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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수시 합격생 릴레이 인터뷰] 최준혁 한라대 미래모빌리티공학과

코딩 파고들다 만난 모빌리티 채용 연계에 끌려 진학했어요 

최준혁 | 한라대 미래모빌리티공학과(경기 이천고)

 

명령어를 제대로 입력하면, 머릿속에 그린 것을 눈앞에 보여주는 코딩이 재밌었다. 초등학교 때 접한 블록 코딩을 시작으로 고교 때 해외 사이트의 새 코드를 찾으며 홀로 컴퓨터 역량을 쌓았다. 교과 학습에도 도움이 됐다. 수학은 그래프를 프로그래밍해 시각화하고, 과학은 자료를 데이터화해 기초 개념·현상을 이해했다. 친구들에게도 공유했다. 하지만 성적은 제자리였다. 지필평가에 늘 발목 잡혔다. 그럼에도 성실히 수업에 참여했고, 다양한 탐구 활동을 하며 교과 내용을 이해하려 애썼다. 동아리 활동에도 최선을 다했다. 그 결과 고3 때 우연히 참가한 인공지능·자율주행 대회에서 좋은 결과를 거뒀고, 새로운 진로도 발견했다. 자동차 분야에서도 컴퓨터 기술이 중요하게 활용되고 있음과 대회를 주최한 한라대 미래모빌리티학부가 HL만도와 채용 연계 협약을 맺은 계약학과임을 알게 된 것. 입시에서 중위권 성적을 넘어 우수한 역량과 성실성을 인정받았다. 장학생으로 입학해 대학에서 새로운 미래를 그려가고 있는 최준혁씨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취재 정나래 기자 lena@naeil.com 

사진 배지은

 


학원 수업 대신 귀가 후 ‘새 코드 검색’ 몰두

 

준혁씨는 중·고교 시절 학원을 다닌 적이 없다. 성적 상승 효과가 크지 않은데 비용과 시간을 들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교하면 곧장 귀가, 자신의 방에 틀어박혀 컴퓨터에 몰두했다. 유튜브와 구글을 중심으로 새로운 코드나 주목받는 개발 프로젝트들을 찾아보기 바빴다. 단순 조사를 넘어 자신의 프로그래밍에 직접 활용해보거나, 동아리 프로젝트에서 친구들과 함께 써볼 수 있도록 활용법 안내 자료를 만들었다.   “초등학교 방과 후 프로그램에서 스크래치를 통해 블록 코딩을 처음 접했고 HTML 언어를 배워 간단한 인터넷 홈페이지도 만들어봤어요. 이후 집에서 아두이노와 라즈베리파이로 텍스트 코딩을 처음 접했고요. 

 

지루한 일반 교과 수업과 달리 배운 것, 즉 명령어를 잘 조합해 입력하면 결과가 바로 눈에 보이니 흥미롭더라고요.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 때 어떤 부분에 문제가 있는지 고민하고, 해결하는 과정도 즐거웠고요. 재미있어서 스스로 C언어, 파이썬 등 상급 단계의 컴퓨터 언어를 공부했어요.”   

 

 

수행평가는 만점, 지필평가에 발목 잡혀 

 

자연스럽게 자연 계열, 그중에서도 컴퓨터 분야 진로를 꿈꿨다. 모교인 경기 이천고는 고교학점제 선도 학교로 비교적 다양한 과목이 개설됐다. 준혁씨는 <확률과 통계> <미적분> <물리학Ⅰ> <화학Ⅰ·Ⅱ> <지구과학Ⅰ·Ⅱ> 등 수학 과학 위주로 이수했다. 공동 교육과정으로 <전기전자기초> <공학일반>도 배웠다. 그중 화학이 가장 흥미로웠다. 

 

“같은 분자 구조의 위치만 바꿔도 전혀 다른 물질이 돼요. 주변의 사물을 보니 화장품부터 자동차 연료까지, 일상 곳곳에 화학이 있고요. 특히 리튬이온 배터리를 주목했어요. 기본 개념인 산화·환원 반응을 활용한 제품이 여러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는 점에 눈길이 갔죠. 수행평가나 탐구 활동에서 반응 원리와 재료의 특성, 활용 사례, 기대 효과와 위험성, 문제 개선 등을 조사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안전한 전고체 배터리로까지 시야가 넓어졌어요.”   다른 교과도 탐구 활동 중심의 수행평가에 적극 참여했다. <물리학Ⅰ>에서 푸리에변환 활용 사례로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의 원리와 부작용, 향후 개선 방향을 찾아 발표했다. 늘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성적은 4등급 초반에 그쳤다. 내내 지필평가가 발목을 잡았다.    

 

“개념 수업이 금방 지나가고 바로 문제 풀이에 응용해야 하니 속도를 따라잡기 어렵더라고요. 하지만 수업에 성실하게 참여했고, 특히 수행평가는 최선을 다해서 거의 만점을 받았어요. 대학에 와 돌아보니 저와 같은 성향은 실생활 현상과 관련짓거나, 실용적인 부분을 알려줬다면 이해에 더 도움이 됐을 것 같아요. 지금 코딩을 할 때 고교 때 배운 개념을 많이 활용해요. 지필평가 내용이 이거였구나 싶고, 그걸 바탕으로 문제 상황에 변형해 적용하니 훨씬 수월하게 해결되더라고요. 문제를 해결하니 재밌고, 개념도 되찾아보고요.”  

 

 

첨단 기기 제작 시도했던 동아리 활동     

 

교과 수업에 대한 아쉬움은 동아리 활동에서 달랬다. 준혁씨는 3년간 교내 발명 동아리에서 활동했다. 1학년 땐 친환경 스마트모빌리티 세그웨이, 2학년 땐 교내 급식 메뉴 안내 디스코드 봇을 만들었다. 

 

3학년 땐 스마트팜 기술을 차용해 내부는 물론 외부에서도 스마트폰으로 모니터링·조작이 가능한 벼 재배 시스템을 구축했다. 시중 가전제품처럼 앱에 장치를 등록해 사용할 수 있게 한 것. 음성 인식을 통한 조작도 가능하도록 구현했다.  “인공 태양 역할을 하는 ‘식물성장LED등’과 수경 재배에 필요한 물 순환이 외부에서도 제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해야 했어요. ESP32란 개발 보드를 선택했는데, 사물인터넷이 가능한 임베디드 보드 중 가격·성능이 뛰어나지만 기업 개발 환경에 맞춰져 있어 코딩·개발이 좀 어려웠어요. 자료가 부족해 해외 사이트까지 뒤져야 했죠. 부원들이 대입 준비로 바빠져, 제가 미리 교육 자료를 만들고 실습해본 후 내용을 알려주며 참여하도록 이끌었죠.”  이 경험은 이후 교외 대회 도전으로 이어졌다. ‘미래 모빌리티를 위한 전국 청소년 인공지능 경진대회’와 ‘전국 고교 자율주행 경진대회’에 참가한 것. 수능을 앞두고 예선까지 치르는 팀 단위 대회라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혼자 쌓아온 프로그래밍 실력을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자신의 배움과 경험을 공유하며, 친구들과 함께 큰 무대에 도전해보고 싶기도 했다.  “AI 학습 모델을 배운 후, 참가자들이 속도 제한 등 100여 개의 도로 표지판을 분류하도록 학습시키고, 이를 활용해 주최 측에서 준비한 여러 종류의 교통표지판을 현장에서 분리하는 인공지능 경진대회, 그리고  라인트레이싱·미로 탈출 등 정해진 코스를 자율주행해 완주하는 자율주행 경진대회였죠. 

 

기본적인 알고리즘은 대회 2~3개월 전에 제공됐고, 팀원들과 따로 구성한 알고리즘을 추가하거나 교실에 절연 테이프를 붙여 트랙을 만들며 미션 수행을 연습했죠.” 노력한 결과 두 대회에서 각각 우수상과 대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성과가 있었다. 자율주행을 알게 된 것. 대학 선택지도 넓어졌다. 컴퓨터공학과를 지망했던 준혁씨는 대회를 주최한 한라대 미래모빌리티공학과에 대한 설명을 듣고 호기심이 일었다.  “자동차 분야는 별 관심이 없었는데 첨단 기술이 적용돼 산업 환경이 빠르게 바뀌고 있더라고요. 특히 한라대 미래모빌리티공학과는 HL만도와 채용 연계 협약을 맺은 계약학과였어요. 컴퓨터 분야에 대한 흥미를 이어나가면서, 근로 조건이 뛰어난 대기업 취업도 가능해 매력을 느꼈죠. 충북 지역 국립대의 컴퓨터공학과에 합격했지만, 전망을 고려해 한라대에 입학했어요.”

 

 

등급이 아닌 역량 쌓길 

 

대학 생활은 치열하다. 한라대 미래모빌리티공학과는 저학년은 공학 기초 교과 개념을 다지면서 기본 소프트웨어를 익히는 실습을 병행하며, 관련한 다양한 자격증 취득과 대회 출전을 준비한다. 학기와 방학의 구분 없이 이른 오전부터 늦은 밤까지 수업과 자습이 이어진다.  준혁씨도 입학 후 한달 만에 프랑스 다쏘시스템의 3D익스피리언스 플랫폼 자격증을 취득했고, 방학 중인 지금 3개의 자율주행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다양한 성적 장학금과 방학 중 생활 지원금도 받고 있어 학업에 집중할 수 있다고. 지금의 빡빡한 일과는 장래 취업을 고려하면 견딜 만하다고 전했다. 후배들에게 조언을 부탁하자, 성적에만 매달리지 않길 당부했다. 

 

“등급이 중요하지만,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어요. 성적표에 표시되는 공부가 있는 반면, 성적표에 담기지 않는 것을 키우고 쌓을 수 있는 공부도 있거든요. 주변의 평가나 대세에 휩쓸리거나 숫자에 주눅들지 말고, 일단 다양한 경험을 열심히 하면 좋겠어요. 그러다 보면 좋아하는 걸 알게 되고, 좋아하는 걸 거듭 하다보면 언젠가 통용될 나만의 역량을 쌓을 수 있을 거예요.” 

 


 

나를 보여준 학생부 & 선택 과목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1학년 

<수학> 이차함수 단원에 대한 실생활 탐구로 각기 다른 두 명이 농구공을 던졌을 때 골을 넣을 사람을 구하는 과정을 이차함수 식과 그래프로 나타냄, 컴퓨터 프로그램을 활용해 그래프를 시각적으로 구현 <국어> ‘N번방 사건’ 개요를 확인하고, 블랙해커와 보안 전문가의 차이를 설명, <똑똑한 인공지능 전문가>를 읽고 인공지능의 정의와 발전 정도를 이해한 후 윤리적 딜레마가 아직도 난관임을 고민함


 2학년 

<확률과 통계> ‘인공지능을 활용한 필체 인식 확률 구하기’를 주제로 모평균의 추정을 활용해 탐구·발표함, 광학 문자 인식과 퍼셉트론 등의 원리도 설명하며, CPU 관련 신뢰도 모평균의 추정 문제를 만들어 푸는 과정을 쉽게 안내함 <물리학Ⅰ> 파동과 정보통신 단원을 학습하고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에서 상쇄하기 쉬운 소리와 어려운 소리를 주파수별로 소개하며, 소음을 분석하는 프로세스에 주목 <지구과학Ⅰ> 수집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이용해 해류의 흐름을 정밀하게 파악 

 

 3학년 

<미적분> 초월함수의 미적분과 무한급수의 개념을 추가 학습해 ‘푸리에 급수와 적분’ 보고서 작성, -1·1의 함숫값을 갖는 불연속 함수의 푸리에 급수 변환 과정을 컴퓨터로 그래프를 그려 설명  <지구과학Ⅱ>복잡한 회로를 대체한 소프트웨어 정의 라디오(SDR)를 활용해 미국 기상위성으로 주파수를 수신해 한반도 대기 측정에 성공한 후 보고서 작성 <화학Ⅱ> SDR로 여러 전파수를 수신한 경험을 토대로 우주에 존재하는 수소가 방출하는 전파를 수신할 방법을 탐구, ‘‘SDR’로 수소선 관측하기’ 영상 제작  <정보> 함수를 정의해 프로그램에서 반복되는 소스 코드를 간단하게 만들어 효율적인 프로그래밍을 함 


 선택 과목 

 

▒ <확률과 통계> <미적분>  수학은 컴퓨터 분야의 기초 학문이라 중요하게 생각했다. 학교 지정 과목으로 필수 이수해야 했지만, 그렇지 않았더라도 컴퓨터 언어의 필수적인 개념을 다루는 과목이라 선택했을 것이다.


▒ <과학교양> <사회문제탐구>  과학 이슈를 인문사회적 시각으로 접할 수 있을 것 같아 신청했다. 실제 당시 통신 장애 사건을 통신 기술뿐 아니라 기업, 사용자의 행동과 윤리적 부분까지 살펴보며 첨단 기술의 양면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 


▒ <정보> <전기·전자기초> 컴퓨터 분야 학습에 도움이 될 것 같아 선택했다. <전기·전자기초>는 타 학교에 개설된 경기도교육청 클러스터 과정 중 하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