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이롭게 할 공학 기술로 사회적 약자 돕고 싶어
김서영 | 동국대 전자전기공학부 (인천 신현고)
난민 문제에 관심이 많아 중학교 때는 외고 진학을 생각했다. 난민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하기 위해선 국제기구에서 일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고, 국제기구에서 일하기 위해 필요한 언어 능력과 국제 감각을 키우기엔 외고가 적합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일반고로 진로를 선회한 건 좀 더 열린 마음으로 진로를 고민하기 위해서였다. 아프리카 사람들을 돕기 위한 적정기술에 반도체가 사용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서영씨는 공학 기술에 관심을 갖게 됐다.
취재 김민정 리포터 mjkim@naeil.com
사진 이의종
희망 진로, 국제학부에서 공학으로
외고에 가면 자연스럽게 인문 계열 학과에 진학하게 돼, 진로를 제한적으로 만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로를 더 탐색해보고 싶어 일반고 진학을 결정했지만, 다양한 언어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접은 것이 아쉬웠다. 대신 제2외국어 중점 고교를 선택했다. 희망하는 학생은 보통의 일반고보다 제2외국어를 더 많이 이수할 수 있었다. 1학년 때 중국어와 프랑스어를 선택해 수강했다. 언어와 문화를 공부하면서 각 나라의 기술적 차이, 경제적 불평등, 난민 등의 사회적 문제를 함께 접하게 됐다.
“중국의 탄압을 피해 네팔과 인도로 쫓겨가던 티베트 난민들의 처절한 삶을 알게 됐어요. 세상에 무지했던 저를 일깨운 계기가 됐고, 난민을 비롯한 약자들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 되겠다는 중학 시절의 꿈에 확신을 갖게 됐고요. 국제협력개발 진로를 생각하면서 국제학부 진학을 준비하던 중 동아프리카 지역에서 사용되는 적정기술 중 하나인 LED 램프에 반도체가 쓰인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지역의 인프라 수준을 고려해 만드는 기술인 적정기술에 반도체와 같은 첨단 기술이 사용되는지 전혀 몰랐기에 반도체에 흥미를 느끼는 계기가 됐죠. 사회 문제를 기술적인 측면으로 바라보게 된 후 공학이 사회 복지의 토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누구나 사회적 상황에 제약받지 않고 기술을 누릴 수 있도록 공학을 공부해야겠다는 새로운 목표를 세웠어요.”
입학 이후 4학기 내내 수강한 공동 교육과정
학교 선생님으로부터 공동 교육과정의 장점을 듣게 됐다. 전공 적합성을 높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생각해 1학년 2학기부터 3학년 1학기까지 공동 교육과정을 이수했다.
“<고급물리학> <전기회로> <로봇소프트웨어개발> <프랑스어> <인공지능기초>를 수강했습니다. 매주 토요일을 고정적으로 투자했죠. 한 과목만 비대면 수업이었고 4과목은 모두 대면 수업이었어요. 학교 시험 바로 전주를 제외하곤 수업이 계속 이어졌기 때문에 부담감이 컸지만 학교에 개설되지 않은 과목을 이수하며 나만의 스토리를 만들 수 있어 좋았습니다. 특히 동국대 두드림전형은 학업 역량, 전공 적합성, 인성 중 전공 적합성의 비중이 50%를 차지할 정도로 높아요. 교내에서 할 수 없었던 다양한 탐구 활동이 학생부 기록으로 남아 있어서 전공 적합성을 강조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좋았던 과목은 <로봇소프트웨어개발>이었어요. 직접 로봇을 구상하고 그에 맞는 코딩을 짜기 위해 여러 번 시도해보는 과정 자체가 즐거웠습니다.”
탐구 활동을 통해 배운 근성
1학년 때 활동한 독서 토론 동아리에서는 주로 책과 논문을 읽고 토론을 하거나 독서 신문을 만들었다.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를 읽고 ‘닭 기도 상피세포의 1차 배양과 유전자 재조합 바이러스의 감염 특성 연구’라는 논문과 연결지어 분석한 후 독서 신문을 만들었어요.”
공학에 흥미를 느낀 후에는 열정적으로 과학 동아리 활동을 했다. 원하는 주제를 설정해 탐구 활동을 하고, 과학 부스도 운영했다.
“혈흔 반응 실험과 전반사 실험이 기억에 남아요. 루미놀을 산화시켜 파란색 발광을 통해 드러난 혈흔을 보니 과학수사대가 된 기분이었어요. 전반사 실험은 과학 부스를 운영할 때 주제 활동이었어요. 광섬유를 공부하고 광섬유 램프를 만들며 이론뿐 아니라 활용도 다뤘습니다.”
적정기술 중 하나인 페트병 전구에 포함된 LED 램프에 반도체가 들어간다는 사실에 흥미를 느낀 후 관련 주제에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졌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대란이 발생했을 때는 관련 현상에 대해 과학 신문을 작성했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네온을 비롯한 반도체용 원자재의 가격이 폭등했을 때는 관련 주제로 발표했어요. 3학년 때는 영어 시간을 활용해 우리나라 외에 다른 나라의 반도체 상황은 어떤지 조사하고 발표하면서 최근 트렌드와 관련 시장까지 확인했습니다. 반도체라는 하나의 주제에 대해 다방면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했어요.”
서영씨가 졸업한 여고엔 물리에 관심 있는 친구들이 적었다. 과학 동아리 친구들조차 탐구 주제를 선정할 때 화학과 생명과학 분야를 택해 활동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물리 분야 희망자가 저밖에 없어 탐구 활동에 종종 차질이 생기곤 했어요. 결국 다양한 활동은 힘들다는 판단하에 하나의 주제를 정해서 지속적으로 탐구하는 방법을 선택했어요. 대표적 활동이 자율주행 자동차 탐구였는데요. 1학년 때는 거리 감지 기능과 라인 트레이싱 등 자율주행자동차와 관련 있는 기술을 알아보았고, 2학년 때는 자율주행자동차를 직접 만들어봤어요. 3학년 때는 자율주행자동차의 수요와 재료 보급 문제 등을 조사했죠. 2학년 때 자율주행 모형 자동차를 직접 만들어보면서 라인 트레이싱을 하다가 장애물을 감지하면 피해가는 로봇을 제작했어요. 센서가 매우 중요하더라고요. 아두이노를 통해 다양한 센서를 시험했는데, 센서가 색을 잘 인식하지 못해 경로를 이탈하는 경우가 빈번했고, 장애물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컬러 센서를 이용해 색을 인식하도록 코딩을 해보고 반사광을 활용한 코딩도 하며 정확도를 높였습니다. 코딩 후 작동 과정이 뜻대로 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배운 내용을 활용해 탐구해보는 좋은 기회였어요.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해보는 게 중요하더라고요.”
반도체와 센서에 대한 관심으로
전자전기공학부 진로에 확신 가져
“과학 과제 연구 시간에 빛 번짐 현상에 영향을 주는 요인을 알아보는 실험을 했습니다. 탐구를 진행하려면 양자역학 이론이 필요했는데 관련 책을 여러 번 읽어도 명확히 이해할 수 없었어요. 어렵지만 더 알고 싶어지더라고요. 진로 상담을 통해 제가 관심 있는 로봇공학 반도체 양자역학 모두를 배울 수 있는 학과가 바로 전자전기공학부라는 걸 알게 됐어요. 적정기술을 이해하면서 반도체에 흥미를 느꼈고, 자율주행차를 만들어보면서 센서에 관심을 가지게 됐는데요. 새로운 기술은 세상 사람들을 돕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생각해 전자전기공학부를 선택했어요. 대학에 오니 별다른 얘기를 하지 않아도 척하면 바로 아는, 관심사가 비슷한 학과 친구들이 많아서 신기하고 좋아요. 앞으로 센서응용공학을 공부해 정밀한 센서로 기술 구현에 이바지하는 인재가 되고 싶습니다.”
나를 보여준 학생부 & 선택 과목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1학년
<통합사회> 저소득층의 교육과 교재를 지원하는 ‘Easy Education In Korea’라는 사회적 기업 창업계획서를 작성.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에 나타나는 여러 문제점을 조사해 국제기구의 역할을 제시함 <프랑스어Ⅰ> 프랑스의 난민 수용 정책에 대해 조사해 논리정연하게 정리한 보고서를 제출함
2학년
<수학Ⅰ> 파형이 사인 곡선을 이루는 정현파를 분석해 삼각함수가 전자기유도와 관련이 있으며 수학은 공학의 기초임을 조사해 발표함 <수학Ⅱ> 어려운 과제가 주어지면 깊이 사고하고 다양하게 접근을 시도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강함 <화학Ⅰ> ‘거리두기’라는 제목의 화학 개념을 활용한 시로 질병 극복 방법을 표현함.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돋보임 <생명과학Ⅰ> MRI의 단점을 보완한 새로운 의료기기를 고안해 전기전자공학과 생명공학이 융합된 의학 기술의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힘 <기하> 매니퓰레이터 로봇의 역운동 기하학을 주제로 보고서를 작성함
3학년
<확률과 통계> 조건부확률을 배운 후 인공지능 분야를 조건부 확률과 연관지어 탐구하고 보고서를 작성함 <영어독해와 작문> 반도체 공급 부족 문제와 관련한 보고서를 작성함 <고급물리학> 반도체의 bandgap 분석 시 통계물리학이 활용됨을 소개하면서 페르미 디락 통계를 조사해 발표함
선택 과목
▒ <프랑스어> 난민 수용 문제로 뉴스에서 유럽 각국이 계속 언급돼 관련 언어를 배우고 싶어 선택했다.
▒ <물리Ⅰ> <물리Ⅱ> 수강 인원이 적어 좋은 성적을 얻긴 힘들지만 희망 전공과 가장 관련이 높은 과목이었기 때문에 성적으로 전공 적합성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해서 선택했다.
▒ <화학Ⅱ> 선택 과목 안내문을 참조했다. 전기전자공학 추천 선택 과목으로 <물리Ⅱ> <화학Ⅱ>가 있어 선택했다.
▒ <로봇소프트웨어개발> 공동 교육과정으로 이수했다. 직접 로봇을 구상하고 그에 맞는 코딩을 짜보는 과정에 흥미를 느껴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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