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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수시 합격생 릴레이 인터뷰] 김예은 켄텍(KENTECH)

<생명과학>으로 짚어본 폐수 유출 사건, 친환경 공학자의 꿈으로 

김예은 | 켄텍(KENTECH) (광주 보문고)

 

중학교 수업 시간에 처음 유전에 대해 배우고 과학의 즐거움을 깨달았다.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는 과학중점학교에 진학해 <물리Ⅰ·Ⅱ> <화학Ⅰ·Ⅱ> <생명과학Ⅰ·Ⅱ> <지구과학Ⅰ·Ⅱ>를 전부 이수했다.  성적이 잘 안 나오던 수학은 오기를 갖고 다양한 풀이 방식을 연구하며 흥미를 키웠다. 식물을 대상으로 한 실험을 하다가 영산강 폐수 유출 사건을 계기로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졌다. 식물을 연구해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공학자가 되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됐다. 고3 겨울, 가고 싶었던 서울대 식물생산과학부와 켄텍 두 군데에 모두 합격해 고민의 순간을 맞았다.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성향이 켄텍과 더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조언에 켄텍을 선택했고, 지금은 그것이 정답이었다고  자신한다.

 

취재 이수린 기자 darling@naeil.com  

사진 이의종

 


고1 <수학> 시간에 품은 의문

고3 <수학과제탐구>에서 답 찾아

 

고등학교 때는 가장 좋아하는 과목으로 수학과 과학을 꼽았지만, 사실 처음부터 수학을 잘하지는 못했다. 수학은 평균 성적을 깎는 과목이었고, 예은씨는 여기에 오기를 느껴 더 본격적으로 수학을 공부하기로 다짐했다. “공부하다 보니 재밌는 점을 발견했어요. 수학도 과학처럼 하나의 문제를 푸는 데 여러 가지 접근법이 있더라고요. 

 

어떻게 다가가도 결국 하나의 답이 나오는 게 너무 신기했어요. 그때부터 자연스럽게 한 문제를 세 가지 이상의 풀이법으로 풀어보는 공부 습관이 생겼어요. 예를 들면 도형의 넓이를 구할 때도 여러 방법이 있잖아요. 적분을 할 수도 있고, 쪼개서 각각의 넓이를 구해 더할 수도 있고, 내접·외접하는 도형을 통해 구할 수도 있고요. 이때부터 재미를 느꼈죠.” 예은씨는 고등학교 1학년 <수학> 시간, 친구들과 함께 ‘임의의 그래프에 대해서도 관계식이 반드시 존재하는가?’라는 주제로 토론을 했다. 

 

간단히 말해 좌표 평면에 어떤 그림을 그려도 그 안에서 관계식을 찾을 수 있는지를 묻는 주제였다. 친구들은 모두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예은씨는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고등학교 1학년 때 배운 지식만으론 답을 찾을 수 없었어요. 그러다 2학년 때 그래픽으로 그래프를 그리는 소프트웨어를 배웠는데요. 이걸 이용해 예전에 했던 토론의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리고 3학년 때 <수학과제탐구>를 수강하면서 끝을 맺자고 다짐했죠. 함숫값을 특정하기 어려운 함수에 대한 보완책으로 선형보간법을 공부하고, 수학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회귀선을 찾는 방법을 배웠어요. 

 

이 둘을 발전시켜 임의의 그래프에 대해 관계식을 부여하는 방법을 탐구해나갔죠.” 예은씨는 긴 증명 끝에 임의의 그래프에 완벽한 관계식을 부여하기는 어렵지만 ‘원하는 수치만큼 유사한 근사식을 부여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난제와 같은 질문에 직접 답을 찾은 활동은 고등학교 3년 중 가장 기억에 남았다.

 

 

다양한 과학탐구 활동 직접 실험 구상하고 설계해

 

예은씨의 모교는 과학중점학교였다. 중학교 때 배운 ‘유전’에 대한 관심으로 과학에 흥미를 느꼈고, 학생이 주도적으로 실험을 할 수 있는 고교에 진학했다. 예은씨는 <물리Ⅰ·Ⅱ> <화학Ⅰ·Ⅱ> <생명과학Ⅰ·Ⅱ> <지구과학Ⅰ·Ⅱ> 모든 과목을 관심 있게 들었다. “과학은 눈에 보이는 현상들을 다룬다는 점에서 흥미가 생겼어요. <물리>는 일상생활을 관찰하면 보이고, <생명과학>은 우리의 몸 안에서 이루어지는 일이고, <화학>은 우리가 먹는 음식에서 찾을 수 있고, <지구과학>은 우리가 밟고 있는 땅이잖아요. 추상적인 것보다도 눈에 보이는 것을 좋아하는 편인데, 그런 면에서 과학은 더 가까운 느낌이 들었어요.” 과학중점학교의 특성상 토론과 실험 같은 참여형 수업이 많았다. 조원들과 수시로 협업하면서 자연스럽게 리더십을 기를 수 있었다. 

 

예은씨는 학기중은 물론 방학에도 실험과 프로젝트를 이어나가며 열정을 보였다. 중학교 때부터 <생명과학>에 관심이 많았던 예은씨는 그중에서도 식물을 이용한 실험을 했다. 그러다 고2, 영산강 수질 오염 사건이 발생했다. 암모니아성 질소 농도가 높은 하수처리장의 방류수가 강으로 유입된 것이다. 이는 환경에 본격적인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됐다. “영산강에 자주 가서 관찰을 해봤더니 네잎클로버가 많이 보이더라고요. 오염된 환경에서 돌연변이가 생긴 거죠. 오염을 받은 식물들이 어떤 변화를 보이는지 직접 실험을 설계했어요. 해바라기에 인공 산성비나 세제 등의 오염물질을 처리했죠. 오염을 받은 쪽은 생장이 줄거나 잎이 갈변했어요. 유의미한 결과를 얻어 뿌듯했죠.” 유전공학에 품고 있던 흥미에 식물·환경에 대한 관심이 더해져 예은씨에겐 특별한 포부가 생겼다. 전체 온실가스의 3할가량이 농업 분야에서 배출되는 상황에서 농업을 하면서 환경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한 것이다. 

 

“한 연구 기사를 읽었는데 식물 품종의 유전자를 개량해 CO₂를 많이 흡수하고 O₂를 많이 내놓게 만든 사례가 있더라고요. 이걸 벼나 옥수수 같은 작물에 적용하면 탄소 중립을 위한 농업을 실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예은씨는 과학 실험은 물론, 영어로 된 동식물 사전을 만들거나 식물 지식을 담은 카드 뉴스를 만드는 등 다양한 탐구 활동을 꾸준히 해나갔다. <생명과학>에 대한 높은 관심으로 인해 주변으로부터 의약학 계열에 지원하지 않겠냐는 권유도 많이 받았다. 하지만 예은씨는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공학자’의 꿈을 굳게 이어나갔다. 

 

고3 겨울, 가장 가고 싶었던 서울대 식물생산과학부와 켄텍에 모두 합격한 예은씨는 고민 끝에 켄텍을 골랐다.  “가장 친했던 수학 선생님이 도전적이고 적극적인 성향의 저는 켄텍과 더 잘 어울릴 것 같다고 얘기해주셨어요. 신생 학교의 비전에 끌리기도 했고요. 지원이 많은 만큼 하고 싶은 연구를 다 해봐야겠다는 포부를 갖고 결정했죠. 지금은 무척 만족해요.”

 

 

환경 문제 관심 살린 창의성 면접  

 

켄텍은 2단계 평가에서 학생부 기반 면접과 함께 창의성 면접을 본다. 과제를 받아 주어진 시간 안에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창의성 면접은 매년 주제가 달라진다. 예은씨는 환경에 가졌던 꾸준한 관심이 창의성 면접에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환경 문제에는 과학적인 현상뿐 아니라 사회적·윤리적 문제도 함께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한 나라의 통치자가 돼 10년 동안 경제 개발을 하는 미션이 주어졌어요. 3년 차, 5년 차 이렇게 시간이 흐를 때마다 환경 문제가 발생하죠. 옆 국가의 상황도 고려해야 하고요. 이런 상황에서 행복/과학/환경의 세 가지 수치를 계산해나갔어요. 10년 차의 결과를 구해 설명하는데 저는 행복만 높게 나오고 과학과 환경 수치가 엄청 낮게 나왔어요. (웃음) 행복 수치가 낮은 나라가 살기 좋다고 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 철학적으로 접근했고, 상대적으로 낮은 다른 수치들은 향후 20년, 30년 안에 복구할 수 있음을 확률적으로 계산해서 보여드렸던 기억이 나요.” 예은씨는 현재 환경·기후기술 트랙을 선택해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에너지 화학공학 분야를 공부하고 있다. 

 

예은씨는 켄텍 진학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이같이 조언했다. “교과 성적이 높은 편이 아니었던 제가 1지망 대학에 합격한 이유는 스스로 탐구 활동을 찾아 해나갔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고등학교 때 조별 활동을 많이 했던 경험도 도움이 되고 있어요. 대부분의 수업이 팀 프로젝트로 진행되고, 시험도 발표로 이루어지거든요. 켄텍 진학을 꿈꾸는 학생들이라면 일단 성적에 연연하지 말고 다양한 활동을 해보길 추천해요. 사회성과 리더십, 스스로 탐구를 수행하는 능력이 있는 학생들이라면 잘 적응할 수 있을 거예요.”

 


 

나를 보여준 학생부 & 선택 과목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1학년 

<통합사회>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해 나타난 거주 공간·생태 공간의 변화를 구분해 마인드맵으로 작성 <통합과학> DNA 추출 실험 보고서를 제출하고 유전자 이상, 돌연변이, 유전병 등에 대해 조사해 발표


 2학년 

<수학Ⅰ> 문제 만들기 활동에서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도와 문제를 제작 <수학Ⅱ> 진로융합 수학탐구에서 ‘로트카-볼테라 방정식’을 발표 <지구과학Ⅰ> 기후 변화 포스터 그리기 활동에서 지구온난화의 해결 방안으로 식물의 광합성 효율 연구를 제시 <생명과학Ⅰ> 학생  91명의 대립 형질 분포를 조사

 

 3학년 

<영어Ⅱ> 기술을 통한 광합성의 효율성 향상을 기후변화 해결책으로 제시하는 영어 보고서를 작성 <학교 자율 교육과정> 교과 융합 프로젝트 활동에서 ‘신기한 동식물 영어사전 만들기’를 진행, 식물 팀을 맡아 조사하고 실물 책 제작 후 발표 


 선택 과목 

 

▒ <수학과제탐구>  1, 2학년에 고심했던 근사 문제의 답을 스스로 내려보고자 선택했다.


▒ <생명과학Ⅰ·Ⅱ>  모든 과학 Ⅰ·Ⅱ과목을 이수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좋아했던 과목으로 진로와도 큰 연관이 있었다.


▒ <과학탐구실험> <과학과제연구>  수업에 나오는 내용 외에도 그때마다 떠오르는 탐구 아이디어를 메모해두었다가 직접 실험으로 수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