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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교과 선택 과목 돋보기] 고전읽기

고전은 어렵고 고리타분하다? 시대 초월한 지혜 수업 안에서 나눠요

국어 교과 선택 과목 돋보기 | 고전읽기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고전읽기>는 국어 교과 안에서 <심화국어> <실용국어>와 함께 진로선택 과목에 속한다. 교육과정 안에 편제돼 있긴 하지만, 교과서가 따로 없기 때문에 수업을 이끄는 교사 입장에선 부담스러운 과목으로 꼽힌다. 실제로 과목 취지에 맞게 수업을 운영하는 사례도 많지 않다. 하지만 학생들이 다양한 고전을 읽으며 통합적인 국어 능력을 기를 수 있어 꼭 필요하고 중요한 과목이다. 어느 분야 할 것 없이 고전을 통해 수준 높은 교양을 갖추고, 진로에 필요한 지혜와 소양을 쌓는 데 도움이 된다.

 

취재 민경순·홍정아 리포터 hellela@naeil.com

도움말 송승훈 교사(경기 광동고등학교)·전성운 교사(경기 다산고등학교)·한창호 교사(서울 보성고등학교)

 



한문 문학 작품이 고전? 시대 초월해 가치 인정받는 ‘고전’

 

<고전읽기>에서 말하는 ‘고전’이란 단순히 ‘한문으로 된 문학 작품’을 말하는 게 아니다. 고등학교 교육과정 안에서 설정한 고전의 개념은 ‘글이 쓰인 시대를 초월해 보편적 가치를 갖는 글’로 보다 넓은 의미로 풀이된다.

 

경기 광동고 송승훈 교사는 “고전이라고 하면 흔히 <심청전> <홍길동전>을 떠올리기 쉽지만, 시대를 초월해 현대 사회의 가치 있는 문학 작품과 글도 고전에 포함된다. 한마디로 <고전읽기> 수업은 책을 읽고 친구와 의견을 나누며 소통하고, 그 결과를 말과 글로 표현하는 활동”이라고 설명했다. 과목 취지로 볼 때 동·서양의 모든 고전 작품이 학습 대상이 될 수 있지만, 특히 심도 깊은 인문학 교양에 관심이 많은 학생에게 권장되는 과목이다. 

 

경기 다산고 전성운 교사는 “<고전읽기>는 국어 교과의 진로선택 과목으로 우리 학교는 다양한 활동 중심 수업을 구현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학교에 따라 3학년에 수업을 편성하는 곳도 있는데, 이런 경우 자칫 문제 풀이식 수업으로 흐를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교과서가 따로 없기에 오히려 수업을 보다 다양하고 깊이 있게 구현하는 것이 가능하다.  

 

서울 보성고 한창호 교사는 “2학년을 대상으로 국어 교과의 일반선택 과목인 <독서와 문법> 과목을 수업한 적이 있다. 교과서가 있지만 교과서대로 내용을 다루지 않고 진로 독서를 중심으로 친구 인터뷰, 시 경험 쓰기, 시 영상 만들기 등 활동 중심 수업으로 구성했는데, 오히려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능동적인 수업이 가능했다. 교과서가 없는 <고전읽기>는 교사의 의지와 역량에 따라 얼마든지 다양한 형태로 수업을 설계할 수 있는 과목”이라고 전했다. <고전읽기>는 분절된 내용이 아니라, 한 권의 책이나 완결된 한 편의 글 전체를 다룰 수 있어서 삶을 성찰하는 역량을 키우기에도 적합한 수업이다.

 

 

‘사랑’과 ‘우정’을 주제로 친근하게 접근한 수업 사례 


전 교사가 진행한 경기 남양주다산고의 <고전읽기> 수업은 ‘사랑’과 ‘우정’이라는 친숙한 주제를 통해 학생들이 보다 쉽게 참여할 수 있게 한 것이 특징이다. 다소 어려울 수 있지만, 학생들은 두 학기에 걸쳐 플라톤의 <향연>을 비롯해 이탈로 칼비노의 <왜 고전을 읽는가?>,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 키케로의 <우정에 관하여>, 박지원의 <예덕 선생전> <마장전> 등 수준 높은 글을 읽었다. 

 

전 교사는 “모둠 친구와 함께 고전을 읽으며 질문을 만들고 답을 찾는 활동을 진행했다. 평가는 구술과 논술 평가로 치렀는데, 구술 평가는 <가족, 사적 소유, 국가의 기원>을 읽고 자신이 꿈꾸는 가족의 모습을 시로 표현하는 것이었다. 논술 평가는 <향연>을 읽은 뒤 자신이 만난 최고의 사랑에 관해 글을 쓰게 했다”고 설명했다. 

 

후속 작업으로 읽기 쉬운 단행본을 정해 ‘한 학기 한 권 읽기’를 이어갔다. 독서 후에는 ‘책과 대화하기’나 ‘북 트레일러 만들기’ 등으로 마무리했다. 북 트레일러 만들기는 1분 30초에서 3분가량의 짧은 영상에 소개하고 싶은 책의 내용을 스토리텔링해 제작하는 것. 구성은 물론 대본과 연출, 촬영, 출연까지 학생들이 직접 한다. 

 

전 교사는 “교사 입장에서도 <고전읽기> 수업은 부담이 아니라 기회다. 전국 국어 교사 모임의 독서 교육 분과인 ‘물꼬방’의 도움으로 수업을 진행할 수 있었는데, 어려울 땐 동료 선생님들과 머리를 맞대는 것도 방법이다. 학생들의 마음속 책장에 책을 꽂아주는 선생님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과목 특징 한 눈에 정리 

 

✚ 핵심 영역 및 개념
고전의 가치(고전의 지혜, 특성), 고전의 수용(정전으로서의 고전), 고전과 국어 능력(고전의 표현 방법), 고전과 삶(고전과 인성, 고전 읽기의 생활화)

 

✚ 관련 학과
국어국문학과 국어교육학과 한문학과 철학과 신문방송학과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언어학과 문헌정보학과 등

 

✚ 관련 직업
언론인 중등교사 번역가 작가 학예사 평론가 프로듀서 통역사 등

 


 MINI INTERVIEW 

 

“고전 작품 속에서 ‘나’와 ‘우리의 삶’ 찾기”

 

전성운 교사

경기 다산고

 


Q. <고전읽기> 과목 특성을 소개한다면?


학생들은 <고전읽기>를 통해 ‘인문·예술, 사회·문화, 문학’ 등 다양한 고전 작품을 읽는다. 고전 작품을 통해 교양을 형성하고,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추며, 읽기 능력을 기를 수 있다. 학생들이 주제를 정해 책을 읽으며 자신만의 고전을 찾는 활동도 한다. 이를 통해 스스로 고전의 정의를 내리고, 삶 속에서 고전을 받아들이게 된다.

 

 

Q. 수행평가 주제나 수업 활동을 설명한다면?


수행평가는 고전 작품을 읽고 하는 수행평가와 주제 도서 수행평가로 나눠 진행한다. 우리가 익히 고전이라 칭하는 작품을 읽고 고전과 자신의 삶을 연결 짓는 수행평가를 통해 학생들은 고전 작품이 삶의 진리를 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또한 사랑과 우정 등의 주제 도서를 읽는 수행평가를 통해 자신만의 고전을 찾는다. 고전 소개하는 글쓰기, 인생 책 소개하기, 서평 쓰기, 책 대화하기, 이상적인 가족의 모습 말하기, 자신이 되고 싶은 친구상 말하기 등 고전과 삶을 넘나드는 수행평가를 진행했다.

 

 

Q. 어떤 진로와 연결하기 좋을까?

 

다양한 분야의 책을 탐구하고 싶다면 좋은 과목이다. 책을 좋아하거나, 책에 다가가고 싶지만 그런 기회를 갖지 못한 학생들에게도 권한다. <고전 읽기>는 언어, 언론, 정치, 사회, 법, 교육 등 인문·사회 진로와 연결하기 좋다. 고전 작품을 읽고 생각을 논리적으로 정리한 후, 논술과 토론 등에 참여해 사고력과 문제해결 능력을 향상할 수 있다. 그렇다고 인문·사회 계열 진로에 한정되지는 않는다. 자신의 진로와 관련된 주제를 정해 고전 읽기 활동을 한다면 다양한 진로와 연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