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에서 시작된 길, 언어와 문화를 넘어 세계로
정현희 | 가톨릭대 프랑스어문화학과(강원사대부고)
코로나19의 유행으로 각종 OTT 서비스가 인기를 끌었던 중학교 시절, 현희씨는 자연스레 콘텐츠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방송 ‘정주행’을 끝낸 뒤에는 촬영 현장을 담은 영상까지 챙겨 봤고, 자연스레 콘텐츠 제작자를 꿈꾸게 됐다. 한데 고교 입학 후 영화 제작부와 방송반으로 활동하다 보니 콘텐츠의 기반이 되는 언어와 문화에 눈길이 갔다. 이후 여러 주제로 각 나라의 특성을 비교하며 대학에서도 언어·문화를 배우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다. 현희씨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취재 송지연 기자 nano37@naeil.com
사진 배지은

콘텐츠 제작하며 언어·문화에 눈길
중학교 시절 현희씨를 사로잡은 건 모두가 창의성을 발휘하며 정답게 일하는 콘텐츠 촬영 현장의 모습이었다. 이런 즐거운 과정을 직접 경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고교 입학 후 영화 제작 동아리에 가입해 활동했다. 고2 때는 더 많은 사람들과 협업하며 학교 프로그램에 도움이 되는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방송반에서 영상 제작을 이어갔다. 시청자에게 영상의 의도를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 고민한 경험은 콘텐츠에서 언어와 문화로 관심사를 넓히는 계기가 됐다.
“영상을 만들 땐 늘 조원들과 활발하게 의견을 주고받았어요. 혼자 생각하기보다는 토론을 통해 가장 적절한 대사와 장면 구도, 연출을 찾기 위해 노력했죠. 이 과정에서 표현을 조금만 달리해도 시청자가 받아들이는 의미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배웠어요. 또 다양한 시청자에게 제 의도를 전달하려면 그들이 속한 문화권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죠. 문화권에 따라 의사소통 방식이나 주로 사용하는 상징에 차이가 있더라고요. 이후 특정 나라를 소개하는 유튜브 영상을 자주 봤는데, 특히 프랑스에 매력을 느꼈어요. 자유와 평등을 중요시하고 자국의 언어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점이 신선했거든요.”
세계 각국의 문화에 대해 알고 싶다는 마음은 <세계사>와 <세계지리> 수강으로 이어졌다. 이 외에도 <영어권문화> <심화영어독해>와 같이 국제 역량을 높일 수 있는 과목과 <윤리와 사상> <생활과 윤리> <사회·문화> 등 인문·사회 계열 공부의 기반이 되는 과목을 충실히 공부했다.
“사실 <세계사>와 <세계지리>를 선택할 땐 부담이 있었어요. 고1 때 <한국사>와 <통합사회> 지리 단원이 까다롭게 느껴졌던 데다가, 둘 다 학습량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웃음) 하지만 잘하는 과목만 공부하기보다는 어렵더라도 필요한 과목에 부딪쳐봐야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해 수강했습니다. 실제로 배워보니 <세계지리>는 자연환경이 지역 주민의 삶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알 수 있어 흥미로웠어요. 예를 들어 프랑스 망통은 지중해 기후의 영향으로 겨울엔 흐린 날씨가 이어지고 관광객이 줄어드는데, 이를 보완하고자 지역에서 생산한 레몬을 활용해 축제를 열어요. 기후 특성이 축제와 같은 지역 홍보 전략과도 이어져 있는 셈이죠.”
여러 나라 비교하며 이해도 UP
현희씨는 호기심이 생기면 나라별 사례를 모아 비교하면서, 궁금한 내용을 깊이 파고드는 동시에 각 나라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다. 고2 진로 활동에서 소수 대기업의 미디어 독점으로 인해 여론의 다양성이 제한되는 문제에 주목한 것을 계기로 국내외의 미디어 법률 사례를 비교한 것이 대표적이다.
“최근 사람들은 주로 네이버, 구글, 유튜브 등 거대 플랫폼에서 생산된 정보를 습득해요. 그러다 보니 특정 문제에 대해 비슷한 견해를 갖게 되는 경우가 많죠. 다양한 기업이 경쟁하며 정보를 생산하고 사람들이 스스로 플랫폼을 비교·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해, 미디어 소유권을 제한하고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한 정책 제안서를 작성했어요. 이때 호주의 방송법 사례를 분석해 근거를 세웠어요. 이후 타국의 미디어 문화와 법률에 흥미가 생겨 독일·캐나다 등의 방송법을 추가로 조사한 다음, 미디어 플랫폼의 저작권 침해와 정보의 공정성 등 우리나라의 미디어 법률 개선 방향을 구체적으로 정리했죠.”
고3 동아리 시간에는 영화 <기생충>의 국가별 포스터를 비교했다. 국제적으로 화제가 된 작품인 만큼 포스터를 통해 국가별 표현 방식의 차이를 발견할 수 있을 거라 기대했기 때문이다. 실제 결과는 예상과 달랐지만 현희씨는 크게 실망하지 않았다.
“영화 포스터 한 장으로 표현 방식의 차이를 명확하게 알기엔 한계가 있었어요. 예상과 달리 기존 포스터를 번역만 해서 내보내는 경우도 많았고요. 다만 프랑스의 경우 인물 배치를 통해 긴장감을 조성한 한국과 다르게 신발의 유무로 계층 차이를 나타낸 점이 흥미로웠어요. 만족스러운 결과는 아니었지만 이런 관점은 다른 주제를 바라볼 때도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전공보단 흥미가 먼저
현희씨는 고교 3년을 거치며 대학에서 프랑스어와 프랑스 문화를 배우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가톨릭대 프랑스어문화학과 외에도 강원대 불어불문학과, 서울여대 프랑스문화콘텐츠전공, 아주대 불어불문학과, 인천대 불어불문학과에 집중적으로 지원한 이유다. 실제로 입학해 수업을 들어보니 만족도는 기대 이상이라고.
“1학년인 지금은 프랑스어의 기초를 다지고 있어요. 전에 접해본 적 없는 언어를 배우다 보니 어휘도 문법도 실수할 때가 많지만, 어려움을 이겨내는 과정에서 큰 보람을 느낍니다. 교수님의 실제 프랑스에서 겪은 일화를 들을 수 있어서 즐겁고요. 최근에는 언어·문화뿐만 아니라 국제 관계와 외교 분야에 흥미가 생겨서, 국제학부를 복수전공하거나 해당 학부로 전과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어요. 프랑스어·문화에 대한 이해에 국제 역량이 더해지면 진로를 더 폭넓게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후배들에게는 희망 전공이라는 틀에 얽매이기보다는 자신의 흥미를 따라 여러 분야를 경험해보라고 조언한다.
“돌이켜보면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뭐든 했어요. 미디어 분야 진로를 염두에 두다가도 언어나 문화에 관심이 생기면 그쪽을 파고들었죠. 그러다 희망 전공을 바꿀 때도 망설임은 없었어요. 깊이 있는 탐구와 열정을 보여주면 대학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거라 믿었거든요. 후배들도 관심 있는 분야나 활동이 희망 전공과 뚜렷한 관련이 없다고 망설이지 말고 적극적으로 도전하면 좋겠습니다. 그러다 보면 새로운 길을 발견할지도 모르니까요.”
나를 보여준 학생부 & 선택 과목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1학년
<국어> <착한 소비는 없다>를 읽고, 환경 문제를 고려하면 과감하게 쓰레기를 줄여야 한다는 필자의 말을 기준으로 삼겠다는 결심을 서평에서 작성함 <통합사회> 미래 사회 예측 보고서 작성하기 활동에서 인터넷을 활용한 원격 수업의 변화와 전망을 주제로 미래를 예측하고, 공교육의 정상화를 바탕으로 원격 수업이 학습자의 보조 학습 도구로서 그 가치가 매우 높아질 것이라고 평가함
2학년
<수학Ⅱ> 드라마의 인기도 변화를 분석하고자 연속함수 개념을 활용해 시청률, 검색 경향, 소셜미디어 추세, 평점 등의 자료를 모아 그 구조와 경향성을 시각화함 <일본어Ⅰ> <먼나라 이웃나라 일본 편>을 읽은 뒤 ‘와(조화)’ ‘이지메(괴롭힘)’를 키워드로 요약하고, ‘일본 학교 이지메는 사회 현상의 축소’ 기사를 찾아 일본의 와 사상에서 비롯된 공동체의 조화를 강조하는 경향이 오히려 일본 사회 속 개인의 자유를 억누르게 됐으며 이에 대한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함
3학년
<확률과 통계> SNS와 메신저에서 쓰이는 디지털 언어가 기존 언어 구조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다룬 기사를 접한 후, 청소년의 언어 습관 변화와 학습 방식의 관계를 분석하는 통계 보고서를 작성함 <생활과 윤리> <1984>를 읽은 뒤 표현의 자유와 검열의 윤리성을 칸트 윤리학의 관점에서 분석하고, 검열이 인간의 사유 능력과 자아 실현을 근본적으로 제약하는 윤리적 문제임을 성찰함
의미 있었던 선택 과목
▒ <세계지리> 실제 가보지 않은 나라에 대해서도 속속들이 알 수 있는 매력적인 과목이다. 각 나라의 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됐다. 평소 호기심이 많은 학생, 국제 분야에 관심이 있는 학생에게 추천한다.
▒ <확률과 통계> 인문 성향 학생도 최소한의 수학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해 적극적으로 이수한 과목이다. 공부하기 까다로웠으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노력하는 자세를 기르는 계기가 됐다.
▒ <인공지능기초> <프로그래밍> AI 시대에 기본적인 프로그래밍 능력은 필수이므로 수강했다. <프로그래밍> 시간엔 국제 뉴스의 핵심 단어를 시각적으로 표현해 독자의 빠른 이해를 돕는 서비스를 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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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책을 선택해 함께 읽고 토론하는 프로그램입니다. 혼자서는 독서할 마음을 먹기가 쉽지 않지만, 토론에서 자기 생각을 말해야 한다면 열심히 읽게 돼요.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다 보면 자연스레 시야가 넓어지고요. 저는 철학 교양서 <철학자와 하녀>를 읽고 ‘교도소의 강제 노역은 정당한가’를 주제로 토론했어요. 미국 교도소의 강제 노역이 재소자의 교정이 아닌 수익 창출을 위한 수단으로 변질된 점을 들어 반대 의견을 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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