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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수시 합격생 릴레이 인터뷰] 김소정 서울대 식물생산과학부

 식물에 꽂힌 활동 마니아 성적 이상의 역량 보여준 ‘확장·연결’ 

김소정 | 서울대 식물생산과학부 (경남 남해해성고)  

 

고1, 다양한 과목들을 접하며 생명과학에 대한 관심을 재확인했다. <수학>의 로그를 배우고 세균의 분열 등 생명과학 문제에 로그가 자주 활용된다는 점을 발견했고, <환경>에선 토마토가 다른 식물의 병충해를 방어할 원리를 찾았다. 이어 교내 농장 체험에선 생분해성 비닐 도입의 필요성을 느끼며, 특히 ‘식물’에 흥미가 생겼다. 알아갈수록 궁금한 것들이 늘었고, 이는 교과 수업에 집중하면서 또 다른 활동에 도전하는 원동력이 됐다. 가상의 행성에서 식량 재배를 탐구하다 스마트팜을 알게 됐고, 스마트팜의 비료 투여 방식에 관한 궁금증은 효율적인 재배 방식에 대한 연구와 학교 스마트팜 상품화 계획으로 다시 확장 연결되며 이어졌다. 주변에서 말릴 만큼 학교 수업은 물론 교내 프로그램, 리더십 활동까지 가릴 것 없이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결과적으로 이 시간들은 서울대 식물생산학부에 지원할 힘이 됐다. 김소정씨의 합격기를 들어봤다. 

 

취재 정나래 기자 lena@naeil.com  
사진 배지은

 

 


 

 

파고들수록 궁금했던 식물, 다양한 활동으로 이어져

 

2학년 1학기, 학교 자율 활동의 일환이었던 장기 프로젝트에서 소정씨는 ‘제2의 행성에서 살아남기’라는 주제를 택했다. 생명공학자 역할을 맡아 화성에서의 작물 경작 가능성을 살폈다. 

 

“가상의 행성에서 식량을 확보하는 방법을 찾았어요. 영화 <마션>처럼 화성의 환경을 구현해 감자를 키우는 사고 실험을 설계했죠. 선행 연구를 하다 보니 토양에만 집중했다는 걸 깨달았어요. 화성은 토질뿐 아니라 대기도 지구와 달라요. 특히 이산화탄소 비중이 큰데, 식물 생장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고 배웠어요. 텐트 안에 드라이아이스를 주입하는 등의 아이디어를 발휘한 끝에 비닐하우스 안에 이산화탄소 공급 장치를 제작해 화성과 대기환경까지 비슷하게 조성했죠. 생존의 필수 요소인 식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방안을 고민하고 구현해보면서, 이 분야를 파고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교의 다양한 실험 장비와 자료실은 소정씨의 식물에 대한 관심을 한층 더 돋웠다.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동아리 활동이나 수업 탐구 활동과 연계해 다양한 실험에 도전했다. 활동하다 궁금증이 생기면, 또 다른 활동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며 파고들었다. 

 

“동아리에서 했던 실험 중 하나가 압력 감지 센서였어요. 생태 공원의 특정 공간에 사람들의 출입을 금지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사람들이 해당 공간의 지표를 밟았을 때 압력을 감지해 경고등을 밝히는 기기를 제작했어요. 전자기장 원리를 활용한 기기라 전기로 작동하는데, 사람에게도 유해한 전자파가 식물에도 영향을 미칠까 봐 걱정됐어요. 전자기장과 식물의 상관 관계까지 살폈죠.” 

 

식물을 과학적으로 접근하면서 스마트팜에도 눈길이 갔다. 낙후된 산업이라 여겨지는 농업이 정보화 기술을 활용해 6차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빈 교실 하나를 암실로 만들어 스마트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실제 스마트팜 기업 대표에게 메일로 조언을 요청했고 화상회의를 통해 액체 비료 투입 시스템이나 빛 조절 등 실전 지식을 전수받았어요. 그러던 중 스마트팜에서 인위적으로 특정 영양소를 풍부하게 함유하거나 완전히 제거된 작물을 생산하면 ‘질병 치료’용으로 판매할 수 있겠다 싶더라고요. 학교의 사업으로도 가능성이 있겠다 싶어 대규모 상품화 계획서를 만들었어요.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적응할 수 있는 종자를 개발하는 식물 개량 분야에 대한 관심도 커졌죠.”  

 

이후 <융합과학> 시간엔 스마트팜의 단점을 해결하는 자율 탐구에 도전했다. 스마트팜에 필요한 장치 중 하나인 인공조명은 층마다 하나씩 따로 부착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컸다. 자연 속 나무들을 살폈을 때 수많은 가지가 서로 영역을 겹치지 않으며 자라고 있음을 발견했다. <고급수학Ⅰ>에서 배운 피보나치수열도 떠올랐다. 둘을 조합해 수직형 스마트팜의 형태를 나뭇가지 형태로 변형하자고 제안했다. 

 

“식물에 대한 관심이 커질수록, 궁금한 것도 늘었어요. 다른 교과에서 배운 내용을 접목하면 현재 식물 종자나 스마트팜의 단점을 개선할 수 있을 것 같았죠. 학교가 수업은 물론 창체 활동에서 제 궁금증을 해결할 무대를 마련해줬고요. 무엇보다 실현 가능성이 낮거나 이론적 오류가 있었을 때, 냉정하게 지적하시되 탐구심이나 도전정신은 제대로 응원해주신 선생님들이 많아서 위축되지 않고 계속 도전할 수 있었어요.”

 

 

강점 발휘한 종합전형에 수시 ‘올인’   

 

소정씨는 3년 내내 동아리 회장을 비롯 학생회장, 기숙사장 등 다양한 리더십 활동을 이어갔다. 학교생활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고3 때도 마찬가지였다. 

 

“한 번도 제 일에 반대한 적 없는 부모님도 다시 생각해보라고 하셨어요. 친구들도 성적을 챙기면 좋겠다고 조언했고요. 그런데 안 하면 후회할 것 같더라고요. 입후보 마감일 친구와 함께 등록했고, 좋은 결과를 얻었죠. 리더십 활동을 통해 기숙사와 학교생활 규율을 스스로 정하면서 여러 사람의 의견을 조율하는 경험을 했고, 갈등에 대처하는 역량도 키웠기에 인간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후회는 없었지만, 감수해야 할 것은 있었다. 교과 성적이다. 소정씨의 모교인 경남 남해해성고는  학년당 90명가량의 소규모 학교이며, 전국에서 신입생을 모집하는 농어촌자율학교다. 소정씨는 <생명과학Ⅰ·Ⅱ> 등 관심 과목에선 1등급을 받았지만, 수학 등 나머지 교과는 성적이 그리 높지 않았다. 결국 종합전형으로 승부를 걸어보기로 결심했다. 

 

“학생 수는 적지만, 과목 선택의 폭이 넓었어요. 배우고 싶은 수업을 마음껏 들을 수 있어 좋았지만, 그만큼 인원이 분산돼 교과 등급을 얻기가 어려웠죠. 어떤 과목은 1, 2등급을 각각 한 명씩 받기도 했고요. 관심 있는 과학 과목은 최상위 등급이었고, 관심 분야 활동 기록이나 수상 실적은 풍부했어요. 자연스럽게 수시 종합전형에서 승부를 봐야겠다 생각했죠.”

 

 

대입, 역량 보여줄 기회 늘길 

 

생명과학 관련 전공으로 고려대 서강대 서울대 연세대 등 서울 주요 대학과 과학기술 특성화대학 세 곳에 지원했다. 수능 전후로 잇달아 탈락 소식을 접하고 위축된 상태에서 서울대 식물생산과학부 2차 면접 대상자에 포함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자연 계열인데 <물리학Ⅱ>를 수강하지 않았고, 내신이 높지 않아 걱정했었는데 제일 합격하기 어렵다고 생각한 곳에서 좋은 소식을 들어 기뻤죠. 서울대 일반전형은 제시문 면접이에요. 과학기술원의 구술 면접 형태와 비슷하다고 알려져있어 기출문제를 구해 생명과학 선생님과 주요 개념을 복습하고 자료 해석을 연습했어요. 면접장에선 주어진 시간을 잘 활용했고, 끝나는 순간 좋은 느낌을 받았어요. 결국 최초 합격했고요.”  

 

대학 입학 후의 생활은 고1 때와 비슷하다. 2학년 때 ‘원예생명공학’ ‘작물생명과학’ ‘산업인력개발학’ 중 주전공을 선택하기 위해 개론 수업과 교양 수업을 수강하며, 현장 체험 수업과 실험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단과대 학생회 집행부에 합류해 시험 기간 간식 지원 등 다양한 행사도 기획·진행 중이다.  

 

“고1 때 막연히 과학이 좋아서 다양한 수업을 들으며 생명과학의 세부 분야를 탐색했고, 학교의 특색 활동과 수업을 통해 식물에 흥미를 느꼈어요. 그래서인지 유망한 전공을 빨리 찾아야겠다는 조바심보다, 더 재밌는 분야를 찾아내겠다는 도전 의식이 커요. 때문에 성적을 확보하면, 고3 때 저같이 고민하진 않을 거라는 조언을 하는 자신이 좀 씁쓸해요. 학업 역량이 중요하다는 점, 그 지표인 성적을 눈여겨보는 것 모두 이해합니다. 다만, 학교마다, 학생마다 처한 환경이 천차만별이에요. 학교가 다양한 과목을 제공해줘 원하는 수업을 마음껏 들을 수 있었고, 다채로운 활동을 한 것을 후회하진 않아요. 자기소개서가 없어지면서 후배들이 자신을 설명할 기회가 줄어든 것 같아 안타깝고요. 학생들의 다양한 선택을 존중하는 교육과정이 퍼진 만큼, 대입에서 숫자로 표현되는 성적에 미처 담기지 못한 모습과 역량을 보여줄 기회가 늘었으면 좋겠어요.” 

 


 

 나를 보여준  학생부 & 선택 과목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1학년 

<과학탐구실험> ‘파스퇴르 생물 속생설 도출 실험 검증’을 분석, 자연발생설과 생물속생설의 논쟁 과정을 과학사적 관점에서 만화 형식으로 구현 <수학> ‘매듭의 다항식 불변량들의 계산’ 논문을 열람·탐구해 매듭 이론을 발표 <통합사회> ‘희귀난치성 질환자들이 겪는 사회 불평등’을 주제로 생명공학 분야에서의 정의론 문제를 탐구·발표 

 

 2학년 

<화학 I> 하늘을 나는 빗자루에 영감을 받아 탄소 수소 플루오린 산소를 이용해 이를 본뜬 분자를 디자인하고, 중심에 둔 벤젠 고리의 공명 구조의 특징을 탐구 <생명과학I> 면역을 주제로 한 조별 발표에서 독감에 대해 조사·발표 한 뒤 독감 백신의 종류와 작용 원리에 대해 체계적인 탐구 활동을 이어감 <기하> 벡터를 배우면서 생물의 세포 및 인구 구조가 텐세그리티 구조를 형성한다는 사실을 알고, 물리의 힘의 평형과의 관계를 확인해 텐세그리트 구조를 탐구 분석  

 

 3학년 

<화학Ⅱ> 상온에서 갈변하는 채소와 과일이 클로로필의 구조 변화와 상관관계가 있음을 알고 관련 내용을 심화 탐구 <생명과학Ⅱ> 동아리에서 수생식물의 수질정화에 미치는 영향을 찾아본 경험을 바탕으로 삼투와 관련해 뿌리 유무에 따른 수질정화 능력의 차이를 주제로 탐구 활동을 진행 <융합과학> <친절한 우주론>을 읽고, 푸앵카레 정리와 우주 모양의 상관관계를 생각하며 위상수학 탐구 자료를 다시 꺼내 고민함 <고급수학Ⅰ> 극한과 행렬의 연산을 통해 세계가 거듭되어도 자손 세대가 가질 표현형의 확률이 일정함을 증명 


 선택 과목 

▒ <생명과학Ⅰ·Ⅱ> <화학Ⅰ·Ⅱ>  생명과학에 대한 관심으로 선택한 과목들이다. 화학은 생명과학과 관련성이 높아 선택했다. 대학 입학 후 전공 수업의 기초 개념과 연결돼 도움이 된다.  

 

▒ <과학사> <융합과학>  과학을 다양하게 접근하고 싶어 선택했다. <과학사>에서 역사적으로 중요한 과학적 발견과 주요 과학자들을 접하면서 자칫 놓치기 쉬운 인문학적 소양과 연구 윤리 등을 고민해볼 수 있었고, <융합과학>은 개별 과목에서 배운 개념을 조합해 식물 관련 분야를 탐구해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 <기하> <심화수학I·Ⅱ> <고급수학Ⅰ·Ⅱ>  자연 계열의 기초라 선택했다. 상대적으로 교과 성적은 아쉬웠지만, 어렵다고 포기하기보다 도전하고 싶었다. 생명과학 개념과 연계하거나, 생명과학 활동에서 수학 개념을 활용하면서 이해하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