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 칼럼니스트부터 변호사까지, 생활법률 전문가를 꿈꿔요"
배효주 | 성신여대 지식산업법학과, 강원 유봉여고 졸업
누군가의 대표가 돼 사람들을 이끄는 일에 끌려 정치인을 꿈꾼 적도 있다. 하지만 우리 주변의 사회 문제에 대한 탐구와 호기심을 멈출 수 없었다. 직접 글로 쓰면서 깊이 분석하고 공부하고 싶은 욕심까지 더해졌다. 그래서 마음먹은 희망 진로는 법을 기반으로 하는 글쓰기. 성신여대 지식산업법학과 배효주씨는 우리 일상의 문제를 법 테두리 안에서 통찰하는 전문가, ‘법률 칼럼니스트’를 꿈꾸고 있다. 초등학생 때부터 ‘문학 영재’ 였을 정도로 글쓰기는 이미 삶의 일부가 됐지만, 글쓰는 직업 하나만 고집하기엔 대학에 들어와 배우는 ‘법’이 너무 재미있단다. 자칭 ‘아직은 법에 대해 뭣 모르는’ 효주씨와 마주 앉아 이야기를 이어갈수록 고리타분하고 어렵다는 법에 대한 편견이 제대로 깨져버렸다.
취재 홍정아 리포터 jahong@naeil.com
사진 이의종
아이돌 그룹의 저작권, 지식산업 법률 분야 관심 둔 계기
“원래 미디어 분야에 관심이 많아 막연히 칼럼니스트가 되고 싶었어요. 고등학교 2학년 <사회·문화> 수업 시간에 사회 문제나 법률을 다룬 칼럼을 접하게 됐는데, 주변 친구들 대부분이 막연히 너무 어려울 것 같아 읽기 싫다는 반응을 보였어요. 내가 좋아하는 분야가 다른 사람에게 마냥 어려운 것으로 인식되는 게 속상하고 안타까웠죠. ‘모두가 재밌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이 법’이라는 생각으로 바꾸는 데 제가 직접 매개체가 되고 싶었어요.”
친구들이 이해하기 쉬운 것부터 접근하기로 했다. 인기 아이돌 그롭의 팬이 만든 영상물, 굿즈 상품 등의 초상권과 저작권 문제부터 시작했다. 어릴 때부터 줄곧 아이돌 그룹 세븐틴의 ‘찐팬’이라는 점도 한몫했다.
“아이돌을 좋아하는 연령층은 10~20대가 많은데, 아티스트의 초상권이나 저작권에 대해선 잘 모르거나 가볍게 여기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나쁜 의도 없이 관련 법률을 잘 몰라 빚어지는 문제가 대부분이고요. 친구들에게 관련 내용을 설명해주다가 나중엔 지식산업에 관한 법률을 더 깊이 배워 생활 속에서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까지 하게 됐죠. 제가 성신여대 지식산업법학과에 지원하게 된 계기이기도 합니다.”
청소년 문화 관광 해설사로 활동하며 남 돕는 기쁨 깨달아
“고1 내신은 3등급 후반, 4등급 초반까지 떨어져 좋지 않았어요. 대부분 그렇듯이 저도 공부 좀 한다는 얘기를 들으며 자랐지만, 막상 고등학교에 입학하니 열심히 한다고 성적이 나오는 게 아니더라고요. 그땐 진짜 공부가 뭔지 몰랐던 것 같아요. 학생부 종합 전형으로 대학에 가야 하니 무조건 ‘활동’ ‘비교과’ 챙기기에 바빴고요.”
1학년 봉사 활동 시간이 무려 213시간이나 됐다. 학교 밖 활동에 치우쳐 교과 성적 관리에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를 상쇄할 정도로 값진 경험과 교훈을 얻은 시간이었다.
“춘천 청소년 문화 관광 해설사로 활동하면서 평창 동계올림픽 관광객 통역과 지역 안내 봉사 활동을 했어요. 처음엔 봉사 시간 챙기기에 바빠 의무감으로 참여했지만, 차츰 관광객의 입장에서 불편한 점이 뭔지, 개선해야 할 부분이 뭔지 보이기 시작하더라고요. 나중에는 질문 수첩을 따로 만들어 반복해 들어오는 질문들만 따로 추렸어요. 시티투어 버스 예매 승객의 대기실이 없어 불편하다는 관광객들의 건의를 시청에 전달했고,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쉴 수 있는 대기실이 진짜 생겼죠. 누군가의 불편함이 내 노력으로 해소됐다는 사실이 신기하고 너무 기뻤습니다. 소통의 중요성도 알게 됐고요.”
내신 상승 곡선, 학교 수업과 자습 시간에서 해법 찾아
2학년이 되자 무엇보다 교과 성적을 올려보기로 마음을 다졌다. 이후 내신 상승의 비결은 의외로 간단했다. ‘학교생활 안에서 무조건 열심히 살았다’는 게 효주씨의 비결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야간자율학습이나 방과 후 수업을 빼먹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은 학교 안에서 다 끝내자는 생각으로, 선생님들의 질문에 큰소리로 대답하면서 개념을 이해하고, 복습 시간에 암기하는 방법을 활용했죠. ‘선생님이 나만 바라보고 수업하게 만들자’는 각오로 수업에 임했어요. 꼭 해야 하는 공부는 학교에서 끝내고, 집에 돌아와선 교과별 과제나 동아리와 학교 활동에 필요한 내용을 처리하는 습관을 들이니 나중엔 별로 어렵지 않더라고요.”
이런 노력 끝에 2~3학년 평균 내신을 2등급 초반까지 끌어올릴 수 있었다. 성적이 어느 정도 확보되자 진로에 대한 탐색과 고민도 한결 수월해졌다. 담임 선생님은 물론 진로나 교과 담당 선생님들과도 깊이 있는 상담을 이어갔다.
“사립 재단인 유봉여중을 거쳐 유봉여고에 진학했기에 선생님들과 함께한 시간도 길고, 학교 분위기가 제 마음속 이야기를 다 터놓을 수 있을 만큼 좋았어요. 제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하려면 어느 대학 어느 학과에 진학해야 하는지, 필요한 성적은 어느 정도인지 등등 헷갈리거나 궁금한 내용은 언제든 여쭤보고 상의드렸죠.”
영화 <기생충>으로 ‘갈등론’과 ‘기능론’ 분석한 게시판 활동
효주씨는 성신여대에 입학할 때 1년 장학생으로 선발된 건 물론, 수시 지원한 6곳의 대학 중 4곳에서 합격 통지를 받았다. 합격 비결을 물으니 “꾸준한 성적 상승과 관심 분야에 대한 심화 탐구 활동 덕분인 것 같다”고 말한다.
“3학년 때 관심 있는 사회 현상이나 미디어를 분석한 뒤 제 생각을 곁들여 학급에 게시했어요. 자랑하고 싶은 활동이죠. 일명 ‘게시판 활동’ 인데, 아무런 도움 없이 저 혼자 아이디어를 내고 꾸준히 이어갔어요. 친구들의 반응을 통해 생각지 못했던 부분을 발견하기도 하고, 사람들의 관심을 하나로 모아가는 일이 참 매력적이라는 것을 깨달았죠.”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영화 <기생충>을 주제로 기능론과 갈등론을 재해석한 것을 비롯해, 당시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오른 ‘일본 불매 운동’에서 착안해 왜 이런 현상이 빚어졌는지 분석하고 자신의 의견과 입장을 정리해 ‘사회로 한 걸음 더’라는 제목으로 보고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2주에 한 번씩 보고서를 만들 때마다 학급 게시판에 붙여 친구들과 공유했다.
“학업에 기울인 노력과 경험, 그 안에서 배우고 느낀 점을 묻는 자기소개서 1번 항목에 정리하기에도 딱 좋은 소재였던 것 같아요. 2학년 때 1년간 교내 인문 과학 아카데미를 수강하면서 모의 유엔 회의에 참여한 경험도 자기소개서를 쓸 때 도움이 많이 됐어요. 막상 그땐 몰랐는데, 지나고 나니 제게 의미 있는 활동이 참 많았더라고요.”
모의 유엔 회의는 어떤 일이든 편중된 시각이 아니라 넓은 관점에서 객관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교훈을 남겼다. 효주씨는 미국의 대표가 돼 ‘경제 성장을 위해 유엔이 해야 할 노력과 역할’에 대해 기조연설문을 발표했다.
“개발도상국 스스로 노력하지 않아 발전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보는 근대화론과 개발도상국이 착취당하고 있으므로 저발전 상태에 머무른다고 보는 종속이론을 깊이 탐구하는 경험을 했어요. 두 의견을 합쳐 개발도상국의 더딘 경제 성장을 해결하려면 각국의 독립적인 노력도 중요하지만 모든 국가가 노력해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죠. 여러 의견을 깊이 분석한 다음, 그에 따른 제 의견을 전하니 다른 국가를 대표했던 친구들도 거부감 없이 공감해준 것 같아요.”
법 기반으로 사회에 기여하는 사람 되고파
“여중, 여고를 나와 왜 또 여대에 갔냐고 묻는 친구들이 많아요. 하하. 편하고 익숙한 환경이어서 선택한 면도 있지만, 학과가 너무 끌려 공학이냐 여대냐는 선택 조건이 아니었던 것 같아요. 한편으론 여대를 향한 사회적 편견이나 인식이 저를 통해 바뀌길 바라는 마음도 있었고요.”
면접을 보러 왔을 때 수험생 응시자들을 친절히 안내하던 성신여대 학교홍보대사 ‘포러스’ 선배들의 모습에 반했다. 대학에 합격하면 꼭 포러스의 일원이 되리라 마음먹었고, 지금은 22기 단원으로 활동하며 그 뜻을 이뤘다. ‘안 하고 후회하느니 무조건 도전해보자’는 게 신조다. 적극적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 이유이기도 하다.
“고등학교 땐 공부하느라 힘들기도 했지만, 친구들이 제게 ‘데뷔는 언제 하냐’고 장난칠 정도로 유쾌하게 생활한 것 같아요. 좋아하는 대상이 생기면 동기가 더 강해지고, 동기가 강해지면 시너지가 유난히 커지는 편이에요. 요즘은 ‘민사법’에 확 꽂혔어요. 희로애락, 사람 사는 모습이 그대로 담긴 민사법과 그 판례들을 접할 때 설레기까지 하는 걸 보면 ‘법 전문가’가 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실제로 성신여대는 지식산업법학과와 법학과를 함께 묶은 법학부를 신설했다. 선배들 역시 로스쿨을 거쳐 변호사가 되는 진로를 계획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산업과 법학의 가교 역할을 표방하는 학과 안에서 앞으로 효주씨가 경험할 것들은 무궁무진하다.
“1학년 때는 총칙이나 개론 과목 중심으로 수업을 들었어요. ‘민사법’은 배울수록 다이내믹해서 앞으로 접하게 될 내용이 너무 기대될 정도예요. 우리 학과를 졸업해 영화나 연극, 출판 등 엔터테인먼트 산업 분야로 진출하거나 변호사 시험을 준비하는 선배님의 비율이 반반 정도 된다고 들었어요. 아직 구체적이진 않지만, 법을 기반으로 다양한 분야에 기여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나를 보여준 학생부 & 자기소개서
학생부
1학년
▒ 창의적 체험 활동
독서 동아리에서 진로 관련 도서를 읽으며 학업에 대한 확신을 갖는 계기가 되었음. 책을 읽고 관심 분야에 대해 나의 주장 말하기 발표에 참가해 자신의 의견을 발표했음. ‘청소년의 달’ 행사와 동계올림픽 준비, 요양 시설 주변 청소와 정리, ‘청소년 춘천 관광 해설 특별 과정 교육’에 참여함.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국어> 수업 시간에 배운 설득의 원리를 이용해 상대방을 효과적으로 설득하고 자신의 주장이나 의견에 대해 타당한 근거를 들어 논리적으로 증명하는 능력이 탁월함. ‘청소년에게 선거권을’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청소년에게 선거권이 주어져야 하는 이유를 타당한 근거를 들어 설득력 있게 표현함.
2학년
▒ 창의적 체험 활동
각종 지역 사회 관광 안내와 외국인 통역 봉사를 통해 역량을 발휘함. 관광객과의 다양한 대화를 통해 제3자의 관점으로 지역을 바라보고 개선 사항을 시청에 건의했으며 지역 사회 발전을 위해 역량을 다함.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사회·문화> 범죄의 문제점을 두 개의 관점으로 보고 단순하고 이기적인 인간의 합리적 선택 결과로 범죄를 보는 것을 비판하는 논술을 작성함. 교내 인문 과학 아카데미의 모의 유엔 회의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지속 가능한 신 제조업에 대해 논의하며 사회 변화에 대응하는 미국을 비롯 다양한 국가의 입장에 관해 탐구함.
3학년
▒ 창의적 체험 활동
사회 복지 서비스에 관심을 갖고, 그중 ‘지역아동센터’에 대해 심화 보고서를 작성함. 대표 시설인 ‘춘천성체지역아동센터’에서 직접 봉사 활동을 하며 문제점을 파악하고 대안을 제시함. 우리 사회의 이슈에 대해 조사하며 관련 정보를 친구들과 공유하고자 월 2회 ‘사회로 한 걸음 더’라는 제목의 게시글을 만들어 지속적으로 학급 게시판에 게시함.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고전> 산업화 시대의 문학에 관심을 갖고 그 시대를 다룬 작품들을 읽으며 당대의 의식, 인물, 배경 등을 파악함. <사회·문화> ‘기능론과 갈등론의 관점에서 분석하는 경제적 불평등’을 탐구 주제로 삼아 기능론과 갈등론의 기본 입장을 제시하고, 경제적 불평등을 바라보는 두 이론의 입장 차를 토대로 오늘날 심화되고 있는 경제적 불평등 현상을 분석함.
자기소개서
▒ 1번 학습 경험
2학년 때 교내 인문 과학 아카데미에서 ‘모의 유엔 회의’에 참여하며 편견 없이 다양한 의견을 접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경험을 적었다. 3학년 때 자발적으로 혼자 진행한 ‘사회로 한 걸음 더’ 게시판 활동을 통해 우리 사회를 편견 없이 이해하는 것의 소중함과 다른 사람과의 의사소통의 중요성 등에 대해 느낀 점을 정리했다.
▒ 2번 교내 활동
해외 사이트에서 동해가 ‘Sea of Japan’이라고 적힌 것을 바로잡기 위해 관련 보고서를 만들어 친구들과 SNS로 공유한 경험, 청소년의 다양하고 효율적인 진로 탐색을 위해 정부에 제안하는 정책 활동 안에서 자유학기제의 문제점과 대안을 탐구한 내용을 적었다.
▒ 4번 지원 동기 등
미래 지식 기반 산업 사회에서 꼭 필요한 ‘법’을 배우고, 법률 칼럼 동아리와 블로그를 직접 운영하면서 대중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법률 만들기를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 다국적 기업 간 법적 문제 탐구와 함께 졸업 후 SNS 관련 저작권 문제를 법률 칼럼으로 연재하고 싶은 포부를 담았다.
교사의 시선으로 본 수시 합격생
“국어 문학 작품의 배경에서도 희망 진로의 꿈을 키운 학생”
효주는 말과 글로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능력이 탁월했습니다. 수업 시간에 등장하는 문학 작품을 대하는 태도가 인상적이었죠. <순이삼촌>이라는 문학 작품에서 제주 4.3사건을 접했고, 이를 실마리로 언론에 잘못 알려진 정보를 바로잡는 활동까지 스스로 이어갔던 일이 기억에 남아요. 생활 칼럼니스트를 꿈꾸는 학생답다는 생각을 했죠.
‘눈으로 말한다, 눈빛이 살아 있다’는 표현들을 하는데, 효주야말로 그런 아이예요. 수업 시간에 초롱초롱 빛나는 눈으로 시원시원하게 대답을 잘 해 선생님들이 칭찬을 많이 하셨죠. 진로 희망이 조금씩 변했지만 그때마다 찾아와 상담을 청하며 학교 교육에 의지를 많이 하는 모습도 교사 입장에선 고맙고 대견해 보였습니다. 늘 효주에게 하던 말이 있어요. “어디 가서 뭘 하든 아무 걱정할게 없어!” 이 말을 오랜만에 전하고 싶네요.
__3학년 담임 안순희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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