이 결승에서 만날 확률은 얼마나 되는지 구하는 식의 문제였는데, 다행히 교수님께서 실마리가 되는 힌트를 주신 덕분에 면접을 잘 마칠 수 있었죠.”

이공 계열이긴 해도 인문 계열 공부를 소홀히 해선 안 된다는 게 후배들을 향한 기범씨의 애정 어린 조언이다.


“다시 고등학생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대학 1학년 때 공부하게 될 몇 과목만이라도 원서로 된 교재를 구해 미리 훑어보고 싶어요. 어차피 대학생이 되면 피할 수 없는 공부이니, 어렵더라도 극복해야겠다고 다짐하고 노력하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수학 활용한 산업, 응용연구 분야 자질 키울 것!

 

기범씨가 진짜 하고 싶은 공부는 여전히 수학이다. 선형대수학을 활용한 컴퓨터공학이나 정보통계학, 빅데이터 등에 관심이 많다.

“대학에 와서 제 관심 분야가 더 확장됐어요. 수학과 컴퓨터공학 모두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비슷해서 그런지, 요즘 배우고 있는 컴퓨터공학의 매력에 푹 빠졌죠. 처음엔 다들 그렇게 끌린다고 하는데,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로 마음이 기우는 중입니다. 일시적인 건지 이대로 쭉 갈지는 시간을 두고 제 마음을 더 들여다봐야 할 것 같아요. 뭐가 됐든 수학을 활용한 산업이나 응용연구 분야에서 제 역할을 찾고 싶어요.”

밝은 에너지를 뿜어내는 기범씨와의 인터뷰가 내내 즐거웠다. 오늘보다 내일, 더 찬란히 빛날 인재로 성장하길 응원한다.

 


나를 보여준 학생부 & 자기소개서

 

학생부

1학년

▒ 창의적 체험 활동 

교내 대회인 수학 체험전에서 ‘나만의 피젯 스피너 만들기’를 주제로 부스를 운영하며 적극적으로 나서 호응을 얻음. 2017 제주 수학 축전에 ‘태양열을 모아라! 구류형 발전기’를 주제로 참가해 수학과 자연현상의 융합과 수학이 실생활에 필요하고 다양한 곳에 사용됨을 보여줌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수학Ⅰ> 계열 내에서 수학적 직관력과 문제 해결력이 가장 우수한 학생으로 평가받음. 수업 시간에 도형의 성질을 활용하는 문제에서 다른 학생들이 생각하지 못한 보조선과 닮음 성질 등을 활용해 창의적 문제 해결력 보여줌

2학년
▒ 창의적 체험 활동 

과학관 사이언스 데이에 참여해 ‘나만의 음향 만들기’를 주제로 부스 운영. <물리Ⅰ> 수업 시간에 배운 음성과 파동의 성질을 활용해 부스 체험자들에게 음향 레이저의 원리를 알기 쉽게 설명해 호응 얻음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기하와 벡터> 주말에 자원해 교사를 돕는 등 이타적이고 헌신적이며 개방적 사고를 지닌 학생으로 평가받음. 수업 시간 언급한 쉘 적분과 벡터 공간에서의 무게중심의 개념을 바탕으로 적분을 활용한 함수에 대한 질량 중심의 좌표의 일반화 과정을 탐구

3학년
▒ 창의적 체험 활동 

세족식에서 담임 교사에게 부반장으로서 폭넓은 대인관계를 요구받고 이후 수행평가나 각종 학급 관련 활동에서 친구들을 배려. 특히 체육 활동에서 많은 친구가 각각의 경기에 배치되도록 안배해 오량 스포츠 페스티벌에서 모든 학급원들이 단합해 활동을 즐길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간식을 챙기는 등 동료애 발휘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기하와 벡터> 물리 시간에 행성의 궤도운동에서 면적 속도 일정 법칙을 식으로 표현하면 항성으로부터의 거리와 속력의 곱이 항상 일정하다는 것을 배우고, 이를 수학적으로 증명하는 보고서 작성

 


자기소개서

▒ 1번 학습 경험 

 <물리> 시간에 선생님께 단진동의 변위가 삼각함수로 표현되는 이유를 질문하고, 미분방정식을 알아야 이해할 수 있다는 설명에 책을 읽으며 미분방정식이 무엇인지 스스로 찾아 공부한 경험,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이를 적용해 과거의 의문을 해소해 가는 과정 속에서 단순한 계산보다 과정을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깨달은 내용을 풀어썼다.


▒ 2번 교내 활동 

수학 축전에 참여해 피젯 스피너 만들기로 질량중심을 구하는 방법을 실험하고 탐구한 경험, 그 과정에서 오일러 공식을 적용해 원하는 답을 얻었고 다양한 원리들이 복합적으로 연결돼 있음을 깨닫고 수학 공부의 즐거움을 알게 된 내용을 풀어썼다.

 

▒ 3번 배려 나눔 갈등관리 

메이커 페스티벌 부스 운영 당시, 3D 프린터를 활용한 의수 제작 활동을 진행했는데, 실제로 손가락 일부가 절단된 방문객을 맞아 부스 체험을 권했지만 결국 거절하고 떠났던 일, 비록 호의일지라도 상대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대인관계에서 공감을 먼저 추구하는 자세를 갖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배움.

 


교사의 시선으로 본 수시 합격생

“스스로 탐구하는 공부 즐긴 수학·과학 덕후” 

 

기범이는 수학을 특히 잘하는 학생이었어요. 최상위권 학생답지 않게 수학, 과학 등 좋아하는 과목과 그렇지 않은 과목간에 성적 차가 조금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주변 친구와 경쟁하기 위한 공부가 아니라 관심 분야를 스스로 탐구하는 공부를 했기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마음먹으면 바로 실천에 옮기고 반드시 성과를 내는 성격이에요. 고3 5월 학력평가에서 영어가 3등급으로 떨어진 적이 있었는데, 이유를 물으니 “수학이 너무 재미있어서 영어 공부할 시간이 없었어요”라고 하더군요. 학습 균형의 중요성을 알려줬더니 다음 시험에서 바로 1등급으로 올리는 걸 보고 ‘역시 똑똑한 녀석이구나’ 생각했습니다.

공부 잘하는 학생 중에 자기 중심적인 경우가 더러 있는데, 기범이는 3학년 부반장 임원으로 학급에 봉사하면서 교우관계가 둥글고 넓었어요. 체육대회 때 주변 친구들을 챙기는 모습을 보고 칭찬했던 기억이 납니다. 친구들과 선생님들을 대할 때도 늘 겸손하고 밝아서 다들 기범이를 좋아했어요. 특히 교사의 조언을 수용적인 태도로 받아들이는 긍정적인 면이 인상적이었어요. 누구에게나 인정받으며 호감을 주는 멋진 제자라 자부합니다. 기범이가 원하는 대로 좋아하는 수학을 기반으로 한 산업·연구 분야에 꼭 필요한 인재로 성장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_ 3학년 담임 고신우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