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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과목 돋보기] 철학

 철학은 어렵고 배우기 힘들다? 

 ‘왜·무엇을·어떻게’로 시작하면  한결 쉬워지는 매력적인 학문 

 

 교양 교과    선택 과목 돋보기 19 | 철학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철학>은 교양 교과에 속한다. 수능 출제 과목이 아니어서 입시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학생부 종합 전형이나 논술 전형에서 지향하는 인재상이나 역량은 <철학>의 학습 목표와 일맥상통하는 면이 많다. 교과 지식을 통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삶과 교과의 문제들을 철학적으로 파악해 탐구할 수 있게 하는 과목이기 때문. 일반고에서 <철학>은 교양 교과로 운영할 수 있는 일반선택 과목 10개 가운데 <진로와 직업> <논술> 등과 함께 선택 비율이 높다.


취재 홍정아 리포터 jahong@naeil.com 

도움말 성현택 교사(서울 한서고등학교)·윤상철 교사(서울 경희여자고등학교) 

자료 <2015 개정 교육과정 선택 과목 안내서>


다른 교과와 융합·확장해 수업하기 수월한 <철학>


철학은 어렵고 막연하다는 생각이 강하지만, 고등학교에서의 <철학>은 논증과 토론, 글쓰기 등의 의사소통 방법을 통해 합당한 근거와 보편적 결론을 도출하는 힘을 키우는 과목이다. 교육과정 안에서는 다른 교과와 융합하거나 확장해 수업을 진행하기 수월해 2015 개정 교육과정의 핵심 방향인 ‘창의·융합적 인재 양성’에도 부합한다.


철학 교과의 단원별 내용 체계는 자아론 인간론 세계론 가치론 등 크게 네 부분으로 구성된다. 1단원 자아론은 청소년으로서 나의 삶과 교과의 문제를 재료로 삼아 미래의 삶에 대해 자기 확신을 갖는 내용이고, 2단원 인간론은 진정한 자기의 삶이 되도록 나에 대한 객관적 능력을 전반적으로 검토하고 그 잠재력을 실현할 수 있는 방안을 점검하도록 한다.

 

3단원 세계론에서는 인간이 사는 세계를 파악하고, 이런 세계상을 비판함으로써 세계상과 인간 삶의 관계를 성찰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른다. 마지막 4단원 가치론에서는 지금보다 나은 삶을 구상한 후, 실현해야 할 근거를 다각적으로 탐구해 의미 있는 가치를 좇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주제를 중심으로 질문과 답변이 끊이지 않는 수업 


서울 경희여고 윤상철 교사는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철학>은 지식을 접하고 암기하기보다는 학생 스스로 철학하는 힘을 기르게 하는 과목이다. ‘왜, 무엇을, 어떻게’라는 질문을 이어가며 자기 정체성을 확립하고, 민주사회 시민으로서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살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데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경희여고는 2019년 학교 지정 과목으로 <철학>을 개설해 3학년 전체 학생이 수업을 들었다. 당시 선택한 학생을 대상으로 4개 학급에서 <철학>을 가르쳤다. 

 

윤 교사는 “수업 시간에 중점을 두는 부분은 학생들의 인문학적 교양과 비판적 사고력을 높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 ‘나는 누구인가 ’ ‘개인과 사회 무엇이 우선인가’ ‘거짓말과 가짜 뉴스는 왜 나쁜가’ ‘죽음이란 무엇인가’ 등 다양한 주제를 중심으로 질문과 답변 형태로 수업을 진행한다. 

 

학생들과의 대화에서 가장 강조하는 부분은 자신의 주장에 대한 설득력 있는 근거를 함께 제시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렇게 훈련해야 비판적 사고력을 기를 수 있다”고 전했다.

 

비판적 읽기·쓰기·말하기 능력 향상 위한 다양한 활동도  


서울 한서고는 지난 2016년 12명 이하의 소인수 과목으로 <철학> 수업을 처음 개설했다. 당시 인문 계열 학생을 대상으로 희망자를 받아 방과 후 수업으로 주 1회 100분씩 수업했는데, 지금은 2015 개정 교육과정의 교양 과목으로 정규 수업 시간에 매주 2시간씩 수업한다. 2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철학> <교육학> <논술> 중 한 과목을 골라 수강케 한다. 

 

이 학교 성현택 교사는 “현실적으로 고등학교의 <철학> 수업은 전문적인 내용을 배우기보다는 다른 과목을 위한 기초 교과로서의 역할이 크다. 논증 구성과 검토하기를 익혀 다른 과목이나 학문을 보다 비판적으로 탐구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핵심이다. 그런 면에서 비판적 읽기와 쓰기, 말하기 능력을 키우는 수업 위주로 진행한다”고 말했다. 


‘비판적 읽기와 말하기’ 수업은 학생들이 각자 철학 서적 한 권을 정해 한 학기 동안 읽고 핵심 내용을 정리해 발표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쓰기와 말하기’ 수업은 사회의 주요 시사 문제에 대한 비판적 글쓰기로 구성한다. 신문기사를 활용해 자신의 입장을 논리적으로 서술하는 방식으로, 이후 모둠별 토론을 실시하기도 한다. 

 

성 교사는 “학생들의 활동 결과물이 나올 때마다 수시로 평가한다. 발표의 경우 내용성 논리성 호응도, 쓰기는 내용성 논리성 이해도 등의 평가 기준 세부 항목에 맞춰 평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Mini interview <철학> 배워보니

 

“‘재미’와 ‘의미’ 있는 수업하며 철학은 모호하고 어렵다는 편견 깼어요”

 

조연우

서울 한서고 졸업 

 


Q. <철학> 수업을 듣게 된 계기는? 


고2 때 일주일에 한 번 <철학> 수업을 들었다. 시험을 위한 공부에서 벗어나 깊이 있게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 같은 막연한 호기심에서 선택했다. 아직 진로를 정하지 못했는데, <철학> 수업을 통해 얻은 것들이 앞으로의 진로 선택과 꿈을 이뤄가는 과정에서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Q. <철학> 수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이 있다면?


‘철학 책 소개하기’ 수업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각자 철학과 관련된 책을 한 권씩 읽은 뒤 친구들과 나누고 싶은 내용을 준비해 발표했다. 독특한 점은 발표자의 ‘함께 이야기하고 싶은 주제’였는데, 후반부에 발표자가 친구들과 함께 이야기하고 싶은 주제를 선정해 제시하면 반 전체가 그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했다. 이 과정에서 나와 다른 관점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다른 입장에 서서 생각하는 자세를 배울 수 있었다. 때론 반대 의견의 친구와 이야기하며 내 논리의 모순을 발견하거나 근거가 빈약하다는 것을 깨닫기도 했는데, 이런 경험들을 통해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힘도 키울 수 있었다.



Q. <철학> 수업을 통해 느낀 점이 있다면? 


‘철학’이라고 하면 왠지 모호하고 어려운 것, 다가가기 힘든 것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내가 실제로 경험한 <철학> 수업은 ‘재미’와 ‘의미’가 모두 있는 수업이었다. 삶과 윤리의 의미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자유롭고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선생님, 친구들과 의견을 나누며 함께 성장할 수 있었다. 학교 수업 안에서 이런 소중하고 값진 경험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삶의 성찰을 통해 치열한 입시 경쟁 속에서 잠시나마 ‘나’를 찾는 시간을 갖고 싶은 친구들에게 <철학> 수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