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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수시 합격생 릴레이 인터뷰] 최유진 한양대 데이터사이언스학부

 ‘수학의 쓸모’ 알려준 동아리, 꼬리에 꼬리를 문 활동 끝 데이터에 닿다 

최유진 | 한양대 데이터사이언스학부 (경북 포항제철고)  

 

고교 입학의 기쁨도 잠시, 코로나19로 개학이 지연됐다. 중3 겨울방학 이후부터 수업 재개까지 생각지 못한 여유 시간은 나태함을 불렀다.  이후 난생처음 받아본 성적은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좌절은 오래가지 않았다. 인공지능에 이끌려 선택한 수학 동아리, 처음 접한 코딩은 신세계였다. 교내외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며 보조교사를 할 만큼 실력을 쌓았다. 자신감은 물론 교과에 대한 흥미를 되찾았고, 새로운 진로도 찾게 됐다. 널려 있는 ‘데이터’를 유용한 정보로 바꾸는 데이터과학에 매력을 느낀 것. 자신의 역량을 쌓는 데 집중한 결과, 가장 원했던 한양대 데이터사이언스학부에 합격했다. 최유진씨의 대입 도전기를 들어봤다. 

 

취재 정나래 기자 lena@naeil.com 
사진 배지은 

 

 


 

 

자신감 되찾아준 동아리 활동   

 

고교 생활에 대한 설렘은 잠깐이었다. 코로나19가 대유행하며 등교가 지연됐고, 수업은 비대면으로 전환됐다. 친구들과 교류 없이 집에서 듣는 수업이 이어지자 다잡았던 마음은 이내 느슨해졌다. 그런 유진씨에게 동아리 ‘MATH AI’는 새로운 길을 열어줬다. 

 

“원래 컴퓨터에 별 관심이 없었어요. 전망 좋은 인공지능을 다룬다는 점에 끌려 선택했죠. 가입 후 첫 활동이 ‘AI 창작 공모전’ 안내 영상 제작이었어요. 파이썬으로 제작된 예시 코드가 수십 줄이었는데, 하나도 모르겠더라고요. 학생들에게 설명해줘야 하니, 한 줄 한 줄 구글에 검색하며 함수와 라이브러리의 개념을 파악하고, 각각의 쓰임도 익혔죠. 며칠 밤을 새워 완벽히 이해했더니, 그리 어려운 게 아니더라고요. 그 깨우침이 즐거웠고, 다른 친구들에게도 알려주고 싶었어요. ‘라이브러리는 함수가 담긴 상자’라며 초심자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했죠. 반응도 좋았고요. 자연스레 컴퓨터, 코딩에 대한 흥미가 커졌죠.” 

 

새로운 지식을 익히는 걸 좋아하고, 흥미가 생기면 파고드는 성향에도 잘 맞았다. 코로나 시대 홈트레이닝족을 겨냥해 사용자의 정보를 입력받아 맞춤형 운동을 추천하는 알고리즘을 설계하고, 인공청각지능의 원리를 탐색하다 파이썬에서 진동 수에 따라 변형되는 Sin 함수를 만들어 소리를 직접 만들어보기도 했다.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가상의 학교 공간을 조성, 수학 발표회와 PPT 전시, 각종 레크레이션 활동을 진행하는 ‘메타버스 MATH 페스티벌(매스티벌)’의 무대도 만들었다. 이어진 활동들로 유진씨는 자신감을 되찾았다. 

 

“메타버스 플랫폼이 많지만, 기본 원리는 비슷해요. ‘매스티벌’은 물론이고, 동아리에서 했던 다양한 프로젝트는 하나하나가 다 도전이었어요. 그만큼 성취감이 컸죠. 또 동아리에서 접한 첨단 기술에 흥미를 느껴 교내 진로 활동으로 열렸던 AI·데이터 관련 오픈교실에 여러 번 참여했어요. 관심이 있으니 더 주의 깊게 듣고, 수업 내용을 스스로 활용해보니 실력이 늘더라고요. 나중엔 보조 교사로 다른 학생들의 실습을 도와줬고요. 스스로 역량을 확인하고, 주변에서도 인정해주니 자신감이 생겨 더 적극적으로 활동했어요.” 

 

 

교내 선택 과목은 수학·과학에 충실

공동 교육과정으로 관심 분야 드러내

 

동아리에서 시작한 다양한 활동은 교과 수업에 대한 흥미도 되살렸다. 

 

“동아리에서 공공 데이터를 찾아 활용하는 법을 가볍게 접했었는데, 이후 진로 캠프에서 한 번 더 다뤄볼 기회가 있었어요. 당시 코로나 백신 기피 현상이 심했는데, 백신에 대한 과학적 통계를 바탕으로 효과를 살펴보고 싶었거든요. 공공 데이터의 통계를 엑셀로 전처리하고, 파이썬으로 시각화했더니 백신 접종자 수와 사망률이 반비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특정한 이슈의 상관관계를 파악하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직관적으로 알려주고 싶을 때, 표를 만들어 코딩해 시각화하면 좋다는 것을 깨달았죠. 이때 어떤 데이터를 가져와 어떤 코드를 사용할지, 또 x축과 y축의 제목을 어떻게 붙일지를 고민하죠. 교과서 속 다양한 함수와 그래프 그리기와 맞닿아 있어요. 그전까지 수학은 개념을 이해하기보다 빨리 풀어낼 방법을 훈련하는 데 집중했어요. 성향에 맞지만, 좀 막연하다 여겼죠. 동아리 활동을 하며 실생활에 쓰임이 많고 중요한 과목임을 깨달았고, 교과 공부에도 다시 흥미를 갖게 됐어요.”  

 

이는 과목 선택에도 반영됐다. 공동 교육과정으로 <데이터베이스프로그래밍> <컴퓨터네트워크> <디지털논리회로> 등 컴퓨터 관련 역량을 높일 수 있는 과목을 다수 선택한 것.

 

“모교인 경북 포항제철고는 비교적 다양한 과목을 들을 수 있었어요. 자연 계열 전공 지망자들은 학교 지정 과목으로 <확률과 통계> <미적분> <기하>, 과탐 Ⅰ과목 네 개를 모두 이수해야 했고요. 자연 계열 학생에게 필요한 기초 실력을 쌓을 수 있어서, 충실히 배우려고 노력했어요. 대신 공동 교육과정이나 계절학기 특강에서 최대한 관심 분야와 관련된 과목을 찾았어요. 고급 과학이나 실험 과목을 선택하는 친구들도 많았는데, 대학의 컴퓨터 관련 전공 교육과정을 보니, 심화된 물리·화학 지식을 요구하지 않아 전 다른 결정을 했죠.”

 

 

전공 공부, <확률과 통계> 연계성 높아  

 

공동 교육과정과 동아리를 기반으로 컴퓨터 관련 역량을 쌓아가던 유진씨는 대입에서도 관련 전공을 지망했다. 그중에서도 데이터에 대한 관심이 컸다. 소프트웨어를 원활히 작동시키는 데 목적을 두는 프로그래밍보다, 산재한 정보에서 새롭거나 유용한 의미를 찾아내는 데이터과학에 흥미를 느꼈기 때문.

 

전국에서 우수한 학생이 모이는 모교의 특성상, 교과 성적은 3등급대에 머물렀다. 때문에 풍부한 교내 활동을 내세울 수 있는 수시 지원에 집중했다. 지원자층이 유사한 대학의 컴퓨터 관련 학과와 경북 지역 과학기술 특성화대학에 집중적으로 원서를 냈다. 자기소개서와 면접 없이 학생부로만 평가한다는 점, 다른 대학보다 조금 더 앞서 데이터 관련 전공을 신설했다는 점에 끌려 한양대 데이터사이언스학부에도 지원했다. 가장 원했던 전공에 합격, 입학한 만큼 대학 생활은 즐겁다. 밴드에서 베이시스트로 활약하며, 전공 공부에도 매진하고 있다. 

 

“입학해보니 특히 데이터 분야는 <확률과 통계> <미적분> 개념이 심화돼요. 고교 과정이 대학 공부와 연결됨을 실감하고 있죠. 또 수업이 전부 영어로 이뤄져요. 첨단 분야라 학습에 필요한 최신 자료 또한 전부 영어고요. 그런 점에서 후배들이 영어 실력을 키워두면 좋겠어요.”  

 

무엇보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길 당부했다. 입시 환경이 바뀌면서 학교 시험, 교내 활동, 수능 등 다양한 요소를 준비해야 하는 학생들의 부담이 커졌지만, 결국 노력한 만큼 돌아온다는 것.

 

“사실 수능 성적이 기대 이상으로 높게 나왔어요. 종합전형을 목표로 했지만,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수능 공부를 놓지 않았고 결국 좋은 성적을 거뒀죠. 주변에서 아쉽다, 한 번 더 도전해보라고도 했는데 전 그럴 마음이 없었어요. 지금 제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하기에 충분한 환경이 될 것 같았거든요. 제 행동이나 노력들이 어떤 형태로든 돌아온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족해요. 그런 점에서 후배들도 막연한 기대를 갖고, 현재를 회피하지 않길 바라요. 학교 시험, 수행평가, 동아리 활동 등에 들이는 시간을 아깝다거나 비효율적이라 생각하지 말고, 일단 최선을 다해 부딪쳐보면 좋겠어요.” 

 


 

 

 나를 보여준  학생부 & 선택 과목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1학년 

<수학> 산술 평균과 기하 평균의 절대부등식을 배우고 이를 대수적으로 직접 증명해 이해, 추가적으로 도형을 이용해 절대부등식을 증명해보며 기하적으로 이해 <물리학Ⅰ> 역학과 에너지 단원 학습 시 수학적 방법으로 공식을 유도하고 증명한 후 이해함, 파동의 간섭과 관련해 노이즈캔슬링을 주제로 그 원리를 코딩을 통해 시각적으로 표현  

 

 2학년 

<미적분> 등비급수의 도형 활용과 관련 프렉탈에 관심을 갖고, <카오스>를 읽은 후 생활 속 프렉탈 구조를 알게 됨, 프렉탈의 기본 속성인 자기 유사성과 순환성을 바탕으로 함수의 재귀호출을 이용해 터틀 모듈로 코드를 작성, 교과서 예제의 삼각함수 지수함수 등 초월함수 극한을 프로그래밍함 <확률과 통계> 칸막이 개념을 도입해 중복조합의 의미를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나만의 멋진 문제 만들기 프로젝트에서 이를 활용한 풀이 방법을 선보임. 주제 탐구 활동으로 축구 선수들이 주로 사용하는 발 데이터를 SOFIFA 사이트에서 찾아 csv 파일로 저장한 후 공학용 프로그램으로 분류, 원그래프로 시각화함

 

 3학년 

<물리학Ⅱ> 벡터 개념을 적절히 적용해 야구공을 비롯한 포물선 운동 전반을 분석·증명, 양자 역학의 세 가지 현상인 중첩 간섭 얽힘을 이용해 양자컴퓨터의 연산 속도가 빠르다는 것을 설명 <화학Ⅱ> 구 모양의 물방울과 모세관 현상으로 인해 식물의 물 수송이 일어나는 현상 등 수소 결합으로 나타나는 물의 성질을 주변에서 찾아 탐구함, 반응속도식 학습 후 파이썬으로 반응물의 농도 등 데이터를 입력하면 반응 차수, 반응 속도 상수, 반응 차수별 시간에 따른 농도 변화 그래프를 출력해주는 프로그램을 구현 

 

 선택 과목 

▒ <확률과 통계> <미적분> <기하>  학교 지정 과목이었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전부 선택했을 과목이다. 컴퓨터 분야는 수학 개념에 기반하며, 다양한 함수와 그래프를 이해하면 프로그래밍에도 도움이 된다.  

 

▒ <데이터베이스프로그래밍> <컴퓨터네트워크> <디지털논리회로> <기초선형대수>  컴퓨터 분야에 흥미를 느껴 선택한 과목. 공동 교육과정 혹은 계절학기 심화 과정으로 이수했다. 수학 과학 기초 개념의 쓰임을 알게 돼 교과 공부에도 동기를 부여해줘 의미 있었다.  

 

▒ <물리학Ⅱ> <화학Ⅱ>  공학 계열에 필요한 기초 과목이라 이수했다. 수학처럼 공식을 대입하고 증명하니 한결 수월하게 개념을 이해할 수 있었다. 탐구 활동을 통해 양자컴퓨터 계산화학 등 컴퓨터 분야와 관계된 세부 분야도 알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