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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수시 합격생 릴레이 인터뷰] 이한호 인하대 생명공학과

도감에서 교실·실험실로 버섯의 재발견,  생명공학에 눈뜨다

이한호 | 인하대 생명공학과(인천 강화고)

 

글을 제대로 읽지 못했을 때도 버섯도감을 그림책 보듯 즐겼다. 다양한 모양의 버섯을 보며 신기해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커가면서 자연스레 버섯에 관한 관심은 줄었지만, 종종 버섯 연구 소식을 접할 때면 찾아 읽곤 했다. 약학과 진학을 꿈꿨던 고1 때 다시 버섯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그런 한호씨를 보며 친구들은 “버섯은 음식으로 먹는 거지, 무슨 연구를 하냐”며 놀리기도 했다. 버섯과 관련된 최근 연구를 찾아 발표하며 버섯에 대한 친구들의 선입견을 바꿔나갔다. 주말이면 뒷산으로 버섯 채집에 나섰던 이한호씨, 버섯에 대한 관심과 열정으로 생명공학과의 전공 적합성을 보여준 그를 만났다.  

 

취재 민경순 리포터 hellela@naeil.com

사진 이의종

 


내가 좋아하는 게 뭘까? “맞다, 버섯!”

 

버섯도감을 들고 산에 가서 버섯을 찾으며 신기해했지만, 중학생 때 사람의 뇌와 심리학에 관심을 두게 되면서 버섯과는 자연스레 멀어졌다.  “쓸데없는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도 되는 일에 상처를 받곤 하죠. 

 

그래서 우울증에 관심을 두게 됐어요. 우울증을 앓았던 건 아니지만 감정의 기복이나 우울증의 원인, 치료제를 알아보고 싶었죠. 약학과에 진학해 우울증 치료제 연구를 하면 좋겠다고 막연하게  생각했어요.” 고1 때 약학과 진로를 꿈꾸다 생각만큼 나오지 않는 성적 때문에 진로 방향을 수정해야 했다. 잘하고 좋아하고 하고 싶은 분야를 고민했다. 

 

가장 먼저 떠오른 건, ‘버섯’ 그리고 ‘신약’ ‘치료제’ ‘심리’ 등이었다.  “좋아하는 것에 집중해보자는 생각이 컸어요. 초등학교 때까지는 막연한 호기심으로 버섯을 좋아했다면 이제는 과학적으로 접근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던 거죠. 버섯 관련 뉴스나 연구 동향을 살폈는데 우울증 치료제, 항진균, 유방암 항암 성분, 발광 소재 등 다양한 연구가 진행 중이더라고요. 특히 환각 버섯의 실로시빈이라는 성분이 우울증, 알코올 중독에 항우울제보다 뛰어난 효과가 있어 일부 국가에서는 우울증 치료제로 사용한다는 걸 알았죠.” 

 

 

주말이면 버섯도감과 함께  버섯 만나러 뒷산으로 

 

버섯과의 인연이 다시 시작됐다. 주말이면 뒷산에 올랐다. 버섯도감을 들고 갔지만, 산에서 만난 버섯의 이름을 알아내기가 어려웠다. 보통 버섯의 종류를 알려면 갓 모양, 포자가 있는 갓 밑부분의 주름살, 대를 살펴야 한다. 

 

“산에서 다양한 버섯을 만나요. 이름을 모르는 버섯도 엄청 많죠. 그럴 땐 갓 모양, 주름살, 대 사진을 찍어 버섯 커뮤니티에 올리거나 앱을 이용해 검색하죠. 책이나 자료로 버섯을 접하기도 하지만 산에서 버섯을 찾고, 이들의 이름이나 특징을 공부하는 것이 좋은 경험이 됐어요.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주변에서 달걀버섯이나 먹물버섯 등을 쉽게 찾을 수 있어요.”

 

한호씨는 동아리 활동으로 지구온난화로 인한 산성비가 작물에 주는 부정적 영향을 알아보는 실험을 했다. 약산성은 버섯의 생장에 좋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결과는 달랐다.  “pH를 다르게 해서 버섯의 생장 속도를 관찰했어요. 쉽게 구할 수 있는 느타리버섯으로 관찰했는데, 중성일 때보다 약산성을 띠는 pH 6에서 더 잘 자라는 거예요. 당황스러웠죠. 조사해보니 모든 식물이 중성에서 잘 자라는 건 아니더라고요. 약산성에서 잘 자라는 식물이 있는가 하면 염기에 강한 식물도 있고요. 버섯은 대체로 약산성 토양에서 잘 자란다고 해요.”

 

 

무슨 버섯 연구냐며 놀리던 친구들,  버섯의 재발견   

 

스스로 빛을 내는 버섯이 있다. 한호씨는 <물리학Ⅰ> 시간에 루시페린이라는 발광효소 반응으로 스스로 빛을 내는 버섯을 소개했다. 발광효소인 루시페린이 산소 분자에 의해 산화되어 옥시루시페린을 생성하는데, 이때 전자가 들뜬 상태를 유지하고, 들뜬 상태가 낮은 에너지 준위 상태로 전이되면서 빛을 방출한다. 한호씨는 버섯의 발광 효과를 활용하면 활성산소가 발생해 암세포를 죽일 수 있다고 발표했다. 

 

<화학Ⅰ> 시간에는 버섯으로 만든 신소재를 주제로 버섯의 키틴질로 만든 바이오플라스틱, 버섯을 압축해 제작한 가죽을 조사해 발표했다.  “고2 땐 먹물버섯의 키틴질을 분해하는 실험을 했어요. 고3 때는 먹물버섯의 키틴질을 분해하는 키티네이스 성분이 식물성 병원뿐 아니라 동물성 병원진균에도 항균력을 갖는지 조사했고요. 여러 번의 실패를 거쳐 먹물버섯에서 키티네이스를 추출하는 데 성공했고, 무좀 증상이 있는 친구의 발에서 무좀균을 채취했어요. 실험에 앞서 무좀균이 제대로 채취됐는지 확인하려고 했으나 학교 장비로는 관찰이 어려워 무좀 증상이 있는 친구와 없는 친구의 발에서 균을 채취해 비교 실험을 했죠.” 실험 과정이 순탄하진 않았지만, 한호씨는 버섯에 관심을 가질수록 미래 신소재로서 활용 가치가 높다는 확신이 들었다. 

 

 

<화학Ⅱ> <생명과학Ⅱ> 이어  <화학과제연구> <고급생명과학>까지   

 

고2~3학년 때 배울 과목은 화학, 생명과학 중심으로 선택했다. <생명과학Ⅱ>시간에 유전자 편집 기술에 대한 내용을 배우면서 우울증 치료제로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환각 버섯의 실로시빈 성분 생산량을 증가시키는 방법을 고민했다. 

 

“공동 교육과정으로 <화학과제연구> <고급생명과학>을 선택했어요. 이웃 학교에 가서 수업을 들어야 했지만 크게 부담스럽진 않았어요. <생명과학Ⅱ>와 <고급생명과학>을 함께 배워야 하는 교육과정 편성상 어려움은 있었지만, 고교 3년간 선택하길 잘했다고 생각하는 첫 번째 과목이 <고급생명과학>이에요. 특히 우리 학교에는 없었던 실험실 환경에서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어요.”   한호씨는 일찍이 수시를 생각하고 있었기에 수능 준비보다는 관심 있는 버섯 자료를 찾고 실험하고 고민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질 수 있었다. 

 

“인하대 생명공학과에는 제약 관련 과목들이 많이 개설돼 있어요. 아직 한 학기밖에 지나지 않아 앞으로 어떤 공부를 하게 될지 막연하지만, 버섯을 비롯한 천연물질에서 유용한 성분을 추출해 활용하는 분야를 연구하고 있어요. 지금까지는 얕은 지식으로 버섯에 접근했다면 대학에서는 제대로 들여다보고 싶습니다. 친구들이 제가 처음 버섯에 관심이 있다고 했을 땐 어이없어했지만, 수업 시간에 조사하고 발표하는 제 모습을 보며 버섯의 재발견을 경험했잖아요. 버섯 같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물질에 관심을 가져보려고요. 당장 무엇이 되고 싶다기보다는 내가 즐기면서 공부할 수 있는 대학 생활을 꿈꾸고 있어요. 머지않아 여러분에게도 그런 시간이 주어질 거예요. 힘내세요!” 


 

나를 보여준 학생부 & 선택 과목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1학년 

<통합과학> 산과 염기를 학습하고 그 사례로 위장약의 작용과 산성화된 토양의 중화 방법을 설명하는 등 학습한 개념을 다른 사례에 적용하는 모습이 돋보임 <진로와 직업> 진로 탐구 주제발표에서 ‘약 그리고 버섯’이라는 주제로 발표함, 독버섯인 붉은사슴뿔버섯에서 유방암 항암성분을 발견했다는 사례를 소개하고 버섯의 약용 성분을 연구하고 싶다고 발표함


 2학년 

<수학Ⅱ> 버섯균사체 기반 재생 가능한 벽돌로 만든 앵무조개 모양의 집을 디자인함 <물리학Ⅰ> 스스로 빛을 내는 버섯을 소개하고 루시페린이라는 발광성 기질이 루시페린-발광효소 반응에 의해 빛을 만들어낸다고 설명함 <화학Ⅰ> 버섯의 키틴질로 제작한 바이오플라스틱, 버섯을 압축해 제작한 가죽 등 버섯을 미래 신소재로 접근함

 

 3학년 

<진로와 직업> 버섯 성분으로 우울증을 치료할 수 있다는 기사를 접하고 교과 연계 발표에서 버섯의 ‘실로시빈’에 대한 연구 가능성과 동향을 발표함 <생명과학Ⅱ> 환각 버섯 속 실로시빈 성분을 이용한 우울증 치료제 개발 가능성을 확인하고, 유전자 편집 기술의 활용에 대해 언급함 


 선택 과목 

 

▒ <물리학Ⅰ> <화학Ⅰ> <생명과학Ⅰ>  고2 때 과학 교과에서 3개를 선택해야 했다. 고1 때는 약학과 생명공학과 생명과학과 진학을 목표로 해 관계가 가장 적은 <지구과학Ⅰ>을 빼고 선택했다. 고3 때는 <화학Ⅱ> <생명과학Ⅱ>를 선택했다.


▒ <생활과 윤리>  신약, 치료제 등에 관심이 많아 유전자 재조합, 유전자 가위 등의 기술을 알게 되면서 생명윤리를 배워야 한다는 생각에서 선택했다.


▒ <고급생명과학>  공동 교육과정으로 옆 학교에서 수업을 들었는데 유익했다. <생명과학Ⅱ>보다 한 단계 높은 대학 수준의 수업이 궁금해 선택했다. PCR 실험, 전기영동 밴드 실험 등 대학 수준의 실험을 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