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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수시 합격생 릴레이 인터뷰] 장용태 경희대 생물학과

생물 다양성 보여주는  딱정벌레 연구 지속하고파

장용태 | 경희대 생물학과 (대구고)

 

어린 시절, 곤충에 빠져들면서 곤충학자를 꿈꿨다.  꿈은 계속 이어져 고3 때도 틈틈이 딱정벌레과 채집 탐사를 나갔다. 고교에선 생명과학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곤충이라는 개인적 관심사를 이어나갈 수 있었다. 탐사 후의 경험을 기록하고 싶어 블로그를 시작했고, 8년을 넘기다 보니, 그간 찍은 사진과 자료가 꽤 많았다. 많은 사람들에게 딱정벌레과를 알리고 싶은 마음에 동아리 활동과 연계해 블로그에 있는 자료를 모아 도감을 제작했다. 곤충에 대한 관심으로 자연스럽게 학교 생물실에 훼손된 채 보관돼 있던 오래된 곤충 표본에 눈길이 갔고, 1년 반에 걸쳐 표본 복원 작업을 했다. 

 

취재 김민정 리포터 mjkim@naeil.com 

사진 이의종

 


생물실에 훼손된 채 방치된 표본 복원해

 

“역사가 오래된 학교라 그런지 생물실 곤충 표본장엔 주로 1960~1970년대에 제작된 수십 개의 표본들이 전시돼 있었어요. 오랫동안 관리가 잘 되지 않아서 곰팡이가 핀 데다가 표본을 파먹는 권연벌레가 생겨 정말 엉망이었죠. 

 

그중 소똥구리 왕소똥구리 왕은점표범나비 등 지금은 멸종하거나 멸종위기에 있어 보호종이 된 종이 다수 있었어요. 지금은 아무리 돌아다녀도 만날 수 없는 곤충을 박제된 상태로 만난 거죠. 귀중한 표본이 방치된 것이 안타까워 선생님의 허락을 구한 후 표본을 살려봤습니다. 멸종된 소똥구리부터 복원했는데, 곰팡이로 인해 머리 가슴 배가 분리되고 벌레에 파먹힌 상태라 작업에 애를 먹었습니다. 

 

최대한 섬세하게 작업해야 했어요. 다른 표본들도 뜨거운 물에 넣어서 흐물흐물하게 만들어 다시 모양을 잡아 건조시키는 방식으로 곰팡이를 제거하고 떨어진 곳을 붙여, 복원 가능한 표본은 최대한 살려냈습니다. 바쁜 학교생활 중에 틈틈이 하다 보니 1학년 여름방학 무렵 시작한 작업은 2학년 겨울이 되어서야 끝났죠. 많은 정성을 기울였던 만큼 복원 작업이 끝났을 때의 뿌듯함은 아직도 잊을 수 없습니다.”

 

 

하천 범람 시 강변 딱정벌레과의 행동 패턴 탐구  

 

지구과학에서 하천의 범람 등 퇴적 환경을 배울 때였다. 강 주변은 1년 내내 어느 정도 습도가 유지되기 때문에 딱정벌레과의 종다양성이 굉장히 높은 지역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여름철 집중 호우 시기에는 하천이 범람하는 등 환경 변화가 심한데 곤충이 어떻게 강변에서 생존할 수 있는지 궁금해졌다. “하천이나 강 주변이 범람하는 장마철에 탐사를 가보면, 여전히 많은 수의 딱정벌레과 곤충이 활동하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서식지가 완전히 물에 잠겼는데도 말이죠. 어떻게 그 엄청난 환경 변화 속에서도 살아남는지 궁금해 ‘하천 범람 시 강변에 서식하는 딱정벌레과의 행동 패턴과 생존’을 주제로 탐구를 진행했습니다. 

 

강변에서 딱정벌레과와 동일한 종의 먼지벌레 70여 개체를 채집했고 수조에 서서히 물을 채우면서 강물이 불어나는 상황과 유사하게 구현했습니다. 먼지벌레의 행동을 관찰하는 과정을 수십 번 반복해 공통 행동 패턴을 도출했고요.”  스스로는 나름 흡족했던 프로젝트였지만 응용곤충학 학회에서 발표한 후 교수님들의 피드백을 통해 놓친 부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물이 차오르는 상황만을 생각한 나머지, 현재 비가 내리고 있는 환경이라든지 물의 흐름, 토양과 수질의 영양분 등의 환경 조건을 정확히 재현하지 못했던 거죠. 한정적인 수조 공간에서 먼지벌레를 관찰해야 하니 개체를 나눠서 실험했어요. 

 

수십 번 실험해야 하니 한 세트당 50분씩 1회 관찰했죠. 하지만 일반화하기 위해서는 한 세트에 대해서도 여러 번 실험해야 한다는 피드백을 받았어요. 눈에 보이는 조건 외에 보이지 않는 조건도 고려해야 한다는 점, 자연 생태 환경을 제대로 구현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도 배웠습니다. 자연을 재현한 실험은 직접 관찰의 어려움을 줄이고 여러 조건을 임의로 변화시켜 실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하지만 인위적 환경에서 도출된 결과를 일반화하기 위해서는 좀 더 정교한 실험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다음에 실험을 하게 된다면 오류를 줄이기 위해 실험 세트를 여러 개 만들어 동일한 실험을 여러 번 반복하거나, 각기 다른 조건을 부여한 실험 세트를 여러 개 만들어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도감 제작해 딱정벌레과 널리 알리기  

 

생명과학 동아리 친구들과 강변 탐사를 하다가 하천 정비공사라는 명목으로 다양한 종의 서식처인 강변이 훼손되는 것을 목격했다. 강변 환경 보존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가 강변에 서식하는 생물의 다양성을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구체적인 방법으로 딱정벌레과 제대로 알리기를 생각했다. 알게 되면 보이고,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다를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한국의 딱정벌레과(Carabidae of Korea)’라는 도감을 제작하게 된 배경이었다. 총 154페이지에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딱정벌레, 먼지벌레, 길앞잡이 등 딱정벌레과 109종을 담았다.  “블로그에 있는 자료들을 한 권으로 엮은 셈이죠. 

 

오랫동안 탐사를 다니면서 관찰해온 만큼 수년간 수집하고 정리한 130여 종의 딱정벌레과 사진과 자료가 있었어요. 목록을 만든 후 각 종의 생태와 특징을 담은 설명문을 작성했습니다. 처음에는 보고서 형식으로 간단한 자료집을 만들려고 했는데 하다 보니 욕심이 생겨 도감 형태로 제작했어요. 생물의 다양성과 소중함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인식한다면 강변 환경보호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생물 동정은 생물을 확인하는 작업, 즉 생물이나 표본이 속한 분류군을 찾아가는 과정을 뜻하는데요. 

 

제가 만든 도감을 사람들이 동정 자료로 활용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생명의 다양성을 알리는 동시에, 제 지식을 공유하는 기쁨도 누렸습니다. 도감 제작은 제게 엄청 뜻깊은 일이었어요. 더 나아가 전문 서적을 제작하는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가능성도 엿봤죠.” 

 

 

생물에 이름을 붙이고  체계를 잡는 분류학자 되고 싶어  

 

원점수도 만점에 가까웠던 1학년 1학기 때의 성적은 이후 많이 떨어졌다. 딱정벌레과에 대한 관심으로 탐사를 다녔고, 탐사를 다녀온 경험은 기록해두지 않으면 잊히니 블로그에 포스팅하고, 채집으로 얻은 곤충은 건조표본으로 제작하고, 표본은 수납이 중요하다 보니 목공을 배워 수납장을 만들고, 블로그에 올린 수납장을 보고 좋아하는 이웃이 있으면 또 수납장을 제작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딱정벌레과를 알리고 싶어 도감을 제작하는데 많은 시간을 쏟은 여파였을까? 

 

“성적은 사실 딱정벌레과에 대한 관심과 탐사 활동 때문에 떨어진 건 아니고요. 그냥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좋아하고 진로로 염두에 둔 과목들은 열심히 했습니다. 다만 분류학을 공부하고 싶은데 분류학을 전공할 수 있는 대학이 많지 않아 학생부종합전형을 지원할 때 아쉽더라고요. 분류학은 생물에 이름을 붙여주고 체계를 잡는 가장 기본이 되는 학문입니다.

 

 일반적으로 선호하는 분야는 아니지만 중요한 학문이라고 생각해 계속 공부하고 싶어요. 잘못 분류된 것도 많고 곤충의 개체수와 다양성은 감소하고 있긴 하지만, 아직 발견되지 않은 곤충도 여전히 많거든요. 호기심이 많고 추진력이 있는 편인데, 앞으로 관찰하고 질문하고 또 탐구하고 기록하는 연구자의 길을 걷고 싶어요. 일단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딱정벌레과 곤충을 찾아 연구하고 이후에는 농업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서 곤충을 활용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싶습니다.” 

 


 

나를 보여준 학생부 & 선택 과목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1학년 

<통합과학> <약 안 치고 농사짓기>를 읽고 식물에서 추출한 살균ㆍ살충ㆍ살초 작용이 있는 물질들만 선별해 만든 식물성 농약이 화학 농약에 비해 친환경적이고 효과도 지속적이라는 내용의 감상문 제출 <과학탐구실험> 수질오염을 주제로 발표하면서, 점 오염원과 비점 오염원으로 나눠 오염 경로를 설명함, 수질 오염은 매우 넓은 지역에 피해를 입힌다는 심각성에 대해 발표함


 2학년 

<문학> 고려가요 <동동>을 학습한 후 형식을 모방해 달마다 그 시기에만 나오는 딱정벌레를 찾아다니지만 발견하지 못하는 심정을 달마다 ‘아으 아까워라’라는 후렴구를 붙여 노래를 만듦 <수학Ⅰ> 생태학에서 서식지의 면적과 종의 수처럼 큰 수들 사이의 관계를 분석하는 데 로그를 사용하면 편리함을 설명함 <미적분> 곤충 조사 지역의 넓이를 구분구적법을 적용해 구한 후, 딱정벌레 3종의 월별 개체수를 바탕으로 월별 개체군 밀도를 구하고 밀도경향을 도표로 정리함 <생명과학Ⅰ> ‘팔공산 군립공원의 딱정벌레과’ 보고서를 작성함 <지구과학Ⅰ> ‘기후변화로 인한 곤충상의 변화와 인간’을 주제로 탐구 보고서를 작성해 발표함

 

 3학년 

<기하> 곤충 톨쿼타귀신꽃무지를 수학공학 프로그램을 활용해 표현함 <심화수학Ⅰ> ‘매미는 왜 17년마다 나타나는 걸까?’를 주제로 심화 탐구 활동을 함 <생명과학Ⅱ> 풍년새우의 옆구리에 위치한 아가미에서 발견된 마커유전자는 초파리의 경우 날개 형성에 관여하고, 돌좀·하루살이는 옆구리와 등에서 발견된다는 사실을 통해 곤충 날개는 등·옆구리가 융합돼 만들어짐을 소개함 


 선택 과목 

 

▒ <생물Ⅰ>  제일 좋아하는 과목이면서 진로와 관련있는 과목이라 선택했다.


▒ <화학Ⅰ>  생물의 화학반응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화학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선택했다.


▒ <지구과학Ⅰ>  곤충 관찰과 채집을 위해 다양한 지역을 방문해 탐사하면서 지질 구조, 지구 시스템, 지구 환경에 흥미를 느껴 선택했다.  

 

 

▒ <생명과학Ⅱ>  진로와 관련있는 과목이라 선택했다. ‘곤충항균펩타이드’를 주제로 발표하면서 곤충항균펩타이드가 병원체에 작용하는 원리를 설명하며 꿀벌에서 추출한 프로폴리스와 애기뿔소똥구리의 코프리신이 화장품에 사용된 사례를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