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가 연구로 민족의 얼 담긴 한국 문학에 기여하고 싶어요
김아진 | 건국대 국어국문학과(경남 밀성고)
향가를 얘기할 때 유독 눈빛이 빛나고 자신감이 넘쳤다. ku자기추천 전형을 통해 건국대 국어국문학과에 합격한 아진씨는 향가 해독에 대한 호기심으로 <찬기파랑가> <모죽지랑가> <처용가> 등을 한 글자 한 글자 해독하면서 나만의 향가 노트를 만들었다. 직접 해독해보면서 음독, 훈독 중 한 가지 방법으로 해독하는 건 한계가 있음을 알게 됐다. 향가에 대한 관심은 한시, 고려가요, 구비 문학으로 확장됐으며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을 볼 때도, 수학 등 다른 과목을 공부할 때도, 체육을 할 때도 떠올릴 정도로 고전 문학에 푹 빠졌다.
취재 김민정 리포터 mjkim@naeil.com
사진 이의종
학자마다 달라지는 향가 해독에 호기심 생겨
아진씨는 화랑 기파랑을 추모하고 예찬하는 <찬기파랑가>를 읽으며 양주동, 김완진의 해독이 달라지는 점에 흥미를 느꼈다. 학자마다 왜 해독이 달라지는지 궁금했다. 한자를 이용한 한국어 표기법인 향찰의 해독법이 명확히 정해진 것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틈틈이 한자 공부를 하며 자신만의 향가 해독을 시도했다. “향가 해독을 위해 여러 향가에 음독, 훈독 두 가지 방법을 시도해봤어요. <서동요>의 1구는 각각 ‘선화공주주은/ 착하게 될 귀인님/ 님 숨기고’라고 해독했죠. 음독의 경우 같은 한자의 불필요한 반복이 있더라고요.
훈독은 선화공주가 직접적으로 언급되지 않아 배경 설화와 연결되지 않는다고 생각했죠. 직접 해독해보면서 음독, 훈독 중 한 가지 방법만을 사용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서동요> 4구에서는 ‘토끼 묘’와 ‘새 을’을 몰래로 보는 양주동 선생의 해독과 달리 ‘누워 뒹굴 원’을 ‘뒹굴고 안고 간다’로 해독했습니다.” <서동요> 4구 마지막에서 ‘갈 여’ ‘갈 거’를 두 번 활용한 것을 보고, 왜 불필요하게 ‘가다’의 의미를 두 번 나타냈을까 의구심이 들었다. “다른 뜻이 아닐까 생각하며 ‘갈 여’의 의미를 고민했어요.
사전에서 ‘갈 여’를 찾아보니 이두에선 음은 여이지만 ‘–다’라고 해독한다는 것을 알게 됐죠. 향가에 적용하니 해독이 자연스러워졌습니다.” 명확한 해독법을 알기 위해 더욱 고민하던 아진씨의 적극성은 고려가요 <처용가>와 향가 <처용가>의 비교로 이어졌다. “2구의 ‘옳을 가’, 5구의 ‘숨을 은’을 고려가요 <처용가>에서 음독하는 것을 보고 향가를 해독할 땐 조사와 어미를 음독해야 한다는 걸 추론했습니다. 이를 깨닫고 <서동요>의 조사와 어미를 음독을 통해 재해독하니 1구에서 음독, 훈독 시 의문스러웠던 부분이 매끄럽게 연결되더라고요.”
창문 좀 닫아라 vs 창문 좀 닫아줄래?
향가의 매력에 푹 빠지면서 여러 향가를 공부했지만 <찬기파랑가>를 가장 좋아했던 이유는 기파랑의 인품을 찬양한 향가이기 때문이었다. 아진씨 역시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친구들의 진로·진학 고민을 들어주고 때로는 해결 방안을 제시해 학급에서 ‘상담 전문가’로 불렸다. 2학년 때 학급 반장을 맡으면서 서로의 생각이 존중되는, 의사소통이 활발한 반을 만들고 싶었다. 친구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학급을 운영했고, ‘내 건의가 수용되는구나’라고 느낀 친구들은 또 다른 의견들을 줄줄이 내놓았다.
“청유형 문장을 사용하자는 의견이 있어 함께 실천했어요. 경상도 친구들답게 평소엔 ‘야, 창문 좀 닫아라’라고 하다가 ‘창문 좀 닫아줄래?’라고 하니 서로 낯간지럽기도 했지만요. 하하. 명언을 칠판에 붙여두자는 의견이 있어 한 달에 한 번씩 바꾸며 게시했습니다. ‘남는 것은 결과뿐이다’라는 말이 붙어 있을 때도 있었죠. 냉정하게 들리기도 하지만 입시를 앞둔 우리들에게 각성제 같은 역할을 해 기억이 나요.”
문학으로 접하는 영어ㆍ사회 수업 기획해 봉사
다른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 마음은 봉사에서도 드러났다. 코로나로 봉사가 쉽지 않은 상황 속에서도 156시간 동안 봉사했다. 소외 지역 초등학생을 위한 교육 봉사는 비록 비대면 화상 수업으로 진행했지만 일주일에 한 번, 2시간씩 고2부터 고3까지 1년 반 동안 지속적으로 이어갔다. “문학을 이용해 아이들의 사고 범위를 확장시켜주고 싶었어요. 6학년 교과서에 나오는 5·18민주화운동, 6·10민주항쟁을 학습할 때 각각 김남주의 <바람에 지는 풀잎으로 오월을 노래하지 말아라>, 박종철의 <스파클 생수>와 같은 문학을 활용했습니다.
영어 수업은 <Anne Frank>와 같은 영문 도서를 활용했고요. 문학으로 접하는 영어·사회 수업이었죠.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내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아이들이 말하더라고요.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게 좋았고 순수한 마음을 느낄 수 있어서 제게도 뜻 깊은 경험이었습니다.”
고전 문학은 우리 문학의 뿌리
국어 교사를 꿈꾸며 국어교육과를 희망하기도 했지만 향가를 명확히 해독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더욱 강해져 국어국문학과 진학을 결심했다. 건국대 국어국문학과로 진학을 구체화하면서 대학 등에서 자발적으로 공개한 강의 동영상 플랫폼인 KOCW를 통해 건국대 <구비문학의 세계> 수업을 들었다. 민간전승 문학에 대해 공부하다 보니 어릴 적부터 좋아해 반복해 본 애니메이션 <주토피아>가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초식동물을 대하는 태도 변화에서 순차적 구조, 주디와 던 벨웨더의 대립에서 대립적 구조가 드러나는 것을 보면서 <주토피아>에서도 민담의 구조가 나타난다는 점을 파악했다. 심지어 음악과 대화, 몸짓이 역동적이고 복합적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주토피아>엔 구비 문학의 종합성이 담겨 있다는 내용의 ‘주토피아와 구비 문학’이라는 보고서를 작성하고 발표했다. “민족의 얼이 담긴 한국 문학에 눈을 떴다고나 할까요. 향가에 대한 관심으로 시작해 한국 고전 문학의 매력에 빠졌습니다. 뿌리 깊은 나무가 거센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듯이 고전 문학 연구가 바탕이 되어야 미래의 문학도 더욱 성장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향가 해독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향가에 드러난 우리 민족의 주체적 사상을 탐구해보고 싶습니다. 고 이어령 선생님은 <처용가>에서 폭력을 춤으로 대항한 처용의 태도에 주목했어요. 처용은 악의 현실을 도리어 평화로운 춤으로 창조해 나타냈다며 신라인의 저항 도구는 무력이 아닌 말, 즉 노래라고 말씀하셨더라고요. 우리 민족의 지향점을 향가에서 파악할 수 있겠다고 느꼈어요. 대학에서 고전 문학사, 고전 시가를 공부하면서 향가의 수수께끼를 풀어가고 싶어요. 더 나아가 일상생활에 우리 문학이 스며들게 하는 일에도 앞장서고 싶습니다.”
나를 보여준 학생부 & 선택 과목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2학년
<문학> <제망매가>를 비롯한 <찬기파랑가> <모죽지랑가> 등의 원문에 대해 실질형태소를 훈차, 형식형태소를 음차하는 변용을 적용해 해석해봄. <서동요>를 비롯한 향가 3곡을 현대어로 번역한 후 멜로디와 랩 음악을 입혀 학급 SNS에 공유하며 향가 전도사 역할을 수행함.
<한국지리> 산맥 또는 하천에 의해 각 지역의 방언이 달라지는 것에 주목해 동남 방언은 섬진강을 기준으로 달라지며, 서남 방언은 노령산맥을 경계로 전북, 전남 방언이 차이 나며, 전남의 ‘-응깨’, 전북의 ‘-응개’와 같이 미세한 차이가 발생함을 정리함.
<사회·문화> 문화지체 사례 중 악성 댓글로 인한 문제를 예로 듦. 인터넷은 정보 전달의 용이성 등 긍정적 기능이 있으나, 인신공격, 개인정보 유출 등의 문제점이 있음을 지적하며 선플 운동 참여 등을 친구들과 함께함.
선택 과목
▒ <언어와 매체> 미래 국문학도로서 언어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 소수가 선택하는 과목이었지만 이수했다. 내용을 공부하고 발표를 준비하면서 언어학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 교과서엔 설명되지 않은 ‘ㅎ종성 체언’개념을 학력평가에서 접한 후 ‘언어 화석화’에 관심을 갖고 조사하기도 했다.
▒ <화법과 작문> 국어국문학과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국어 관련 선택 과목은 빠짐없이 들어야 한다고 생각해 선택했다. 말하기 불안에 대해 조사하면서 성격적 불안증, 상황적 불안증, 특정인 접촉 불안증이 있음을 알고 철저한 준비와 호흡법을 이용한 긴장 완화 등을 제시했다.
▒ <심화국어> 학생들에게 수업 활동 참여 기회를 많이 제공해주는 수업이라고 해서 들었다. 국어 관련 다양한 활동을 하고 싶어서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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