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보다 ‘구강 보건’을 되새기는 독서
취재 이지연 리포터 judylee@naeil.com
도움말 김준혁 교수(연세대학교 치과대학 치의학교육학교실)·오연경 편집장(미메시스)
자료 각 대학 학과 홈페이지·전공 안내서
전공 파헤치기
다년간 쌓아온 시술에 디지털 기술 더해져
치의학은 몸에 있는 치아뿐 아니라 구강 전체, 넓게는 턱과 얼굴인 악안면 부위까지의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학문이다. 치과대학은 예과 2년, 본과 4년을 합친 총 6년의 학사 과정으로 구성돼 있다.
서울대 부산대 전남대는 신입생을 선발해 7년제 학·석사 통합 과정를 운영한다. 치과 의사의 시술에 따라 진료의 수준이 달라진다. 학과 수업에 실습 시간이 많은 이유다. 여러 대학의 전공 안내서에도 “만들기를 좋아하고 손재주가 있는 학생이라면 더욱 장점을 발휘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최근 디지털 변화를 빠르게 받아들여, CAD/CAM, 3 D 프린터 등 디지털 의료 장비를 진료에 적극 활용 중이다. 진로는 다양하다. 대학 병원이나 개업 병원 임상 의사로 진출이 많은 편이다. 기초학 연구를 계속하거나 보건복지부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국립보건원 같은 보건 정책 계열이나 국가 기관에 취업하기도 한다. 외국 치과대학이나 생명과학 관련 연구소, 국제기구의 기회도 열려 있다.
전공 적합'생' 되려면?
구강 건강의 사회·문화적 의의 고민해볼 만
"치과 의사는 안정적인 직업으로 여겨집니다. 생활 수준이 높아질수록 구강 질병이 늘어나지만 효과적인 치료 방법 역시 지속 연구·개발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치과 의사는 주로 구강에 국한된 진료를 하다 보니 같은 일을 반복할 것 같다는 오해를 받기도 합니다. 하지만 과거 입을 보며 몸 전체의 상태를 살피는 것이 질병 진단의 중요 포인트였고, 외모에서 입이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해본다면 구강 건강의 의미는 다르게 생각해볼 수도 있습니다.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음식을 받아들이는 곳, 사회생활에 중요한 언어가 시작되는 곳, 다른 사람과 만나 상호작용할 때 일차적인 인상을 결정하는 곳으로 입은 시대와 사회를 막론하고 중요합니다. 그렇기에 치과 의사라는 직업이 구별되어 따로 생겼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치과 의사는 입의 건강을 책임져 환자가 일상을, 사회생활을 편안히 누릴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는 점을 기억하세요."_ 연세대 치과대학 치의학교육학교실 김준혁 교수
ONE PICK! 치의학과 전공 적합서
<드라큘라 치과>
지은이 조성민
펴낸 곳 미메시스
구강외과 전문의이자 만화가가 들려주는, 흥미로운 구강 관리법
독특한 제목과 화려한 삽화가 눈을 사로잡는 책이다. 책을 쓰고 그린 이는 치과를 운영하는 현직 의사다. 14년간 임상을 하면서 반복적인 치료보다는 환자 개개인의 인식과 습관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는 그는 특히 반복되는 치과 치료를 줄이려면, 환자 개개인이 올바른 관리를 일상화해 예방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한다.
환자들이 치과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떨치도록 충치나 잇몸병의 발생 원리, 신경 치료법 등에 대해서도 상세히 설명한다. 단순히 의학적 용어를 나열하지는 않는다. 질병의 원인과 치료 방식을 사회·문화적 맥락이나 환자의 심리적 상황에 빗대어 위트 있게 담아낸다.
김 교수는 “진료하는 사람의 관점에서 치과 의사의 역할, 환자와의 상호작용, 치과 진단과 치료, 구강 위생의 중요성 등을 가벼운 필체로, 하지만 핵심적으로 전달한다. 치과는 인간의 일상과 관계가 밀접하고, 재료를 다듬어 ‘해 넣어야’ 하는 분야라 사회·경제적인 부분과도 관련성이 크다. 의료 계열 직업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고 치과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사회·경제적 갈등을 고민해보는 것도 직업관을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추천의 이유를 밝혔다.
책을 펴낸 미메시스 오연경 편집장은 “건강법에 관한 책은 자칫 잔소리처럼 들리기 쉽다. 이 책은 만화를 보면서 자신도 모르게 치아 관리를 시작하게 한다. 챕터별로 치아에 관한 고민거리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는 실용서다. 무엇보다 재미있다”고 말했다.
네 꿈을 응원해! 선배의 독서와 진로 이야기
서울대 치의예과 방나경
"의료인의 역할·책임을 고민해볼 수 있는 <의료 인공지능> <의료, 인권을 만나다> 추천해요"
Q. 치대로 진학을 결심하게 된 동기는?
A. 의술을 통해 환자들에게 새로운 삶을 선물해주는 가치 있는 삶을 꿈꿨어요. 제 관심 분야가 의료 계통이었던 만큼 의학과 관련된 다큐멘터리를 많이 봤어요. 그러던 중 구강 질환을 다루는 영상들에서 치의학의 발전이 인간의 행복한 삶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음을 깨달았어요.
인간은 영양소를 섭취하면서 생명 현상을 이어나가는데, 그 위대한 메커니즘의 시작은 입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죠. 구강 건강 증진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면서 의술에 대한 관심을 치의학 분야로 구체화했죠.
Q.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A. 제가 고등학교 때 가장 좋아했던 김연아 선수의 격언이 있어요. “99℃까지 죽을힘을 다해 온도를 올려도 마지막 1℃를 넘기지 못하면 물은 영원히 끓지 않는다. 물을 끓이는 것은 마지막 1℃, 포기하고 싶은 바로 그 1분을 참아내는 것이다.”
과학적인 오류가 있긴 하지만 너무 공감되면서 꼭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에요. 무엇인가를 계획했을 때 모든 것을 성취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기보다는, 게을러지거나 주눅들 때 마지막 1분과 싸운다고 생각해보세요. 저도 나태해지는 순간마다 마음을 다잡는 데 도움을 받았답니다.
<의료 인공지능>
지은이 최윤섭
펴낸 곳 클라우드나인
"의료인으로서 현재의 기술과 지식에 안주하지 않고, 새롭게 등장하는 기술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 책은 다가오는 인공지능 시대에 의료 패러다임이 어떤 방향으로 변화할지, 또 이에 대비해 의사가 갖추어야 할 자세와 역량은 무엇인지 알려줍니다. 지은이는 인공지능이 아닌 의사에게만 주어질 수 있는 권한이자 책임은 바로 ‘최종 의사결정권자’임을 제시합니다. 또 ‘휴먼 터치’와 같은 인간적인 태도가 환자의 치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하죠. 환자에 대한 통찰력, 공감 능력과 같은 의사의 필수적인 자질을 알고 싶다면 꼭 읽어보세요."_ 방나경
<의료, 인권을 만나다>
지은이 이화영 손창호 안현의 최용준
펴낸 곳 건강미디어협동조합
"의료인들은 사회 참여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인권에 기초한 의료 시스템을 다루는 이 책을 통해 배려 깊은 진료, 사전 동의, 비밀 준수 등 의료인으로서 겸비해야 할 기초 윤리 원칙에 대해 배우고 인권과 의료 윤리 사이의 접점을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을 거예요. 저는 이 책을 통해 의료 인권에 대해 정확히 이해했고, 더불어 환자의 권리 침해를 방지하고 환자와의 신뢰 관계를 도모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후배들도 인권의 관점에서 의료를 바라보고, 진료실 밖에서 일어나는 사회적 문제까지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의료인으로 성장하는 데 도움받길 바라요."_ 방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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