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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탐구 선택의 모든 것

 전공 연관성 높고, 수시와 정시에서 영향력 커진  과학탐구 선택의 모든 것


자연 계열은 수학과 과탐이 전공의 기본이 되기 때문에 전공과 관련된 학업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따라서 수시에서 학생부 종합 전형을 준비한다면 희망 진로와 관련 있는 과탐 과목 선택은 중요할 수밖에 없다. 다만, 과탐 선택이 쉽지 않다. 2022학년부터 정시가 확대됐고, 수능에서 과목별 응시자 수가 큰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대가 탐구 반영 방식을 기존의 변환 표준점수에서 표준점수를 그대로 반영한다고  발표하면서 과탐 선택에 더욱 신중한 분위기이다. 문제는 수시를 염두에 둔 교육과정과 정시를 염두에 둔  수능에서 과탐 선택 과목의 유불리가 다르다는 것이다. 학교 교육과정과 수능에서 어떤 기준으로 과목을  선택해야 하며, 과목 특성은 어떻게 다른지 정리했다. 


취재 민경순 리포터 hellela@naver.com

도움말 강현식 교사(서울 동북고등학교)·고민성 교사(경기 일산고등학교)·박세근 교사(충남 호서고등학교)·채용석 교사(서울 배명고등학교)

정경락 교사(충남 논산대건고등학교)·정영일 교사(서울 인창고등학교)·방유리나 입학사정관(건국대학교)


선택 전 알아야 할 과학 선택 과목 종류는?

 

고1때 공통 과목인 <통합과학>과 <과학탐구실험>을 배우고, 고2~3학년 때 선택 중심 교육과정을 배우게 된다. 선택 중심 교육과정은 일반선택 과목과 진로선택 과목으로 구분되는데, 일반선택 과목에는 <물리학Ⅰ><화학Ⅰ> <생명과학Ⅰ><지구과학Ⅰ>이, 진로선택 과목은 <물리학Ⅱ><화학Ⅱ><생명과학Ⅱ><지구과학Ⅱ>와 <과학사><생활과 과학><융합과학>이 해당한다(표 1) . 보통 진학하려는 전공과의 연관성은 일반선택 과목의 <물리학Ⅰ><화학Ⅰ> <생명과학Ⅰ><지구과학Ⅰ>과 진로선택 과목인 <물리학Ⅱ><화학Ⅱ><생명과학Ⅱ><지구과학Ⅱ>로 드러낼 수 있다. 

 

또한 수능에서도 이들 8개가 과탐 선택 과목이다. 일반선택 과목이냐 진로선택 과목이냐에 따라 평가 방식이 다르다. 일반선택 과목은 원점수와 과목 평균, 표준편차, 성취도 5단계, 수강자 수, 석차 등급을 표기하지만, 진로선택 과목은 원점수와 과목 평균, 성취도 3단계(성취도별 분포 비율 병행), 수강자 수를 표기한다. 즉, 진로선택 과목은 표준편차와 석차 등급을 표기하지 않고, 성취도도 A, B, C 3단계로만 표기한다. 따라서 진로선택 과목에 대한 성적  부담이 줄었기 때문에 배우고 싶거나 진로와 연계된 과목을 적극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교육 환경은 갖춰진 셈이다. 물리학,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은 각기 다른 특성을 갖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각 과목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음을 알 수 있다. 

 

 

과탐 과목별 특징

과탐 선택의 딜레마  <물리학>

 

‘어렵다’ ‘학생부 종합 전형에서 선택하지 않으면 불리하다’ 등 여러 얘기가 나오면서 선택하는 데가장 고민스러운 과목이다. <물리학Ⅰ>은 크게 역학과 에너지, 물질과 전자기장, 파동과 정보통신 등 3단원을 배운다. 참고로 1단원 역학과 에너지 영역이 수능 출제 비율이 가장 높고, 학생들의 체감 난도도 높은 편이다.

 

경기 일산고 고민성 교사는 “물리학은 단순 암기와 지식 습득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과목으로, 개념이나 현상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 학생들은 물리 문제를 이해하고 수식에 어떻게 대입해서 풀 것인가를 찾아내는 것을 어려워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개념이 이해되면 오히려 쉽게 해결되는 과목”이라고 설명했다. 

 

충남 호서고 박세근 교사도 “자연 계열에서 수학과 과탐은 계열 적합성을 보여주기 좋은 교과이며, 과탐에서 <물리학Ⅰ>은 대표 과목이라 할 수 있다. 무조건 어렵다고 피하기보다는 진로와 자신의 성향을 고려해 고민해보길 바란다. 수능에서의 물리학 선택은 응시자 수를 고려한 입시적인 관점에서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다루는 영역 많고 계산 문제가 복병인 <화학>

 

아침에 일어나 잠들기까지 모든 생활이 화학과 관련이 있을 정도로 일상생활과 관련이 높은 과목이다. <화학Ⅰ>은 화학의 첫걸음, 원자의 세계, 화학 결합과 분자의 세계, 역동적인 화학 반응  단원을 통해 화학식, 화학 반응식, 화학 원소의 특징, 산과 염기의 반응과 산화 환원 반응 등을 배운다.  물리학만큼 공학 계열에서 화학과 연계한 전공이 많다. 신소재를 비롯해 에너지, 환경, 신약 등 다양한 응용 분야와 접목된 점도 특징이다. 따라서 화학 공부를 제대로 한다면 다른 과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화학 과목도 암기 과목이라기보다는 현상을 이해하고 계산 과정을 완벽하게 이해해야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는 과목으로, 특히 수능에서 선호도가 높다. 

 

충남 논산대건고 정경락 교사는 “화학은 다른 과탐 과목을 공부할 때도 각각의 물질과 물질명 등을 화학식으로 알고 있어야 하므로 기초가 되는 과목이다. 다만 수학적 접근을 필요로 하는 계산 문제가 제법 많아서 시간 압박이 심한 편으로 문제를 푸는 연습이 중요한 과목”이라고 설명했다.

 

 

진로 연계 넓고, 필수 교양 과목 같은 존재 <생명과학>

 

초·중등때 배웠던 내용과 관련이 많아 선호도가 높은 과목이다. 유전 부분만 아니면 크게 난도가 높지 않아 일정 수준 이상의 성적을 받을 수 있는 데다 생명과학과 연계한 진로도 넓은 편이다.  <생명과학Ⅰ>은 생명과학의 이해, 사람의 물질대사, 항상성과 몸의 조절, 유전, 생태계와 상호 작용 등 5단원으로 구성돼 있다. 이중 항상성과 몸의 조절과 유전 단원이 어렵고 수능에서도 출제 비중이 높은 편이다. 

 

박 교사는 “특히 여학생들의 <생명과학Ⅰ> 선호도가 높다. 물리학이나 화학과 비교하면 생명과학은 암기 비중이 높은 편이다. 다만, 최근 과탐 과목들은 암기만으로 해결하는 문제보다는 현상과 원리를 이해해 응용, 적용하는 문제를 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학습량 많아지고 내용 깊어진 <지구과학>

 

중등 과학 공부를 소홀했어도 쉽게 접근할 수 있어 학생들이 부담을 덜 느끼는 과목으로, 특히 수능에서 선호도가 높다. 서울 인창고 정영일 교사는 “<지구과학Ⅰ>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현상을 공부하기 때문에 다른 과목에 비해 친숙하다. 다만, 2015 개정 교육과정으로 <지구과학Ⅱ> 일부 내용이 <지구과학Ⅰ>으로 이동하면서 내용의 깊이도 깊어졌다. 겉으로 보이는 단원 수는 줄었지만 전체적으로 공부해야 할 내용은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지구과학Ⅰ>은 직접적인 전공 연관성이 높지는 않지만, 융합 과학, 종합 과학의 성격이 강해 다양한 전공과 연계하기 좋다. 서울 배명고 채용석 교 사는 “지구과학은 물리학이나 화학보다 암기 비중이 높지만, 현상에 대한 이해를 함께했을 때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는 과목”이라고 조언했다.

 

학교 교육과정에서 학생부 전형 생각한다면 진로 고려해야

 

서울 배명고 채용석 교사는 “지구과학은 물리학이나 화학보다 암기 비중이 높지만, 현상에 대한 이해를 함께했을 때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는 과목”이라고 조언했다. 학교 교육과정에서 학생부 전형 생각한다면 진로 고려해야 서울 배명고 채용석 교사는 “보통 자연 계열 진로를 희망하는 학생의 경우 2~4개의 과탐 과목을 선택한다. 이공 계열은 물리학과 화학이 전공과 직결되는 경우가 많아서 기본적으로  <물리학Ⅰ>과 <화학Ⅰ>을 우선하여 선택하는 게 좋다. 여기에 의·치·한 계열을 생각한다면 <생명과학Ⅰ>을, 토목공학이나 환경공학 등을 고려한다며 <지구과학Ⅰ>을 선택해 전공과의 연계성을 맞출 필요가 있다. 물론 고교마다 과탐 선택 가능 수가 다르기 때문에 여러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2022학년부터 학생부 종합 전형이 다소 축소되는 분위기지만, 반대로 지역 균형 전형인 학생부 교과 전형이 증가했다. 지금까지 교과 전형은 과목 선택과 관계없이 정량적인 교과 성적만을 반영해 등급받기 수월한 과목 중심으로 선택한 경향이 컸다. 그러나 최근 일부 대학에서 교과 전형에서도 서류 정성 평가를 반영하면서 과목 선택은 교과 전형에서도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 2023학년 대입시행계획에 따르면 고려대, 성균관대, 동국대, 건국대 등이 교과 전형에서 서류 정성 평가를 한다고 밝혔다. 현재 고1이 대입을 치를 2024학년에는 대학의 비율이 더 증가할 수 있다. 

 

채 교사는 “서류 평가에서 과탐 선택 과목은 중요한 항목이다. 한 예로 건국대 2021 종합 전형에서 줄기세포재생공학과의 1단계 서류 평가에서  <생명과학Ⅱ>를 선택하지 않은 학생을 모두 불합격시켰다고 들었다. 그 학생들을 제외해도 1단계 전형에서 선발 인원을 충족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즉, 지원자 대다수가 관련 과목을 이수했다면, 분명 그 과목을 선택하지 않은 학생은 불리할 수밖에 없다. 물리학 역시 같은 맥락이다. 최근에는 공학 계열을 염두에 둔다면 <물리학Ⅱ>를 이수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다. 따라서 일정 수준 이상의 대학에서 특히 전공 특색이 분명한 학과라면 학생부 전형의 서류 평가에서 과탐 선택은 의미 있게 평가될 여지가 매우 높다”고 전했다.

 

대학에서도 신입생의 전공 역량에 대한 고민이 많은 상황이다. 건국대 입학처 방유리나 입학사정관은 “건국대는 2021학년 신입생을 대상으로 입학 전 온라인 진단 평가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이는 전공 수업을 따라갈 수 있는 기초 학업 역량이 갖춰졌는지를 확인하는 시험으로, 시험 결과 기준 점수 이하를 받으면 연계 기초 교과목을 추가로 이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학과별로 응시해야 하는 과목이 다른데, 예를 들어 물리학과 합격생은 <물리학>을, 식품유통공학과 합격생은 <생명과학><미적분><화학>을, 융합생명공학과는 <생명과학><화학> 시험을 응시하는 형태다. 즉, 전공과 연계된 과탐 과목을 선택해 역량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표 2). 

 

 

 수능에선 응시자 수 많고 성적 잘 나오는 과목 우선 

 

2021학년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생명과학Ⅰ> <지구과학Ⅰ> <화학Ⅰ> <물리학Ⅰ> 순으로 응시자 비율이 많았다(표 3). 전문가들은 “상대평가로 등급을 산출하는 과탐 점수 체계에서 <생명과학Ⅰ>과 <지구과학Ⅰ> 처럼 선택 비율이 높은 과목이 안정적인 등급을 받는 데 유리하다. 다만, 만점을 비롯한 최상위 학생들은 과목 선택에 따른 유불리가 발생하지만, 중상위권 학생들은 과목 선택에 따른 유불리가 생각보다 크지 않다. 과탐은 과목 간의 유불리를 줄이기 위해 대학들이 변환 표준점수를 활용하기 때문이다. 또한, 응시자 수가 많은 과목이 누구에게나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응시자 비율을 고려하되 본인이 공부하기 수월하고, 모의고사 성적이 잘 나오는 과목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과탐에서는 Ⅱ 선택 비율이 매우 낮기 때문에 Ⅰ과목 중심으로 특징을 정리했다.  

 

 물리학Ⅰ  “난도 높아질 것, 역학 단원 철저하게 준비해야”

 

각 단원에서 어떤 내용을 목표로 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면 출제 경향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2021 수능을 기준으로 보면 1단원 역학과 에너지에서 9문항, 2단원 물질과 전자기장에서 6문항, 3단원 파동과 정보통신에서 5문항이 출제돼 1단원의 비중이 높았다. 고 교사는 “단원별로 묻고자 하는 내용이 명확한 편이다. 1단원 역학과 에너지에서도 계산 문제가 어렵거나 복잡하지 않았다. 개념 이해를 바탕으로 기출 문제로 충분히 연습이 됐다면 어렵지 않게 풀 수 있었다. 다만, 2021 수능에서 <물리학Ⅰ>의 1등급 컷이 50점에서 형성되면서 2022 수능부터는 난도가 조금 높아질 수 있어 깊이 있게 공부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화학Ⅰ  “탄탄한 개념이 우선, 고난도 계산 문제로 시간 관리 중요”

 

<화학Ⅰ>은 난도가 살짝 높아진 감이 있지만, 기존 기출 유형에서 크게 변하지 않았다. 다만, 수학적 접근을 요하는 계산 문제가 많아 시간 압박이 큰 편이다. 일부 동적 평형, 용액의 농도, 물의 자동 이온화와 pH 관련 문항이 <화학Ⅱ>에서 내려와 더 어려울 수 있다는 견해도 있었지만, 2021학년 수능을 보면 꼼꼼하게 개념을 이해하고 있는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크게 부담을 갖지 않아도 된다.  최근에는 개념을 실생활과 관련된 내용이나 실험 상황 등을 소재로 출제해 다양한 각도로 문제를 해석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생명과학Ⅰ  “탄탄한 개념으로 새로운 유형의 문제 대비해야”

 

2021 수능에서 <생명과학Ⅰ>은 기존 수능과는 다른 신유형의 문제들이 다수 출제됐다. 하지만 심도 있는 개념 이해를 바탕으로 주어진 상황이나 조건을 분석하는 유형에 익숙했던 수험생은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었다. 3단원 항상성과 몸의 조절, 4단원 유전 단원의 출제 비중이 높아 대비가 필요하다. 최근 문제 지문이 길어지고 해석 과정에서 종합적 사고를 요하기 때문에 용어 정리, 원리 이해, 종합적 사고를 하는 공부 습관이 중요해졌다. 1~2문제 말고는 난도가 크게 높지 않고,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으면 안정적으로 등급을 받을 수 있는 과목이다. 

 

 지구과학Ⅰ  “통합적 사고로 낯선 자료에 대응하는 능력 중요해”  

 

2015 개정 교육과정으로 가장 변화가 큰 과목이 <지구과학Ⅰ>이었다. 특정 단원에서 어려운 문제가 출제됐다기보다 전체적으로 종합적 사고를 통한 자료 분석과 해설, 결론 도출 능력이 중요해지는 추세다. 정영일 교사는 “전반적으로 난도가 높아지고 있어 철저한 개념 이해를 바탕으로 충분한 문제 풀이 연습이 돼야 한다. 단원 간의 연관이나 실생활과 접목한 문제가 많이 출제되므로 다양한 방법으로 해석하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