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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수시 합격생 릴레이 인터뷰 | 최향아 서울과학기술대 바이오메디컬학

식물→면역학→암  생명 원리 파고든 ‘식집사’ 

최향아 | 서울과학기술대 바이오메디컬학(제주 제주과학고) 

 

‘암을 어떻게 없앨 수 있을까’라는 향아씨의 질문은  ‘치료를 마친 암은 왜 재발할까’라는 의문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식물 생리에 대한 호기심으로 시작한 탐구는 면역학으로, 다시 암 연구와 면역회피 기전으로 확장됐다. 답을 찾을수록 더 큰 질문을 만들어낸 탐구 과정은 생명과학 연구원이라는 꿈을 더욱 구체적으로 만들었다. 암세포와 면역세포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과학자를 꿈꾸는 향아씨의 고교 3년을 담았다.

 

취재 박선영 리포터 hena20@naeil.com  

사진 배지은

 

 

최향아 ❘ 서울과학기술대 바이오메디컬학(제주 제주과학고)

 


 

식물에서 시작된 호기심이 암 연구로

 

향아씨는 어려서부터 식물에 관심이 많았다. 목공예 일을 하시는 아버지 덕분에 삼나무와 편백나무, 감귤나무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졌다. 작은 씨앗이 어떻게 거대하게 자라고 오래 살아남는지, 같은 나무인데 나뭇잎의 모양과 목재의 성질은 왜 다른지가 궁금했다. 또래 친구들이 뛰어노는 동안에도 나무를 관찰했다. 

 

그러다 중학생 때 과학영재원에서 나무의 수분량 측정 실험을 하며 식물 생리에 흥미를 느꼈다. 좋아하는 식물을 과학적으로 파고든 경험은 과학과 수학에 대한 흥미를 키웠다. 이를 본격적으로 공부하고 싶다는 마음은 제주과학고 진학으로 이어졌다. 

 

특목고인 모교에서는 다양한 심화·실험 과목을 배울 수 있었고, 다채로운 프로그램 덕에 자신의 관심 분야를 파고들 기회도 많았다. 융합과제탐구에서 식물 생장호르몬(IAA) 농도에 따른 상추 종자의 발아율을 분석하는 등 식물 관련 탐구를 이어가던 중, 고2 <고급생명과학> 수업이 전환점이 됐다.

 

‘면역’ 단원을 배우며 생명체가 스스로를 지키는 과정에 눈길이 갔고, 식물을 향했던 흥미는 면역학으로 옮겨갔다. 수업에서 생긴 궁금증을 해결하고 싶어 필리프 데트머의 <면역>을 읽었고, 이후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돕는 수지상세포 치료와 환자의 면역세포를 직접 강화해 암세포를 제거하는 CAR-T 치료 및 면역항암제를 공부하면서 암 연구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고3 때 가까운 친인척이 갑상선암 초기 진단을 받으면서 암은 더 이상 교과서나 논문 속 이야기가 아닌 현실의 문제가 됐다. 이후 암세포와 면역세포의 상호작용, 암 재발의 원인을 찾아보게 됐다.  

 

“처음에는 식물이 왜 자라는지가 궁금했어요. 그런데 면역을 배우면서 생명체를 보호하는 시스템 자체에 흥미가 생겼고, 자연스럽게 암 연구로 이어졌습니다. 앞으로 암세포와 면역세포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연구자가 되고 싶어요.”

 

 

암세포 제거에서 암 재발 원인으로 시야 확장 


고2 ‘학술 논문 읽기’ 활동에서는 수지상세포를 이용한 면역세포 치료를 주제로 최신 논문을 분석하며 암 치료법에 대한 관심을 키워갔다. 고3 땐 진로 특성화 연구에서 ‘항암치료 이후 살아남은 암세포의 변화’라는 주제로 탐구를 진행하며 시야가 넓어졌다. ‘암을 어떻게 없애는가’를 넘어 ‘암이 왜 재발하는가’를 묻게 됐다. 

 

“예전에는 세포가 노화해 분열을 멈추면 좋은 현상이라고만 생각했어요. 그런데 노화한 암세포가 주변 세포에 영향을 주고 암 재발과 관련이 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이 인상적이었죠. 그때부터 암 치료 이후 살아남은 암세포는 왜 제거되지 않는지, 암은 왜 재발하는지 궁금해졌어요. 이를 파고들다 보니 자연스럽게 지망 전공을 좁힐 수 있었죠.”

 

 

실패는 끝이 아니라 다음 실험의 시작

 

향아씨의 탐구 과정이 늘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2학년 동아리 활동으로 세포의 상태를 분석하는 ‘유세포분석기’를 이용해 세포 사멸을 확인하는 실험을 진행했지만, 결과 그래프가 예상한 형태로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향아씨는 원인을 찾기 위해 업체 장비 담당자에게 직접 메일을 보냈고, 화상으로 분석할 세포를 정확히 구분하는 게이팅(gating)을 배우며 데이터를 다시 분석했다. 그 결과 장비 초기 설정이문제였다는 사실을 찾아냈다.

 

3학년 진로 활동으로 진행한 개인 연구에서는 핑크뮬리 추출물의 항암 효과를 분석했지만, 예상과 달리 암세포의 생존율이 오히려 높아지는 결과가 나왔다. 결과를 부정하기보다 관련 선행연구를 찾아 항산화 물질이 암세포를 보호할 가능성을 확인했다. 여러 차례 실험한 끝에 항균 효과는 나타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고, 향후 정상세포와 비교하는 대조 실험을 계획했다.

 

“예전에는 결과가 예상과 다르면 실험을 망쳤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원인을 하나씩 분석하다 보니 실패도 또 하나의 데이터라는 걸 알게 됐죠. 지금은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왜 그렇게 됐는지부터 먼저 생각하려고 해요. 그러면 관련 지식을 넓고 깊게 쌓을 수 있고, 새롭게 얻은 궁금증을 통해 또 다른 탐구로 나아갈 수도 있거든요. 실패가 왜 성장의 발판인지 몸소 체험한 셈이에요.”

 

암을 파고들면서 의료 AI에도 자연스럽게 관심이 생겼다. 유방암 영상 판독 AI를 개발한 기업 ‘루닛’을 조사하며 현장에서 이미 AI가 활발히 활용되고 있음을 알게 됐다. 고1 <인공지능기초> 시간에는 직접 엑스레이 판독 AI 앱을 개발하기도 했다. 코로나19와 폐렴, 정상 엑스레이 영상을 분류하는 모델을 설계하고 이를 실제로 작동시키는 백엔드 프로그램 개발까지 맡았는데, 이는 교내 최우수 프로젝트로 선정되기도 했다.

 

“생명과학과 AI의 융합 가능성을 경험한 프로젝트였어요. AI가 가능성을 제시한다면 그 결과를 검증하고 새로운 질문을 만드는 일은 사람이 해요. 앞으로 AI를 이해하는 생명과학 연구원이 필요해질 거예요.”

 

 

남들과 비교하기보다 내 안의 질문에 집중하길

 

과학고에서 수학·과학 분야를 깊이 파고들었던 만큼 향아씨는 수시 학생부종합전형 위주로 대입에 도전했다. 서울과학기술대 바이오메디컬학과, 가톨릭대 자연공학계열과 의생명과학과, 세종대 생명시스템학과, 중앙대 생명과학과, 한양대 인터칼리지학부 등 일반대학은 물론 지스트 디지스트 유니스트 켄텍과 같은 과학기술 특성화대학에도 도전했다. 그중 경쟁률이 35.86:1로 높았던 서울과학기술대 바이오메디컬학과에 수석 합격했다.

 

대학생이 된 지금은 학부 연구생 프로그램에 참여해 면역학을 더 깊이 공부하고 싶다고. 암세포와 면역세포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생명과학 연구자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다.

 

“과학고에 입학했을 때는 뛰어난 친구들 사이에서 많이 위축됐어요. 학교를 그만둘까 고민한 적도 있었죠. 하지만 끝까지 버티다 보니 조금씩 성장하는 제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후배들도 남과 비교하기보다 자신만의 질문을 끝까지 붙잡았으면 좋겠습니다.”

 


 나를 보여준 학생부 & 선택 과목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1학년 

<국어> 의료 인공지능과 초거대 AI를 주제로 과학신문 기사를 작성하며 복잡한 과학기술을 쉽게 전달하는 글쓰기 역량을 보여줌. <생명과학Ⅱ> 크리스퍼(CRISPR) 유전자 가위를 탐구하며 유전자 편집 기술의 가능성과 함께 윤리적 문제를 고민하고, 과학기술을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봄

 

 2학년 

<고급생명과학> 수지상세포를 활용한 면역세포 치료 논문을 분석하며 면역항암 치료 원리를 탐구함. 논문 분석을 계기로 면역학과 암 연구에 대한 관심이 더욱 구체화됨 <고급물리학> 체성분 분석기 원리를 회로로 구현하는 법이 궁금해 체성분 분석기의 원리에 관해 탐구함. 신체의 부위별 저항을 병렬 및 직렬 회로로 표현하며, 저항의 합성 계산과 체수분량을 계산함

 

 3학년 

<진로특성화연구> 대장암 세포의 노화와 활성산소(ROS) 생성을 분석함 <빅데이터분석> ‘연도별 흡연율 변화와 폐암 발생자 수 비교’를 주제로 데이터를 수집·정제하고, 흡연율 변화와 폐암 발생률의 상관관계를 분석함

 

 

의미 있었던 선택 과목 

 

▒ <생명과학Ⅱ> 유전자 발현과 조절 단원을 배우며 암 발생을 억제하는 유전자(p53)의 기능을 심화 탐구했다. 정상세포와 돌연변이 세포에서 해당 유전자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비교하며 암 발생 원리를 이해했고, 자연스럽게 면역학과 암 연구에 대한 관심도 깊어졌다.

 

▒ <융합과학탐구> 생장호르몬(IAA) 농도에 따른 상추 종자의 발아율을 분석하는 장기 연구를 수행했다. 선행 연구를 바탕으로 실험을 수정하고 연구 노트를 꾸준히 작성했으며, 예상치 못한 장비 오작동 상황에서도 끝까지 연구를 이어가며 연구자의 기본 자세를 배웠다.

 

▒ <인공지능기초> 의료 AI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엑스레이 영상을 분석해 질환을 구분하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직접 개발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생명과학과 AI가 실제 의료 현장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 이해했고, AI가 미래 의학 연구의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점도 깨달았다.

 

 

 

나를 성장시킨 모교의 특색 활동 | 학술 논문 읽기

 

모교인 제주과학고에서는 학생들이 관심 있는 분야의 최신 논문을 찾아 읽고 발표하는 ‘학술 논문 읽기’를 운영해요. 처음에는 식물 생장과 관련된 논문을 읽었는데, 이후에는 수지상세포 치료와 면역항암제, 노화 암세포, 면역회피처럼 관심 분야가 점점 암 연구로 확장됐어요. 논문 내용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 ‘왜 이런 실험을 설계했을까?’ ‘다른 방법은 없었을까?’ 생각하며 스스로 질문하는 습관도 길렀고요. 무엇보다 교과서에서 다루지 않는 최신 연구를 접하며 연구자의 사고방식을 배울 수 있어 유익했습니다.