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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 집콕_ 이구동성 ‘독서’, 왜?

코로나19가 거듭 재확산되고 있습니다. 학생들의 등교도 그만큼 어려워지고 있고요.

 

학교를 중심으로 진행된 교과 연계 활동과 진로 활동, 동아리 활동 등이 대거 취소되거나 축소되면서 학생부 종합 전형을 준비하는 고교생들의 고민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빛나는 학생부를 위해 자신의 역량을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펼치기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일선 교사들은 “지금이야말로 차별화된 자기 주도적 역량을 학생부에서 보여줄 수 있는 적기”라고 입을 모읍니다. 그리고 이를 드러낼 최고의 수단으로 이구동성 ‘독서’를 꼽습니다. 지금과 같은 특수한 상황에서 자신의 역량을 드러내며 입시에 대한 불안감도 덜어낼 수 있는 최상의 ‘맞춤 독서법’은 무엇인지 살펴봤습니다.

 

취재 김한나 리포터 ybbnni@naeil.com

도움말 송승훈 교사(경기 광동고등학교)·양일규 교사(서울 단국대학교사범대학부속고등학교)·이강휘 교사(경남 마산무학여자고등학교)
정명혜 교사(경기 시온고등학교)·정화희 교사(광주 빛고을고등학교)·정현두 소장(미래탐구 동작센터)

 


 

코로나19 휩쓸린 학교에서 독서를 강조하는 이유

 

교과와 비교과 활동이 조화롭게 기재된 학생부를 ‘훌륭한 학생부’ 라 한다. 교과 시간에 배운 지식에 대한 호기심을 독서나 동아리 활동을 통해 어떻게 확장시켜나갔는지, 자신의 관심 분야에 대해 얼마나 깊이 있는 탐구를 진행했는지에 따라 학생부에 기록되는 교과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세특)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때문에 비교과 활동은 본질적으로 교과 연계 활동과 다름없다.


지금은 코로나19 사태로 교내 활동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특수한 상황이다. 독서 외 다른 활동은 모두 막힌 상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에 막막해할 필요는 없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광주 빛고을고 정화희 교사는 “그동안 수행평가 준비와 동아리 활동, 봉사 활동 등을 수업과 병행하느라 교과 연계 활동이나 진로 활동 에서 깊이 있는 결과물을 내기 버거웠던 학생들에게는 역으로 지금이 최상의 시기가 될 수 있다. 학생부 기록은 양보다 질적인 면이 중요하다. 원격 수업 기간에 확보할 수 있는 시간을 최대한 활용해 ‘충실한 독서’를 하길 권한다. 독서를 통해 스스로 지적으로 성장한 부분, 전공 적합 역량을 키운 부분을 드러낸다면 입시에서 충분히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며 현 상황은 “위기를 기회로 삼을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한 때”라고 강조한다.


경남 마산무학여고 이강휘 교사 또한 “교내 활동이 모두 제약을 받는 상황이다 보니 학생부에 기재할 소재가 부족하다. 독서는 개인적인 활동으로 외부 환경에 제약을 받지 않으며 학생부에 담길 ‘괜찮은’ 내용도 이끌어낼 수 있는 주요 수단이다. 현 상황에서 독서의 강조는 결국 입시라는 현실적 상황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고 전한다.

 

 

교과 세특 돋보이게 하는 독서의 힘

 

지금의 특수한 상황에서 독서가 강조된다 하더라도 대다수 학생들이 선뜻 책에 손을 뻗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독서는 적지 않은 시간을 요하는 행위다. 혼자 책과 긴 시간 마주해 야 하니 외롭고 재미없다. 디지털 기기에 둘러싸여 자라온 지금의 중·고교생들은 활자가 아닌 영상으로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이 편하고 익숙하다.

 

그럼에도 독서의 중요성에 대해서라면 학생들 또한 모르는 바가 아니다. 단 이를 현실화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지도가 필요하다.

 

경기 광동고 송승훈 교사는 “동기를 심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입시에 신경 쓰지 않는 학생은 없다. 학생부 종합 전형의 위력을 활용해보자. 대학이 입시에서 지적 호기심과 전공에 대한 관심을 측정하는 척도로 독서를 강조하면서부터 학생부에 독서 기록 한 줄을 추가하기 위해 책 읽기를 꾸준히 실천하는 학생들도 늘고 있다. 해당 교사가 관찰한 독서 활동은 교과 세특에 자세히 기록될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의 역량을 드러낼 훌륭한 소재가 된다. 원격 수업 기간에 독서 활동을 관찰, 기재할 수 있는지 의문을 품는 이들도 있지만 독서를 통해 쌓인 역량은 등교 수업 시 탐구한 자료를 발표하거나 교사가 관찰 가능한 원격 수업에서 충분히 확인한 후 기재할 수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19로 인해 2021학년 대입에서는 비교과 활동을 미반영하거나 최소화해 평가하겠다는 대학들이 많았다. 그에 따라 대입에서 세특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학생부 종합 전형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더욱 독서에 힘을 써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게다가 올해부터 학생부의 각기 다른 영역에 같은 도서명을 중복으로 기재할 수 있게 됐다.

 

서울 단대부고 양일규 교사는 “국어 교과 세특에 적힌 책을 개인 독서 활동 상황에도 적을 수 있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역사 시간에 일제강점기를 배우고 <윤동주 시집>을 읽었다면 국어 시간에도 윤동주 시인의 작품을 시대적 배경과 관련해 깊이 있게 해석하고 발표할 수 있다. 이 경우 국어, 역사 교과 세특과 독서록에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해 기록된다. 이런 독서 활동을 보고 대학은 학생의 학습에 대한 열의와 방향을 읽어낼 수 있다. 독서 활동이 교과 성적뿐만 아니라 진로와 관심사에 대한 도전의식이나 연구 과정을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척도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주장했다.

 

 

 

‘자본 주도 학습’ 통하지 않는 국어, 해답은 독서


2018학년 수능 국어 1등급 기준 점수는 94점이었다. 2019학년에는 84점으로 급락, 역대급 난도였다는 평을 들었다. 2020학년에는 91점으로 역시 만만치 않은 난도로 볼 수 있었다. 2020학년 수능 오답률을 살펴보면 상위 10문항 안에 독서가 8문항, 화법·작문·문법이 2문항이다. 이 중 법과 경제 분야가 융합된 지문(37~42번 문제)에 속하는 4문항이 상위 10문항 안에 포함됐다.


일각에서는 수능 국어에서 독서 영역이 고등학교 단계에서는 소화하기 어려울 정도로 너무 높은 난도로 출제된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미래탐구 동작센터 정현두 소장은 “수능 중심의 정시 선발 비중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입 변별력을 확보하려면 수능 난도를 낮추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특히 국어 영역의 난도를 낮추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측했다.


국어 실력은 읽기 능력이 좌우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문과 문항을 이해하려면 우선 내용을 읽어내는 것이 기본이기 때문이다. 이 기본기는 독서를 통해 꾸준히 다져가야 한다.


양 교사는 “독서는 온전히 학생 개인의 몫이다. 다른 이가 책을 대신 읽어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수능 국어의 독서 영역을 독서를 하지 않고 문제 풀이로 대비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이는 오산이다. 생경한 분야에서 지문이 출제되더라도 탄탄한 독서력이 갖춰져 있다면 논리적 분석을 통해 문제를 풀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학업 역량 키우기도 독서가 답

 

모든 과목의 성적을 끌어올리는 학업 능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언어 사용 능력’이라는 데 일선 교사들은 뜻을 함께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많은 고교생들이 학업의 기초가 되는 언어 사용 능력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이 교사는 “교과서는 어떤 과목이든, 수학조차도 ‘글’의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 글로 된 수많은 정보를 읽고 이해하고 수용하고 기억하고 활용해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이 ‘언어 사용 능력’ 과 긴밀한 연관이 있다. 책을 많이 읽은 학생들은 일단 언어 사용 능력이 높다. 교과서를 읽으면 주요 내용과 부수적인 내용을 단계별로 정리해낸다. 물론 요약도 매끄럽게 해낸다. 기억해야 할 것과 흘려도 될 것을 파악하는 능력, 이를 학업 역량이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중학 시기에 우수한 성적을 유지하다 고교 진학 후 급격하게 성적이 떨어지는 학생들은 십중팔구 언어 사용 능력이 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중학교 때까지는 시험 기간에 필기한 내용을 토대로 공부하면 성적이 나왔는데 고등학교 때는 그 방식이 통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교과서와 참고서를 스스로 읽고 문제 풀이까지 해야 하는 데 방대한 양을 소화하기 버거워하는 학생들이 비일비재하다고. 

 

마음은 급한데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다 보니 사교육에 의존하는 경우가 늘어난다. 그러나 모든 교과를 사교육에 의지하는 것은 물리적, 시간적으로 불가능하며 이는 자연스레 성적 하락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 교사는 “고등학교 때 성적이 갑자기 급상승하는 경우도 있다. 독서를 통해 학업 역량을 키워온 경우다. 시험 기간이 되면 재밌는 광경을 목격하곤 한다. 혼자 끙끙대고 문제를 풀던 학생이 ‘좀 가르쳐달라’며 우등생을 찾아간다. 우등생은 교과서 내용을 짚어가며 내용을 정리해준다. 단지 교과서 내용을 정리해줬을 뿐인데도 학생들은 ‘아~’ 하며 이제야 이해했다는 듯 장탄식을 내뱉는다. 결국 고등학교 성적을 좌우하는 것은 ‘독서의 힘’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독서야말로 입시 준비의 시작이다”라고 강조했다.

 


 

독서 흥미 유발하는 STEP BY STEP_ 중학생 편

 

한 권으로 10권 효과 내는 ‘고전문학’ 읽기

 

국민 독서 실태조사에 따르면 대한민국 중학생의 평균 독서량은 연간 18.5권, 고등학생은 8.8권이다. ‘그래도 꽤 읽네?’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실제로 책을 단 한 권도 읽지 않는 학생이 30%에 육박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양 교사는 “독서와 학업의 상관관계는 이미 정설이 됐다. 그렇다고 자녀에게 억지로 책 읽기를 강요한다면 더욱 독서와 멀어질 것이다. 재미를 느끼게 해주는 게 먼저다. 독서의 양은 중요치 않다. 한때 책의 권수에 집착해 명문대 권장 도서 섭렵이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고교·대학 입시 모두 독서를 정량적으로 평가하지 않는다. 한 권을 읽어도 사고력을 확장시키는 독서를 하라는 뜻이다. 책 읽기가 버거운 중학생이나 고교생에게 ‘고전문학’을 추천한다. 고전문학은 당시의 역사적 배경과 생활상, 인간적 고뇌까지 생각할 거리가 풍부하다. 한 권을 제대로 읽어내면 10권 이상의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한다.

 

 

 

독서력 UP! 실패 없는 심화 독서 첫 단계_ 고등학생 편

 

뻔한 필독서, 추천 도서에서 벗어나라

 

독서의 시작은 책 선정부터다. 학생들이 가장 고민스러워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은 너무 가벼운 것 같고 소위 필독서라 불리는 <이기적 유전자> <부분과 전체> <종의 기원> <총·균·쇠> 등은 읽자니 재미도 없거니와 무슨 말인지도 몰라 몇 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고 책을 덮어버리기 일쑤다.

 

이 교사는 “입시를 염두에 두고 어려운 책을 억지로 읽는 건 노동이자 고역이다. 수준에 맞는 책을 꾸준히 읽으면서 독서를 즐기는 태도를 갖추는 게 먼저다. 고유의 개성이 드러나지 않는, 유명 필독서와 추천 도서는 평가자 입장에서도 매력적이지 않다. 차라리 가벼운 청소년 소설을 일주일에 한 권씩 꾸준히 읽어라. 1년간 꼬박 읽으면 52권이 된다. 읽다가 흥미가 생기면 김영하, 한강, 김연수 작가 등의 소설로 확장시키면 된다. 소설책 52권만 꼼꼼하게 읽어도 교과서를 잘 읽어낼 수 있는 언어 사용 능력이 갖춰져 공부가 수월해진다”고 조언한다.

 

읽고 싶은 분야에 대한 호기심이 충분히 충족되면 그 뒤 자연스레 수준 높은 책, 지식 도서 등을 찾아 읽게 된다는 게 교사들의 의견이다. 한 작가의 작품을 파고들어가는 것도 좋다. 예를 들어 알랭 드 보통이라는 작가의 책을 읽었는데 너무 재미있었다면 그 작가의 다른 책을 읽어보는 식. 이 교사는 “고교·대학 입시 모두 ‘발전하는 독서’ ‘관심 분야를 확장시키는 독서’를 한 학생이 좋은 평가를 받는다. 거듭 강조하지만 목록 채우기를 위한 필독서 읽기는 지양하라”고 말했다.

 

 

독후 활동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벗어나라

 

“책을 읽고 반드시 느낌을 적어야 한다면 어떤 학생이 기꺼이 독서를 하겠는가? 그냥 즐기면 된다. 그러다 ‘이 책은 꼭 학생부에 남기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독후 활동지를 작성하든 보고서를 작성하든 하면 된다. 등교 수업 시 교사와 급우들의 양해를 구하고 발표를 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런 ‘찐’독서야말로 세특을 풍성하게 할 뿐만 아니라 훗날 자기소개서나 면접에서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는 것이 송 교사의 얘기다.

 

자발적으로 책을 읽기 힘든 학생의 경우 교사에게 도움을 구해보자. 책 선정에 실패할 확률을 줄일 수 있다. 독서 초보 학생들이 가장 흔히 하는 실수가 자신이 감당하기 어려운 책을 고르거나 수준이 너무 낮아 지적 성장에 도움이 별로 안 되는 책을 고른다는 것이다.

 

정화희 교사는 “교과 연계 독서로 첫 출발해보길 권한다. 배경지식을 쌓고 학습에 깊이를 더할 수 있다. 교과서는 분량의 한계로 작품 전문을 수록하지 못한다. 이를 온전히 읽어내고 수업에 임한다면 학습 내용을 훨씬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관심 있는 전공 분야의 도서를 입문서부터 탐독해보는 것도 좋다. 매일 조금씩 책을 읽는 것이 독서 습관을 기르는 최선의 방법임을 꼭 기억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