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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수시 합격생 릴레이 인터뷰] 김윤미 한양대 반도체공학과

물리의 매력, 취업 보장에 끌려  반도체공학 희망했죠

김윤미 | 한양대 반도체공학과(경기 양주백석고)

 

물리학을 처음 접했을 때 흥미로운 과목일 거란 생각은 꿈에도 못했다. <물리학Ⅰ>의 첫인상도 그리 좋지 않았다. 열심히 개념 공부를 하고 문제를 풀었지만 틀린 문제가 수두룩했다. 개념을 반복하기를 여러 번, 물리학이 새롭게 다가왔다. 공학 계열로 진학을 생각하며 과목 선택에 집중했다. 선택 과목으로 학생들이 분산되는 상황이었지만, <물리학Ⅰ·Ⅱ> <화학Ⅰ·Ⅱ> <기하>는 물론 고3 때 함께 편성된 수학 과목인 <미적분> <확률과 통계>도 모두 이수했다. 쉬운 공부보다는 필요한 공부를 하고 싶은 마음이 컸기에 가능했다. 고교 3년간 반도체공학과 진학을 꿈꾸며 역량을 쌓아나간 김윤미씨, SK하이닉스 취업이 보장된 한양대 반도체공학과의 첫 신입생이 된 그의 얘기를 담았다.

 

취재 민경순 리포터 hellela@naeil.com

사진 이의종

 


<물리학Ⅰ> 36명 <미적분> 44명, 치열한 등급 경쟁

 

중학교 때까지 공대 진학을 진지하게 생각하진 않았다. 경제적인 문제와 개인적인 문제로 취업이 유리한 공대에 관심을 뒀다. 현재 가장 좋아하는 과목을 고르라면 단연 물리학이지만, 물리학을 처음 접했을 땐 혼란, 당황 그 자체였다.

 

“공학 계열 진학을 생각하면서 고등학교 입학 전 겨울에  <물리학Ⅰ>을 인강으로 공부했어요. 역학 부분이라도 공부를 해둬야겠다고 생각한 거죠. 분명 인강을 들으면 개념은 알겠는데 문제만 풀면 다 틀리는 거예요. 이게 뭐지 싶었어요. 그런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하니 어느 순간 감이 오더라고요. 그제야 물리학이 해볼 만한 과목이고, 흥미롭다고 생각했어요.” 고2 과학 교과 선택 과목은 망설임 없이 <물리학Ⅰ>을 선택했다. <화학Ⅰ> <생명과학Ⅰ> <지구과학Ⅰ> 중에선 암기보단 개념 중심의 과목, 공학 계열은 반드시 들어야 할 <화학Ⅰ>을 선택했다. 양주백석고의 고1 학생 수는 251명이었지만 고2 때 <물리학Ⅰ>을 선택한 인원은 36명이었다. 

 

그나마 <화학Ⅰ>은 66명으로 많았다. <물리학Ⅰ> 선택자 36명 중 4%인 1등급에 해당하는 인원은 단 1명. 성적에 대한 두려움이 밀려왔다. “<물리학Ⅰ>을 인강으로 공부하며 시행착오를 이미 겪었던 게 도움이 됐어요. 생활 속에서 물리와 관련 없는 것이 없을 정도로 모든 순간이 물리학이라는 게 더 끌렸죠. 반도체에 관한 관심을 확장해나갔던 것도 물리학을 좋아해서였고요. 그러고 보니 물리학 덕택에 수시 모집에서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었네요.” 고3 땐 <확률과 통계> <미적분>이 편성됐다. <미적분> 선택자는 44명이었다. <확률과 통계>를 공통으로 이수해야 하는 교육과정인 데다 <미적분>에 대한 부담이 컸는지 고2 때 진로선택 과목인 <기하>를 84명이 선택했던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게 줄어든 인원이었다. 윤미씨는 수학을 좋아해 선택 인원이 적어도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 특히 공학 계열에 진학하려면 <미적분>은 당연히 배워야 할 과목이라 생각했다. 

 

 

성적 부담 있지만 필요한 공부는 망설임 없이 

 

“과목 선택 기준은 ‘해야 할 공부를 하자’였어요. 물론 공부하기 수월한 과목 중심으로 고를 수도 있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어요. 지금 당장은 편할지 몰라도 공학 계열, 반도체공학을 공부하려면 어차피 해야하니까요. 

 

고3 때 <확률과 통계> <미적분>이 등급을 산출하는 과목이라 부담됐지만 <물리학Ⅱ> <화학Ⅱ> <과학과제연구> <생활과 과학> <공학일반> 등 진로선택 과목들 덕분에 관심 있는 과목을 망설임 없이 선택할 수 있었고 고3 생활을 잘 마무리했던 것 같아요.” 과학 Ⅱ과목이 어렵긴 했지만, 성취도평가를 하는 진로선택 과목이라 확실히 부담이 덜했다. 다만, 성취도 A를 받은 학생이 60% 이상, 80%에 달하는 과목도 있어 성취도 A 그 이상의 무언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성취도 A를 받았으니 높은 역량을 갖췄다고 말할 수 있을까 고민이 됐죠. 한 학기에 1개의 수상 내역을 정할 때도 과학적 역량을 드러낼 수 있는 것을 우선해 선택했어요. 과학 교과에서 반도체나 전기전자 관련 단원을 배울 땐 최신 이슈나 원리를 심화 탐구했죠. 진로 관련 동아리 활동이나 학교 자율 교육과정, 학생들의 선택권을 최대한 보장해줬던 교육과정, 과목별 자유 주제 탐구 활동 덕분에 학생부에서 반도체공학에 대한 관심과 열정을 드러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학교 자율 교육과정이었던 교과 융합 프로젝트 활동에선 전자기학 부스를 운영해 스피커의 원리 및 제작 방법을 설명하고 간이 스피커를 제작했다. 

 

독서 연계 수업에선 반도체공학과 전자·전기 관련 도서를 읽고 친구들에게 소개하며 양자역학, 현대 물리학에 관한 관심을 확장해나갔다. 공학 프로젝트 활동에서는 아두이노 자동차 모형, 자율주행자동차를 제작하기 위해 자율주행자동차의 작동 원리와 코딩을 탐구했다. 관심 분야가 다양한 친구들과 프로젝트 형태로 협업하며 하나의 결과물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  “협업을 통해 친구들의 도움을 받으며 성장할 수 있었어요. 저는 친구들에게 반도체, 반도체공학이 뭔지, 우리 생활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 알리는 역할을 했던 것 같아요. 반도체공학이 핵심 과학 기술이라고 하는데 전기전자, 인공지능, 신소재, 메모리 등이 반도체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뭘 배우는 학문인지 많은 사람들이 아직 잘 모르거든요. 저 역시 그랬고요. 그때 읽었던 책이 <규석기 시대의 반도체>였는데 용어, 역사를 비롯해 반도체를 전반적으로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됐어요. 반도체 분야에 관심이 있다면 읽어보길 추천해요.” 

 

 

나를 꿈꾸게 한 ‘학교’라는 작은 사회  

 

윤미씨는 수업에 집중했고 모르는 것이 있으면 선생님들에게 매달렸다. 고1 땐 새벽에 독서실 총무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업을 병행했다.  “학교 선생님들도 제 사정을 아시고 저녁을 챙겨주시거나 응원을 많이 해주셨죠. 홀로 절 키우느라 고생하신 엄마와 든든한 버팀목이 돼주신 선생님들 덕분에 힘내서 공부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너무 감사하죠.” 수도권 외곽이라는 지역 특성으로 고른 기회 전형에 지원할 수 있었다. 

 

수능 최저 학력 기준을 적용하지 않아 상대적으로 수능의 부담을 내려놓을 수 있었기에 학교 공부와 활동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수능은 최저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준비했어요. 최종 지원 전형을 정하는데 최저 기준을 충족할 수 있다는 확신이 없더라고요. 결국 최저 기준이 없는 대학과 전형을 중심으로 전기전자공학과와 반도체공학과에 지원했죠. 

 

한양대는 교과 전형으로 융합전자공학부에, 일반 전형(종합)으로 반도체공학과에 지원했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전부 합격한 거예요. 놀랐죠.” 합격한 고려대 전기전자공학과와 한양대 반도체공학과 중 진학을 결정할 땐 선생님, 선배들의 얘기를 많이 들었다. 등록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고, SK하이닉스 취업이 보장되는 한양대 반도체공학과를 우선으로 생각했지만, 국가우수장학금(이공계)을  받게 되면서 등록금 부담을 내려놓고 대학과 학과 중심으로 고민했다. 

 

“둘 다 원했던 대학, 학과라 엄청나게 고민이 됐죠. 진로가 정해져 있는 반도체공학과를 갈 것이냐 다양하게 전기전자 관련 공부를 하면서 진로를 좀 더 모색할 것이냐를 두고 고민했어요. 신설 학과와 전통적인 인기 학과라는 점도 고민 지점이었고요. 결국 고교 3년간 반도체에 대한 열정을 키워왔고, 정말 가고 싶었던 학과였기에 한양대 반도체공학과를 선택했어요. 계약학과라 어느 정도 정해진 길을 걷겠지만, 그 안에서 제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여러 길이 열리지 않을까요?”

 


 

나를 보여준 학생부 & 선택 과목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1학년 

<수학> 수학적 직관력이 있어 문제의 핵심을 잘 잡아내고 함수 단원을 매우 흥미로워하며 문제 해결력도 뛰어남, <프로그래밍> C언어의 기초 문법을 익히고 ‘파장에 따른 전자기파 종류 분류 프로그램’의 알고리즘을 구상하고 설계함


 2학년 

물리학에 관한 관심을 바탕으로 삼각함수와 파동 사이의 관련성을 발견하고 완성도 높은 문제를 제작 및 풀이한 점이 인상적임, <수학Ⅱ> 수행평가 때 속도와 가속도 단원에서의 위치, 속도, 가속도의 관계가 전기전자 분야에서의 전압, 전기장, 부피 전하밀도 사이의 관계와 유사하다는 점을 서술하고 관련된 여러 함수식을 작성함, <물리학Ⅰ> 충격 감소 장치 프로젝트에서 외부 충격 흡수에 있어 정다면체의 적절성을 확인하고 이를 접목한 정이십면체 구조물을 제작해 뛰어난 정보처리 역량과 창의적 문제 해결력을 보여줌

 

 3학년 

<미적분> 로그함수의 도함수를 이용해 베버-페히너의 법칙을 이해하는 모습을 보임, 자극의 강도와 감각의 양 사이의 관계를 분석해 문제를 해결함, <학교 자율 교육과정> 교과 융합 프로젝트 활동에서 스피커의 원리 및 제작 방법을 설명하고 간이 스피커를 제작함, <공학일반> 반도체의 개념과 중요성, 메모리 반도체와 시스템 반도체의 개념을 설명하고 팹리스, 디자인 하우스, 파운드리 등 반도체 생태계에 대한 자료를 제작해 쉽고 흥미롭게 설명함


 선택 과목 

 

▒ <물리학Ⅰ·Ⅱ>  반도체공학으로 진로를 정했기 때문에 필수로 선택해야 할 과목이었다. 처음 공부할 땐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받은 과목이었지만 여러 번 반복해서 개념을 정리하니 과학 과목 중 가장 재미있고 흥미로웠다.


▒ <화학Ⅰ·Ⅱ>  생물과학, 지구과학보단 원리 중심의 과목이라는 점과 공학 계열의 필수 과목이란 생각으로 선택했다. 화합물, 반도체 신소재 등 관심 분야를 넓히는 데 도움이 됐다.


▒ <기하> <미적분> <확률과 통계>  수학을 좋아해 망설임 없이 선택했다. 과목마다 특징이 다르지만, <미적분>이 가장 잘 맞았다. 반도체의 전기적 특성을 분포확률함수와 연결하고, 벡터량과 스칼라량, 힘의 합성과 분해 등의 물리 개념을 기하의 언어로 해석했다. 

▒ <과학과제연구>  고2 때 배웠던 과학 이론과 반도체에 대한 관심을 깊이 있게 조사, 탐구할 수 있는 과목이란 생각에 선택했다. 실제 화학 전지, 미세먼지를 주제로 실험을 계획·설계하고 문제점을 고민하는 등 과학적 사고력을 키울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