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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수시 합격생 릴레이 인터뷰] 장서윤 광주과학기술원

 실패해도 즐거웠던 실험 활동, 약학 넘어 생명과학 닿았죠 

장서윤 | 광주과학기술원(서울 하나고) 

 

고교 생활은 순탄하지 않았다. 특히 학업 역량이 비슷한 학생들 사이에서 성적을 유지하기가 어려웠다. 기대했던 실험 탐구 활동에선 오류와 실패가 거듭됐다. 그럼에도 최선을 다했다. 어려워도 수학·과학 심화 수업까지 챙겨 들으며 깊이를 더했고, 관심 있던 미술·영어 수업도 빠지지 않고 이수했다. 그 결과 실험에 익숙해지고, 다른 교과목·활동에서 배운 것을 더해 새로운 탐구 주제를 찾아내는 눈도 얻게 됐다. 무엇보다 아직 미지의 영역이 많은 생명과학에 대한 호기심이 커졌다. 하지만 고교 때의 경험만으로 전공을 정하기엔 더 많은 경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나고 자란 서울을 떠나 광주과학기술원을 선택한 이유다. 장서윤씨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취재 정나래 기자 lena@naeil.com  
사진 배지은 

 

 


 

 

자기 주도적 활동 이끈 고교 설명회 

 

중2, 인근 지역에 위치한 하나고의 입학 설명회에 참석했다. ‘전국 단위 자사고이니 공부만 많이 시키겠지’란 예상은 빗나갔다. 예술·체육 학습 기회가 풍부했고, 최신 장비를 갖춘 실험실·체육관에 매력을 느꼈다. 이후 서윤씨의 중학 생활이 달라졌다. 학업에 보다 집중했고, 관심 있던 과학 분야 동아리를 새로 만들 수 있는지 학교에 문의해 자율동아리 개설 절차를 밟고, 서울시교육청이 주관하는 실험 탐구·발표 대회도 참가하며 왕성한 활동을 이어갔다.   

 

“당시 지인이 암투병 중 약 부작용으로 또 다른 암이 진행됐어요. 약학을 전공해 의약품 부작용을 연구하겠다는 마음이 생겼죠. 고교에서 공부는 물론, 좋아했던 그림도 계속할 수 있어 눈길이 갔죠. 무엇보다 목표가 생기니, 더 적극적으로 공부하고 활동했고요. 이때 쌓은 경험과 성향이 고교 진학 후에도 큰 도움이 됐어요.” 

 

실제 서윤씨는 고교 입학 후 3년간 물리·화학·생명과학 융합 동아리 ‘ESFERA’의 동아리장과 학급회장을 연이어 맡았고, 헌혈 독려 프로젝트 ‘proj. ㅎㅅㅎ’, 교내 장소를 활용한 예술/환경 프로젝트 ‘오늘의 시’ ‘구름다리 비정규직’ ‘EVERGREEN’ 등 교내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는 학생으로 명성이 높았다. 

 

“모교 특성상 등급을 받기가 어려웠어요. 스스로 할 일을 찾고, 성취감을 느끼는 경험을 이어가면서 중심을 잃지 않을 수 있었어요. 특히 함께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거나 새로운 학문적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많이 설계했죠. 친구들과의 긍정적인 관계 구축은 물론, 의사소통 능력이나 리더십도 기를 수 있었죠.”

 

 

운동법 원리 찾다 생명 현상 속 단백질에 관심 


약학 전공을 꿈꾼 만큼 자연 계열, 그중에서 생명과학을 중심으로 수업을 선택했다. <기하> <미적분> <생명과학Ⅰ·Ⅱ> <AP화학Ⅰ·Ⅱ> <응용생명과학탐구> <응용화학탐구> 등 기초부터 심화 수업까지 다채롭게 이수했다. 특히 수업에서 배운 내용은 교내 프로그램과 연결해 깊이를 더했다. 관심 분야가 유사한 친구들과 함께 원서를 읽고 학습하는 ‘집현’, 1년간 주제 탐구 활동을 하는 ‘과제연구’가 대표적이다. 

 

“고2 때, ‘몸속 미토콘드리아 늘리기 운동법’ 영상을 보며 실제로 운동과 체내 미토콘드리아 숫자의 관계가 궁금해 세포생물학 관련 원서를 찾아봤어요. 에너지에 따라 미토콘드리아가 숫자를 조절한다는 내용을 확인했는데, 학교에서 접하지 못한 생명 원리들도 알게 됐죠. 모교 특색 프로그램인 ‘집현’의 주제로 삼았고요. 친구 두 명과 관련 원서를 선정해 함께 읽고 연계·심화 학습한 내용을 공유했어요. 선생님께 수시로 질문을 드렸더니 방과 후 수업을 따로 개설해주셨죠. 하하. 이때 1학년 열역학을 주제로 한 집현에서 공부했던 픽의 확산 법칙에 담긴 원리를 이용해 미토콘드리아에서 탈수소효소, ADP, Pi, DNP와 같은 화학물질에 따른 ATP(아데노신 3인산, 생명체에 존재하는 유기 화합물) 생성 정도를 알아보기도 했고요. 생명 현상에 화학적 물질 대사가 정교하게 작동한다는 점에 매료됐어요.” 

 

파고들수록 생명체 내 단백질에 눈길이 갔다. 결국 과제연구의 주제로 삼았다. 집현을 함께한 친구들과 선배들의 과제연구에서 렌즈를 주제로 삼은 프로젝트를 발견하고, 일상에서 흔히 쓰이는 기초화장품과 연결해 새롭게 접근해보자고 의견을 모은 것. ‘기초화장품 사용이 소프트렌즈 각막 단백질 침착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탐구 실험 프로젝트를 진행한 배경이다. 

 

 

거듭된 실패, 쌓이는 배움   

 

국내외 논문 사이트들을 뒤지며 수백 개의 논문을 읽었고, 수십 번의 실험을 진행했지만 결과적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내진 못했다. 시간이 생각보다 짧았고, 다양한 변인을 학교 실험실에서 통제하기가 쉽지 않았다. 대신 연구 주제 탐색부터 선행 연구 조사·참조, 실험 설계, 실패 요인 분석과 보완 등을 익혔다. 

 

“인공눈물 제작이 제일 힘들었어요. 인간의 신체를 거치지 않고 실험실에서 진행하는 인비트로 방식으로 활용 했는데, 시중에서 판매하는 인공눈물은 실제 눈물과 성분이 달라 직접 만들어야 했어요. 여러 선행 연구 논문 속 인공눈물 성분을 참고해 하나씩 제작해보며 실험했죠. 특정 논문을 쓰신 교수님께 이메일로 조언을 구하기도 했고요. 실험 기구 소독 과정에서 순서를 헛갈려 알코올에 적신 핀셋을 램프 불에 가져갔다가 화재를 낼 뻔한 적도 있어요.” 

 

거듭 실패했지만, 배우는 기쁨이 더 컸다. 실험실에서의 실험과 연구가 적성에 잘 맞는 것도 깨달았다. 1학년 때부터 해온 헌혈 프로젝트가 달리 보였다. 학우들의 헌혈 독려를 위해 매일 국내 혈액 보유량을 공지해 경각심을 일깨우고, 급식 메뉴 중 철분 수치 유지에 도움이 되는 음식을 안내하는 활동에 집중했는데, 학문적으로 파고들어 대체 혈액을 개발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된 것. 이를 해결하려면 다양한 인체 면역 거부 반응이나 미지의 영역이 많은 혈액 생성 메커니즘을 밝혀내야 한다는 사실에 도달하면서, 약학을 넘어 생명 현상 연구에 치중하는 생명공학·기초 과학 분야까지 살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학과 입학·실험 수업 많은 지스트 ‘올인’     

 

넓어진 선택지로 서윤씨는 수시 지원 시 보건 계열부터 공대까지 다양한 대학·전공에 원서를 냈다. 그중 가장 마음을 둔 곳은 지스트였다. 

 

“지스트를 중심에 두고 준비했어요. 고3 수시 지원을 앞두고 스트레스가 컸어요. 고교 활동에서 최선을 다했는데, 교내 등급은 아쉬움이 컸죠. 그렇다고 빠른 시간 안에 정답을 찾는 게 중요한 수능 공부는 성향에 맞지 않았어요. 앞서 말했듯 공부할수록 관심 분야가 넓어져 특정 전공을 선택하기도 어려웠고요. 무학과로 선발하고, 연구 환경이 우수한 과학기술 특성화대학에 눈길이 갔어요. 특히 지스트는 선발 인원이 적고, 인문·예술 융합 교육이 활발한데다, 2학년 때 해외 협력대학에서 교환학생으로 1학기를 수강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제공하더군요. 뇌과학 분야에서 명성이 높은데 저도 관심이 있는 분야이고요. 자기소개서에 고교에서 했던 다양한 프로젝트를 내세워, 제가 지스트의 모든 교육 활동을 제대로 누리며 성장할 수 있는 인재임을 강조했어요. 학교의 특성을 파악하고, 저라는 사람의 개성을 학생부나 자기소개서에 잘 드러낸 게 합격 비결이라고 생각해요.”      

 

대학 생활은 즐겁다. 수업은 물론 창업 동아리부터 교내 공모 프로젝트까지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최근 프로그래밍에도 관심이 생겨 코딩 공부도 마음먹었다. 이를 통해 천천히 진로를 찾아보겠다는 게 서윤씨의 계획이다.   

 

“고3 때 압박감이 정말 컸고, 내면적으로 꽤 방황했어요. 3년간 누구보다 학교생활에 열정적으로 임했는데 딱 떨어지는 전공을 찾기도 어려웠고, 주변의 기대에 맞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 걱정됐거든요. 하지만 끝까지 애썼던 끝에 제게 맞는 대학을 찾았어요. 그런 점에서 후배들에게 학교생활에 최선을 다하면 길이 있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특히 입시를 위한 보여주기 활동이 아니라, 본인이 재미를 느끼는 분야를 파고들길 바라요.”

 


 

 

 나를 보여준 학생부 & 선택 과목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1학년 

<과학탐구실험> 자유 주제 탐구에서 사이펀의 원리를 이용한 결과물(장치) 워터 엘리베이터를 제작 <영어> TED 형식의 영어 스피치를 진행하며 학술적인 말하기 표현력을 높임 <영어권문화> 수전 손택의 <Illness As Metaphor>를 원서로 읽고 영화 <Goodbye my Friend>와 접목해 영화 속 주인공을 향한 사회의 시선을 분석하는 에세이 작성

 

 2학년 

<수학 I> 수열과 경제를 연결시켜 주식을 기반으로 실제 투자에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을 만듦 <생명과학 I> 물벼룩을 이용한 실험을 수행하고 엑셀 프로그램을 활용해 통계적으로 분석한 보고서를 작성 <기하> 모둠 활동으로 공간도형에서 직선과 평면의 각의 크기 관련 문항을 만듦 <미적분학 I> 미적분학이 현실에 적용되는 예로 프랙탈 차원에 대해 학습하며 박스 카운팅 기법을 실제로 해보고 발표 

 

 3학년 

<통합수학 I> sinx의 역함수를 이용해 문제를 해결하며 역삼각함수에 호기심을 가지고 그 미분법에 대해 탐구 <응용화학탐구>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리하르트 빌슈테터의 연구를 주제로 발표 <수학적 사고와 통계> 심슨의 역설, 통계의 대표성 오류 등 통계의 오류 사례에 대해 조사·소개 <응용생명과학탐구> DNA 시퀀싱과 인간 게놈 프로젝트를 주제로 한 에세이 작성  주요 

 

 

 

 선택 과목 

▒ <응용생명과학탐구> <응용화학탐구>  관심 분야 관련 교과라 선택했다. 고1 공통 과목이었던 <과학탐구실험>에서 교과서 이론이 아닌, 자유롭게 주제를 정해 직접 실험해보는 기회를 제공해 과학 실험에 대한 호기심이 커지면서, 실험·탐구 과목 위주로 선택했다. 

 

▒ <미적분> <심화미적분학I> <기하>  자연 계열 전공 공부에 필요하다는 생각에 이수했다. 특히 <심화미적분학Ⅰ>은 정말 어려웠지만, 포기하지 않았기에 대학 공부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 <영어권문화> <심화영어>  영어에 대한 흥미로 선택했다. 대학에 입학해보니 수업에서 영어 사용 빈도가 매우 높아 후배들은 영어 독해·회화의 기본 실력을 쌓길 추천한다. 

 

▒ <매체미술> <미술전공실기>  좋아하는 예술 교과로 특히 고3 때 입시 스트레스를 풀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