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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 따라잡기] 어문 계열 로드맵

어학+α로 진로 스펙트럼 넓히는 어문 계열 로드맵

 

첨단 기술이 주도하는 사회 변화 분위기는 학생들의 진로에도 큰 영향을 준다. 어문 계열을 기피하거나, 진로를 희망하더라도 자신의 꿈을 서둘러 포기하는 것이다. 하지만 대학의 학과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추세 속에서, 대학도 어문 계열의 장점은 살리되 현실적인 준비를 도울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나의 도전과 함께할 어문 계열 로드맵을 알아봤다.

 


취재 김지영 리포터 janekim@naeil.com
도움말 염재웅 교수(건국대학교 중어중문학과)·오은진 교수(이화여자대학교 영어영문학부)

              전천석 소장(삼선입시연구소)·조미정 대표(에듀플라자)
자료 학과 홈페이지·전공 가이드북

 


어문 계열
언어학·문학·문화를 고루 배우는 어문 계열

 


어문 계열은 각 언어에 대한 체계적인 학습과 언어·문화·문학에 관한 깊이 있는 이해를 통해, 해당 언어권 국가와 관련된 사회 여러 분야에서 요구하는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하는 학과이다. 주로 외국어를 습득하는 학과로 생각하기 쉽지만 언어별로 언어학·문학·문화를 고루 배우기 때문에 해당 국가에 대한 흥미와 전문성을 갖추겠다는 포부가 있으면 좋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점수에 맞춰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 에듀플라자 조미정 대표는 “정시 모집에서는 지원 대학을 상향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합격선이 낮은 어문학과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수시 모집에서는 관심이 있거나 특히 다른 학문과 접목할 계획을 갖고 지원하기도 한다”고 전한다. 소수 인원을 모집하는 특수어 학과의 장점을 고려해 지원하기도 한다.

 

삼선입시연구소 전천석 소장은 “특수어 학과의 경우 마니아층이 있어 충원율이 낮다. 말레이·인도네시아어를 전공하고 경영학을 복수 전공해서 유명 기업에 취업한 사례도 있다. 영어는 기본, 특수어의 장점을 살린 경우”라고 소개한다.

 


교과목 선택 시 참고할 수 있는 로드맵 제시해

 

대학들은 학생들이 희망 진로 분야에 따라 알맞은 과목을 선택할 수 있도록 로드맵을 제시하고 있다. 여기서는 특히 어문 계열 학과의 몇몇 사례를 추려 소개한다.

 

 

희망 진출 분야에 따른 트랙 제시 및 진로 탐색 수업

 

건국대 중어중문학과는 어문 계열 학과 중에서 취업률이 가장 높다. 건국대는 학과별로 진출 분야에 따라 선택하면 좋은 교과목을 트랙을 구분해 제시한다(표 2).건국대 중어중문학과 염재웅 교수는 “이번 학기에 지도를 맡은 ‘커리어 석세스 프로그램(CSP)’은 진로 탐색 수업으로, 1학년 필수 이수 과목이다.

 

현재는 한·중 관계가 경색됐지만 G2 국가로서 발전 속도와 경제 규모를 봤을 때 발전 가능성이 높다. 문과대학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 소양을 공유한다는 데 의미가 있지만, 취업 현실을 고려해 직무 적합성에 맞춰 4개의 트랙을 제시한다. 해당 분야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해당 트랙을 듣는 것이 유리하다는 제안인 셈이다.

 

학생들은 트랙을 고려해 각자의 적성과 필요에 따라 교과목 선택에 참고한다. 이 밖에 취업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상경 계열 학과나 컴퓨터공학과, 부동산학과 등을 복수 전공하기도 한다. 교직 이수는 성적과 면접으로 대상자를 선발한다. 대학의 준비와 학생의 역량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전공 가이드북에는 ‘타 전공과 융합 시 진출 가능한 경로 BEST 3’을 명시해놓기도 했다. 

 

 

콘텐츠 제작 역량 강조하는 국어국문학과

 

대부분의 국어국문학과는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 역량을 강조하는 추세다. 전 소장은 “어문 계열 학과에서 문학을 배우면서 스토리텔링 역량이 쌓인다. 이는 영화·드라마·게임·웹툰·광고 등에서 쓰임새가 다양하다. 한류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해외에 한국어 교사로 진출하기도 한다”고 전한다.


일례로 서강대 국어국문학 전공의 경우, 전공 경로가 세 가지로 나뉜다. 재학 중 국어국문학 전공 이외에 다른 전공을 추가로 선택하려는 학생을 위한 ‘다전공경로’, 졸업 후 국어국문학을 공부해 대학원에 진학하려는 학생을 위한 ‘심화전공경로’, 국어국문학을 공부해 졸업 후 취업을 하려는 전공자를 위한 ‘실용전공경로’이다. 특히, 실용전공경로는 문학·문화콘텐츠·출판·한국어 교육 역량을 강화하는 교과목으로 구성됐고 언론인, 작가, 교사, 광고 분야, 출판 분야, 일반 기업체 홍보 및 기획 업무로 진출 진로를 명시해놨다.

 

 

트랙 인증 제도

 

이화여대 영어영문학부에서는 정규 교과 과정과 연계해 트랙 인증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 CT(Culture & Technology), ST(Storytelling & Translation), GL(Global Literacy), AS(Advanced Studies)의 4개 트랙이 있다. 트랙을 이수하고 싶은 학생들은 트랙별로 개설된 교과목 중 희망하는 과목을 신청한다. 예를 들어 CT 트랙의 경우, 타 학과에 개설된 ‘디자인 싱킹’ ‘디지털 미디어와 문화’ 등의 과목을 신청해 듣고 인증한다.

 

이화여대 영어영문학부 오은진 교수는 “융합의 시대적 흐름을 적극적으로 이해하고 융합적, 사회적 시각을 갖춘 창의적 인재 양성을 목표로 트랙 인증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인문학과 기초과학, 문화예술 콘텐츠 제작 관련 산업에 인재를 배출하고 있다” 고 설명한다. 이수 후에는 디지털 문화콘텐츠 개발, 첨단 벤처 문화 산업, 공연 및 예술 문화 기획, 방송, 광고, 영상 문화콘텐츠 개발 분야로 진출하는 것을 진로 로드맵으로 제시한다.

 

 


MINI INterview 
“국제기구 목표로 복수 전공 고려 중”

전지윤
이화여대 영어영문학부 1학년



Q. 고교 때 영어영문학부 진학을 위해 어떤 활동을 했나?

학교생활에 열정적으로 임했다. 입시 제도가 계속 바뀌지만 교내 대회는 분야에 상관없이 열심히 참여했다. 학교 수업에서 배울 수 없는 부분을 대회를 준비하면서 배웠던 것 같다. 번역 봉사도 그 중 하나였다.

 

막연히 국제기구에서 일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희망 분야는 없었는데, 고2 때 번역 봉사를 하면서 관심 분야를 찾을 수 있었다. 영어 수업 시간에는 영어로 말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영어는 자주 사용해야 감도 생기고 배운 단어도 익힐 수 있다고 생각해 자주 사용하고 발표하려고 노력했다.

 

 

Q. 이화여대 영어영문학부에서는 무엇을 배우나?

영어학과 영문학, 영미권의 문화를 배운다. 1학년이라 수업을 많이 못 들었지만 단순히 언어를 배우는 것 이상으로 그 언어를 분석하고 구조를 파악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문학 수업의 비중도 생각보다 많다. 첫 수업도 어학이 아니라 문학 수업이었다. 시, 소설, 희곡 등 다양한 시대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을 배운다.

 

학년이 올라가면서 17, 18세기 영문학 등 좀 더 어렵고 깊이 있는 작품들을 다룬다. 언어 실력과 국제적인 문화 소양을 쌓을 수 있어 선배들이 좋은 곳에 취업한 것 같다.


Q. 이화여대 영어영문학부의 교육과정을 설명한다면?

글로벌 융합 인재 양성을 목표로 4개의 트랙으로 운영한다. Culture & Technology, Storytelling & Translation, Global Literacy, Advanced Studies로 나뉘고 융합 교과로 구성돼 전공에 더해 융합 지식을 얻을 수 있다. ‘7+1 프로그램’ 등 해외 교환 프로그램도 활성화되어 있어서 영문학 공부를 하면서 한 학기 동안 해외 현지에서 문화도 체험할 수 있다.

 

국제기구에서 일하는 게 최종 목표인 만큼 대학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최대한 활용해 다양한 경험을 쌓고 싶다. 영어권 문화를 더 깊고 자세히 이해하기 위해 영국이나 유럽으로 교환학생도 가고 싶다. 학생이 원하는 공부를 선택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


Q. 대학 입학 후 계획한 진로 분야는?

요즘 대부분의 학생들처럼 입학 전부터 복수 전공을 생각하고 있었다. 확실히 정한 건 아니지만 실무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경영학과나 국제사무학과를 고려하고 있다. 대학 졸업 후에는 외국계 회사에 취직해 커리어를 쌓은 후 국제기구에 도전해보고 싶다.

 

교양 과목으로 프랑스어를 배우고 있는데 국제기구에서 사용하는 공용어이기도 하다. 중급 프랑스어까지 마스터해서 국제기구에 지원할 때 장점으로 삼고 싶다.


Q. 영어영문학부에 지원하려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영어를 잘한다고 수능 영어 성적이 좋은 것은 아닌 것처럼, 나도 영어 회화는 좋아했지만 문법 위주의 시험은 성적이 안 좋을 때도 있었다. 그래도 영어에 대한 흥미를 잃지 않고 꾸준히 공부한 것이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 수업이 대부분 영어로 진행돼 많은 친구들이 부담스러워했지만 노출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실력이 금방 늘었다.


프랑스어 수업을 처음 듣는 친구들도 한 학기 만에 실력이 많이 좋아졌다. 해당 학과 언어를 몰라도 미리 겁먹지 않았으면 한다. 어문학과에서는 생각보다 문학작품을 많이 다룬다. 해당 언어 실력보다 오히려 문학작품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능력이 더 중요한 것 같다. 지원 시 이 부분을 고려했으면 좋겠다.

 

 


MINI INterview 
“새로운 도전, 로스쿨 진학과 변호사 입문”

이상호
건국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법무법인 변호사 2년 차

 

 

Q. 건국대 국어국문학과에서는 무엇을 배웠는지?

크게 어학, 현대문학, 고전문학,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고전문학은 설화부터 시작해서 조선 후기까지의 문학을 배우고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 현대문학은 고전문학과 다르게 작품 자체보다는 작가론 등을 배웠고, 실제 글쓰기(시, 소설) 수업도 있다.

 

어학은 국가별 언어에 따른 문화의 이해 같은 개론부터 시작해 국어에 한정해서 좀 더 심도 있게 배운다. 국어는 사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두가 모국어로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본적인 소양은 다 갖추고 있는 것 같다. 따라서 역량보다는 어학에 대한 관심과 문학에 대한 흥미가 중요한 것 같다.


Q. 국어국문학과의 교육과정을 현재의 진로와 연결해본다면?

학과에서 배운 것을 진로와 연결시키기는 어려운 것 같다. 냉정하게 봤을 때 언론인이나 작가, 교직을 꿈꾸는 것이 아니라면 국어국문학과에서 배운 게 전문성을 주기는 어렵다고 본다. 나도 처음엔 언론계에서 일할 생각으로 국어국문학과에 지원했다.

 

그 외의 학생들에게 어문 계열, 특히 국어국문학과에서의 교육 체계는 ‘기본 소양의 강화’ 정도에 그치는 것 같다. 일찍부터 이런 생각을 한 친구는 전과를 하거나 다른 학과를 복수 전공했다. 개인적으로는 국어국문학과를 정말 좋아하지만, 취업 시 어문 계열이 갖는 메리트는 크지 않은 편이다.


Q. 지금의 진로로 이끈 것은?

변호사로 일하게 된 것은 고교 친구의 우연한 제안 때문이었다. 대학 4학년까지 ‘로스쿨’의 존재에 대해 전혀 몰랐고, 사법시험이 법조인이 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우연히 LEET(법학적성시험)를 알게 되었다. 짧은 기간 동안 준비했는데 운 좋게 바로 로스쿨에 합격했다.


Q. 로스쿨 지원 시 치르는 LEET에 대해 좀 더 알려달라.

리트는 ‘언어이해’와 ‘추리논증’ 두 과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언어이해’는 수능의 ‘언어’와 비슷하다고 보면 되고 ‘추리논증’은 피셋(PSAT: 공직적격성 평가)의 ‘상황판단’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언어이해’는 수능의 ‘언어’와 마찬가지로 문학과 비문학을 읽고 오지선다 중 가장 옳은 것 혹은 가장 틀린 것을 고르는 방식이기 때문에, 국문과를 비롯한 어문 계열 학생들이 아무래도 타과 학생들에 비해 조금 더 유리하지 않나 싶다. 정성 평가를 일부 반영하기도 하는데 제2외국어 자격 점수 등을 제출할 수 있다.

 

 

Q. 어문 계열 학과에 지원하려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왜 어문학과에 진학하고 싶은지 진지하게 고민해보면 좋겠다. 개인적으로는 사고가 좀 더 유연하고 깊이 있다고 생각해 어문 계열 전공자를 좋아하지만 ‘더 좋은 직장을 갖기 위해서’라는 측면에서는 어려울 수도 있다.

 

대학은 취업을 위해서 존재하는 곳이 아닌데 근래에 취업이 목적이 되면서 괴리가 생기는 것 같다. 하지만 만약 어떤 나라의 언어와 문학이 너무 좋아서 지원한다면 적극 추천한다. 요즘은 유튜브를 비롯한 1인 채널도 많이 생겼고 개인의 콘텐츠가 수익을 창출하는 시대라는 점에서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