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대면하며 미래를 모색하는 책 읽기
취재 김민정 리포터 mjkim@naeil.com
도움말 이재원 교수(연세대학교 사학과 학과장)
전공 파헤치기
역사를 재구성해 미래를 여는 인재 양성
역사는 과거에 있었던 일에 대한 단순한 지식이 아니다. 자신의 삶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거울이 되는 것이 역사다.
대학 전공으로 공부하는 역사는 깊고 포괄적이다. 지식을 넘어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을 기르는 공부를 하기 때문. 사학과는 역사적 사고력을 바탕으로 역사를 재구성하고 재생산하는 태도를 갖춘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사료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끈기와 탐구심을 요구한다. 사학이 지닌 특수성을 고려해 답사·발굴 등 역사적 체험 활동이 교육과정에 포함돼 있다. 한문 자료를 읽고 번역하는 사료 강독도 사학과의 특징이다.
사학과는 대학원 진학률이 높은 전공이기도 하다. 학부생은 주로 정리된 책이나 논문으로 역사를 공부하고 대학원에서는 사료
해석 능력을 갖춰 직접 사료를 볼 수 있는 전문가를 양성한다.
전공 적합'생' 되려면?
시공간을 넘나드는 폭넓은 역사 다뤄
"고대부터 현대까지, 그리고 한국사와 세계사 모두를 아우르는 넓고 깊은 역사 지식을 배우게 됩니다. 민족적 전통을 탐구하며 우리 자신을 바로 알고, 여러 나라와 지역, 다양한 역사 주제에 대한 지식을 쌓으면서 세계화 시대가 요구하는 주체적이면서도 국제적인 감각을 기를 수 있는 곳이 사학과입니다. 졸업 후 진로는 크게 두 갈래로 나눌 수 있습니다. 대학원에 진학해 계속 공부하거나 사학과에서 배운 소양을 발휘할 수 있는 곳에 바로 취업하는 길입니다. 학자의 길을 가는 경우 대학 강단에 서거나, 역사 관련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합니다. 졸업 후 바로 취업하는 경우 박물관·문화유적지·학술단체·출판사 등 역사와 직접적 관련이 있는 분야뿐 아니라 역사학과 무관해 보이는 직종에도 활발히 진출하고 있습니다. 국내외 일반 기업과 교육계, 언론계, 외교, 시민·종교단체, 금융권 등 다양한 분야에 취업합니다."_연세대 사학과 이재원 교수(학과장)
ONE PICK! 사학과 전공 적합서
<역사를 위한 변명>
지은이 마르크 블로크
펴낸 곳 한길사
역사는 시간 속 인간들에 관한 학문
20세기 가장 뛰어난 역사가 중 한 사람으로 평가받는 마르크 블로크가 역사를 주제로 쓴 마지막 글이다. “아빠, 도대체 역사란 무엇에 쓰는 것인지 저에게 설명해주세요”라는 어린 아들의 소박한 질문으로 시작되는 이 책은, 블로크 생전에 완성되지는 못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 독일에 저항하는 레지스탕스 활동에 참여했다가 체포되어 처형당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역사관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는다.
마르크 블로크는 저항 운동 중에도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 의문을 풀고자 했고 역사란 과연 효용성이 있는가를 되물었다. <역사를 위한 변명>은 아무런 참고문헌도 없는 전쟁터에서 써낸 글로 지은이가 원래 계획했던 내용들 가운데 절반 정도만 쓰였다. 하지만 집필된 부분만으로도 역사학과 현실의 관계를 잘 보여줘, 역사에 대한 입문서 역할을 충실히 한다고 평가받는다.
‘역사의 대상은 인간이다’라며 인간을 탐구하는 학문으로서의 역사학을 강조한다. 역사란 과거를 연구하는 죽은 학문이 아니라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예견하는 데 도움을 주는 유용한 실용주의적 학문임을 밝히고 있다. 이를 위해 철학적이거나 논증적인 방법 대신 역사가의 작업실을 보여주는 등 실제로 역사학자들이 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진실하고 소박하게 알려준다.
인류의 양심이자 역사적 진실로 남은 마르크 블로크, 그의 책 <역사를 위한 변명>을 통해 역사는 과거에 관한 단순 기록이 아닌
‘시간 속 인간들에 관한 학문’임을 들여다볼 수 있다.
네 꿈을 응원해! 선배의 독서와 진로 이야기
연세대 사학과 류성호
"역사적 사실은 역사가들이 ‘선택한 것’임을 알게 해준 <역사란 무엇인가>”
Q. 사학과에 지원하게 된 동기는?
A. 어렸을 때부터 역사를 좋아해 역사를 공부하는 역사학자가 되고 싶었습니다. 단순히 역사를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사학과 진로를 결정한 건 아닌데요. 제가 워낙 역사를 좋아했기 때문에 역사에 대해 전혀 관심 없는 친구들이 눈에 들어왔어요.
‘역사가 재미있고, 의미 있는 학문이라는 것을 어떻게 알리지?’ 하는 고민이 있었습니다. 관심 없는 친구들에게 역사를 제대로 알려주려면 사학과에 들어와 제가 더 배워야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실 사학과에 들어온 지금도 ‘역사란 뭐지? 무엇이라고 설명하지?’라는 고민을 하고 있네요.
Q. 입학 전 예상했던 사학과와 다른 점, 어려운 점이 있다면?
A. ‘교과서 속 내용이 역사의 전부가 아니다!’라는 점입니다. 고등학교 때 한국사·세계사 교과서 내용을 모두 암기해 알고 있어서 역사가 쉽다고 생각했는데요. 사학과에서 배우는 것은 조금 달랐습니다. 방대한 과거 사실들 속에서 수많은 역사학자들이 토론을 통해 인정한 내용이 교과서에 수록된 것임을 사학과 공부를 하면서 느꼈습니다.
사학과의 특징이자 재미는 보고서를 쓰거나 수업을 들으면서 자신의 관점과 생각이 맞는지 확인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예를 들어 ‘A는 B야!’라고 그 내용을 단순히 외우는 것이 아니라 ‘A는 진짜 B일까? 왜 B였을까?’라는 고민을 해보며 역사적 사실들을 다채롭게 이해하고 그 속에서 자신만의 관점을 잡아가는 것이죠. 사학과 공부를 제대로 하기 전과 다른 점입니다.
<역사란 무엇인가>
지은이 E. H. 카
펴낸 곳 까치
"지은이가 케임브리지대에서 한 강연을 묶은 책인데요, 역사란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임을 보여줍니다. 역사가 단순히 책 안에 담긴 박제된 사실이 아니라 기록의 주체나 역사가에 의해 달리 기록될 수 있다는 것을 새롭게 생각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들이 꾸준히 읽어온 고전인 만큼 너무 많이 추천받아 질려버렸을 수도 있지만, 저 역시 이 책을 추천
하고 싶습니다."_ 류성호
<쟁점 한국사>
지은이 한명기 외
펴낸 곳 창비
"이 시리즈는 전근대, 근대, 현대 편으로 나뉘어 단군조선부터 한일 역사 교과서 논쟁까지 다룹니다. 역사학자들이 모여 한국사의 최근 쟁점들을 추려 재조명한 책이라, 지금 한국사에서 어떤 내용이 쟁점이 되고 무엇이 언급되는지 이해할 수 있어 흥미로웠습니다. 비교적 쉽게 설명되어 있고, 관심 있는 시대의 내용을 골라 읽을 수 있어 더 좋았습니다."_ 류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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